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감성돔 씨 말리는 ‘뻥치기’ 불법어로

온갖 불법 자행해도 해양경찰은 수수방관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흔히 ‘뻥치기’라 불리는 연안자망어선들의 불법 조업이 심각한 수준이다. 뻥치기란 자망(걸그물)을 내린 후 수면을 돌멩이나 나무로 내리치면 소리에 놀란 고기들이 떠올라서 그물에 걸려들게 하는 방식이다. 그 자체는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어로행위로서 불법이 아니지만 최근의 뻥치기는 유압충격기, 사이키 조명 등 불법어구를 사용하여 다량의 고기를 남획하기 때문에 단속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뻥치기는 일반 그물에 잘 걸리지 않는 감성돔을 주로 포획하기 때문에 갯바위낚시인들에게 혐오와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부 어선들이 단속을 피해 뻥치기 조업을 하는 이유는 이 방법이 얕은 연안에서 많은 어획량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급 어종인 감성돔을 잡을 수 있어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
뻥치기는 연안자망어업 허가를 받은 어선이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그래서 작은 포구의 어민들부터 10톤 이상의 큰 배를 여러 척 가진 선주들까지 뻥치기에 참여하고 있다. 봄에 고성 자란만에서 뻥치기 조업을 하는 소형 자망어선이 하루에 20회 그물을 내리고 올리면, 한 번에 최하 2마리를 잡는다고 쳐도 최소 40마리를 잡을 수 있다.(많게는 100마리 이상 잡는다고 한다.) 감성돔이 1kg당 8천원에 거래되는 봄에는 하루 30~40만원 수익을 올리지만, 감성돔의 값이 오르는 가을과 겨울에는 40cm 감성돔이 마리당 7만~8만원에 달하기 때문에 한 달에 보통 8천만~1억원을 번다고 한다. 특히 자선과 모선으로 조를 짜서 멀리 전라도와 추자도 등지로 원정을 뛰는 기업형 뻥치기는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계속 작업을 하여 한 달에 많게는 3억원의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뻥치기는 불법 아니지만 단속대상인 무허가어구를 사용
현행법상 뻥치기는 원시적 전통어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원시도구가 아닌 유압기계를 개조해 연속으로 수면을 강타하는 ‘무쇠팔’이나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를 주입할 때 쓰는 바이브레이터, 조명기기, 음향기기 심지어는 폭탄 등 온갖 불법어구들을 이용해 고기들을 잡아내고 있다. 더구나 뻥치기에 사용하는 자망은 불법어구로 규정된 삼중망이다.
뻥치기 어선들은 더 많은 양의 감성돔을 잡기 위해 야간을 틈타 타 지역 어장에 침범하여 2차, 3차 범죄도 저지른다. 지난 10월 12일 대구TBC에서는 뻥치기의 폐해를 보도한 ‘특별기획-바다의 무법자’를 방영했다. 방송에 출연한 전남 여서도의 이장은 뻥치기 배들 때문에 생계가 막막하다고 호소했는데, 물고기를 남획하는 것도 모자라 그물을 걷어내기 위해 통발이나 어장줄을 죄다 자르고 도망가며 특히 통발의 위치를 표시해둔 부표를 잘라버려 통발이 모두 유실되는 막대한 손실을 입는다고 울분을 토했다.

  ▲ 낚시인이 촬영한 불법 뻥치기 어선. 유압기를 개조해 수면을 내리치는 ‘무쇠팔’을 사용해 조업을 하는 장면이다.

  ▲ 뻥치기에 사용하는 시멘트로 만든 돌멩이. 이것으로 수면을 내리친다. (좌, 우 TBC 방송 캡처 사진)

추자도를 초토화시키는 기업형 뻥치기
뻥치기 어선이 쓸고 간 자리에는 감성돔이 남아나지 않아 낚시가 전혀 되지 않는다. 뻥치기 어선들은 감성돔이 잘 잡히는 곳을 찾기 위해 낚시포털의 정보를 이용한다는 말도 있다. 
오래전부터 추자도 해역의 어자원을 유린하고 있는 기업형 뻥치기는 문제가 심각하다. 10톤급 이상의 모선과 500마력 엔진을 장착한 자선으로 선단을 구성, 자선은 완도군 남쪽의 당사도 자갈밭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여수에서 출항한 모선과 함께 추자도로 향한다. 모선이 레이더를 켜고 해경을 감시하는 동안 자선은 삼중자망과 불법어구로 감성돔을 잡는다. 잡은 고기를 모선에 싣고 나면 자선은 다시 당사도로 들어가고 모선은 여수의 위판장으로 가서 감성돔을 판매한다. 현행법에는 불법 어구와 어획물이 같이 배에 실려 있어야 단속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자선과 모선이 역할을 분담해서 조업을 하면 단속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소규모 어선 집단도 뻥치기를 일삼는다. 통영 산양읍 풍화리 주민들은 마을 앞 양식장을 찾는 낚시인들에게 작은 배를 대여해주고 대여료로 수입을 삼고 있는데, 그곳으로 통영 용남면의 감성돔 자망공동체 어선들이 뻥치기 조업을 나와 마찰이 빚어졌다. 낮에는 합법적인 돌멩이를 이용해 버젓이 뻥치기를 하고, 야간에는 무허가 ‘무쇠팔’을 사용해 감성돔을 쓸어 담았다. 풍화리 주민들은 용남면의 뻥치기 어선들을 수차례 통영해경에 신고했지만 통영해경은 단속하지 않았고, 결국 사고가 터졌다. 밤에 불법으로 뻥치기를 하다가 풍화리 어선에게 발각된 자망공동체 어선이 풍화리 어선을 들이받고 도주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통영해경은 그제야 수사에 착수해 사고를 낸 뻥치기 배를 단속했다. 그런데 적반하장 격으로 감성돔 자망공동체가 ‘풍화리 주민들이 뻥치기 조업을 방해해서 조업량이 감소했으니 그것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자망공동체가 요구한 1억7000만원 중 3600만원을 풍화리 주민들이 배상하라는 판결이 떨어졌다. 현행법의 실태가 이러하니 뻥치기가 사라질 리가 없다.  

 
현행법 개정 없이는 뻥치기 근절 어려워
해양수산부에서는 낚시인들과 통발 양식업 어민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허가받지 않은 도구로 뻥치기를 할 경우 단속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해경에 통보했지만, 해경은 ‘단속대상이다라는 확정이 아니면 단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TBC 방송은 뻥치기 어선과 해경의 유착관계까지 의심하고 있었다. TBC 인터뷰에서 한 어민은 “해경하고 연결이 안 돼 있으면 절대 뻥치기 못한다. 해경에 우리가 신고를 하면, 로비를 하든지 뒷거래를 하든지 어찌 되었든 정보를 준다”며 해경과 뻥치기 어선 간에 유착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해양경찰 관계자도 인터뷰에서 “해경 내부의 단속일정을 뻥치기 조업을 하는 선장들이 알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해경이 뻥치기 단속에 의지가 없거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불법 뻥치기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현행법규를 개정해 뻥치기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삼중자망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다.
 
■TBC ‘특별기획-바다의 무법자’
다시보기(무료) - http://www.tbc.co.kr/tbc_tv/tv_special1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