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초 공 개

보리멸 루어낚시

일본에서 2012년부터 인기, 우리나라는 작년 동해안에서 첫 시도

루어낚시가 나날이 발전하여 웬만한 바닷고기는 루어로 낚고 있지만 아직까지 루어낚시가 생소한 어종들이 몇몇 남아 있으니, 보리멸도 그런 고기다. 백사장 원투낚시의 대표어종인 보리멸은 생미끼로만 낚을 수 있는 물고기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런 통념이 부서지고 있다.

최종찬 영동루어클럽 회원

  후포항 옆 갓바위 포인트에서 보리멸 루어 전용채비로 낚은 보리멸을 들고 기뻐하는 필자.

2012년 여름, 필자는 웹사이트를 뒤지다 일본에서 보리멸 루어낚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전용 로드와 웜, 각종 채비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본에서 보리멸은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인기 있는 대상어다. 보리멸낚시 명인이 있을 정도다. 그런 보리멸을 낚는 방법으로 루어낚시까지 개발되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해 여름 곧바로 보리멸 루어낚시를 실행에 옮기려고 했으나 채비를 구하는 것이 어려웠다. 어쩔 수 없이 작년 여름에야 해외구매대행으로 물품을 구매하여 보리멸 루어낚시에 도전하게 되었다. 드디어 일본에서 주문한 채비가 도착하였고, 일본 사이트에서 보리멸 루어 동영상을 보며 채비를 만들고, 낚시 장면을 머릿속에 그렸다.
첫 출조날, 강릉 사천진리 백사장을 찾아 떨리는 손으로 캐스팅을 하고, 공부한대로 살짝 끌고 스테이를 반복하니 툭툭 치는 입질이 들어 왔다. 그러다 한 번씩 쭉 갖고 가는 입질이 들어오면 나도 모르게 깜짝 깜짝 놀라기 일쑤였다. 그러나 잦은 입질에 비해 후킹 확률은 30%밖에 되지 않았다. 첫 출조는 뭔가 운 좋게 낚인 녀석만 잡고 온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그 원인을 분석해보니 감도가 낮은 에깅 장비를 사용한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다음날 튜블러 타입의 볼락로드를 들고 같은 장소를 찾았다.
다행히 로드의 감도가 좋아 입질 파악이 쉬웠고, 에깅대보다 이물감이 덜한지 먹으면 뱉기 일쑤였던 지난 출조에 비하면 조과가 상당히 풍족해졌다. 그 후 이어진 출조 때마다 조금씩 깨닫는 것이 있었고, 몇 번의 출조에서 효과를 보면서 보리멸 루어낚시의 새로운 재미에 빠져들게 되었다.

보리멸은 움직이는 미끼에 강하게 반응
기본적으로 움직이는 미끼에 호기심을 갖는 보리멸은 작은 녀석이든 큰 녀석이든 몇 마리씩 모여든다.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겁 없는 어린 녀석들은 쉴 새 없이 입질하기 바쁘다. 툭-툭-툭! 보통 어린 개체들의 입질이 몇 번 이어지면 상대적으로 큰 입질이 들어오는데 이것을 미리 생각하고 동작을 준비하면 50%에 가까운 후킹 확률이 80%까지 높아졌다. 챔질 속도가 보리멸이 순간 먹고 뱉는 속도는 따라갈 수 없겠지만, 보리멸이 이물감을 느끼는 시간 정도는 준비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필자가 아직까지 어려운 것이 있다면 입술에 정확히 후킹시키는 기술이다. 뭔가 계획하고 생각한대로 후킹이 된다면 성공이라는 표현을 쓰겠지만 여전히 꿀꺽 삼키고 나오는 보리멸이 간혹 있다. 이 부분은 정말 많이 잡아보고 느껴야 한다는 것이 체감으로 와 닿는다.

