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최하류가 웅성웅성 

길산천의 낚시꾼들 수문과의 전쟁

“하루에 두 번씩 물을 빼더니 이제 붕어들도 물 빠질 때 입질해요”

Ｉ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Ｉ

금강하구둑에 인접해 있는 길산천이 봄시즌을 맞아 꾼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길산천은 서천 봉선지(동부지)에서 발원하여 금강에 이르는 12km의 긴 하천이다. 3~4월 두 달 동안 붕어낚시 천국으로 변하지만 하구둑에서 수시로 수문을 열어 널뛰기 조황을 보이는 게 아킬레스건. 즉 수위와의 싸움이 길산천 낚시의 성패를 가른다.
 

▲ 길산천 하류의 홈통 포인트. 매년 월척을 쏟아내는 명당으로서 올 봄에도 꾸준하게 호황을 보이고 있어 자리다툼이 심하다.

올해 길산천은 겨우내 수량이 꽉 찬 데다 비까지 잦다 보니 2~3일에 한 번씩 물을 빼던 예년과 달리 하루걸러 한 번씩 빼며 꾼들을 괴롭히고 있다. 하지만 때가 되니 악조건 상황에서도 붕어는 낚였다. 4월 2~3일을 기점으로 기상이 좋아지면서 붕어들이 산란을 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올라붙기 시작했는데, 3월에 내린 비 때문에 금강으로 유입되는 수량이 많아져 하구둑의 수문을 여는 횟수가 더 늘어나 하루에 두 번씩 물을 빼기 시작했는데도 조황은 살아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군산 파워피싱 나승수 사장은 4월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올해처럼 자주 물을 빼는 해는 보지 못했어요. 붕어들도 이제 물이 빠지는 것에 적응을 했는지 물이 빠지는 도중에도 찌를 쭉쭉 올리더라구요”라고 했다. 물론 물이 빠질 때보다는 불 때 당연히 잘 낚인다. 하지만 물이 빠져도 입질은 꾸준히 이어진다는 것이다. 나승수씨는 “배수 상황에서도 하루에 대여섯 마리씩 낚고 있으며 파워피싱 이장원 회원 같은 경우는 매일 10마리 넘게 올리고 있다”고 자랑했다.    
 

올 봄은 수량이 많아서 수문 방류 더 잦아

◀ 3월 21일 홈통 포인트에서 서천낚시프라자 회원들이 낚은 붕어들. 물을 뺀 뒤 수위가 안정을 찾을 때 낚였다.

나는 지난 3월 14일 길산천을 찾았다. 군산 장형래씨로부터 “월척붕어가 쏟아지고 있으니 빨리 내려오라”는 전화를 받고서였다. 내려가는 도중에도 형래씨의 중계방송은 계속되었다. “금방 옆 사람이 4짜를 올렸으며 그 옆에 있는 사람도 35cm 두 마리를 낚았다”는 그의 전화는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는 나에게 과속을 부추겼다.
“이맘때(3월 초~4월 말) 낚였다하면 모두 35~38cm인데다 4짜도 흔하게 낚여요. 물을 뺀 뒤 안정만 되찾으면 월척 예닐곱 마리는 우습게 낚이지요. 짧은 대로 30대 후반의 월척을 걸어보세요. 한마디로 뿅 갑니다 뿅 가!” 군산의 장형래씨(42, 공군)는 시도 때도 없이 물을 빼 골탕을 먹는데도 길산천을 찾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길산천은 군산IC를 빠져나와 금강하구둑을 건너 우회전하면 가깝다. 시즌 초반인데 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길산천 노른자위 포인트는 망월교에서 상류 쪽으로 500m 우측 홈통 포인트다. 역시나 형래씨는 그곳에 있었고, 38cm와 32cm 붕어를 낚아놓고 있었다. 빈자리가 없어 상류 쪽에 떨어져 자리를 잡고 낚싯대를 폈다. 펴는 도중에도 홈통 쪽에서는 낚싯대가 휘어져 마음을 급하게 만들었다.
18부터 28까지 여섯 대를 펼치고 나니 어둠이 찾아왔고, 간간이 붕어가 낚이던 소리도 줄어들었다. 형래씨는 “형님, 내 자리 옆에 앉은 분 보이죠? 그분 살림망에는 4짜 한 마리에 월척 여섯 마리가 들어 있구요. 그 옆으로 네 번째 분도 월척 네 마리, 그 옆으로는 다섯 마리 월척이 들어 있어요. 지금은 깜깜하니 내일 동트면 촬영하세요”하고 친절하게 알러준다.    
밤에는 입질이 없다. 그래도 홈통 포인트에서는 ‘철퍼덕 철퍼덕’ 소리가 가끔씩 들려온다. ‘역시 홈통 포인트에 억지로라도 들어갔어야 하는데….’ 새벽 6시에 모닝콜을 맞춰놓았는데 시끌벅적한 소리에 더 일찍 눈을 떴다. 바깥이 웅성웅성 소란스럽다.
형래씨가 다가와 “형님, 큰일나버렸어요. 수문을 담당하는 분의 말로 분명히 오늘은 물을 빼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우리가 자는 동안 다 빼버렸어요”한다. 그러고 보니 케미 끝만 내놓았던 찌들이 몸통까지 드러나 춤을 추고 있는 게 아닌가. 더구나 4짜와 월척을 낚은 사람들은 물이 빠지자마자 낚싯대를 걷어 철수해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젯밤에라도 촬영을 해놓는 건데!’ 후회했지만 때는 늦었다.       
이렇듯 금강은 현지 베테랑들조차도 방류시간을 쉽게 알 수 없으며 하루 차이로 희비가 엇갈린다. 그러니 일반 낚시인들의 경우는 호황 소식만 듣고 갔다가 보기 좋게 꽝 치기 일쑤다. 현지꾼이나 낚시점에 배수 상황을 반드시 문의한 뒤 출조해야 후회하지 않는다.

