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포 물여에 오른 취재팀. 수심 4~7m로 얕은 여밭으로서 봄철에 마릿수가 속출하는 곳이다.

영등감성돔 내만에서 폭풍

거제도 홍포

4월 말까지 감성돔 한정세일! 
 
| 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 |

창원에 사는 김성진씨(KPFA 경남동부지부)로부터 낭보가 날아들었다. 거제도 홍포에서 혼자 20마리의 감성돔을 낚아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 다음날 밤 곧장 거제로 출발했다.

거제도 최남단의 홍포는 대포등대를 중심으로 펼쳐진 약 4km 거리의 해안을 일컫는다. 홍포는 대포와 여차 사이에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홍포 주변 갯바위들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감성돔 명당이다. 대포항이 출항지로서 첫취, 삼각여, 대포등대까지를 대포권, 대포등대에서 손대도 맞은편까지를 홍포권으로 부르고 있다. 손대도를 지나면 여차권에 들어간다.       
매년 3월이면 홍포에선 어김없이 감성돔이 배출된다. 홍포는 내만과 외해의 성격을 동시에 가졌다. 출항지에서 불과 10분이면 닿는 거리, 거제도 본섬이라는 지리적 위치는 분명 내만이다. 하지만 망망대해 난바다를 마주하여 바람을 막아줄 섬 하나 없이 거친 바다는 외해나 다름없다. 홍포 남쪽에 있는 가왕도만 벗어나면 수심이 70m 이상으로 급격하게 깊어진다. 홍포 일원이 겨울부터 봄까지 꾸준하게 호황을 보이는 이유는 이 지역의 수심이 깊어 감성돔이 여기서 월동하는 것이 아닐까 단골꾼들은 분석하고 있다.
또 홍포 해안에서 봄철에 20~30마리씩 마릿수 감성돔이 속출하는 이유에 대해 김해 새장유낚시 김주환 사장은 “홍포가 산란을 위해 진해만으로 오르는 감성돔 떼의 첫 번째 길목인데다 얕은 여밭이 많고 남쪽을 바라보고 있어 다른 곳보다 수온이 빨리 오르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는 “홍포권이 5~6년 전까지는 40~50cm가 주종을 이루는 대물터였는데 어느 순간 25~30cm 전후의 잔 씨알이 떼로 낚이기 시작한 걸 보면 아마도 매년 거제시에서 방류하고 있는 감성돔 2~3년생들이 다른 곳보다 수온이 높은 이곳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모여든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홍포 주변에 있는 해금강과 다대(천장산 아래), 여차(까마귀개) 역시 홍포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낚시터인데 25~35cm의 비슷한 씨알들이 겨우내 낚이고 끝나는 시즌도 비슷하다. 

 ◀ 들물이 끝난 뒤 아침 조과를 자랑하는 양재용, 김성진씨. 초썰물에도 성진씨가 두 마리를 더 낚았다. 

절 밑 물여에서 감성돔 연타

김성진씨의 낭보를 듣고 대포항에 있는 미래낚시 강판돌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요즘 조황과 포인트를 물었다. 미래낚시는 미래 1호와 2호로 매일 출조하고 있다. 강 사장은 “겨울보다 마릿수가 좋다. 취재는 무조건 성공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겠다. 대신 전화상으로는 포인트를 알려줄 수 없으니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3월 18일 저녁 9시, 서울 방학동의 양재용씨(낚시사이트 제작자)와 함께 서울을 출발했다. 제보를 해준 김성진씨는 미래낚시에서 만나기로 했으며, 거제도 태조낚시 해담조우회 허윤석(43), 황영훈(31)씨도 취재팀에 합류키로 했다. 허윤석씨는 “홍포 쪽에서 감성돔이 잘 낚인다는 소식은 진작 들었다”며 반겼다.
대포항엔 낚시객이 많았다. 미래낚시에서 소품과 밑밥을 준비해 5톤급 미래2호에 올랐다. 그런데 강판돌 사장은 2호에는 취재팀 외에 다른 손님을 태우지 않았다. “10톤짜리 미래1호가 있으니 2호는 오늘 낚시춘추 취재 전용선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거다. 아이구, 고마우셔라. 김성진씨가 20마리를 타작했다는 대포등대엔 허윤석, 황영훈씨가 내리고, 양재용씨와 김성진씨는 절 밑에 있는 ‘물여’라는 작은 여에 내렸다. 강 사장은 “최근 수온이 많이 올라 오늘같이 화창한 날에는 수심 얕은 여밭의 조황이 훨씬 좋아요. 어제도 이 물여에서 많이 낚았으니 열심히 해보세요”하며 돌아갔다. 물여의 주변 수심은 간조 때 4~5m, 만조 때 7~8m라고 했다.
‘밤에도 감성돔이 낚인다’는 성진씨의 말에 내리자마자 낚시를 시작했으나 간조 때라 그런지 입질이 없다. 성진씨는 “입질이 시원시원한 초겨울과 달리 지금은 입질이 까다로워 찌 부력을 최대한 상쇄시켜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침 8시가 넘어설 때까지 입질을 받지 못하다 9시가 다 되어 성진씨가 첫 입질을 받았다. 중들물경 7m 수심으로 오른 직후였다. “그저께 대포등대에서는 들물 내내 입질을 받았는데 오늘은 좀 늦게 입질이 오네요.” 성진씨가 두 마리를 연속해서 올리고 난 뒤 양재용씨가 입질을 받았다. 낚싯대 휨새를 보니 심상치 않다. 뜰채로 건져보니 40cm가 넘는다. 양재용씨는 “오랜만에 진한 손맛을 봤다”며 환하게 웃어보이자 김성진씨는 “봄철에는 5짜에 가까운 씨알들이 간간이 물어 놀라게 만든다”며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했다.

