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호황 중!
영암호의 노른자위, 석계수로 씨알 최고!
6번 입질 중 4마리가 월척! 잘아도 8~9치 온통 생자리, 갈대 베고 들어가면 어디나 명당
전남 해남군 산이면 덕송리에 있는 석계수로는 인근 구성수로와 더불어 영암호의 20여 개 가지수로 중 가장 최근에 개발된 곳이다. 2008년까지도 진입로를 몰라 대불수로 인근 배터에서 배를 타고 들어갔지만, 이제는 진입로가 여러 곳 개발되었다. 지난 11월 27일, 송귀섭씨가 이끄는 평산가인 회원들과 찾아간 곳은 석계수로 오른쪽 상류였다.
Ｉ 이영규 기자 yklee09@darakwon.co.kr Ｉ
▲씨알 좋죠, 죄다 월척급입니다.” 석계수로 밤낚시를 마치고 한 자리에 모인 청산가인 회원들이 자신들이 낚은 붕어들을 자랑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호남, 이승엽, 허형, 송귀섭, 서봉찬씨.
“내비에 산이서초등학교를 찍으세요. 그리고 조금 더 가서 대진공업사가 나오면 좌회전, 이삼킬로미터를 더 달리면 야트막한 언덕이 나오거든요, 그러면….”
송귀섭씨 일행과 만나기로 한 예상 시간을 2시간이나 훌쩍 넘긴 오후 4시 20분경, 영암방조제를 건너 산이면 방면 806번 지방도로로 우회전한 뒤로는 오리무중이 돼버렸다. 지금쯤 한참 낚싯대를 펼치고 있을 터인데 자꾸 전화를 거는 것이 미안해 망설이다가, 혼자서 낚시터를 찾아들어 가는 건 역시 무리라고 판단, 송귀섭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자 진입로를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그런데 거리는 얼마 안 되는 것 같은데 설명의 대부분이 ‘대략, 가다가, 조금 더 가면’ 일색인 것을 보니 기점을 삼을 만한 지형지물이 거의 없는 듯했다. 아무튼 불러주는 대로 배추밭과 야산을 가로질러 좁은 소로를 따라 들어가다 보니 운 좋게 한 번도 엉뚱한 길로 새지 않고 용케 석계수로 연안에 차가 닿았다.
▲이튿날 오전 시간에 두 번째 월척 입질을 받은 송귀섭씨. 아쉽게도 이놈은 놓치고 말았다.
겨울엔 북서풍 등지는 연안에 앉아야
영암호 하류 남쪽에 자리 잡고 있는 석계수로. 총 길이가 5km에 달하는 이 수로는 낚시춘추 2008년 3월호 ‘영암·금호호 특집기사’에 처음 소개가 됐고 2009년 4월호에는 육로로 진입해 준척을 마릿수로 낚은 장면이 실린 곳이다. 아직도 광주와 해남의 일부 전문꾼들만 진입로를 알고 있을 정도로 손을 덜 탄 곳인데, 사람 키보다 큰 갈대가 수로의 전 연안을 뒤덮고 있어 앉을 자리도 많지 않았다.
수로 옆 농로에 차를 세우고 송귀섭씨 자리로 가보니 함께 온 청산가인 회원 4명이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광주IC낚시 허형 사장과 배호남씨, 부천에서 업무 차 내려왔다 합류한 이승엽씨다. 이날은 차가운 북서풍이 낮부터 불어댄 탓에 모두들 바람을 등지는 북쪽 연안에 앉아 있었다.
그들이 자리한 석계수로 상류 포인트들은 이미 갈대를 충분히 제거한 곳들이었는데, 포인트 앞에 박혀있는 갈대와 부들은 말 그대로 환상 그 자체. 지렁이를 푸짐하게 꿴 직공채비를 살짝 드리우면 금방이라도 월척 붕어가 찌를 올려댈 것처럼 보였다. 원시의 수로 그 자체라고나 할까?
원래 송귀섭씨 일행과는 전남 영광에 있는 두 저수지 중 한 곳을 취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틀 전부터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자 저수지는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먼 해남까지 원정을 온 것이다. 해남의 많고 많은 낚시터 중 송귀섭씨가 석계수로를 취재지로 낙점한데는 이유가 있었다.
“오다 보셨겠지만 해남의 대다수 저수지가 갈수에 허덕이고 있어요. 물이 있는 곳도 조황이 변변치 않지요. 그런 면에서 수로는 좋은 대안이죠. 이곳 석계수로는 웬만한 대물터 못지않아요. 영암호 본류에서 항상 어자원을 공급받는데다가 보다시피 생자리가 대부분일 정도라 자원보호가 잘 돼 있지요.”