▲ 어느 군산꾼의 월척 조황.

▲ 망월교에서 바라본 길산천. 우측의 움푹 들어간 곳이 홈통 포인트다.

▲ 체고가 높은 길산천붕어를 보여주는 해미의 어선동씨.

황당한 아침풍경 “물이 다 빠져버렸네!”

길산천은 4월 말이면 산란을 끝낸 붕어들이 빠지기 시작하고 5월에는 잉어 산란이 이어진다. 그때는 좀 더 상류쪽에 있는 웅포수로나 석동리수로 시즌을 맞는다.
길산천의 낚시방법은 깊은 곳보다 얕은 곳을 노리는 것이다. 산란 붕어들이 연안의 갈대에 바짝 붙어 먹이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대한 짧은 대로 공략하되 긴 대는 옆으로 쳐서 갓낚시 형태로 공략해야 한다. 홈통지역이 명당이고, 만약 홈통지역에 앉지 못했다면 직선 수로에 이어진 갈대가 끝나는 부분에 길산천으로 흘러드는 지류를 막은 작은 수문이 있고 물이 떨어지는 곳에는 작은 고랑이 있는데 이곳도 붕어들이 은신하는 포인트다. 바닥이 지저분하고 밑걸림이 심하며, 지렁이 외바늘이 정석이지만 글루텐과 지렁이 두바늘 짝밥도 효과적이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군산IC 요금소에서 2.5km 가면 나오는 호덕교차로에서 금강하구둑 방면으로 우회전, 하구둑을 건너자마자 하구둑사거리에서 부여 방면으로 1km 가면 망월교에 닿는다. 망월교를 건너자마자 좌회전, 비포장도로를 따라 500m 가면 노른자위 포인트인 홈통 연안이 나온다.

■전국낚시지도 206p B4. 아이코드  972-337-2454(홈통 포인트)
■취재협조 서천 서천낚시프라자 041-953-9886, 군산 파워피싱 063-442-3150

금강하구둑 수문 어떻게 관리하나?

금강의 물은 농업용수와 군산의 공업용수용으로 공급하며, 부여, 강경, 논산 등 금강 하류 지역의 침수피해 방지를 위해 금강하구둑 문을 열어 수위를 조절한다. 따라서 하루 24시간 컴퓨터가 수위를 체크하고 있으며 한국농어촌공사 금강사업단에서 결정하여 수문을 연다. 수문을 여는 기준은 금강으로 흘러드는 물 유입량을 컴퓨터에서 체크하고 담당자가 수문을 열어 물을 바다로 흘려보내는데,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가 있을 경우에는 미리 수문을 열어 홍수를 대비하기도 한다.
평소에는 2~3일에 한 번씩 수문을 여는데 강수량이 많은 여름에는 하루에 두세 번씩 열기도 한다. 대개 바다 수위가 제일 낮은 간조 때 맞춰 수문을 여는 게 정석이지만 물 유입량에 따라 변수가 있다. 따라서 수문을 관리하는 담당자조차 정확한 시간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게 한국농어촌공사 금강사업단 직원의 말이다. 

========== 출조길 맛집 =============

소금항아리 식당의 참게매운탕

◀ 취재팀이 망월2교 옆에 있는 소금항아리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금강하구둑 사거리에서 부여 방면으로 1.5km 가면 길산천 하류를 지나 망월2교 못미쳐 왼쪽으로 수백 개의 항아리로 지붕을 만든 소금항아리(대표 박종수) 식당이 눈길을 끈다. 안주인 김종희(54)씨의 20년 손맛이 끓여내는 참게매운탕이 자랑이다. 자연산 참게와 재래종(경종)배추만을 사용한 배추시래기, 여기에 징거미새우를 넣어 시원한 맛을 낸다. 넓은 주차장과 120평 건물 내부에는 식당과 전통찻집이 있어 식사 후 전통차를 마시는 여유까지 즐길 수 있다. ☎041-95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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