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반산지 올해도 빅뱅

여기가 바로 궁극의 떡밥낚시터!

얼음 녹자마자 입질 시작, 우안 하류 두 골에서 연안낚시 호황

▲좌안 상류의 민물천지 앞 연안

초봄 붕어낚시는 수초낚시, 지렁이낚시로 상징된다. 이맘때 야들야들한 떡밥낚시를 즐길만한 곳은 없을까? 있다. 깔끔한 떡밥낚시로, 그것도 월척을 마릿수로 낚을 수 있는 부여 반산지가 그 곳이다. 작년에도 올해도 4월호에 반산지가 소개된다. 자주 소개되다 보니 식상한 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특별한 봄낚시 명소가 반산지라는 것을 꼭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반산지의 봄낚시 특징은 깔끔한 떡밥낚시 채비를 써서 굳이 수초 속을 노리지 않고도 준척 월척붕어를 마릿수로 낚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산지엔 배스나 블루길 같은 육식성 고기가 없는데도 잔챙이 붕어가 드물다.
반산지는 부여 제일의 낚시터다. 부여 시내에서 10분밖에 안 떨어져 있고 저수지를 삥 둘러 도로가 잘 정비돼 있다. 수심이 완만해 거의 모든 연안에서 고루 낚시가 이루어진다. 입어료를 받긴 하지만 3천원이라 부담이 적고 유료터인만큼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다. 개인적 취향일지도 모르나 나로선 봄낚시터로 이만한 곳을 보지 못했다.

▲ 보기만 해도 탐스러운 반산지 토종붕어들.

월척 두 마리 낚고도 “마릿수 적다” 불만?

지난 겨울 얼음낚시를 할 정도로 두텁게 결빙되었던 반산지는, 그래서 봄낚시 개막이 좀 늦을 줄 알았다. 그러나 얼음이 녹자마자 2월 20일경부터 바로 월척 조황이 터졌다. 지난 2월 28일 군계일학 동호회 회원들과 반산지를 찾았을 때는 오히려 이틀 전 내린 봄비 탓에 상승세가 한풀 꺾인 뒤였다. 그래도 다른 저수지와 비교하면 월등한 조황이었다. 이날 군계일학 회원 10여명은 반산지 상류 주차장 앞에 모여 낚시를 했는데 비가 내리는 속에서도 1인당 4~5수의 붕어를 낚아낼 수 있었다. 씨알은 7치부터 9치까지였다.
원래는 연안 조황이 가장 좋다는 우안 첫째 골을 목표로 했으나 모 낚시회의 대회가 예정돼 있다고 해서 자리를 옮겼는데도 재미가 쏠쏠했다. 관리인의 말로는 우리가 낚시한 주차장 앞은 여름포인트라고 한다.
오전 10시경 차를 타고(걸어서 이동하기엔 37만평 반산지는 너무 넓다) 관리소가 있는 최상류로 올라가보니 서울과 경기도에서까지 찾아온 차량들이 길가에 빼곡했다. 상류에서 가장 독보적인 호황을 맞본 사람은 ‘민물천지’ 매운탕집 앞에 앉았던 부여의 진민용씨다. ‘혼자서 붕어를 쓸어 담은 사람이 있다’는 제보를 듣고 달려가보니 준척 월척만 15마리를 낚아놓고 있었다. 진민용씨는 “내 자리가 주변보다 수심이 30cm 가량 더 깊고 물골이 연결된 곳인데다 우측 뗏장 무더기가 붕어 회유 코스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수심과 수초는 포인트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오전 10시경 반산지 조황을 홈페이지에 올리기 위해 낚시터로 달려온 부여낚시 전석하 사장과 함께 좌대 조황도 확인해보았다. 관리소에서 배를 타고 들어갔더니 좌대 조황은 확실히 더 뛰어났다. “이틀 전 내린 비 때문에 조황이 좋지 않다”는 평가는 ‘배부른 불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두 살림망을 풍족하게 채웠다. 총 5곳의 좌대를 둘러봤는데 어디든 월척 한두 마리에 10여 수 이상의 준척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보다 서너 배는 더 낚았어야 만족스럽다”는 것인데, 꾼들의 욕심이 많다기보다 그만큼 반산지 좌대낚시의 조황이 뛰어나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부여의 진민용씨가 밤낚시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현지꾼들 바통터치하는 좌안 상류보다 우안 하류 골 추천

