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찌 슬로프낚시는 일반 내림낚시와 달리 입질 시간이 길다. 24cm짜리 붕어가 물찌를 밀어 올리는 모습. 대개 물찌가 물속으로 사라질 때 챔질을 하는데 거의 허탕이 없다.
붕어낚시 신기법
‘물찌’ 슬로프낚시, 경북에서 돌풍
친수성 도료 입힌 ‘물 먹는 찌’의 등장
내림채비에 옥수수 달아 씨알+마릿수 환상조과
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
이른바 ‘물찌’를 이용한 옥수수 내림낚시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어떤 악조건에서도 붕어를 낚을 수 있다!” “반경 2m 내의 붕어는 다 낚인다!” 파다한 소문의 실체를 찾아 6월 28일 경산으로 내려갔다.
신기법의 핵심은 두 가지다.
●물 먹는 찌 제조업자에 따라 ‘백초찌’ 또는 ‘놀림찌’란 상표명으로 등록된 이 새로운 찌의 특징은 ‘물을 머금는 친수성 표면처리’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흔히 ‘물찌’라 부른다. 일반 방수성 찌 몸통 위에 물을 빨아들이는 특수도료를 다시 입혀서 ‘찌가 입수되면 부력이 점점 작아져서 극도의 예민성을 발휘한다’는 게 물 먹는 찌, 즉 ‘물찌’ 사용자들의 말이다.
●옥수수 미끼 채비의 기본 틀은 내림낚시(그중 두 바늘이 모두 땅에 닿는 슬로프낚시)다. 다른 점은 일반 찌 대신 물찌를 쓰는 것과 떡밥 대신 옥수수를 쓴다는 것. 떡밥보다 딱딱하고 바늘에서 떨어지지 않는 옥수수를 사용함으로 해서 씨알 선별력을 높이고 다대편성이 가능하다. 그래서 애호가들은 “이 채비로 씨알과 마릿수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고 자랑한다. 월척을 넘어 4짜붕어까지 낚여 ‘대물내림낚시’라 부르는 이들도 있다.
▲ “대낮에도 굵은 씨알을 마릿수로 낚을 수 있다니 신기하지 않나요?” 경산 붕어낚시연구소 정홍수 회장이
삼정지에서 ‘물찌 슬로프낚시’로 낚은 붕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기자가 이 물찌를 최초 개발했다는 박인수(59)씨를 만난 것은 경산 붕어낚시연구소 정홍수 회장을 통해서였다. 정 회장은 지난 4월 초순에 박인수씨를 만났고, 물찌 슬로프낚시에 대해 반신반의하다가 최근 6월의 세 차례 출조를 통해 그 위력을 실감했다고 한다. “이 채비에 대해서는 이미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효과가 좋을 줄은 몰랐다”며 흥분했다.
정홍수 회장은 “저수지마다 배수를 하고 있어 낚시인들이 대부분 몰황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물찌 슬로프낚시로 자인면 소재의 적제지에서 믿지 못할 마릿수 조과를 올렸다. 나 혼자 밤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 15~31cm 붕어 38마리를 낚았다. 그날 밤낚시를 했던 10여 명의 낚시인들은 모두 빈 살림망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터가 센 계곡지에서도 실험해보았는데 31, 28, 25cm 세 마리를 낚았고, 바닥낚시를 한 세 사람은 꽝을 쳤다고 한다.
물 먹는 찌가 등장한 지는 3~4년 됐다. 그간 낚시방송(FS-TV)에서도 여러 차례 방영이 되어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방송에선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오히려 이 채비를 사용해 풍족한 조과를 올린 낚시인들의 입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부제지에서 효능 확인, 기자도 깜짝!
경북지방에는 물찌 슬로프낚시에 매료된 낚시인들이 많다. 경산 배병구씨(39, 진량읍 봉회리)는 1년이 채 안된 초보낚시꾼인데 이 채비를 사용한 뒤부터 낚시 갈 때마다 10마리 이상씩 낚아 “붕어를 시장에서 사온 것 아니냐?”며 의심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또 이홍식(45, 자인면 거주)씨는 10년 조력에 꽝조사로 무시를 당해 왔으나 이 채비를 배우고 난 뒤부터는 큰 소리를 치고 있다고 한다.
정홍수 회장은 “지금까지 대물낚시를 해오면서 배수가 진행 중일 때는 붕어가 깊은 곳으로 들어가 먹이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채비를 사용해보니 악조건 속에서도 붕어는 여전히 입질을 하고 있었고 다만 무딘 채비로는 그 사실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을 몸소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오전에 찾아간 부제지에서 연거푸 붕어를 끌어내고 있는 정홍수 회장.
▼ 옥수수를 먹고 나온 붕어. 대개 아랫바늘을 물고 나온다.
