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수기 때 좋은 고복지 우측 중류 버드나무 주변. 수몰된 나무 사이에서 입질이 잘 온다. 3월 21일 저녁과 22일 아침, 고복지 산 밑 포인트에서 대형붕어를 낚아 올린 피싱데이 회원들. 뒷줄 좌측부터 이영훈(38cm), 최민우(44cm), 문운영(40.5cm), 최근호(39cm).
3년의 침체기 딛고
연기 고복지가 살아났다
봄철의 4짜 확률은 전국 최정상급
떡밥 단단하게 뭉쳐 넣고 우직하게 기다려라
이기선 기자 saebyek@paran.com
“4짜 낚으려면 고복지에서 일주일만 버텨라”는 말이 있다. 충남 연기군 서면 고복리에 있는 고복저수지(25만8천평)는 매년 봄마다 4짜 붕어들을 토해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2006년 상류 축대공사 후 포인트 여건이 파괴되면서 침체기를 겪었으나 올 봄 3월 21~22일에 최상류에서 대형 붕어가 속출하면서 옛 명성을 되찾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복지의 명성은 대단하다. 2005년 3월엔 전설적 조황을 쏟아냈다. 당시 한 달 동안 53cm(비공식)를 최대어로 4짜를 마릿수로 쏟아냈고 그 사건을 계기로 일약 대물낚시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듬해인 2006년 연기군에서 군립공원을 조성한답시고 최상류에 축대를 쌓았다. 그 공사로 권농교 주변의 버드나무들을 몽땅 베어냈고 바닥의 수초까지 긁어내어서 알토란같은 포인트들이 사라졌다. 조황은 급격히 떨어졌고 고복지를 찾던 단골꾼들도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3년 후인 올 봄 고복지가 살아났다. 최상류 권농교 좌우측 연안에서 3월 중순부터 하루에 한두 마리씩 4짜가 비치더니 주말인 3월 21일 저녁부터 쏟아지는 봄비와 함께 이곳저곳에서 4짜 전후의 대형 붕어들이 쏟아졌다. 단골꾼의 말에 따르면 22일 오전까지 상류 전역에서 37, 38, 41, 41.5, 42, 44cm 등 줄잡아 20여 마리 가량의 대어가 배출되었다고 했다. 피싱데이 회원 최민우씨는 일요일 오전 9시경 당일 최대어인 44cm 붕어를 낚아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비가 그친 다음날부터 기온이 떨어졌고 3월 말까지 소강상태를 보였다. 그러다 4월 초순이 되어서야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는데 3월 중순의 호황은 아직 재현되지 못하고 있다.
기자가 고복지를 찾은 3월 30일에는 3마리의 대형붕어가 낚였다. ‘낚시점 앞에서 46cm가 낚였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직접 본 사람은 없었다. 산 밑 포인트에서 대전꾼 이용엽씨와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낚시인이 38, 39cm를 낚아 올렸다. 3월 중순 산 밑에서 42.5cm를 낚아냈던 청주 봉명낚시 회원 이영근씨는 4월 7일 낮낚시에 5마리의 월척을 낚았다는 낭보를 전해왔다.
초반시즌 첫 조황은 산 밑에서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우측 낚시점 앞 주변의 조과가 월등해지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는 낚시점 앞의 수심이 산 밑에 비해 얕지만 일조량이 좋기 때문이라는 것이 단골꾼들의 주장이다.
4월 중순 이후의 고복지 전망은 다소 어둡다. 예년의 경우를 볼 때 4월 15일을 전후하여 모내기에 대비해 조금씩 물을 빼면서 조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단골꾼 문운영(피싱데이 회원, 닉네임 시인과농부)씨는 “올해는 수량이 많은 편이어서 본격적인 농번기에 접어드는 5월 초순까지는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희망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 고복지 중상류 철탑 포인트에서 바라 본 최상류. 왼쪽이 산 밑 포인트며 정면에 권농교가 보인다. 다리 우측에는 조각공원과 수영장이 있다.
산 밑에서 낚시점 앞 상류로 대어들 이동징후
◀ 이름을 밝히기 꺼린 낚시인을 대신해 피싱데이 문운영씨가 월척 붕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문운영씨는 이틀 뒤 32, 36, 38cm 등 3마리의 월척을 낚았다.
고복지는 과거 신병훈련소로 불릴 정도로 붕어 마릿수가 좋은 곳이었으나 2000년 초반 배스가 유입된 뒤 대물터로 변모했다. 미끼는 배스 때문에 떡밥, 글루텐 위주로 사용한다. 연중 3월 중순~4월 초에 반짝 대물호황을 보인다.
