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부터 4월 초 현재까지 수 백 마리의 4짜붕어를 쏟아낸 세산수로 하류권. 부산 강서구 부산경남경마공원 건너편에 있다.
부산의 월척소동
경마장 건너편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빅뱅! 세산수로
| 글 사진 조희동 블루피쉬 제작이사 |
“아이고 조 기자님, 오랜만입니더. 요즘 경마장 큰 수로에서 이따만한 붕어가 엄청 쏟아지고 있습니데이~ 알고 있십니꺼?”
아니 이게 웬 3년 가뭄에 단비 내리는 소리!
“머, 뭐라꼬? 그리 큰 붕어가 쏟아진다고? 경마장 수로?”
“하모예, 제가 왜 비싼 밥 먹고 헛소리 하겠십니꺼. 더군다나 조 기자님한테요.”
4월 3일, 우연히 들른 김해시 장유면 새장유낚시편의점의 김주환 사장이 던지는 한마디에 필자의 귀가 번쩍. 말인즉 부산시 강서구 범방동에 위치한 ‘부산경남 경마공원’ 건너편에 있는 세산수로를 칭하는 것인데 낚시꾼들 사이에서는 그냥 부르기 쉽게 경마장수로로 통한다. 그런데 그곳에서 연일 4짜가 쏟아져 낚시꾼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것. 그 즉시 필자는 기자 생활 동안 축적해 놓은 레이더를 사방팔방으로 돌려본 결과 참말로 판정. 이럴 땐 두말이 필요 없다. 무조건 달리고 볼일.
▲ “우리도 4짜 낚았다 아임니꺼~ 우헤헤헤.“ 방금 전 생애 최초의 4짜를 낚은 부산꾼 김광호씨(좌). 세산수로를 평생 잊지 못할 거란다. 권명진씨(우) 역시 간밤 초저녁에 낚은 37cm 붕어에 희희낙락.
◀ “우리가 낚은 대물 구경하이소.”취재일 만난 현지꾼의 38cm, 42cm 붕어 자랑.
▲ 이번에는 잘 들어가야 할 텐데. 세산수로의 입질 관건은 삭아 내린 부들수초대의 좁은 공간을 노리는 것.
2월부터 4짜급 대물 수백 마리 대폭발
부리나케 낚시장비를 싣고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20분 만에 도착한 현장에는 소문대로 많은 낚시꾼들이 포진하고 있는 폼이 벌써부터 대물 비린내가 물씬 풍긴다. 지피지기 백승이라 하지 않던가. 대물 손맛을 보자면 우선 정확한 현장 파악이 필수요건. 슬슬 돌아다니면서 낚시꾼들에게 담배를 권하는 등 아양을 떨어가며 살림망을 점검해보니 어허~ 아닌 게 아니라 저마다의 살림망에는 4짜를 비롯한 대물 붕어가 서너 마리씩 푸덕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조황을 체크해본 결과 당일 장원은 천안에서 왔다는 정수양씨로서 그의 살림망에는 43cm. 42cm. 38m. 37m의 붕어가 들어 있었다. 15일 동안 이곳에서 낚시를 하며 여러 마리의 4짜를 낚았다는 그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어휴, 힘이 어찌나 센지 어젯밤에 한 방, 오늘 아침에 한 방, 두 방이나 바늘이 뻐드러져 부럿시유~ 도무지 감당이 안 돼, 허참.”
뚜뚜뚜뚜뚜! 그때 필자의 시야에 그의 3.5칸대 찌가 부들수초 사이로 슬그머니 솟아오르는 장면이 포착! 솟아오른 찌가 정점에서 흔들 하는 순간, “피융” 챔질과 동시에 정씨의 경질대의 허리가 꺾어지며 비명을 지른다. “휘-휘-휭” 그러나 그런 순간도 잠시, 엄청난 크기로 짐작되는 그놈이 수면을 뒤집는 마지막 몸부림에 그의 낚싯대는 애석하게도 허공을 가르는 것이 아닌가. “아차, 또 터졌다! 아하~ 벌써 세 번째네~”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구르는 그가 보여주는 손바닥에는 곧게 뻗어버린 바늘이 처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그가 사용하는 바늘은 안타깝게도 굵기가 가느다란 떡밥용 세침이었다. 애석해하는 그와 달리 필자는 자꾸 비실비실 웃음이 난다. 남이 논 사면 배 아프고, 자빠지면 웃는다는 인간 심리가 적용되는 모양이다. 사람이 마음을 좋게 써야 되는 법이거늘….
