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낚시연합 인천지부 황용하 고문이 2번 수로 중류 연안 부들밭에 찌를 띄우고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최 · 초 · 공 · 개
금호호의 숨은 진주, 해남 흑두수로
지난 6월 목포낚시인들 첫발, 4개 수로에 막대한 붕어자원
Ｉ 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 Ｉ
국내최대 담수호인 영암·금호호에서 대규모 수로 4개가 새로 발견되었다. 이 수로를 찾아낸 주인공은 목포의 강완식씨 외 7명의 붕어꾼. 그들은 수로 인근 마을의 이름을 따 ‘흑두수로’라고 불렀다. 지난 6월에 처음 발견한 뒤 5개월 간 7명이 낚아낸 월척이 수백 마리라고 한다.
흑두수로는 전남 해남군 산이면 부동리에 있다. 금호호 하류 북쪽 연안에 접한 지류로서 모두 4개의 큰 수로로 형성되어 있고 수로를 감싸고 있는 평야는 150만평에 이른다. 이렇게 큰 수로가 왜 지금까지 미답의 상태로 남아있었을까?
“수로로 진입하는 길이 세 곳 있는데 공사를 맡고 있는 업체에서 진입로마다 바리케이트를 치는 등 일반인의 출입을 원천봉쇄해왔기 때문입니다.” 강완식(일식당 금수사 실장)씨는 “동료 중 한 사람이 공사관계자와 친분이 있어 지난 6월부터 출입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낚시를 한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이 수로에 첫발을 내디딘 목포꾼들은 충격적인 조황과 맞닥뜨렸다.
“한마디로 대박이었지요! 그동안 4짜(최대어는 43cm)는 6마리 정도 했고 특히 여름 밤낚시엔 평균 씨알이 32~35cm일 만큼 굵었어요. 돌아올 때 아홉치 이하는 모두 방생할 정도였으니 믿지 못할 조황이 아니겠습니까. 붕어자원이 정말 많은 곳입니다.”
원줄이 맥없이 터져나가거나 낚싯대를 부러뜨리는 일도 여러 번 경험했다고 한다. 지금도 7명의 낚시인이 교대로 출입하며 남몰래 손맛을 만끽하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1인당 적게는 10마리, 많게는 20~30마리씩 낚이던 준월척은 기온이 떨어지면서 마릿수가 줄기 시작하더군요. 또 밤낚시에 활발하던 입질패턴이 낮낚시로 바뀌었습니다.”
▲ 4개의 흑두수로 중 3번수로 전경. 맨바닥이었지만 80cm 수심에서 한낮에 입질이 이어졌다.
▲ 34cm월척붕어를 자랑하는 황용하 고문. ◀ 1박2일 동안 낚은 붕어를 자랑하고 있는 김해관 고문(좌)과 신종관 회원.
“그간 공사업체에서 진입을 막았었다”
나는 강완식씨를 작년 1월 초 진도 군내호 취재 때 만났었다. 지난 11월 하순경 해남과 진도 쪽 조황이 궁금해 강씨에게 전화를 했더니 흑두수로의 실체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그는 “이틀 전에도 39.5, 38cm를 비롯하여 5마리의 월척과 20마리 넘는 준척을 낚았다”고 자랑했다. 일식집에서 근무하는 그는 오후 4시쯤 출근하는데, 낚시는 주로 오전 10시경 출조하여 오후 3시까지 즐긴다고.
나는 즉석에서 강씨에게 취재동행을 부탁했지만 ‘이번 주에는 동행이 어려우니 다른 낚시인들과 내려오라’고 했다. 이틀 동안 수소문 끝에 한국낚시연합 인천지부의 황용하·김해관 고문과 신종관 회원으로 취재팀을 구성하고, 24일 김해관 고문과 신종관씨를 먼저 해남으로 내려 보낸 뒤 나와 황용하 고문은 25일 인천을 출발, 흑두수로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먼저 내려간 두 사람은 강완식씨가 타작을 했다는 2번 수로<지도 참조>에 자리를 잡았는데 의외로 조황은 부진했다. 고작 서너 마리씩 낚았는데 월척은 없고 여덟아홉치급이란다. 비가 내려 기온이 떨어진 탓일까?
25일 오후 4시경 황용하씨와 나는 현장에 도착했다. 수로 주변으로 논을 조성하기 위한 배수로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미개발의 평야엔 갈대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새들이 무수히 갈대 속을 넘나들고 고라니가 수시로 눈에 뜨였다.
