토종붕어 유료터

당진 항곡지의 환골탈태

대호産 토종 월척 대량 방류, 떡밥스윙낚시에 짜릿한 손맛!

당진읍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항곡지(1만3천평)는 토종붕어만 방류하는 유료낚시터다. 인근 대호에서 잡아온 토종붕어 중 굵은 놈들만 선별 방류해 월척이 흔히 낚이고 4짜도 많다. 배스까지 서식하고 있어 잡어와 잔챙이는 일절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계절에 관계없이 4짜가 잘 낚인다는 무넘기 포인트.

항곡지는 지령이 50년이나 된 고지(古池)다. 그러나 정작 당진읍내에선 항곡지를 아는 사람이 적다. “항곡지…? 도대체 어딜 말하는 거지? 아하! 정미 방면으로 나가는 길에 있는 그 저수지 말이지…!”하고 뒤늦게 손뼉을 친다. 이유는 두 가지다. 무료터가 널린 당진에서 입어료를 주고 낚시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그게 첫째 이유이고, 유료화 초기에 낚시터 홍보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 둘째 이유다. 낚시춘추에는 2002년도에 소개된 적 있는데 당시 잔챙이 일색의 마릿수터로 소개됐다.
지난 2007년 현재의 백충흠 사장이 인수 후 항곡지는 확 바뀌었다. 굵은 토종붕어를 대량 방류하고 진입이 어렵던 관리소 맞은편 산 밑을 깔끔히 정비하여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최신식 방갈로와 좌대를 설치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붕어들의 놀라운 씨알이다. 백 사장은 인근 대호의 어부들로부터 붕어를 받을 때 씨알 선별 작업에 직접 참여한다. 그가 그토록 굵은 토종붕어에 집착하는 것은 그 역시 낚시광이기 때문이다. 채산성으로만 보면 수입 붕어들을 섞어 넣는 게 유리하다.
“20년 전 충주댐이 명성을 날릴 땐 충주댐에서 살다시피 했지요. 그때 충주댐 붕어들의 손맛을 잊을 수가 없어요.” 백 사장은 “토종붕어 낚시터를 표방한 몇몇 낚시터들에서 중국산 붕어와 떡붕어가 적잖이 섞여 낚이는 경우를 종종 겪는다. 같은 낚시인의 입장에서 그런 경우를 당하면 기분이 씁쓸하다”고 말한다.

▲서울의 최종민씨가 32cm 월척을 자랑하고 있다. 최종민씨는 이날 오후에만 6마리의 월척을 더 낚았다.

▲수상좌대에서 밤 12시경 41cm 붕어를 낚은 안산의 이예재씨.

수초직공 필요 없어, 떡밥 스윙이면 충분해요!

지난 3월 23일 서울의 최종무씨와 함께 항곡지를 찾았다. 그런데 산란기가 다가온 만큼 수초구멍을 노려야 하리란 생각에 직공채비를 준비했건만, 백 사장은 “떡밥 스윙낚시 채비를 준비해오라”는 게 아닌가? 백 사장은 “지금은 직공낚시로 노릴 수초도 없을뿐더러 떡밥 스윙낚시로 맨바닥을 노리는 낚시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올해는 시즌이 이른 탓에 붕어들이 아직 상류로 올라붙지 않아 수심 깊은 중하류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중하류의 수심은 무려 2.5~3.5m. 봄에 수심 깊은 중하류에서 떡밥낚시를 즐길 수 있다니….
백충흠 사장의 말은 사실이었다. 정오 무렵 낚시터에 도착해 제방 앞 좌대를 찾아가 보니 밤낚시를 한 안산 이예재씨 일행 두 명이 41cm 붕어와 7치~월척 붕어를 10여 마리나 낚아놓고 있었다. 41cm 붕어는 밤 12시경 올라왔고 나머지 붕어들은 초저녁과 새벽녘에 입질했다고 한다. 모두 떡밥을 먹고 올라온 녀석들이다. 중국붕어와 잉어가 방류된 일반 유료터에서는 이런 경우가 잦지만 토종붕어를 방류한 낚시터에서, 그것도 봄에 제방권 떡밥낚시에 굵은 붕어가 잘 낚이는 건 정말 의외였다.
백 사장은 “낚시터 인수 후 매년 6~7톤씩 3년 간 20톤 이상의 토종붕어를 방류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항곡지 붕어들이 떡밥에 잘 낚이는 이유는 독특한 방류 방식에도 이유가 있다. 항곡지에선 붕어가 배달되면 곧바로 저수지에 넣는 게 아니라 자체 축양장에서 일정 기간 동안 관리한 뒤 방류하는데, 이 기간 동안 배합사료와 떡밥을 먹이로 주기 때문에 붕어들의 습성이 ‘양식 고기’ 비슷하게 변하지 않았나 한다.

