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남쪽 18마일
꿈의 어장 복사초를 가다
진도와 추자도 중간의 수중섬, 감성돔·참돔·농어 대군단 회유
| 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 |
우리나라 영해에는 거대한 수중도(水中島)가 네 개 있다. 제주도 남쪽의 이어도, 동해의 왕돌짬, 가거도 서쪽의 가거초, 그리고 이번에 다녀온 진도 남쪽의 복사초다.
▲ 진도 남쪽 29km 난바다에 홀로 떠 있는 복사초 등대 뒤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진도 서망항에서 정남쪽으로 18마일(약 29km) 해상. 진도와 추자군도 정중앙의 난바다에 홀로 떠 있는 붉은 등대. 이곳이 바로 꿈의 황금어장이라 불리는 복사초다. 늘 바다 속에 잠겨 있는 이 거대한 수중섬 주변은 각종 바닷고기가 회유하는 천연 수족관이다.
사리물때 간조 때는 복사초의 머리가 살짝 수면에 드러나기도 하는데, 이 해역을 지나는 선박들이 암초에 좌초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 꼭대기에 등대를 세웠다. 진도 어부들은 오래 전부터 복사초 주변에서 조업을 해왔고 낚싯배도 대략 15년 전부터 복사초 탐사 배낚시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5년 전 큰 등대가 세워진 후로는 낚싯배의 왕래가 한층 더 잦아졌다.
복사초는 세 개의 큰 여가 모여 있는데 제일 큰 여에 등대가 세워져 있다. 수중산 꼭대기 하나당 대략 3~4천평 정도의 크기다. 얕은 곳은 8~9m, 깊은 곳이 13~14m로 조금만 밖으로 나가면 50~60m로 뚝 떨어진다.
진도 다도해 허재옥 사장의 말에 따르면 “지금의 붉은 등대는 5년 전에 세워졌다. 그 이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작은 하얀 등대가 있었는데 그때에도 일부 낚시인들이 여름철이면 등대에 올라 민장대로 돌돔낚시를 즐겼다”고 한다.
▲ 5분여에 걸쳐 실랑이를 벌인 끝에 대형 광어를 품에 안았다. ▲ 복사초 감성돔을 김종광씨가 들어 보이고 있다.
5년 전 큰 등대 세워지며 배낚시 본격 시도
본격적으로 복사초가 알려지게 된 것은 4년 전 초겨울이다. 붉은 등대가 세워지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당시 덕원호가 복사초를 찾았다. 원래 덕원호는 가거도행 손님을 싣고 출발하려 했으나 몇 명이 예약을 취소하는 바람에 출항이 어렵게 됐다. 덕원호 박태일 선장은 대신 복사초 출조를 제의했고, 이날 6명의 손님들은 50~60cm 대형 감성돔을 모두 70여 수나 낚는 전설적 조과를 누렸다.
그 후 복사초 출조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는데, 계절 따라 참돔, 농어, 돌돔, 감성돔 등이 차례로 낚여 서해남부의 새로운 선상낚시터로 각광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워낙 난바다에 위치해 있다 보니 수시로 변하는 날씨가 출조의 최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겨울에도 복사초 감성돔낚시 출조가 계속 이루어졌고, 평균 1인당 최소 10마리 정도의 호황이 지속되었다. 평균씨알도 40~50cm로 굵고 6짜 감성돔도 두 마리가 낚였다고 했다. 그러나 예년에 비해 궂은날이 많아 출조일은 적었다.
복사초 배낚시는 많은 인원이 할 수도 없다. 16~18명이 수직으로 채비를 내릴 수 있는 외줄낚시와 달리 멀리까지 채비를 흘리는 선상찌낚시를 하기 때문에 배의 한쪽은 비워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6~8명 정도가 적당하며 자연히 1인당 부담해야 하는 뱃삯이 비싼 편이다. 1일 대절료는 80만원선.
▲ 밧줄을 등대에 걸기 위해 파이넥스호가 다가가고 있다.
높은 파도에 멀미로 초죽음
◀ “좋구나 좋아! 천안꾼 김도현씨가 바늘마다 올라오는 열기에 멀미도 잊은 채 좋아하고 있다.
지난 3월 초순 “복사초가 올 들어 최고의 피크조황을 보이고 있다”는 목포 신안낚시(리더낚시 목포점) 김평호 사장의 말을 듣고 취재를 하려 했으나 계속된 주의보 때문에 3월 27일에야 복사초 취재를 나설 수 있었다. 천안에서 몇 명의 낚시인이 온다고 했고 나는 안양의 한라수산 강선문 사장과 합류했다.
새벽 3시에 진도 서망항에 도착하고 보니 바람은 여전히 세게 불어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결국 출항시각은 두 시간 미루어져 5시경에 출항할 수 있었다. 파이넥스호는 평소 5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한 시간 넘는 항해 끝에 복사초에 도착했다. 파도는 여전히 높았다. “오늘 낮에 바람이 멎고 파도도 죽는다고 했으니까 잠시만 기다리면 괜찮을 거예요.” 선장은 불안해하는 낚시꾼들을 안심시켰다.