▲ “어허허허~ 뭐 별거 아닙니다. 하룻밤 조과입니다.” 세 번이나 바늘이 터지는 악전고투 속에서 4짜 두 마리를 낚은 천안꾼 정수양씨.
▲ 가이사교에서 바라본 세산수로 하류 전경. 우측 수로가 호황을 보인다.
낙동강 월척들이 끝없이 유입되는 4짜 화수분
몇 시간 동안 세산수로의 특성을 살펴 본 결과 ‘견적’이 나왔다. 미끼는 여러 마리를 둘둘 말아 끼운 지렁이와 딸기향 나는 글루텐. 옥수수는 입질 빈도가 약하고 새우는 메기와 블루길 때문에 노굿이란다. 밤에는 지렁이, 낮에는 글루텐이란다. 포인트는 40~60cm 수심의 수초대가 최적. 따라서 스윙으로 삭아 내린 부들수초대의 좁은 공간을 노리는 투척 테크닉이 요구되며 대물입질 타임은 바닷물 수위가 높아지는 밀물 때가 좋다. 수위 변동은 10~15cm 정도라는 것.
세산수로 대물의 유입원천은 인접한 낙동강이다. 그래서인지 소류지와 달리 각양각색의 붕어들이 섞여 있다. 체고가 높으면서 체색이 시커멓고 비늘이 강한 놈, 유려한 몸체에 황금 비늘로 치장한 놈. 빠른 유속에 대처하기 좋은 미사일형 등 그야말로 붕어 전시장이다.
◀ 야야! 어지간히 꼬물락거려! 세산수로의 히어로 지렁이 미끼. 많이 끼운다.
이곳에선 해마다 2월이 되면 대물이 낚이기 시작하여 4월 말까지 이어지는데 무궁무진한 낙동강 어자원을 끼고 있어 해마다 엄청난 양의 4짜가 배출된다는 것. 현지에서 만난 낚시꾼들과 김해 피싱마트 21 유덕현 사장 등의 말을 종합해보면 올해만 몇 백 수의 4짜 붕어가 낚였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부산에 이런 곳이 있는 줄 왜 진작 몰랐던가. 꽝 치기 일쑤인 먼 산골짜기 소류지를 찾아 갈 필요가 뭐 있겠는가. 낚시란 그저 접근성이 쉽고 경비도 적게 들면서 조황이 뛰어난 곳이 최고다. 어차피 낚시꾼이란 동가식서가숙해가며 멋 부릴 필요 없이 조황 따라 움직이면 되는 것이다.
“조만간 세산수로 옆 범방수로도 터질 낍니더!”
이 일대의 수로낚시에 정통한 피싱마트21의 유덕현 사장은 말한다.
“조금 있으면 규모는 작지만 바로 옆의 범방수로에서 더 큰 씨알의 붕어가 무지하게 낚입니다. 그야말로 거짓말 조금 보태자면 푸대자루 조황입니다.”
“아니 유 사장님, 참말로 푸대자룹니꺼. 쬐끔 더 보태가꼬 가마니 조황은 어떻게 좀 안 되겠심니꺼?”
“어이구 조 기자님 넉살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네, 허허허~”
둘이 농담을 주고받는 와중에도 세산수로를 간다는 낚시꾼이 문을 밀고 들어선다. “지렁이 네 통만 주이소!” 필자 역시 지렁이 미끼를 사용해 당일 밤낚시에서 38cm, 42cm 두 마리의 대물을 낚아 진한 손맛을 만끽했음은 물론이요 세산수로 다음으로 입질이 붙는다는 범방수로의 대물낚시가 벌써 기대된다. 기대하시라. 낚시춘추 다음 달의 범방수로 화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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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산수로(세산개수로)
서낙동강으로 흘러드는 조만강 최남단에 직접 연결된 수로다. 70년대부터 부산의 낚시명소로 낚시춘추 지면에 여러 번 소개됐다. 원래 이름은 세산개수로인데 지금은 세산수로로 많이 불린다. 옛날부터 부산에서는 “대동의 마산개와 성산의 세산개가 초봄 붕어낚시의 쌍벽”이라고 했다.
가는 길 남해고속도로 가락IC에서 나와 진해 방향으로 가면 부산경남경마공원까지 3분 거리다. 경마장을 지나 1분 정도 직진하면 피싱마트21이 있고, 그곳에서 세산교 밑으로 빠져서 세산수로변 콘크리트 외길을 따라가면 수로 최하류에 가이사교가 있다. 지금은 중하류가 포인트인데 차츰 포인트가 상류로 이동한다.
■취재협조 부산 피싱마트21 신항만점 051-973-1782, 김해 새장유낚시 055-312-9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