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갖 고생 끝에 겨우 찾아낸 해남 석계수로 상류에서 낚시 중인 부평 서진낚시 회원들.

영암호 석계수로 몽유조행 몽유조행 夢遊釣行

어둠 속을 헤매다 불빛 보고 찾은 곳이…

글 사진 김재식 부평 서진낚시 대표

꽃샘추위 때문에 출조를 망설이는데 회원들이 먼저 성화를 부린다. 4월 4일~6일 2박3일 여정으로 출조날짜를 잡았다. 목적지는 태안 이원수로. 그러나 소문과 달리 이원수로는 정오가 지나도록 잔챙이만 달려든다. 그때 인천의 한 지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저번 주부터 해남 산이수로에서 월척붕어가 마릿수로 낚이고 있다. 오늘도 보트를 싣고 산이수로로 가는 중이다.”
아,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회원들을 설득하여 해남으로 다시 달렸다.
산이수로는 1447만평이나 되는 광활한 영암호의 한 가지수로다. 초행길이라 쉽게 찾기 어려울 것은 예상했으나 캄캄한 한밤중에 들판으로 들어서니 완전 오리무중. 먼저 도착한 지인과 통화를 해가며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그와 다시 통화를 시도했으나 더 이상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큰일 났다! 암흑 속의 허허벌판에서 이게 무슨 고생이람.”
세 시간 이상을 헤매다가 마침내 저 멀리서 차량의 전조등을 켜놓고 보트를 펴는 낚시꾼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기 보트 펴는 사람들이 일행 아니야?”

“드디어 찾았다.”
사막에서 오아이스를 만난 기쁨이 바로 이런 기분일까? 불빛을 따라 현장에 도착하니 이미 낚시꾼들은 보트를 타고 들어가고 없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 눈을 떠보니 아침 6시가 넘었다. 아침밥을 해 먹고 7시가 되어서야 우리는 자리를 찾아 흩어졌다.
나는 부들밭을 찾아 30, 34, 38, 40대를 펴고 지렁이를 달아 던졌다. 우측의 빽빽한 수초구멍을 찾아 50, 5.5대로 뻥치기도 깔았다. 5분도 안되어 뻥치기대에서 먼저 입질이 왔다. 마수걸이에 33cm 월척!
“이 맛에 남도 원정낚시를 하는구나!”
8시경 스윙낚시 40대의 찌가 쭈욱 솟는다. 챔질을 했지만 얼마나 힘이 좋은지 도무지 나오질 않더니 녀석의 힘에 그만 낚싯대가 두 동강 나고 말았다. 이 허무함이란! 4짜 후반은 되리라 생각하니 속이 쓰려왔다. 다른 40대를 찾아 그 자리에 또 넣었으나 입질은 없다. 30분 후 뻥치기대에 입질을 받았는데 이 녀석도 만만치 않다. 계측자에 올려보니 38cm. ‘아, 얼마 만에 맛보는 손맛이란 말인가.’ 작년 이맘때 원남지에서 비슷한 씨알을 낚은 뒤 근 1년 만이라 더욱 기뻤다. 그 뒤로 10시까지 4마리를 더 낚았으며 옆에 있던 박병철씨도 3마리를 낚았다. 몽땅 월척이었다.
한낮에는 입질이 뜸했고 해거름이 되어서 또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 세 시간 동안 나 혼자 3마리를 더 낚았다. 역시 모두 월척. 멀리 떨어져서 낚시를 하던 회원 두 사람도 제법 많은 붕어를 낚았는데 월척과 준척이 3:7 비율이었다.

▲ 필자의 낚시자리.                                                         ▲ 필자의 석계수로 조황. 몽땅 월척이다.

▲ 박병철 회원이 석계수로에서 첫날 아침에 낚은 월척붕어를 들고.

두 동강 난 낚싯대, 38cm로 화풀이

다음날(6일) 아침, 7시까지 4마리의 월척을 낚고 나니 입질이 뜸해졌다. 철수를 하기 위해 모두 모였다. 4명이 낚은 붕어는 40여 수, 월척만 20여 마리다.
나오는 도중에 만난 현지 낚시인들로부터 우리가 낚시했던 곳이 실은 산이수로가 아닌 석계수로 상류쯤이라는 것을 알았다. 석계수로 하류로 간 지인 일행의 보트 조황은 우리의 1/3 수준이었다. 캄캄한 밤중에 헤매다가 지인과 길이 엇갈린 것이 결국 행운을 낳은 셈이다.
※석계수로 상류는 낚시춘추 4월호에 소개된 바 있다. 그 사실도 낚시춘추 이기선 기자와 통화하다가 알았다. 바다처럼 넓은 영암호에는 신비에 싸인 월척 소굴들이 정말 많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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