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한 마리 추가요!" 심해 갈치낚시를 나선 한국선상바다낚시연합회 신순철 회장이 은빛 갈치를 번쩍 들어 올리고 있다.
여름바다특집-심해 갈치 배낚시
개막 현장
백도 먼 바다의 밤은 뜨겁다
30여척으로 늘어난 여수항 갈치 전용선 손님맞이 떠들썩
이기선 기자 saebyek7272@paran.com
남해 먼 바다 갈치 배낚시는 올해 윤달이 낀 탓인지 작년보다 보름 이상 늦은 6월 하순께 시작되었다. 작년까지도 불과 몇 척에 불과하던 갈치전용선은 올해 여수에만 30여 척으로 늘어났다. 올해도 전국적인 갈치 열풍이 예상된다.
◀배가 조류에 떠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형 물풍선(물닻)을 내리고 있다.
지금 현재 통영, 여수, 고흥, 완도로 가져갈 갈치전용선 수십 척이 건조 중이거나 진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수 돌산도 신기항 새미래호 선주 박종열 사장은 ‘이제 여름낚시는 갈치 배낚시가 대세’라고 말했다. 갈치낚싯배가 늘어나면서 신난 것은 낚시꾼들. 경쟁상태에 돌입한 낚싯배들마다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기본요금만 내면 저녁과 아침 식사는 물론 채비까지 무한 리필. 작년까지만 해도 갯바위 전용선에 집어등만 달아 출조하는 배들이 주류를 이뤘지만 올해는 갈치낚시에 맞게 최첨단 기기들을 탑재한 갈치전용선들이 생겨나면서 편안한 낚시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선실에는 에어컨과 온수기 설치는 물론 여성들을 배려한 좌변식 화장실도 갖춰놓았다.
손님들은 기본요금만 내면 배에서 장비까지 대여해주므로 빈손으로 가도 갈치낚시를 실컷 즐기고 돌아올 수 있다. 낚은 갈치는 선장이나 사무장이 스티로폼 박스에 얼음과 함께 잘 포장하여 항구에 내려주니까 자동차에 싣고 오기만 하면 된다.
지난 7월 2일 오후, 먼 바다 갈치낚시 취재를 위해 한국선상바다낚시연합회 신순철 회장, 부천피싱클럽 최영수 회장과 여수로 향했다. 밤 12시경 돌산 신기항에 도착, 최근 완공했다는 펜션에 들었다. 신기항의 새미래호는 갈치 시즌에 맞춰 낚시인들이 편안하게 잘 수 있는 펜션도 최근 완공했다. 20명이 동시에 묵을 수 있는 4개의 방에는 컴퓨터와 TV까지 들여놓았다.
▲ “이 정도면 한 달은 먹겠지요?” 공주에서 온 장호건씨. ▲ 김해 주진규(74)씨가 맨 처음 낚은 갈치를 보여주고 있다.
▲ “몇 마리나 달려 있을까?” 한 낚시인이 채비를 걷고 있다.
급증하는 갈치전용선, 서비스도 괄목상대
갈치낚싯배가 우후죽순 생겨나다보니 덩달아 선장들의 주가도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배낚시의 조과는 선장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듯 선주들마다 경험 많은 선장을 영입하기 위해 스카우트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 갈치배 선주는 “무작정 갈치낚싯배를 진수한다고 모두 손님을 채워 출항하지는 못한다”고 일침을 놓는다. 손님들의 안목도 옛날보다 높아져 한 가지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배를 찾는다는 것이다.
다음날 아침, 취재팀은 아침밥을 먹고 느긋하게 돌산도 드라이브를 즐겼다. 오후 1시 출항이니 시간은 넉넉하다. 다시 신기항으로 돌아오니 갈치낚시를 함께 떠날 손님들이 도착해 북적였다. 김해에서 여덟 명이 단체로 왔고 평택에서도 두 명이 왔다. 새미래호 박기열 선장이 일일이 손님에게 인사를 하며 맞는다. 박기열 선장은 챔피언호(2007년)와 피싱가이드호(2008년)를 거쳐 최근 새미래호로 영입되었다. 박종열 사장은 “갈치낚시 만큼은 최고의 베테랑 선장”이라며 엄지를 세워보였다.