2번 수로는 아직 삭지 않은 마름이 연안에 빼곡하여 마름을 넘겨야 찌를 세울 수 있었다. 수심은 80cm~1m. 물색은 흐리다. 케미를 꺾은 뒤 초저녁에 다문다문 입질을 받았지만 씨알은 7~9치. 밤엔 입질이 없었고 다음날 동이 트고 나서 다시 입질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황용하씨가 턱걸이 월척을 연달아 낚는 등 4~5시간을 달려온 취재팀은 이제야 사기가 오르는 듯했다. 그런데, 포클레인 한 대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오늘은 이곳에서 공사를 해야 하니까 다른 곳으로 좀 옮겨달라”며 살아나는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할 수 없이 3번 수로로 옮겨갔는데 2번 수로와 달리 전역이 맨바닥이었다. 수심도 2번 수로보다 얕았다. 연안을 따라 갈대가 밀집되어 자리를 새로 다듬고 나서야 낚시를 할 수 있었다.
얕은 맨바닥에서 월척 쑥쑥
◀ 1번수로 전경.
강완식씨에게 전화를 걸어 3번 수로에 대해 물었더니 “수심은 얕지만 물색이 흐려서 조금만 기다리면 곧 입질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신종관씨가 입질을 받아 꽉 찬 아홉치 붕어를 낚아 올렸다. 최하류 부들밭 주변에 자리를 잡았던 황용하씨도 연거푸 두 마리를 낚아 올렸다. “야, 이거 장난이 아닌데요?” 김해관 고문도 입질을 받았다.
미끼는 자생하는 흰새우였다. 지렁이와 참붕어는 전혀 건들지 않았다. “낮에도 지렁이를 거들떠보지 않다니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모두 황당해했다. 11시 무렵 황용하씨의 낚싯대가 크게 휘어졌다. 34cm 월척, 이날의 최대어였다. 정오가 넘어서자 거짓말처럼 입질이 뚝 끊겼다.
강완식씨가 그제야 나타났다. 우리는 오후 4시까지 낚시를 계속했지만 입질을 받지 못한 채 철수했다. 취재팀은 2박3일 동안 34cm 붕어를 포함해 총 40여 마리의 붕어를 낚았다. 그러나 철수하기 위해 황 고문이 살림망을 드는 순간 아연실색했다. 살림망 바닥이 뜯어진 줄도 모르고 붕어를 계속 넣었던 것이다. 우리는 인천으로 돌아오는 차 속에서 한참 웃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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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새우만 통하는 흑두수로의 신비
해남군 산이면 부동리에 있는 흑두수로는 모두 4개의 수로로 형성되어 있다. 수로 하나의 길이는 각각 1~2km. 이곳을 발견한 목포꾼들은 금호호 하류부터 상류 쪽으로 편의상 1~4번 수로라고 번호를 붙였다<지도 참조>. 그중 낚시가 가장 잘 되는 곳은 2번과 3번 수로다.
1번 수로
4개의 수로 중 폭이 가장 넓고 수초 분포도 잘 되어 있어 보기엔 멋지지만 망둥어의 성화가 너무 심해 낚시를 못할 정도라고.
2번 수로
연안을 따라 마름이 분포해 있으며 좌우측 중하류 어디에 앉아도 무난한 조황을 거둘 수 있다.
3번 수로
최하류 수문 근처와 군데군데 부들이 밀생해 있을 뿐 전역은 수초가 없는 맨바닥이지만 맨바닥에서 입질이 잦다. 바닥에 말풀이 있는지 채비에 삭아 내린 풀이 가끔 걸려나왔다.
4번 수로
채비를 넣지 못할 정도로 수초가 밀생하여 수초 작업을 해도 낚시가 어려울 정도라고. 목포꾼들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그동안 전혀 낚시를 시도하지 않았다.
이 수로들은 하류를 제외한 중상류는 찌를 세우지 못할 정도로 수심이 얕다. 미끼는 현장에서 채집되는 백새우가 독보적이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지렁이나 참붕어는 전혀 듣지 않았다. 채집망에 들어온 백새우는 씨알이 잘아 큰 바늘에 3~4마리씩 꿰어 써야 한다. 낚시점에서 파는 새우도 듣기는 하지만 껍질을 벗겨줘야 먹는다고 한다. 흑두수로 조황에 대해 문의하려면 목포 뉴목화낚시로 전화를 해 강완식씨를 찾으면 된다. 강씨는 주로 오전에 낚시점에 있다.
■가는 길 목포에서 영산강하구둑과 영암방조제를 차례로 지나 해남과 진도로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좌회전, 10분 정도 달리면 상공리 삼거리에 닿는다. 이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자마자 정확히 4.6km 진행하면 흑두수로로 진입하는 입구다. 11시 방면으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 가다 좌회전. 공사장 사무실을 지나 도로가에 세워진 입간판을 지나자마자 우회전한 뒤 막다른 길까지 간 다음 좌회전하면 취재팀이 낚시한 흑두수로 2번 수로 수문에 보인다.
전국낚시지도 316p B4 아이코드 042-952-2233(흑두수로 입구)
■취재협조 목포 뉴목화낚시 061-284-5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