낚싯배 고정은 먼저 후미의 닻을 내린 다음 뱃머리의 밧줄을 등대에 매달아 고정시킨다. 채비는 시인성이 좋은 막대찌가 기본. 조류가 빨라서 최소 2호에서 최고 5호의 부력까지 사용한다. 높은 파도로 인하여 좌우 롤링이 심했고, 채비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멀미약을 미리 먹었던 강선문 사장도 채비를 하다말고 “우웩” 구역질을 해대더니 선실로 들어가 버렸다. 그는 “여기까지 어렵게 왔는데 한 시간이라도 낚시를 해봐야지”하며 다시 밖으로 나오더니 10분도 버티지 못하고 다시 선실로 들어가 영영 나올 줄 몰랐다. 빠른 조류와 높은 파도에 두꺼운 밧줄이 두 번이나 끊어져 다시 매달아야 했고 천안꾼들도 멀미를 참지 못하고 선실을 들락날락하기 시작했다.
이날 물때는 3물로 오전 9시까지는 들물이다. 조류는 끊임없이 병풍도 방면으로 쏜살같이 흘러갔고 멎을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3물이라는데 왜 이렇게 조류가 센 거요?”하고 낚시인이 묻자 전석봉 선장은 “좀 기다려보시오. 조금 있으면 죽을 거요. 어제만 해도 이렇게 빠르지 않았는데 하루 사이에 정말 달라졌네”하고 말했다.
뱃머리 쪽부터 목포의 강광원, 천안의 김종광, 나, 김도현씨가 나란히 서서 낚시를 하는데 거의 사투를 벌이는 수준이다. 등대와 가까운 곳은 9~10m의 수심을 보였고, 배 후미로 갈수록 조금씩 깊어져 후미는 13m 정도의 수심을 보였다. 만조가 가까워져서야 시냇물처럼 콸콸 흐르던 조류가 조금씩 약해지는 듯했다. 나의 3호 구멍찌(2.5호 수중봉돌에 목줄에는 3B, 2B 채움)가 유유히 흐르더니 쏜살같이 사라졌다. 제법 힘을 쓰는가 싶었는데 겨우 35cm 감성돔이 올라온다. 뱃머리 쪽에 선 목포의 강광원씨 낚싯대가 포물선을 그렸다. 한참을 버텨도 쉽게 올라오지 않아 궁금증을 유발시켰는데, 솥뚜껑만한 크기의 광어가 올라왔다. 5분 정도 지나 광어를 낚았던 강광원씨의 뻣뻣한 2호 낚싯대가 또 한껏 휘었다. 실랑이 끝에 올라온 녀석은 5짜에 육박하는 감성돔이다. “오늘 혼자서 사고 치는구먼.” 전 선장이 강씨를 보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이내 물이 바뀌기 시작했다.
▶ “감성돔이 아니면 어떠리!” 천안꾼들이 오후 썰물 두 시간 동안 열기로 쿨러를 채웠다.
“자, 반대편으로 가서 밧줄을 매달아야 하니 낚싯대를 걷어주시오.” 선장은 재촉했다. 배를 반대편 썰물 포인트로 옮겼다. 바람은 많이 멎었지만 썰물조류 역시 들물과 마찬가지로 쉼 없이 흘러갔다. 찌를 띄워봐야 순식간에 50m를 흘러가니 더 이상 찌낚시는 무의미해보였다.
전 선장은 100g짜리 봉돌 두 개를 매달아 열기 외줄낚시로 채비를 바꾸었다. 크릴을 꿰어 던지자 무거워 보이는 이 채비도 거친 물살에 힘없이 떠내려갔다. 약 50m는 족히 흘러내려가 바닥에 닿았고, 이렇게 빠른 물살에도 불구하고 툭툭 입질이 오는 걸 보니 신기하기만 했다. 강한 조류에 밀려 채비를 거둬들이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열 개의 바늘에는 열기가 여덟아홉 마리씩 주렁주렁 매달려 올라왔다. 씨알도 하나같이 굿!
“에라, 꿩 대신 닭이다!” 이것을 본 손님들도 찌낚싯대를 거두고 우럭낚싯대를 뽑아들었고 감성돔 대신 열기로 쿨러를 채워나갔다. 입질이 없을 때만 해도 심했던 멀미가 언제 그랬냐는 듯 싹 사라졌다.
■취재협조 목포 신안낚시(061-282-7041), 진도 서망항 파이넥스호(011-609-8422)
복사초 사계절 낚시패턴
감성돔은 5월까지, 6월부터 참돔과 농어, 가을엔 돌돔
감성돔 조황은 5월 초순경 막을 내리고 5월 말이면 참돔과 농어가 낚이기 시작한다. 초반 참돔의 씨알은 30~50cm지만 6월 중순이 되면 70~80cm로 굵어진다. 참돔은 밤낚시에 잘 낚여 새벽 3시에 출항할 경우 동틀 무렵까지 참돔낚시를 하다 날이 밝으면 루어로 농어를 낚는다. 농어 역시 초반에는 50~60cm가 마릿수 조황을 보이다 한여름에는 간간이 미터급이 섞여 낚인다. 7월에 들어서면 야간에 낚이는 대형 참돔을 노려 오후 늦게 출항해서 아침에 철수하는 패턴으로 바뀐다. 그러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4짜급 돌돔이 바통을 이어받는데, 추석을 지나면서 피크시즌을 맞다가 11월이 지나면 다시 감성돔 시즌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