▲3월 27일 밤낚시에서 43cm를 낚은 낚시인. 우안 하류에서 낚았다.

3월 마지막 주말에 또 4짜 출현

이날 밤 나와 최종무씨는 모 아니면 도라는 무넘기 옆 ‘4짜 포인트’에 앉아 자리를 지켰지만 밤새 바람이 강하게 분 탓인지 꽝을 맞고 말았다. 우리가 낚시한 수심은 무려 3.5m. 그러나 같은 날 상류 좌안에 앉았던 서울 최종민씨는 그 바람 속에서도 32cm 월척 1마리와 25~28cm 붕어를 3마리 낚았다. 드디어 붕어들이 상류로 올라붙는 것 같았다. 최씨는 우리가 철수한 직후 “월척만 6마리를 더 낚았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항곡지엔 또한 배스가 서식하기 때문에 잔챙이 붕어와 잡어는 보기 어렵다. 최종무씨는 붕어낚시 도중 53cm 배스를 걸어 큰 손맛을 보았다.

▲“야호~ 월척입니다, 월척” 항곡지 좌안 상류에서 월척을 걸어낸 서울의 최종민씨가 기쁜 표정을 짓고 있다.

항곡지는 가족나들이터로도 좋다. 서울에서 1시간 정도면 찾을 수 있는 근거리인데다가 낚시터 주변이 탁 트여 시원한 느낌을 주고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와 좋다. 낚시터 인근 논밭 주변에서 각종 나물을 캘 수도 있다. 조만간 농사가 시작되고 녹음이 저수지 주변을 뒤덮으면 멋진 가족나들이 코스로 변한다고 한다. 입어료는 2만원. 좌대는 내부 편의시설과 규모에 따라 4만~15만원이다. 관리소에서 식사가 가능하다. 수질 보호 이유로 글루텐 떡밥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붕어들의 입질이 지저분해진다는 이유로 배스낚시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관리소 041-357-6036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당진IC 요금소를 나와 좌회전 후 서산·당진·순성·면천 방면 32번 신도로로 올라탄다. 당진 방면으로 약 7km 가면 당진읍내를 지나 탑동교차로 표지가 보인다. 바로 나타나는 고가도로 우측 길(소방서, 정미 방면으로 표시)로 빠져 약 300m 직진하면 탑동교차로. 계속 직진하면 채운교차로를 지나 ‘대호지·정미·구룡리·소방서’ 이정표가 보인다. 이 길을 따라 1.2km 가면 ‘대호지. 정미’로 갈라지는 큰 삼거리. 급우회전해(항곡지 이정표 있음) 1km 정도 가면 저수지 제방이 보인다.

편하고 아늑한 방갈로&좌대
전기난방 시설은 기본, 케이블TV에 냉장고까지

항곡지는 연안에 방갈로 6동, 물 위에 6동의 수상좌대를 운영하고 있다. 2평 남짓한 크기의 방갈로는 전기난방 시설이 갖춰져 있다. 3명 정도가 휴식을 취하기에 적당한 규모다. 수상좌대는 케이블TV와 냉장고, 싱크대, 수세식 화장실까지 갖춰져 있다. 방갈로 이용료는 2만원, 수상좌대는 4만~15만원. 15만원짜리는 4명 정도가 낚시할 수 있을 정도로 낚시공간이 넓고 세 가족(약 10명)이 함께 이용해도 될 만큼 크다.

▲상류 부들밭 포인트에서 바라본 항곡지. 아직은 썰렁하지만 5월이 되면 푸른 수초로 연안이 뒤덮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