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중순에 반짝 조황을 보였던 이원수로 최상류. 갈대와 부들 속에 살찐 붕어들이 알알이 박혀 있다.

가을의 길목에서

붕어 호황 임박한 태안 이원호

갈밭 언저리에 먼저 가서 기다릴래

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

찌를 보다 문득 하늘을 본다. 어느덧 하늘이 저리 푸르고 저만치 훌쩍 높아져 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어오는 걸 보면 계절은 속일 수 없나보다.

완강하게 퍼렇던 수초들도 어느새 물기를 털어내고 노릇노릇 가을볕에 익어가고 있다. 수초가 삭으며 물빛은 검어지고 그 속의 붕어들도 황금빛으로 여물어간다. 이런 가을날 낚시꾼은 어디론가 떠나지 않을 수 없다. 청량한 공기 속을 훨훨 날다가 물풀 잎사귀에 앉아서 쉬는 잠자리가 되고 싶다.

▲ 중류에서 바라 본 이원수로 상류.이원수로 중류 ‘ㄱ’자로 꺾이는 곳에 자리한 낚시인들. 이곳에서도 잔

씨알만 낚였다.

▲ 취재팀 앞으로 숭어떼가 지나가고 있는 모습.

이맘때면 이원호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준공 후 3년차를 맞고 있는 태안군 원북면의 87만평 간척호. 여름엔 모기 성화 때문에 감히 붙질 못하던 연안에 하나둘 낚시꾼의 모습이 늘어나고 바다와 맞닿은 벌판이 황금색으로 물들면 이원호의 지류인 방갈리수로와 이원수로에서부터 준척붕어가 마릿수 조과를 보이기 시작한다.

여타 붕어낚시터와 달리 이원호의 피크시즌은 봄이 아니라 가을이다. 단골꾼들은 특히 올 가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준공 초기에 낚이던 7~8치 씨알이 그동안 무럭무럭 자라 올해는 여덟아홉치가 주종으로 낚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귀했던 월척붕어도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 짝밥(지렁이와 떡밥) 미끼로 낚은 붕어를 보여주는 임용석씨(인천 부평구 십정동).

▼ 취재당일 아침 유일하게 낚인 월척붕어. 남편을 대신해 들고 포즈를 취해 주었다.  

이원호는 9월 중순이 지나야 물색이 흐려지면서 본격 시즌에 접어든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 8월 13일 반짝 호황이 터졌다. 새벽 1시쯤 이원수로(이원호 초입의 긴 수로, 방갈리수로와 반대방향에 있다) 최상류의 부들이 잘 자란 곳에 앉았던 이름을 알 수 없는 한 현지꾼은 자생하는 새우를 미끼로 써서 아침 8시까지 30마리 붕어를 낚아 올렸다. 이틀 전 한바탕 비가 쏟아진 뒤 잠시 흐려진 물색에 붕어들이 움직인 것이다. 서산 낚시25시 김병진 사장이 우연히 그 현지꾼의 살림망을 보고 낭보를 알려왔는데, “붕어의 평균 씨알은 7~8치급이며 서너 마리는 월척붕어였다”고 했다.

◀ 채집망을 준비해 자생 새우를 잡아 미끼로 써야 굵은 붕어를 낚을 수 있다.

그 말을 듣고 8월 14일 저녁 인천낚시인들과 이원호로 달려갔다. 김병진 사장은 “수초에 바짝 붙이지 말고 깨끗한 바닥에 떨어뜨려야 입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밤에는 잔챙이만 붙으니까 동이 튼 직후부터 두세 시간 집중적으로 노려보라”고 조언해주었다. 과연 날이 밝자 굵은 붕어가 움직였다. 더피싱 회원 박종규씨가 9치급을 낚아냈다. 옆에 있던 김만호씨도 입질을 받았다. 가장 큰 행운은 나에게 왔다. 3칸대 찌가 완전히 솟았다가 수초 속으로 파고들 때 보고 챈 것이 32cm 월척붕어였다.

그 후로는 물색이 다시 맑아져 요즘 조황은 신통치 못하다. 낚시인들이 계속 찾고 있지만 5~6치만 낚이고 있다. 큰비가 한 번쯤 내려준다면 상황이 바뀔 듯도 한데, 맘 비우고 가을을 기다리는 것이 더 지혜롭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 신인천낚시 김만호 회원이 취재팀이 낚은 붕어를 자랑하고 있다.

가는 길 - 서해안고속도로 당진 또는 서산 나들목에서 나와 서산을 경유하여 태안까지 간다. 태안에서 학암포해수욕장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 약 8km 가면 원북면소재지에 이르고 계속 진행하면 이원면소재지에 닿는다. 이원면을 지나 고개를 하나 넘으면 ‘이원면방조제’ 이정표가 보이고, 좌회전하여 약 2km 가면 이원방조제 입구다. 좌측 아스팔트길로 좌회전하여 진입하면 이원수로와 이원호를 잇는 다리가 나온다. 좌회전하면 이원수로 상류 쪽으로 올라간다.

█취재협조 서산 낚시25시 041-664-27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