고복지 봄 대물 포인트는 모두 세 곳으로 압축된다. 최상류에 있는 권농교를 중심으로 좌측 산 밑과 조각공원 앞 석축, 그리고 건너편 낚시점 앞 새물 유입구 주변이다. 고복지 단골꾼들을 대상으로 고복지에서 4짜를 낚을 수 있는 각자의 비법을 물어봤다. 특별한 뭔가를 기대했던 나는 다소 실망했다. 그러나 모든 이의 대답이 일치하니 정답이나 다름없었다.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4짜 자리는 따로 없다. 오늘과 내일의 조과가 달라지듯 자리 역시도 달라진다. 단지 자리를 잡으면 떡밥을 던져놓은 뒤 우직하게 기다리는 방법이 최고”라고 말했다.
청주 봉명낚시 이일승 사장은 “건탄떡밥과 글루텐을 미끼로 쓰되 한 번 던지면 최소 한두 시간 이상은 건드리지 말 것”을 강조했다. 피싱데이 신인섭 운영자는 “초반에는 짧은 낚싯대에도 입질이 오긴 하지만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 낚싯대 길이가 길수록 유리할 것”이라며 “찌맞춤은 예민할 필요 없다. 떡밥에도 새우처럼 시원스럽게 찌를 올려준다”고 말했다. 청주꾼 이영근씨는 “큰 씨알일수록 아침 해뜨기 직전 배출될 확률이 높다. 4월에 들어서면 한낮에도 종종 낚이므로 최소한 오전 11시까지는 버텨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싱데이 문운영 회원은 “낚시하기 전에 물속 풀들을 모두 걷어낸 뒤 낚시해야 한다. 종종 풀 때문에 미끼가 보이지 않거나 바닥에 안착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5월 초순 갈수기가 되면 고복지의 대물붕어들은 산란을 모두 마치고 모습을 감춘다. 갈수에 맞춰 낚시장소도 중류와 하류로 옮겨진다. 이후 갈수에서 안정을 되찾고 난 뒤나 장마철 오름수위 때 또 한 번의 호황을 기대할 수 있다. 오름수위 때 육초대가 잠기면 떡밥 외에 지렁이도 잘 먹힌다. 갈수기때 주요 포인트는 우측 중류 버드나무골과 하류의 정자가 있는 포도밭 앞이다. 오름수위 포인트는 좌측 중상류 철탑 밑과 하류의 식당 주변이다.
▲ 3월 21일 고복지 산 밑 포인트에서 밤 10시경 42.5cm를 낚은 청주 이영근씨. 건탄떡밥을 사용했다고.
◀ 갈수기 때 좋은 고복지 우측 중류 버드나무 조변. 수몰된 버드나무 사이에서 입질이 온다.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청주IC에서 나와 조치원 방면으로 좌회전. 강내면과 강외면을 지나 조치원역까지 간다. 역 앞에서 우회전. 100m 정도 가다 교리사거리에서 연기군청·의회 방면으로 좌회전, 지하터널을 지나자마자 좌회전한다. 군립공원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한 뒤 약 2km 가면 성재삼거리에 닿고 고복지군립공원을 보고 우회전하면 이내 고복지 제방에 닿는다.
●전국낚시지도 153p D6 아이코드 939-267-3513
■취재협조(043) 청주 봉명낚시(266-1788), 낚시웹진 피싱데이(www.fishing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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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복지와 쌍벽 이루는
진천 덕산지의 상황은 어떤가?
충북 진천군 덕산면 신척리의 덕산지는 고복지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또 하나의 대물터다. 그래서 고복지로 출조하는 대물꾼들은 늘 덕산지의 조황에도 관심을 둔다. 올 봄 덕산지는 3월 중순 반짝조황 뒤 기온이 떨어지면서 이렇다 할 조황이 없다. 4월 초순부터 조황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몰리는 낚시인의 숫자에 비하면 아직 저조한 편. 4월 8일 현재 산란이 시작되었으며 상류 곳곳에서 몸을 뒤집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상류 비닐하우스 일대에서 초저녁에 30~35cm급 두세 마리 정도 배출되고 있는 상황. 입질시간대는 오전에서 밤으로 돌아섰으며 기온이 오른 탓인지 수심 70cm 이내의 얕은 곳에서 배출되고 있다. 산란이 끝나는 4월 중순경 대물 입질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