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연재 - 터줏대감들의 명당고

여기선 내가 王 ①    

 
통영 좌사리도 허무식

| 허무식 |
◆ 1963년 부산 출생
◆ 새창원낚시프라자 가이드
◆ 창원지방법원 총무부

5개의 큰 섬과 많은 여로 형성된 통영 좌사리도는 사철 다양한 어종을 만날 수 있고, 겨울이면 북서계절풍 속에서 감성돔의 당찬 힘을 즐길 수 있다. 통영에서 유일하게 6짜 감성돔이 배출된 섬이기도 하다.

▲ 초겨울에 마릿수가 뛰어난 첫섬 노랑바위에 오른 낚시인들. 우측은 사이섬과 둘째섬.

올해로 갯바위낚시 가이드만 꼭 20년째 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이 정도 한 우물을 팠다면 건물 몇 채는 살 수 있었을 세월이 아닐까. 직장인이라 낚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지만 주의보만 발효되지 않으면 매주말 낚시를 떠난다. 하지만 여태 이웃집 아저씨도 다녀왔다는 추자, 거문, 가거도 등 원도권은 한 번도 다녀오지 못했을 만큼 오로지 20여 년 동안 남해동부 갯바위만 다녔다.
그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좌사리제도다. 아마도 그동안 수백 번, 수천 번은 출조하지 않았을까. 누구 말마따나 물속 돌멩이 숫자까지 헤아릴 정도로 친숙해져버렸다. 나는 왜 좌사리도에 열광했을까?

남해동부 제일의 대물 감성돔터

좌사리도는 통영 최고 난바다에 위치해 있어 항상 강한 조류가 흐른다. 그래서 감성돔이 5짜만 되면 다른 섬에서는 느낄 수 없는 파워를 자랑한다. 이맘때면 수시로 터지는 북서계절풍에 노출되어 있어 겨울이면 상륙도 못하고 돌아오는 날이 부지기수지만 그런 매력에 단골꾼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강한 조류 때문에 본류보다는 한풀 꺾여 흐르는 지류대들이 감성돔 포인트가 되는데, 시기별로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고 들어가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나는 항상 초등감성돔을 노려 음력 10월 초순을 기점으로 출조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의 감성돔은 공격적이고 밑밥에 반응도 빠르다. 노는 수심층도 다양하고 먹이에 대한 욕구가 어느 계절보다 강해 한겨울보다 감성돔을 낚기가 쉽다. 하지만 북서풍의 세력이 아직 약해서 물색이 맑고 수온도 떨어지지 않아 다른 곳보다 잡어의 성화가 심한 게 단점이다. 그래서 초겨울엔 진동 바닷가에 내려 게를 잡아간다. 아니면 주의보 뒤끝처럼 물색이 흐릴 때를 기다렸다가 진입한다.
초등시즌이라고 잔챙이만 낚일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좌사리도는 붙박이 5짜 감성돔이 덤벼들어 혼을 빼놓기 일쑤다. 항상 채비에 신경을 써야 한다.

▲ 벼락바위 일원.                                                               ▲ 6짜가 낚였던 돼지강정.

1월 이후엔 좌사리도 서쪽이 명당
 
초반시즌에는 수심 8~9m를 벗어나지 않는 얕은 여밭을 철저하게 공략해야 한다. 여밭을 낀 홈통지역과 조류가 부딪치는 곳도 일급 포인트다. 최고의 명당을 꼽으라면 첫섬 노랑바위 일대를 들 수 있다.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으며 감성돔을 타작한 경험도 여러 번 있다. 그 외에도 본섬 호텔자리와 칼바위 일원도 선호하는 자리다.
12월이 넘어서면 씨알은 좋지만 낱마리 조황이라며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이때부터 본격시즌으로 친다. 왜냐하면 초등감성돔이 붙는 첫섬이나 칼바위 등 여밭에서 잔챙이급이 낚이다 드디어 큰 감성돔들이 본섬에서 낚이는 시기가 1~2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와 주변 조우들은 1월을 넘어서면 서편을 집중 공략한다. 이맘때면 세력이 강한 북서풍을 맞받게 되어 바람과 파도와 싸워야 하지만 물색이 빨리 탁해지고 항상 파도가 들끓어 어느 곳보다 대형 감성돔을 만날 확률이 높다. 따라서 보온성이 좋은 방수복과 장화는 필수다. 반대로 동편은 조용하지만 물색이 맑고 용치놀래기 등 잡어의 등쌀에 낚시가 불가능할 정도다. 본섬 돌무너진 곳, 높은자리, 벼락바위, 호텔자리, 기차바위, 칼바위, 제립여, 넙덕이 맞은편 직벽 등이 서쪽에 있는 대표적 겨울 포인트들이다.
날이 밝기 전에는 수심은 얕지만 돼지강정에 내려 노려보는 것도 괜찮다. 바로 앞에 본류가 흐르고 큰 홈통을 끼고 있어 수온이 빨리 오르는 지역이어서 가끔 대형급이 떼로 들어오는 곳이다. 새창원낚시 이종진 사장이 60.5cm를 낚은 자리이기도 하다. 
겨울철에 나는 두 가지 밑밥을 준비한다. 하나는 곡물을 많이 넣고, 또 하나는 집어제를 많이 섞는다. 갯바위 하선 후 날이 밝기 전에는 곡물을 많이 섞은 밑밥을 충분히 뿌려주는데 이것은 대상어를 최대한 붙잡아두기 위한 목적이고, 날이 새고 난 후에는 집어제를 많이 섞은 밑밥을 사용한다. 그 이유는 바람과 파도를 이겨내고 먼 거리까지 원투를 하기 위해서다.

