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갑지 최상류 모래톱의 풍경. 낚시한 흔적은 물론 진입로조차 없어 풀숲을 뚫고 들어가야 했다.
X-File 청양 상갑지
칠갑산 짐승 울음만 밤새 들었소
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
가수 유병선의 노래에 나오는 칠갑산은 충남 청양군의 대표적인 산이다. 깊은 골짜기마다 크고 작은 저수지들을 품고 있는데 대부분 물이 맑고 수심이 깊어 여름철이 되어야 씨알 좋은 붕어들을 토해낸다. 상갑지도 그중 한 곳이다.
상갑지를 알게 된 것은 순전히 현지꾼 서민성(43 건축업)씨 때문이다. 그는 서울에서 사업을 하다 작년에 처가가 있는 청양읍 송방리로 귀향했는데, 일이 없을 때마다 손위처남인 이광희씨(45)를 따라 다니며 붕어낚시를 즐겼다. 그러다 지난 7월 16일 청양군 대치면 상갑리 마을 뒷산에 숨어 있는 4천평짜리 계곡지에서 두 사람은 믿을 수 없는 조과를 올렸다. 짝밥낚시로 40마리의 붕어를 낚았는데 그중 월척만(32~38cm)만 10마리 정도 되었고, 나머지도 모두 7~9치였다. 서씨는 당시 조과를 핸드폰으로 찍어서 서울에 사는 본지 객원기자 문재호씨에게 전송했고, 결국 내 귀에까지 들려오게 되었던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조과
7월 23일 문재호, 이진행씨와 함께 청양을 찾았다. 당진에서 새우를 구입하고 5월 28일 새로 개통된 당진-대전간고속도로를 달리니 서울에서 2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종전보다 무려 1시간 가까이 단축된 것이다.
청양읍 입구에서 서민성씨와 이광희씨를 만났다.
“상갑지요? 첩첩산중에 있어 밤엔 무서워 낚시 못해요. 그동안 우리는 낮낚시만 했던 곳이에요. 그러다 이번에 둘이서 마음먹고 밤낚시를 해보았는데, 이렇게 대박을 맞을 줄 몰랐어요.” 서민성씨는 ‘터트린 것만 수 십 마리에 이를 정도로 밤새 붕어 입질에 시달렸다’며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상갑지를 처음 찾아낸 사람은 서씨의 처남 이광희씨다. 그런 이씨도 이번 출조가 겨우 세 번째라는 것. 그는 작업을 따로 하지 않아도 낚시할 수 있는 도로변 중류에서만 낚시했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수심이 깊어 평균 2~4m에 이를 정도라고. “여름에 찾으면 낮에 지렁이와 떡밥으로 일고여덟치짜리 붕어는 마릿수로 낚을 수 있는 곳”이라고 이광희씨는 말했다.
두 사람을 따라 상갑지로 향했다. 꼬불꼬불 20분을 달려 농소리를 지나고 상갑마을을 지나자 비포장길로 접어들었다. 산으로 오르니 제방이 나타났다.
비가 왔는지 물색이 흐려져 있었다. 만수상태다. “그때는 물색이 이렇게 흐리지 않았는데….” 서씨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낮에 와도 으스스한 기분이 드는 계곡지다. 도로 가를 제외하고는 높은 나무와 숲으로 싸여 있어 수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상류 연안을 따라 일부 뗏장수초가 깔려 있는 게 보였다. 서씨는 “상류쪽 포인트로 진입하려면 우거진 수풀을 헤치고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앉을 수 있는 자리는 도로변 두 자리와 무넘기 옆 한 자리. 상류 새물 유입구 쪽 모래톱까지는 우거진 숲을 뚫고 가야 했다. 낚시를 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고 지렁이통이나 떡밥봉지도 전혀 없었다.
우리는 낫을 들고 상류로 가는 길을 내기 시작했다. 한 시간 동안 구슬땀을 흘리고 나서야 비로소 상류 쪽에 세 자리를 만들 수 있었다. 서민성씨와 이광희씨가 최상류 모래톱에 나란히 앉고 상류 좌안에 나, 중류에 이진행씨가 앉았다. 하류에는 문재호씨가 자리했다.
모래톱에 앉은 두 사람은 짝밥낚시를, 나머지 세 사람은 모두 옥수수와 새우를 이용한 대물낚시를 했다. 내가 앉은 곳은 최상류라고는 하지만 2.5칸대를 펴니 3m는 족히 나왔다. 최대한 뗏장에 붙여도 1m가 넘었다. 날이 어둡기 전 옥수수를 달아 넣어보았으나 입질이 없다. 케미를 꺾기 전 15cm 붕어 한 마리가 옥수수를 먹고 올라왔다.
이윽고 날이 저물자 황소개구리가 시끄럽게 울어대기 시작했다. 조금 지나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와 머리를 쭈뼛하게 만들었다.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울음소리는 자정 무렵까지 계속되었다. 채집망을 들어보니 새우는 없고 참붕어만 무수히 들어와 있었다.
이날 밤 대물낚시꾼들은 참패했다. 문재호씨만 여덟치 붕어 2마리를 낚았다. 그에 반해 모래톱에 앉아 짝밥을 썼던 서민성, 이광희씨는 초저녁과 새벽에 15~20cm 붕어를 30마리 넘게 낚았다. 물이 너무 흐려진 것이 불황의 원인인지, 갑자기 너무 많은 낚시인이 몰려 붕어들이 놀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취재팀이 철수한 사흘 뒤 신인천낚시회 류운종 회장과 전재홍 회원이 상갑지를 찾아갔다. 두 사람은 최상류 모래톱에 앉아 33cm 월척 한 마리와 7~9치 붕어를 10여 마리 낚았다. 흐렸던 물색은 어느 정도 맑아졌으며 새우미끼에 초저녁과 새벽에 집중적으로 입질하더라고 했다.
가는 길 -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당진나들목을 경유, 당진대전간고속도로로 갈아탄다. 신양IC에서 빠져나온 다음 청양 방면으로 우회전. 3.5km 가면 운곡면 소재지. 운곡초교에서 3.5km 후 Y삼거리에서 좌회전. 아스팔트와 비포장도로를 따라 2.4km 가면 좌측에 농소지가 나오고 곧 상갑리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한다. 3.5km 가면 상갑리 마을이 좌측으로 보인다. 길 끝나는 부분에서 우측 비포장도로를 따라 오르면 도로 우측에 상갑지 수면이 보인다. 한편 상갑2지는 상갑리 마을 뒤편에 있다.
●전국낚시지도 169p E3 ●I-CODE 117-937-2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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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갑지 주변 저수지들
상갑2지
상갑리 마을 뒤편에는 상갑1지 외에도 저수지가 하나 더 있다. 이광희씨는 이곳에 저수지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취재팀이 지도를 보고 찾아가보았는데 규모가 상갑1지와 비슷했으며 월척붕어가 꽤 들어 있을 것으로 보였다. 상갑1지와는 달리 거의 전역에서 낚시를 할 수 있다. 무넘기 옆으로 오르는 비포장길은 잡초와 수풀이 길게 자라 4륜차량이라야 올라갈 수 있어보였다(아이코드 022-017-2572).
농소지
농소리에서 상갑리로 가는 도중 농소1교를 지나면 좌측으로 높은 제방을 볼 수 있다. 2008년 12월에 완공된 신생지다. 2~3년만 지나면 대치면의 새로운 붕어낚시터로 떠오를 곳이다. 도로 옆을 따라 포인트가 형성되며 상류 쪽으로 앉을 포인트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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