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의 여름을 앞당기다!
4월 하순 이른 도전에 참돔·농어 타작
전진호 광명신신출조팀장·알토 필드스탭
가거도의 4월은 여전히 감성돔 시즌으로서 참돔을 시도하기에는 이른 시기다. 그러나 우리는 평소보다 일찍 가거도 참돔낚시를 시도해 혁혁한 조과를 올리는 데 성공했다.
◀ 필자가 가거도 입성 첫날 오후 서동렬과 함께 젖두렁여에서 수확한 전리품을 펼쳐놓고 기념 촬영을 했다.
오랜만의 오붓한 출조다. 4월 22일 저녁 천안에 사는 서동렬과 단 둘이서 2박3일 일정으로 목포로 향했다. 매번 손님들을 모시고 다니다 오랜만에 나만의 낚시를 할 수 있겠다 생각하니 마음이 홀가분했다.
다음날 오전 8시 우리는 가거도행 여객선에 올랐고 항해하는 도중 참돔과 농어를 낚는 환상에 잠시 빠져든다. 가거도 1구 뱃머리에 나와 있던 임성식 선장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한보장에 여장을 푼 뒤 점심을 먹자마자 참돔 채비부터 했다. 우리 외엔 손님이 없어 임 선장은 우리가 최상의 낚시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아침저녁으로는 농어루어를, 낮에는 참돔낚시를 하기로 하고 첫날 오후에 3구 젖두렁여(두억여)로 향했다. 작년보다 보름 정도 일찍 왔지만 갈수록 수온이 빨리 올라 감성돔이 마릿수로 낚이는 걸 보면 참돔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젖두렁여는 개린여와 검은여 사이에 있는 작은 여로 매년 제일 먼저 참돔이 붙는 곳이다. 특히 초반 시즌에 대형 참돔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다. 자그마한 여지만 다행히 바람과 파도가 없어서 하선할 수 있었다. 시즌이 이른 탓인지 아직도 겨울의 탁한 물색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낙담이 컸지만 실망은 이르다. 들물로 바뀌면 탁한 물색이 어느 정도 걷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난 2호 반유동채비를, 동생 서동렬은 전유동채비를 했다.
맑은 들물 들어오자 원줄이 휘리릭!
▲ 마지막 날 오전 서동렬씨가 흰여에서 참돔을 노리고 있다. 전방의 젖개린여를 보고 썰물조류에 채비를
태워 70~100m 정도 흘리면 대물 입질을 받을 수 있다.
▲ 가거도에서 월등한 효과를 발휘하는 닭털루어.
낚시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름이 걷히고 맑은 하늘로 바뀌어 햇볕이 쏟아져 내렸다. 때마침 초들물이 시작되었고, 맑은 물이 들어옴과 동시에 조류 방향도 원하는 곳으로 뻗기 시작했다. 동생이 “낚시여건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는데 내 원줄이 “주욱” 펴지며 대를 힘차게 가지고 간다. 대를 세우고 힘겨루기에 돌입했으나 얼마나 큰 녀석인지 드랙이 쉬지 않고 풀려나간다. 2분쯤 버텼을까? 활처럼 휘어져 있던 낚싯대가 맥없이 하늘로 치솟았다. 오랜만에 대물을 만난 흥분과 터트렸다는 아쉬움에 손끝이 파르르 떨린다. 아쉬움을 달래며 채비를 다시 점검한 후 크릴을 다시 꿰어 흘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 동생도 전유동에서 3호 반유동으로 채비를 교체했다.
“형, 수심 몇 미터 줄까?”
“글쎄, 난 16미터 줘서 입질 받았는데….”
“그래? 그럼 난 14미터만 줄게.”
잠시 뒤 동렬이가 ‘어억’ 소리와 함께 릴이 괴성을 지르며 드랙이 풀려나간다. 하지만 1분도 견디지 못하고 또다시 허탈한 패배…. ‘정말 큰 놈들이 들어 왔구나’ 생각하는데 나에게 번개 같은 입질이 또 들어왔다. ‘이번에는 기어코 끌어내야지.’ 조금 전 그 녀석보다 힘을 덜 쓰지만 그래도 만만찮은 놈이다. 좀 더 좀 더… 드디어 찌가 보였고, 올라온 녀석은 82cm참돔. 그 후로 동생이 낚은 74cm를 비롯해 총 7마리를 잡고 철수했다. 민박집에 돌아와 다음날 기상을 알아보니 점점 날씨가 나빠진단다.
둘째 날 아침 눈을 떠보니 정말 강풍이 우리의 발목을 잡았다. 결국 출조는 포기하고 가거도 마을 구경과 함께 맛있는 요리를 해먹으며 하루를 보냈다. 기상은 다음날 오전까지 좋지 않았고, 셋째 날 오후 늦은 시간에 선상 농어루어를 시도할 수 있었다.
농어도 참돔 만큼 많이 들어와 있었다. 아직 본 시즌이 아님에도 70~80cm급이 간간이 물어주어 루어낚시의 매력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날 오전에는 새벽 일찍 기상해 선상 농어루어낚시를 시도했으나 별 소득이 없었고, 개린여 앞 흰여에서 60cm 농어 두 마리를 낚으며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출조는 시즌을 앞지른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그만큼 성공의 기쁨이 컸다.
■취재협조 가거도 한보장민박(011-631-5413), 광명 신신낚시(02-2617-2800)
참돔은 5~6월이 피크
농어는 닭털루어 특효
●참돔낚시
가거도 참돔낚시는 대개 5월 초순부터 11월 하순까지가 시즌으로 부시리가 붙기 전인 5~6월 두 달이 피크 시즌이다. 이때는 곳곳에서 대형이 속출하는데 수온이 좀 더 오르게 되면 마릿수는 좋지만 잔 씨알이 붙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대형 참돔 포인트는 개린여, 두억여, 오동여, 소국흘도 누에머리, 대국흘도 대리취와 작은여, 중간간여, 성건여 등을 꼽을 수 있다.
●농어낚시
농어는 4월 하순부터 11월 하순까지가 시즌으로 장마 전후 한 달이 피크를 이룬다. 농어는 개체수가 워낙 많아 갯바위와 선상낚시 가릴 것 없이 전역이 포인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이브레이션 계통의 루어도 효과적이지만 닭털루어에 월등한 조과를 보인다. 닭털의 화려한 액션, 40g 이상의 무게로 긴 비거리, 루어와 바늘이 분리되기 때문에 농어가 물었을 때 놓칠 확률이 적은 게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