오후 1시 새미래호는 신기항을 빠져나갔다. “5시간은 가야 하니 편히 잠들 주무십시오.” 선장의 안내방송과 동시에 에어컨에서 시원한 바람이 흘러나온다. 잠이 저절로 올 듯했다. 박기열 선장은 “올해는 예년보다 시즌이 좀 늦다. 7월 하순이 되어야 백도 근해에 갈치 어군이 형성될 것 같다. 당분간은 먼 바다로 계속 출항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얼마나 잤을까? 눈을 떠보니 4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40분 정도 더 달려 도착한 곳은 백도에서도 한참 남쪽인 제주 동쪽 해상. 여수에서 자그마치 150km 떨어진 바다라고 했다.
좌표를 보고 포인트를 찾은 선장은 물풍선(물닻)을 띄웠다. “이곳은 수심이 130m 정도 되니 닻을 내린다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이런 곳에서는 배가 조류에 쉽게 떠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물풍선을 띄우지요.” 허평구 사무장이 반찬과 찌개를 나르기 시작했다. “조금 있으면 어두워지니 미리 식사를 합시다.”
▲ 여수꾼 김원식씨와 허평구씨(우, 한양낚시 대표)도 굵은 갈치를 낚았다.
▲ 박기열 선장이 카페에 올릴 조황 사진을 찍고 있다. ▲ 에어컨이 설치된 선실 내부.
“55m 수심에 갈치 어군 발견!”
이윽고 어둠과 함께 집어등이 환하게 켜졌다. 그러나 갈치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밤 11시가 넘어서자 선장은 “포인트를 옮겨야겠다”며 사무장과 함께 물풍선을 올렸다. “제주 쪽으로 가까이 가면 확실한 포인트가 있어요. 큰 갈치를 노리고 이곳에 띄웠는데 오늘은 큰 갈치는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낚싯배는 칠흑 같은 바다를 박차고 나갔다.
30분 달렸을까? 다시 물풍선을 내렸다. 물풍선이 얼마다 큰지 한번 내렸다 올리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다. 선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자, 갈치가 보입니다. 지금 현재 집어층이 55m에 집중되고 있으니 일단 70m까지 채비를 내린 다음 35m까지 천천히 올려보세요.”한다. 낚시꾼들이 일사불란하게 채비를 내리기 시작했다.
정말 55m 수심에서 갈치가 물기 시작했다. 낚싯대에 ‘투둑 투둑’하는 입질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났다. 한국선상바다낚시연합회 신순철 회장은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낚으려면 곧바로 올리지 말고 중간에 한 번 낚싯대를 지그시 치켜들어준 다음(챔질동작이다) 그대로 조금만 기다렸다가 올려보세요. 확실히 다를 겁니다.” 정말 네 마리가 한꺼번에 올라왔다.
그때부터 올라오기 시작하는 갈치들. 갑판은 은빛으로 물들기 시작했고 낚시인들은 전투함의 수병들처럼 정신없이 움직였다.
▲ 철수 직전 각자 수확물이 담긴 쿨러를 열어 보여주고 있다. ▲ “아이스박스가 없어도 걱정 마세요.” 갈치를 얼음과 함께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가면 서울에 도착해서도 싱싱하게 먹을 수 있다.
한바탕 전쟁을 치른 다음 동이 터오기 시작했다. 손이 빠른 사람은 40~50마리를, 초보자들은 5~20마리 정도의 조황이다. 이 정도면 빈작에 속한다고 한다. 낚시장비를 정리한 낚시꾼들은 선실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곯아떨어졌다.
오전 10시 경 돌산도 신기항에 도착하자 펜션 안의 식당에 따끈한 전복죽이 기다리고 있었다.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이 전복죽 드시고 힘들 내세요.” 새미래호 안주인의 상냥한 미소에 밤새 쌓인 피로는 단번에 날아갔다.
여수 먼 바다 갈치낚시 요금은 1인당 20만원. 뱃삯, 식사, 채비, 얼음은 무한리필이다. 7월 하순이면 더 가까운 백도 근해에 갈치 어군이 형성되며 뱃삯도 17만원으로 내린다.
■취재협조 여수 새미래호 061-644-6637, 010-3406-30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