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안공설운동장 조명탑 때문에 대낮처럼 환하게 밝은 둠벙. 함안낚시 이강풍 사장과 세공수제찌 이기붕 사장이 붕어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다는
함안의 ‘붕어샘’ 가야둠벙의 신비
대구 세공수제찌 이기붕 사장으로부터 낭보가 날아들었다. “지금 내려오면 월척 붕어를 실컷 구경할 수 있다”며 빨리 내려오란다. 그곳이 어디냐고 묻자 일단 내려오면 가르쳐주겠단다.
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
2월 18일, 4월호 편집회의를 끝내자마자 바로 대구로 내려갔다. 대구역에서 나를 차에 태운 이기붕 사장이 달려간 곳은 경남 함안군 가야읍의 함안낚시점. 이강풍 사장이 나를 반겨준다. 낚시점의 커다란 수족관에는 준척월척 붕어로 빼곡하다. 50마리는 족히 될 듯.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날이 포근했던 엊그제 토요일 밤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우리 낚시점 회원 두 명과 함께 낚은 조과입니다. 그때 오셨더라면 좋았을 텐데요.” 이강풍 사장은 “월요일부터 영하의 기온으로 다시 떨어져 주춤한 상태지만 그래도 취재꺼리는 충분히 나올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그날 저녁 나와 이기붕, 이강풍 사장 세 명은 가야둠벙<뒷장 지도의 A> 맨 우측에 나란히 앉아서 파라솔 텐트를 치고 밤낚시를 했다. 미끼는 짝밥(지렁이와 글루텐). 이강풍 사장은 “이 자리는 주변보다 수심이 얕은 곳인데 어제까지 마릿수가 제일 좋았던 곳”이라며 기대를 부풀게 했다.
포근했던 낮과 달리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져 히터가 없이는 버티기 어려울 정도였다. 현장에는 우리밖에 없어 소문이 나지 않았다는 게 맞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런 것도 아니었다. “이곳 사람들은 아무리 많은 월척이 낚인다고 해도 비가 오거나 날씨가 추워지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낚시를 할 수 있으니 좀 게을러요.” 이강풍 사장이 말했다.
“가야둠벙은 오전과 초저녁에 입질이 제일 잦은 곳인데 오늘 초저녁은 바로 옆의 공설운동장에서 선수들이 야간 훈련을 하는 날이어서 입질 받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운동장 야간조명은 밤 10시쯤 꺼지니 그때부터 기대해봅시다.” 그러나 조명탑이 9시 30분에 꺼진 후로도 붕어 소식은 없었다. 동틀 무렵까지 이기붕 사장이 월척 2마리, 내가 준척 붕어 한 마리를 낚는데 그쳤다.
▲ 세공수제찌 이기붕 사장이 새벽 2시경 월척붕어를 끌어내고 있다.
▲“팔이 아플 정도로 낚았습니다.” 이강풍 사장이 2월 15일 주말 오전에 낚은 붕어들을 깔아놓고 포즈를 취했다.
◀ 아침에 이강풍 사장이 혼자 붕어를 끌어내느라 신이 났다.
날 밝고 이강풍씨 혼자 12마리 타작
날이 밝고 나자 이강풍 사장이 둠벙 중앙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옮기자마자 입질을 받기 시작하더니 9치부터 33cm까지 연달아 끄집어낸다. 미끼는 글루텐. 글루텐에 씨알이 굵고 입질도 더 시원스럽다고 했다. 이기붕 사장과 나는 이강풍 사장이 한 시간 동안 12마리를 끄집어내는 광경을 구경만 해야 했다. 손님 접대가 이래서야 되겠나! 더 열 받는 것은 늦게 온 이보구씨와 조창래씨가 이강풍 사장이 원래 앉았던 자리에 앉자마자 입질을 받기 시작했고 이보구씨는 이날 최대어인 34cm를 낚아 올렸다. 낚시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수수께끼와 같은 것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었다.
마감에 돌입한 3월 9일 이강풍 사장과 통화를 했다. “날씨가 풀리면서 며칠 붕어가 또 쏟아졌는데 소문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린 탓인지 지금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가는 길 남해고속도로 함안I.C에서 빠져나와 우회전하면 도로 좌측에 함안낚시가 보이고 신음천 다리를 건너기 직전 우회전하여 약 300m 가면 공성운동장을 지나자마자 도로 오른쪽으로 가야둠벙이 보인다.
■취재협조 함안 함안낚시(055-584-2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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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의 붕어 화수분 가야둠벙
<그림 A> <그림 B>
함안공설운동장 바로 옆에 있는 함안천 옆 배후습지에 1천평, 2천평 규모의 둠벙 두 개가 나란히 있다. 해마다 초봄에 붕어가 쏟아져 현지꾼들이 재미를 보곤 한다. 독립된 둠벙처럼 보이지만 신음천과 연결되어 있으며 여름철 우기에 수위가 불면 남강 물이 악양수로를 거쳐 이곳 가야둠벙까지 들어차는데, 이때 남강의 붕어들이 대거 유입된다. 그래도 낚시인들이 매년 수천 마리의 붕어를 낚아내는데도 끊임없이 배출되는 것은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고.
가야둠벙의 최고 시즌은 3~4월 두 달. 얼음만 얼지 않으면 겨울낚시도 잘 된다. 수온이 오르는 6월 이후에는 블루길과 배스 때문에 낚시가 어렵다. 10월부터 12월 말까지 가을 시즌을 맞는다. 미끼는 글루텐과 지렁이를 사용한다. 지렁이에 입질이 빠른 편이지만 글루텐에 더 굵은 붕어가 낚인다고.
<그림>의 A둠벙이 취재팀이 낚시했던 곳으로 가장 많은 붕어가 쏟아졌다. 수심은 60cm부터 3m까지 다양한데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깊어진다. 연중 붕어 입질은 60cm~1m 수심에서 잦다. 그러나 원래는 공설운동장에 가까운 B둠벙이 일급 명당이라고 한다. 면적이 넓고 앉을 자리도 많은데 올 봄엔 물색이 맑아 조황이 없다. 수심은 80cm~2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