▲ 최근 꾸준한 조황을 보여주고 있는 홍포마을 절 밑 포인트.     ▲ 마릿수와 씨알까지 겸비한 명당 대포등대.

▲ “와, 홍포에서도 이런 씨알이 낚이네요.” 40cm가 넘는 씨알을 뜰망에 담은 양재용씨.

그 뒤 양재용씨가 한 마리, 김성진씨가 두 마리를 연속해서 올렸다. 조류가 30분 간격으로 좌우로 왔다 갔다 반복하는데 특이하게도 왼쪽의 손대 방면으로 흐를 때만 입질을 받았다. 11시가 되자 물돌이 시각인지 조류가 멈춰 섰다. 조류가 가지 않자 양재용씨는 낚시를 포기했으나 성진씨는 조류가 멈춰 있는 상황에서도 두 마리의 감성돔을 더 낚았다. 0.5호 어신찌에 0.5호 수중찌를 달고 목줄에 B봉돌을 달아 최대한 부력을 상쇄시킨 어신찌가 깜빡깜빡하더니 사라지는 입질이었다. 날물로 바뀌어서는 입질을 받지 못했다.
한편 대포등대에 내렸던 거제 해담회 허윤석씨와 황영훈씨는 강한 남서풍에 고전하다 9시쯤 배를 타고 절 밑으로 옮겨와 여섯 마리의 감성돔을 올렸다. 이날 남서풍이 강해 대포등대를 비롯하여 서쪽을 바라보는 곳에서는 조과가 거의 없었고, 바람을 피해 내린 홍포마을 앞쪽 절 밑 주변에서는 대부분 손맛을 볼 수 있었다.
4월 6일 꾸준히 홍포로 출조하는 새장유낚시 김주환 사장과 통화를 했다. 대포등대와 삼각여, 절 밑 등 전역에서 여전히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장사도와 소덕도, 대덕도, 추봉도 곡룡포에서도 활황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산란을 준비하는 감성돔들이 북상하고 있으며 5월 초면 한산도를 거쳐 거제대교 위쪽으로 이동해 괭이바다의 시즌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협조 거제도 대포항 미래낚시(055-632-1685) www.mifish.co

홍포 프로필

현재 최상의 마릿수, 5월이면 어군 빠져

김주환 김해 새장유낚시 대표

12월부터 5월 초까지가 감성돔 시즌이다. 올해 어느 해보다 풍족한 조황을 보여주고 있는데 날씨가 나빠 출조할 수 있는 날이 적었던 게 아쉬웠다. 4월 들어 맑은 날이 많아지자 마릿수가 늘고 4짜급 굵은 씨알도 낚여 재미가 쏠쏠하다.
4월 초 현재 구조라 뒷등, 해금강, 다대 형제섬과 천장산 아래, 여차 등에서도 감성돔이 계속 낚이고 있으나 마릿수 면에서는 홍포만 못하다. 5월에 들어서면 홍포에선 급격하게 마릿수가 떨어지는데 감성돔들이 산란을 위해 진해만(괭이바다)으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낮에는 잡어가 설쳐 밤낚시가 잘 되고, 봄에는 잡어가 적어 낮낚시가 잘 된다. 감성돔 평균씨알은 25~35cm. 배 타고 10분 이내면 모든 포인트에 닿을 수 있어 뱃삯도 저렴하고, 수시로 출항하기 때문에 언제 가도 출조가 가능하다. 뱃삯은 1인당 2만원. ☎011-855-8607 

======================

홍포 감성돔 명당 5

1. 등대 밑

본류가 스쳐지나가기 때문에 주로 조금 때 조황이 좋다. 깊은 물골이 가까이 있어 적은 밑밥에도 쉽게 감성돔을 낚을 수 있고 먼 거리보다 발밑에서 입질이 잦다. 수심은 10~14m로 깊다.  4~5명 상륙 가능하며 남서풍에 취약하다.   

2. 2~4번 자리

발밑부터 먼 거리까지 여가 잘 발달되어 있어 입질지역이 광범위하다. 씨알보다 마릿수가 뛰어나며 이동 폭이 넓고 여러 사람을 수용할 수 있다. 사리보다 조금 때가 좋고 0.8~1호 반유동채비로 공략하면 무난하다. 수심은 7~8m.

3. 삼여

사리 만조 때는 상륙을 피해야 하는 작은 여다. 거의 물때를 타지 않는 전천후 포인트로 씨알도 굵고 마릿수도 좋다. 2~3명 정도 수용하며 수심은 9~10m.

4. 절 밑

포인트가 많고 마릿수가 좋아 단골들이 많다. 특히 북서풍이 몰아쳐도 이곳은 조용한 가운데 낚시를 할 수 있다. 사리물때에 찾으면 좋고 중들물에서 중날물 사이에 입질이 집중된다. 수심이 4~6m로 얕은 여밭이어서 정숙을 요한다.

5. 물여

절 밑에 있는 작은 여다. 얕은 여밭으로 2~3명 내리면 알맞다. 올해 최고의 조황을 보이는 곳으로 자리다툼이 치열하다. 중들물부터 초썰물까지 물참. 사리물때에 조황이 좋은 편이다. 수심은 4~6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