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에돔낚시 특강

히트존을 오래 공략하고 싶다면?

11g 이상의 무거운 찌를 써보라

허창영  제주도 낚시문화연구회 사무국장

최근 제주도의 벵에돔낚시는 원투찌낚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제주도는 수심이 얕고 물이 맑다보니 낮에는 큰 벵에돔들이 연안 가까이 접근하지 않는데다가 갈수록 어자원이 줄고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좀 더 먼거리를 노리는 낚시가 유행하고 있다. 그나마 해질녘에는 근거리에서도 큰 벵에돔이 곧잘 낚이지만 낮에는 최소 30m 이상 채비를 원투해야 벵에돔 입질을 받아낼 확률이 높다. 
그런데 갈수록 이런 경향은 강해져 요즘은 발밑 수심이 깊은 직벽형 포인트에서도 원투낚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아무래도 먼 거리 포인트는 수심에 관계없이 발밑 포인트보다 잡어가 적고 벵에돔의 경계심도 적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구멍찌의 무게도 무거워졌다. 10g 미만의 구멍찌는 거의 쓰지 않고 대부분 11~13g의 크고 무거운 찌를 선호한다. 특히 한 마리 싸움을 벌이는 토너먼트 게임에서 그런 경향이 더욱 강해져 이제 크고 무거운 찌는 벵에돔낚시 전문가들의 필수 아이템이 되어 버렸다.

  ▲필자가 즐겨 쓰는 벵에돔낚시용 제로찌들. 왼쪽이 9.2g짜리, 오른쪽이 13.6g짜리다.

크고 무거운 찌가 입질 지점에 오래 머문다

그런데 나는 무거운 찌를 사용하는 원투찌낚시의 위력이 단순히 ‘손 덜 탄 생자리 공략’에만 있다고는 보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원줄을 가늘게 쓰면 작고 가벼운 8~9g짜리 구멍찌로도 충분히 13g짜리 구멍찌로 공략할 수 있는 거리까지 채비를 날려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원투찌낚시의 조과가 앞서는 상황을 단순히 원투거리에만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크고 무거운 구멍찌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구멍찌가 크고 무거워야만 입질 지점에 채비가 오래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벵에돔낚시가 잘 되기 위해서는 조류가 잘 흐르고 파도와 바람도 적당한 날이 유리한데 이런 날은 수면 위에 늘어진 원줄이 빠르게 밀리면서 채비를 조류 방향으로 끌어당기게 된다 <그림1>. 이때 작고 가벼운 구멍찌는 끌려오는 폭이 크고, 크고 무거운 구멍찌는 묵직하게 원래 자리를 지킴으로써 입질 지점을 오랫동안 공략할 수 있는 것이다.

견제 때 채비가 덜 끌려와야 유리해

채비 견제 시에도 크고 무거운 찌는 장점이 살아난다. 빠르고 강한 조류 상황에서 채비를 견제하면 조류 저항이 작은 작고 가벼운 찌는 쉽게 딸려 오지만 크고 무거운 찌는 조류를 맞받는 면적이 넓어 덜 끌려오게 된다. 즉 입질 지점은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견제 때마다 목줄은 확실하게 펴지며 시각적 유인효과를 더하는 것이다 <그림2>. 
채비의 간결함과 밸런스를 중요시하는 필자는 원래 8~9g의 작고 가벼운 구멍찌를 선호한다. 이에 맞춰 원줄과 목줄, 릴대의 호수까지도 ‘경량급’으로 맞춰 쓰는 편이다. 그러나 필자도 벵에돔이 멀리서만 물거나 발밑에 잡어가 너무 많을 때는 찌만 13g대의 무거운 것으로 교체해 낚시를 한다. 찌를 던질 때의 무게감, 채비를 걷을 때의 큰 저항감이 매우 불쾌하게 느껴지지만 이런 불쾌감이 고기를 유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열린 제7회 낚시문화연구회 토너먼트에서도 상위권에 입상한 3명의 선수 전원이 11~13g대의 크고 무거운 구멍찌를 사용해 좋은 조황을 거뒀다. 아직도 크고 무거운 구멍찌가 둔하다고 여겨 작은 구멍찌만 선호하는 벵에돔 매니아들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그런 선입견을 버려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