그러나 취재일 후 반산지 조황은 급락했다. 기복은 3월 둘째 주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아마 3월 초의 춥고 궂은 날씨에 붕어들이 움츠러든 것 같다. 그렇다면 반산지의 봄낚시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부여낚시 전석하 사장은 반산지의 봄 호황시즌을 4월 중순까지로 길게 보고 있었다. ‘4월 중순이라면 중부권 저수지의 산란특수가 대부분 끝난 시기가 아닌가?’
그에 대해 전석하 사장은 “3월 중순경 붕어들이 수초대에 알을 푸는 ‘푸다닥’ 기간이 끝나면 씨알이 급속히 잘아지고 호황 무드가 수그러드는 게 상례이지만 반산지는 좀 다르다. 적어도 4월 중순까지는 씨알과 마릿수에 큰 변화 없이 봄철 호황이 지속된다”고 말했다. 그런 낚시터가 어디 있냐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현장에서 만난 단골꾼들도 이 주장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 반산지 최상류에 속하는 좌안 수목교 일대. 본격 산란기가 가까워 오면 연안과 좌대낚시 모두 호황을 맞는다.

반산지에서 진한 손맛을 보려면 좌대를 타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그러나 연안낚시로도 충분히 재미를 볼 수 있다. 추천하고 싶은 연안낚시터는 우안 하류에서 진입할 때 처음 만나는 ‘상구네’ 앞 골과 바로 옆 ‘광천네’ 앞 두 번째 골이다. 수심이 1m 내외로 얕고 수초가 잘 자라있어 봄 포인트로는 최고의 여건이다. 위치상으로는 하류지만 반산지는 평지지여서 실제로는 상류 하류의 의미가 크게 없다. 좌안 상류 수목교 부근에서 진입하는 민물천지 앞 구간도 많은 낚시인들이 찾지만 호황 포인트를 ‘바통터치’하고 있어 초행자가 자리를 차지할 기회는 적은 편이다.

▲주말을 맞아 반산지로 출조한 군계일학 회원들

입어료는 연안낚시 3천원, 좌대는 인원에 관계없이 4만원이다. 그런데 연안 입어료는 관리소-상류 민물천지-주차장 구간에서만 수목리 노인회에서 징수하고, 하류의 두 골은 돈을 받지 않는다. 대신 현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아줌마가 커피와 라면을 파는 것으로 입어료를 대신(?)하고 있다. 커피 한 잔에 500원, 라면 한 그릇에 2500원이니 이렇게 먹고 나면 입어료 3천원과 같다는 얘기다. 물론 커피와 라면을 안 사먹어도 상관없지만, 하류 두 골에서 커피를 끓여먹다 걸리면 아줌마에게 ‘혼난다는’ 얘기도 있다.
미끼는 글루텐 떡밥이 가장 좋고, 신장떡밥류와 지렁이를 꿴 짝밥에도 입질이 들어올 때가 있으므로 세 가지 미끼를 반드시 병용하기 바란다. 새우나 옥수수는 잘 안 먹힌다고 알려져 있다.

■가는 길 천안-논산간고속도로 공주IC 요금소를 빠져 나와 4번 국도를 타고 서천·보령 방면으로 가면 부여 시내로 진입한다. 시내의 큰 도로를 따라 계속 가다 백제대교를 건너 약 2km 가면 좌측에 ‘정관장’ 공장, 우측에 ‘공설운동장·곤충나라’ 이정표가 있다. 우회전해 가면 공설운동장이 나오고, 좌측 굴다리 밑으로 좌회전해 부여곤충박물관 이정표를 따라 계속 가면 하류 ‘상구네’ 앞 첫 번째 골부터 최상류까지 진입할 수 있다.
■조황문의 부여낚시(041-835-2475), 관리소(041-835-19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