만조~초썰물이 감성돔 피크

내가 보는 좌사리도 최고의 물때는 3~5물과 10~12물이다. 좌사리도는 만조에서 썰물로 돌아설 때가 감성돔 찬스인데, 3~5물때면 대개 아침 6~7시에 만조가 걸리기 때문. 반대로 10~12물에는 오후 출조를 감행한다. 이때는 오후 1~2시에 만조가 걸리기 때문이다. 
그밖에 좌사리도에서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기회는 주의보 뒤끝이다. 이때는 채비를 바닥에 붙이지 않아도 잘 물어준다. 반대로 파도가 높지 않고 물색이 맑은 상태라면 감성돔을 낚기 쉽지 않다.
나는 좌사리도로 출조할 경우 2호 이하의 목줄은 아예 가져가질 않는다. 2~2.5호 목줄을 최소 3.5m로 길게 하여 인장력을 높이고 바닥수심보다 1~2m 더 길게 주어 목줄을 바닥에 늘어뜨려 입질을 유도한다. 따라서 바닥걸림을 최소화하기 위해 봉돌을 물리지 않으며 2호 정도의 작은 바늘을 사용한다.
올해는 좌사리도 감성돔낚시가 생각보다 늦다. 예년 같으면 벌써 한 달 전에 모습을 보여야 했을 감성돔이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단골꾼들은 윤달 영향으로 아직까지 수온이 높기 때문이라고들 진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주말이면 발효되는 주의보 탓에 제대로 낚시해볼 기회가 적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아직 물색은 맑지만 출조 때마다 40cm급이 넘는 감성돔을 여러 마리 낚을 수 있었다. 계절은 속일 수 없는 법이다. 나는 북서풍이 거세지기를 기다린다. 물색만 흐려지면 영등철까지 좌사리도가 올 겨울 시즌도 주도할 것이라고 믿는다.
※좌사리도는 통영항이나 산양읍의 각 포구에서 낚싯배가 출항한다. 40분 정도 소요되며 1인당 왕복요금은 4만원.  
■조황문의 창원 새창원낚시(055-277-0772)

HOT POINT

1. 칼바위 일대

2. 호텔자리 & 기차바위

본섬 남쪽으로 등대섬과 마주하는 물골지역이다. 수심이 깊지 않고 수중여가 잘 발달되어 있으며 간조 시에는 선박의 이동이 불가능하다.
A는 들물포인트로 먼 거리에서 입질을 받는다. 따라서 전유동채비가 효과적이며 반유동채비를 사용할 경우는 시인성이 좋은 찌를 선택해야 한다. 볼락 씨알도 굵다.
B는 남쪽 콧부리로 들물과 썰물 모두 볼 수 있으며 우측으로 흐르는 들물에 입질이 잦다. 저부력찌가 유리하며 특히 일출 전에는 발밑을 공략하면 굵은 씨알이 낚인다. 
C는 기차바위 앞에 있는 작은 여로 높은 너울에 취약하다. 주변이 온통 여밭이어서 밑걸림이 심하지만 간간이 떼고기 조황을 올릴 수 있다. 들물 포인트다. 
D는 기차바위로 들물포인트다. 조과를 보장받아 ‘손님 접대자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수중여 주변이 공략 포인트. 조금 때부터 3물 사이에 찾으면 틀림없는 자리다.

3. 벼락바위

본섬 북쪽 콧부리에 촛대바위처럼 붙어 있는 높은 자리로 항상 실족에 대비해야 한다. 1~2월에 진가를 발휘하는 자리로 씨알과 마릿수가 다 가능한 자리다.
A는 발밑이 급심을 이루는 자리로 야영은 불가능하다. 발밑에 여가 많아 밑걸림이 잦다. 잠길찌나 고부력찌를 이용한 반유동낚시가 효과적이다. 들물포인트. 
B, C는 썰물포인트로 B는 발밑에서, C는 30m 이상 먼 곳을 노려야 입질을 받을 수 있다. 북동풍에 취약하다. 이곳도 강제집행이 필수.

4. 등대섬 남쪽 넙덕이 앞

넙덕이를 마주보는 곳에 툭 튀어나와 있어 찾기가 쉽다. 들물 포인트로 자원이 많은 곳이다. 자리가 협소하고 야영은 금물. 발판이 낮아 너울에 취약하다. 지금부터 영등철까지 꾸준히 감성돔이 낚이며 12물~3물이 최고 적기. 발밑 수심이 8m, 먼 곳은 15m까지 떨어진다. 조류가 세기 때문에 1~2호 막대찌나 고부력의 구멍찌를 사용한다. 감성돔 외에 볼락, 농어, 참돔도 손님고기로 잘 낚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