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가도 실망시키지 않는 그곳!
비석거리 내 사랑
정삼채 객원기자
늦가을 기온이 뚝 떨어지면 습관처럼 찾아가는 곳이 있다. 태안 근흥면 정죽리, 안흥항 가는 길의 비석거리지(정죽지)다. 이맘때 찾으면 틀림없는 조과로 반겨주는 곳인데 올해도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 비석거리지 상류에 자리를 잡은 토종붕어 회원들. 아침이 되어서야 지렁이에 활발한 입질을 받았다.
제방 너머 바다가 펼쳐져 있는 비석거리지는 3만6천평 규모의 평지지로 붕어는 많지만 마름이 무성하여 여름에는 낚시를 할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늘 늦가을 이후 마름이 사그라진 뒤에야 시즌이 시작되는 곳이다. 얼음이 얼면 얼음낚시에 많은 붕어를 토해낸다. 작년 겨울 얼음낚시를 해 30여 수의 붕어를 낚아 낸 적도 있다.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내가 유난히 좋아하는 낚시터다. 올해는 유독 다른 해보다 붕어 만나기가 어려워 예년보다 일찌감치 비석거리지를 찾게 되었다.
10월 24일 토종붕어클럽 회원 몇 분과 함께 비석거리지 상류에 자리를 잡았다. 연안을 따라 분포한 뗏장 주변에 찌를 띄우면 입질이 잦다. 수심은 약 1m로 새우낚시하기에 아주 좋은 여건이다. 이곳은 새우와 참붕어가 자생해 미끼는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붕어가 순진해서 지렁이만 넣어도 찌를 쭉쭉 밀어 올려준다. 나는 상류에 포진한 일행과 달리 조금 떨어진 중류권에 자리를 잡았는데 낚싯대를 다 펴고 나니 오후 5시쯤 되었다.
‘어라! 벌써 입질이 오네?’
지렁이를 달아놓은 짧은 낚싯대에서 점잖은 찌올림이 눈에 들어왔다. 힘차게 챔질하니 마수걸이에 아홉치 붕어가 낚였다. 지렁이 미끼에 그것도 첫수로 아홉치라니… 오늘 낚시가 사뭇 기대가 되었다.
▲ 비석거리지의 튼실한 붕어들. ▲ 상류의 김영국씨가 채비를 던져 넣고 있다.
중류에서 이 정도면 상류는 대박?
날은 점점 어두워져왔고, 미끼도 모두 새우로 교체했다. 그리고 이내 케미가 꾸물거리며 부상한다. 이번에는 약간 긴 4칸대에서 입질이 왔다. 챔질하는 순간 이놈도 꽤 큰 녀석이 틀림없다. 손맛을 즐긴 뒤 끌어내보니 역시 아홉치 붕어. 그 뒤로 몇 마리를 더 낚아내고 일행들에게 가보았다. ‘내가 이 정도면 상류에 있던 회원들은 난리 났겠지?’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아무도 입질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전날 내린 비 때문에 상류 물색이 탁해져 있는 게 악재였을까? 여름이면 몰라도 저수온기엔 물색이 너무 흐리면 조황이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석거리지는 물색이 맑아야 새우에 붕어 입질이 활발한 곳으로 나는 혹시나 싶어 물색이 맑은 중류로 내려갔던 것이었는데 그것이 주효했던 모양이다.
▲ 비석거리지 상류에서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은 상류보다 중류의 조황이 나았다
▲ 김영국씨가 아침에 낚은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가 낚시를 하는데 한 무리의 낚시꾼들이 내 옆으로 자리를 잡더니 왁자지껄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주변이 시끄러우니 당연히 입질도 뜸해질 수밖에. 새벽을 기대하며 잠시 눈을 붙였다.
그러나 새벽에도 기대와 달리 잔 씨알의 붕어만 계속 낚였다. 동이 튼 후 다시 미끼를 지렁이로 교체하니 여덟치 붕어들이 올라와 주었다. 상류에 있던 일행들도 아침에 지렁이로 바꾼 뒤부터 제법 붕어를 낚아 올렸다. 이날은 새우나 참붕어보다 지렁이에 씨알이나 마릿수가 월등히 좋았다. 참붕어를 고집하던 김영국씨는 상류에서 70cm가 넘는 가물치를 걸어 진한 손맛을 보았다. 10시가 넘어서면서 새끼 가물치들이 성화를 부리기 시작해 낚싯대를 접어야 했다.
하룻밤 낚시에 필자의 조과는 30여 수. 제일 큰 녀석이 28cm였다. 마름이 삭아 내리면 언제나 좋은 조황을 보여주어 정죽지를 강력 추천했는데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은 것이다. 얼음이 얼면 월척붕어를 낚으러 다시 오겠노라고 마음먹으며 빠져나왔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에서 나와 서산읍내로 진입, 전자랜드 삼거리서 좌회전. 태안읍 외곽도로를 타고 만리포 방면으로 2km 정도 더 가다 '안흥·연포'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 12km를 가면 좌측으로 연포해수욕장을 지나고 1km 정도 더 가면 우측에 보이는 ‘정산포’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하여 700m 진행하면 길 우측으로 정죽지가 보인다.
■전국낚시지도 147p F4 아이코드 504-440-2514
■취재협조 당진 서해안첫낚시(011-215-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