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밭에 봄물 남실거리면
부사호 찌들이 몸살 난대요
Ｉ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Ｉ
가뭄에 허덕이던 작년 이맘때와 달리 올 봄에는 꽉 찬 만수위로 출발한 부사호에 3년 만의 봄호황이 펼쳐지고 있다.
▲ “와~ 힘 좋은데요!” 김영문씨가 월척붕어를 걸었다.
부사호는 충남 보령시 웅천읍과 서천군 서면 일대에 걸쳐 있는 123만평의 간척호수다. 재작년 제방 공사를 하느라 두 해에 걸쳐 물을 많이 뺏는데, 하필 가뭄까지 겹쳐 부사호는 늘 갈수에 시달렸다. 하류 소황교 일부에서만 간간이 조황 소식이 들려왔을 뿐 전반적으로 힘든 해를 보냈다는 게 단골꾼들의 말이다.
그러나 올 봄 부사호는 2월 25~26일 만수위를 기록한 뒤 1m 정도 수위가 줄면서도 본격적인 마릿수 행진이 이어졌다. 백민기 사장은 “최상류 잔디포 일대를 비롯해서 중류 배터와 증산교 주변까지 전역에서 호황이 펼쳐졌는데 군데군데 35~38cm 월척쇼도 벌어졌다”고 말했다. 호황의 원인은 겨울의 폭설과 봄비로 인한 만수위였다. 현지꾼들은 “만수보다 더 물이 차서 최상류 목구멍까지 차올랐다”고 표현했다.
그중 최상류의 잔디포 조황이 제일 좋은 편이었는데, 힘 좋은 돌붕어도 함께 낚이며 2월 마지막 주말 연휴에 많은 꾼들이 몰려들었다. 3월 1일에는 “잔디포 최상류 운동장 앞에서 5짜 붕어가 낚였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백 사장은 “5짜 주인공은 나도 아는 이곳 웅천 사람인데 낚시점에 고기를 가져왔기에 정확히 계척해보니 49.5cm짜리였다. 기념사진을 찍자고 했으나 그는 사양하고 붕어를 다시 낚은 곳에 방류했다”고 말했다.
▲ “조금 더 늦었으면 이것도 못 낚을 뻔했어요.” 뒤늦게 호황 소식을 듣고 달려온 군산의 장형래씨와 해미의 박성서씨.
▲ 취재팀이 27일 오후와 28일 오전에 낚은 붕어들.
▲ 촬영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이평희씨가 또 입질을 받았다. ▲ 삼일절 연휴기간 내내 마릿수 행진이 이어졌던 석산 주변 연안 풍경.
잔디포에서는 5짜 소동으로 혼잡
지난 2월 27일 고창에서 취재를 마치고 철수 준비를 하는데 부평 서진낚시 김재식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부사호에 붕어가 터졌다는 연락을 받고 가는 중인데 올 수 있으면 빨리 오라”는 전갈이었다. 한 시간쯤 지나 김 사장으로부터 또 전화가 왔다. “잔디포에 빈자리가 없어 증산교로 내려가는 중이야. 고속도로 아래도 씨알이 좋다는데 차가 들어갈 수 없도록 땅을 파서 이곳도 안 되겠어. 증산교 쪽으로 갈 테니 그곳에서 만나.”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을 탄 나는 춘장대IC에서 빠져 부사호 우안 중하류의 증산교를 찾아갔다. 증산교가 있는 수로는 부사호 본류 우측의 가지수로다. 흔히 ‘석산 맞은편’으로 부른다. 오후 5시경 현장에 도착했는데, 증산교 주변에도 낚시꾼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김재식 사장은 김영문, 박은섭씨와 함께 증산교 아래쪽 석산 맞은편에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벌써 살림망에 대여섯 마리씩 낚아놓고 있었다. “낚싯대를 펴자마자 입질을 받았다”며 위쪽에 빈자리가 있으니 빨리 펼 것을 재촉했다. 과연 담그자마자 붕어가 낚였다. 몇 년 째 공사 중인 석산에서 들려오는 소음에도 불구하고 찌를 쭈욱 쭈욱 올려주었다.