그는 수면이 충분히 열린 곳으로는 스윙채비를, 부들이 밀생한 구멍에는 직공채비를 던져 넣고 있었다. 낚시잡지와 방송을 통해 접한 그의 글과 언변처럼 낚시터 선택도 합리적이고 탄력적이었다.
▲“조심조심해서 끌어내 보라구!” 송귀섭씨가 걸어낸 붕어가 발 앞에서 수초를 감아버리자 배호남씨가 지원에 나섰다.
1인당 고작 1마리 꼴, 그러나 대부분 월척급
송귀섭씨 일행이 앉은 연안에는 더 이상 포인트가 나오질 않아 나는 건너편으로 돌아가 자리를 잡았다. 대를 펴기도 전에 “왔구나!” 하는 소리가 들려 달려가 보니 송귀섭씨의 직공채비에 월척이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첫 입질에 월척이었다. 낮에는 배스와 블루길들이 설쳐대더니 해가 넘어가면서 성화가 줄어들었고, 그 타이밍에 붕어가 입질한 것이다.
그러나 밤에는 입질이 없었다. 새우를 꿰어 놓았으나 새벽 1시까지 무소식. 역시 겨울 수로에서의 밤낚시는 무모한 것일까?
새벽 타이밍을 노려볼 생각으로 차에서 눈을 붙이고 아침 7시경 낚시자리로 돌아와 보니 부들 옆에 붙여놓은 3칸짜리 직공채비의 찌가 혼자 열심히 헤엄치고 있었다. 힘껏 채니 9치는 충분히 될 만한 녀석이 매달려 나온다.
살림망을 꺼내 붕어를 담가 놓으려는데 50m 가량 떨어진 옆에서 밤을 샌 서봉찬씨가 34cm짜리 월척을 들고 나타났다. 내가 붕어를 낚았을 때와 동일한 시점에 입질을 받았다고 한다. 미끼는 지렁이. 역시 새우에는 전혀 입질이 없었다고 한다.
오전 9시까지 입질이 없어 송귀섭씨 일행이 있는 건너편 연안으로 차를 몰고 가보니 모두들 약속이라도 한 듯 딱 1마리씩의 붕어를 낚아놓고 있었다. 그런데 허형씨가 낚은 8치를 빼곤 전부 월척이다. 배스와 블루길 때문에 그런지 석계수로에는 잔챙이 붕어가 거의 없었다.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잡으니 비록 1마리씩이지만 월척급이라 그림이 근사하게 나온다.
스윙보다 직공채비 준비하면 유리해
촬영을 마치고 수로를 둘러보니 봄 산란기 때는 정말 엄청난 호황을 맛볼 만한 곳이라는 느낌이 부쩍 들었다. 나의 예상에 송귀섭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봄에는 영암호 본류의 굵은 붕어들이 이런 가지수로들로 우글우글 몰려들지요. 석계수로는 그중에서도 으뜸입니다. 특히 이곳 상류는 석계수로 중 가장 수초가 밀생한 곳이라 붕어들의 밀집도도 높죠. 그런데 이참에 책에 자세히 나오면 이곳도 홍역 좀 앓겠는데요?”
석계수로 겨울낚시 요령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부들과 갈대가 듬성한 곳은 스윙낚시도 가능하지만 직공채비를 집어넣을 만한 멋진 수초구멍이 더 많다. 따라서 스윙낚시보다 직공채비를 여벌로 준비해가면 유리하다. 또 아직껏 꾼들의 출입이 많지 않아 대부분 연안이 생자리로 남아있다. 낫과 수초제거기를 준비해 낮부터 제거작업을 하면 멋진 포인트를 쉽게 만들 수 있다.
밤에는 입질이 없고 초저녁과 새벽 입질이 활발하다. 낮에는 블루길이 설쳐대므로 지렁이를 충분히 준비하는 게 좋으며 1박2일 일정이라면 최하 세 통이 필요하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를 나와 영산강하구둑과 영암방조제를 차례로 건넌다. 영암방조제를 건너 좌측 만남의광장 휴게소를 지나 900m 가량 가다가 삼거리에서 산이면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산이면 방면으로 계속 달리다 보면 좌측에 산이서초교가 나오고 1.1km 후 정면에 대진공업사가 있는 삼거리를 만난다. 급하게 좌회전해 덕송리 방면으로 2.6km 달리면 야트막한 언덕 너머(좌측에 파란지붕의 흰 건물 지나고 곧바로 우측에 비닐하우스 있음) 왼쪽으로 시멘트 소로가 나있다. 소로를 따라 들어가다 흰색 작은 시멘트 창고를 지나 우회전해 400m 가량 계속 가면 묘지 앞 갈림길. 좌회전해 내려가면 시멘트길이 끝나고 비포장도로가 나온다. 500m 더 가다가 야산을 끼고 우회전하면 낚시한 구간이 나온다.
■조황문의 광주IC낚시 062-952-27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