물찌 슬로프낚시의 효과를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 경산시 자인면 단북리에 있는 부제지를 찾았다. 대경대학 정문 앞에 있는 6천평짜리 못으로 붕어 씨알은 크지 않아도 주간에 입질이 잦은 곳이다. 정홍수 회장이 물찌 슬로프낚시를, 손은식씨가 바닥낚시를 하면서 조과를 비교해보기로 하고, 최상류 우측 연안에 나란히 앉았다. 옥수수를 미끼로 쓰는 정홍수 회장은 두 대를 펴고, 손은식씨는 4대를 폈으며 지렁이, 글루텐, 콩 등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했다.
나는 이 채비를 개발한 박인수씨에게도 실험 장소에 함께 나와줄 것을 거듭 부탁했지만 그는 “나는 매스컴에 나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며 사진 촬영은 거절하고 인터뷰만 응낙했다(인터뷰 내용은 박스기사 참조).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 마릿수를 셀 수 없을 정도의 붕어가 낚였다. 15cm 전후의 잔 씨알이 무작위로 덤비는 통에 두 채비의 우열비교 실험이 불가능했다. 점심을 먹고 난 뒤 씨알이 좀 더 굵은 곳을 찾아 자인면소재지에서 가까운 삼정지로 옮겼다. “입질은 뜸한 편이지만 낮에도 중치급부터 준척까지 낚을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삼정지는 두 개의 못이 붙어 있는데, 그중 큰 못의 ‘말무덤’ 앞에 자리했다. 손은식씨는 빽빽한 마름 속에 4대를 폈으며, 정홍수 회장은 마름 사이의 맨바닥을 노려 세 대를 폈다. 부제지와 달리 이곳에서는 입질이 정말 뜸하다. 정홍수 회장은 찌 주변으로 옥수수를 한 주먹씩 뿌려주었다. “지금 이 시간이 하루 중 제일 입질이 없을 시간입니다. 이렇게 입질이 없을 땐 옥수수를 뿌려주어야 하는데, 20~30분 후에는 분명히 입질이 나타납니다.”
정말 10분 정도 흐른 뒤에 정홍수 회장의 물찌에 입질이 왔다. 옥수수를 물고 나온 녀석은 25cm 붕어. 찌가 솟다가 옆으로 끌리며 물속으로 사라지는, 전형적인 물먹는 찌의 입질이었고, 붕어는 옥수수를 목구멍까지 삼킨 상태였다.
손은식씨는 지렁이로 18cm 붕어를 낚아냈다. 해질 무렵까지 정 회장이 12마리, 손은식씨가 5마리를 낚아 올렸다. 정회장이 낚은 붕어들이 20~29cm로 굵은 반면 손은식씨가 낚은 붕어는 10~22cm에 불과했다. 챔질성공률도 물찌 슬로프낚시가 앞섰다. 오르내리던 찌가 완전히 물속으로 빨려들 때 채면 99%의 챔질 성공률을 보여주었다.
저녁을 먹고 야간낚시에서는 기대보다 입질 빈도가 적었다. 하지만 씨알은 25~28cm로 굵었다. 밤 11시가 넘어서자 입질이 끊어져 실험은 종료되었다.
■취재협조 경산 조일낚시(053-851-1733)
▲물찌 슬로프낚시에 필요한 채비들.
물찌 찌맞춤법
채비는 내림낚시와 동일하다. 원줄에 찌스토퍼→유동찌고무→찌스토퍼→찌스토퍼→편납홀더→찌스토퍼→도래 순으로 끼우고, 단차 8cm 정도의 두바늘채비(33cm+25cm)를 단다.
찌를 유동찌고무에 꽂고 전체 채비를 물속에 담가 완전히 수분을 흡수할 때까지 기다린다. 이때 찌톱에 방울케미도 꽂아야 한다. 즉 미끼를 제외한 모든 채비를 수조 속에 놓고 맞춘다. 처음에 좀 무겁게 말아서 단 편납을 조금씩 오려가며 찌톱이 수면 밖으로 7cm 정도 뜨게 맞추면 된다. 이때 바늘은 바닥에 닿지 않아야 한다.
낚시터 현장에 도착하면 미끼인 옥수수를 메달아 수심을 맞추는데, 이때 역시 찌톱이 수면 밖으로 7cm 정도 나오게끔 한다.
인 터 뷰
물 먹는 찌 최초 개발자, 박인수씨
1. 이 찌의 장점은?
첫째 탁월한 조과다. 주변의 붕어는 거의 다 낚아낼 수 있다. 또 찌의 움직임을 보고 잔챙이, 중치, 준척급, 월척급까지 모두 정확히 씨알을 감지할 수 있다. 둘째 배수기 등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붕어를 낚아 낼 수 있다. 셋째는 옥수수를 미끼로 사용하기 때문에 헛챔질이 거의 없으며 씨알 선별력도 크다. 넷째 편안한 낚시를 즐길 수 있다. 가장 예민한 낚시지만 입질 타이밍이 길기 때문에 여러 대의 낚싯대를 사용할 수 있다. 다섯째 20cm 이상만 되면 항상 같은 일정한 찌놀림이 나타나기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붕어를 낚을 수 있다. 찌놀림이 방정맞거나 빠르면 잔챙이, 느리면 대물이다. 이 채비로 4짜를 낚은 적이 있는데, 당시 담배 한 개비 다 태울 때까지 찌놀림이 이어져 챔질타이밍을 기다리다 지겨워 죽는 줄 알았다(웃음). 이 채비를 사용하면 일반 낚시에 비해 한 단계 씨알이 굵게 낚이며 낮에도 충분히 월척을 낚을 수 있다.