김영문씨는 “채비를 최대한 갈대수초에 붙여야 입질을 받을 수 있으니 짧은 대 위주로 편성하라”고 일러주었다. 그런데 내 낚시가방에는 전부 긴 대만 있어 옆으로 펼쳐야 했다. 역시나 정면으로 펼친 낚싯대의 찌는 꿈쩍도 않고 갈대 옆에 붙여 놓은 찌에서만 입질이 왔다. 해가 넘어가기 전 다섯 마리를 올렸다. 밤이 되어서도 계속되는 입질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10시가 넘어서자 서서히 소강상태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첫날 초저녁에 벌써 살림망이 두둑해졌다. 김영문씨는 “내일 저녁이면 더 담을 곳도 없겠는데 모래까지 있을 필요 있겠어요? 내일 저녁 장만 보고 그만 올라갑시다”하며 웃어보였다.
▲ “좋구나 좋아!” 인천 김영문씨가 2월 28일 아침, 증산교 아래쪽 석산 앞에서 이어지는 붕어 입질에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그렇게 잘 물던 붕어가 하루만에…
다음날 아침 동이 트기 전 눈을 떴다. 부사호는 오후 4시부터 초저녁까지, 동틀 무렵부터 아침 10시까지 입질이 집중된다. 역시 아침에도 기다렸다는 듯 찌를 올려주었다. 어제와 비슷한 7~9치 붕어 속에서 김영문씨는 월척도 간간이 올렸다. 두어 시간 동안 이어진 속사포 입질은 9시가 지나면서 뜸해졌지만 스윙낚시에서 직공낚시로 채비를 바꾼 박은섭씨는 계속 낚아냈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가지수로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다들 살림망을 담가놓고 있었다. 증산교 아래쪽에서 만난 홍원갯바위낚시 박한옥 사장은 “서해바다가 어한기라 심심해서 민물대를 들고 와봤는데 의외로 붕어낚시도 재밌다”며 살림망을 들어보였다. 증산교 바로 밑에 앉아 있던 이름을 밝히지 않은 군산꾼 역시 살림망을 들지 못할 정도로 붕어를 낚아놓았는데 “이것은 조황도 아니예요.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아침까지(물이 빠지고 난 뒤 바로) 세 사람이서 3관 넘게 잡았는 걸요. 그때는 34~36cm 월척도 많았는데 오늘은 잔챙이만 잡히네요”하며 촬영을 하자니 극구 사양했다. 이 사람들 역시 1.5~2칸의 짧은 대만 펼쳐 수초에 바짝 붙여서 붕어 입질을 받고 있었다.
이날 오후 현장에서 만난 더피싱 회원 군산 장형래씨는 부사호의 호황소식을 서산과 서울의 회원들에게 전했고 네 명의 회원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취재팀이 낚아놓은 붕어를 보고는 깜짝 놀라며 빈자리를 찾아 낚싯대를 펴기 시작했다. 그러나 알다가도 모를 붕어 마음이라더니, 이날이 딱 그 짝이다. 둘째 날 오후부터는 무슨 이유에선지 붕어들이 거짓말처럼 입을 싹 닫아버린 것이다. 다 같이 손맛을 보았으면 좋았을 것인데, 뒤늦게 와 한숨만 쉬는 사람들을 두고 철수하는 취재팀의 발길은 무겁기만 했다.
■취재협조 부평 서진낚시(032-503-4371), 웅천 현대낚시(041-934-7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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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 겁낼 것 없다! 오히려 오름수위 찬스 직전이니까
부사호 낚시의 가장 큰 적은 배수다. 수문을 열어 바다로 물을 빼면 삽시간에 수위가 1m 가까이 줄어버린다. 하지만 이곳의 속성을 잘 아는 꾼들은 오히려 이때를 노려 들어간다고 한다. 웅천 현대낚시 백민기 사장은 “부사호는 유입량이 많아서 물을 빼도 수문만 닫으면 금세 새물이 유입되면서 골자리마다 물이 차오르며 오름수위를 연출한다. 그때는 물이 많이 빠졌던 지류 최상류의 얕은 곳이나 육초대가 잠기는 곳을 노리면 호황이 보장된다. 잔디포가 대표적인 곳”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만수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좋지만 물이 빠졌다고 해서 맥 놓을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