2. 물 먹는 찌란 무엇인가?
좀 더 예민한 찌가 없을까 연구를 하다 2000년에 물 먹는 찌를 개발하게 되었다. 일반 찌는 부력을 가져 수면에 뜨지만 이 찌는 3초 내에 물을 흡수하여 수면에서 반쯤 잠기게 된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찌 중 이 찌만큼 예민성이 좋은 찌는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일반 찌가 6푼을 먹는다면 이 찌는 4푼이면 찌맞춤을 할 수 있다(물을 먹인 뒤에 찌맞춤을 한다). 그로 인해 최대의 예민성을 발휘한다. 찌톱에 실잠자리가 앉아도 가라앉을 정도다.
3. 물을 먹으면 찌로서 역할을 하지 않는 것 아닌가?
아니다. 찌 전체가 물을 먹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찌 몸통 소재인 오동나무 표면에 먼저 8~9회 방수 도장을 되풀이한다. 그런 다음 3회에 걸쳐 친수성 도장(영국産)을 칠해 물을 먹게 한다. 즉 방수찌 바깥에 물 먹는 스펀지를 입힌 격이라 이해하면 편하다. 물에 입수하면 부력은 반으로 줄어 스스로 예민성을 갖춘다.
4. 물찌는 오동나무로 밖에 만들 수 없나?
아니다. 통공작이 온도나 압력 등에 변화가 없어 제일 좋았으며 오동나무가 두 번째였다. 그러나 통공작은 현재 수입제작을 할 수 없어 차선책으로 오동나무를 사용하고 있다.
5. 일반 내림채비와 무엇이 다른가?
찌를 제외하면 일반 내림낚시채비와 별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낚싯줄과 바늘은 좀 다르다. 낚싯줄, 즉 원줄과 목줄은 가늘고 강하면서도 물에 가라앉지 않는 게 좋다. 카본함량이 10~15%가 들어 있는 나일론 줄을 사용하고 있다. 호수는 원줄은 1.5~2호, 목줄은 1~1.5호가 좋다. 1호 목줄로 90cm 잉어도 끌어낸 바 있다. 바늘도 물의 비중과 거의 흡사한 가볍고 코팅된 바늘을 사용하고 있다.
또 내림낚시는 찌놀림이 짧아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헛챔질이 많은 반면 이 채비는 입질을 한 뒤 미끼를 물고 도망가는 붕어를 낚는 것이어서 거의 헛챔질이 없으며 예신에서부터 챔질까지 긴 여유 시간이 있어 여러 대의 낚싯대를 사용할 수 있다.
6. 내림낚시와의 조과 차이는 얼마나 되나?
내림낚시 채비로 10마리를 낚는다면 이 채비로는 100마리를 낚을 자신이 있다.
7. 사용 장소가 한정적이지는 않나?
아니다. 맨바닥, 수초지대, 마사토, 진흙바닥 등 가리지 않고 다 사용할 수 있다. 단지 수초가 너무 빽빽하여 구멍을 노리는 낚시만큼은 어렵다.
8. 미끼는 꼭 옥수수만 사용하나?
아니다. 떡밥, 지렁이, 새우, 콩 등 어느 미끼를 사용해도 된다. 단지 옥수수가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도 잘 듣는다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서 알았다. 또 옥수수를 사용할 때 가장 이상적인 찌놀림과 챔질타이밍이 나온다. 옥수수 미끼를 테스트하기 위해 강원도 최북단 평화의 댐까지 찾아가기도 했다.
9. 이 채비도 단점이 있는가?
물론이다. 채비가 가볍다 보니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라든지 물흐름이 있는 곳에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10. 낚시를 할 때 왜 찌톱을 수면 밖으로 7cm 내 놓아야 하나?
그 상태에서 가장 이상적인 찌놀림(솟아오르다가 수면으로 입수하는)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11. 초보자도 이 채비로 쉽게 붕어를 낚을 수 있나?
물론이다. 하지만 꼭 이 채비에 맞는 찌와 줄, 바늘, 목줄 길이와 단차 등을 갖췄을 때만 성능을 발휘한다.
12 사용하는 시기가 따로 있나?
없다. 한겨울부터 한여름까지 언제 사용해도 다른 낚시에 비해 압도적인 조과를 선사한다.
※수작업으로 만드는 물찌는 손이 많이 가는 만큼 하루 생산량이 20개 정도로 적고 가격도 비싼 편이다.
▲오후 2시부터 밤 11시까지 물찌 슬로프낚시와 바닥낚시 채비를 사용했던 정홍수 회장과 손은식 회원이
실험 종료 후 각자 낚은 붕어를 펼쳐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