후포백사장에서 올해도 위력 발휘
근래 경북 울진 후포항 백사장에서 25cm 내외의 대형 보리멸이 낚인다는 소식을 듣고 7월 2일 영동루어클럽 회원들과 함께 보리멸 루어낚시에 도전했다. 보리멸은 주간성 어종으로 밤보다 동틀 때나 해질녘에 많이 잡히기 때문에 오후 3시쯤 포인트에 도착했다. 흐린 날씨지만 바다가 잔잔하고 물색도 맑아 보리멸 루어낚시에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고 있었다. 우리가 찾은 곳은 후포항 큰 방파제 좌측에 붙어 있는 갓바위란 곳으로 모래와 간출여가 섞여있어 광어도 함께 노릴 수 있는 곳이다.
필자는 7.8ft ML 액션의 볼락대와 8g의 싱커, 갯지렁이 웜을 사용해 본격적인 보리멸 루어낚시에 돌입하였다. 낚시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툭툭’ 보리멸 특유의 입질이 들어온다. 하지만 작은 개체의 입질이거나 복어일 가능성이 크기에 무시하고 액션을 이어갔다. 순식간에 쭉 낚아채고선 이내 놓아 버리는 입질, 보리멸이다. 순간 놀란 가슴이 진정되기도 전에 비슷한 입질이 이어진다. 이 녀석들한테 당한 게 한두 번이 아니기에 침작하게 라인을 살짝 주고 바로 챔질!
좌우로 사정없이 째는걸 보니 제법 큰 보리멸인 듯싶다. 유독 심한 바늘털이 때문에 미안하지만 올리자마자 바닥에 내팽개친다. 족히 25cm는 되는 대형 사이즈의 보리멸이다. 이 시기가 아니면 만나기 어려운 녀석이기에 지체할 시간 없이 바로 캐스팅을 이어 간다. 동행한 이상석씨도 곧잘 올리고, 잡다보면 바늘털이에 빠지는 일이 부지기수지만, 그것이 보리멸 루어낚시라 생각하고 멋쩍은 미소와 함께 차분히 낚시를 이어갔다.
몇 마리를 낚고 나니 입질이 뜸해졌다. 이때는 지체 없이 자리를 이동해야 한다. 처음 섰던 자리에서 20m 떨어진 곳에서 또 보리멸 입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작은 녀석들을 릴리즈 하느라 바빴지만 확실히 늦은 오후가 되니 활성도가 더욱 살아났다. 어느덧 아이스박스는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보리멸이 차곡차곡 쌓였고, 여기서 더 잡으면 냉동실에 넣어두고 냉동상태로 건조시킬 듯싶어 3시간 정도의 짧은 낚시를 마치고 철수했다.

  ▲동행한 이상석씨가 3시간 동안 낚은 보리멸을 보여주고 있다.

  ▲보리멸 전용 루어 채비에 걸려든 보리멸. 지금은 산란철로 알을 품고 있어 통통하다.

  ▲싱커를 가지채비와 연결한 모습.

  ▲보리멸 전용 싱커.

여름만 되면 보리멸에 빠진다
동해안 보리멸 낚시의 피크시즌은 지금부터 보리멸의 산란기인 7월 말까지다. 이때는 보리멸이 연안 가까이 붙어 있고 사이즈도 굵다. 이맘때 보리멸은 동해안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 8월 이후에는 사이즈가 작아지지만 10월 이후에는 다시 굵어져 11월까지 시즌이 이어진다. 하지만 가을엔 먼 곳을 노려야 큰 씨알을 낚을 수 있으므로 에깅대 이상의 로드와 중형 릴, 10g 이상의 싱커를 이용하여 캐스팅 거리를 늘려야 한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 낚시인들 사이에서는 보리멸의 인기가 낮지만 보리멸은 옛날부터 그 맛이 뛰어나 담백한 튀김으로 많이 먹었다. 필자는 여름만 되면 보리멸 루어에 푹 빠진다. 사람을 갖고 노는 듯싶지만 마치 기술보다 두뇌로 낚는 느낌이 강한 매력적인 장르이다. 필자가 독자들에게 보리멸 루어낚시를 강력 추천하는 이유는 재미가 있고, 잘 낚이기 때문이다. 다만 채비를 구하는 일이 녹록하지 않지만, 가까운 미래에 루어 앵글러들이 해변에 모여 보리멸을 낚는 풍경을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보리멸 루어낚시 채비 구입과 만들기

싱커는 모래바닥을 긁기 좋은 V자 형태를 한 제품이 많다. majidiy사의 쵸메리그나 DECOY사의 쇼어덴 제품이 인기다. 라쿠텐, 아마존 등을 이용해 구매할 수 있다. 보리멸 전용 싱커가 없다면 다운샷이나 텍사스리그용 싱커로 대체하여도 된다. 
가지채비와 쇼크리더는 스냅 스위벨로 연결하고, 바늘은 볼락 10호에서 12호 정도가 적당하다. 어렵지 않기 때문에 채비를 직접 만들어도 되지만, 간편하게 보리멸 전용 묶음채비를 구입하여 2단씩 잘라 사용하여도 무방하다.

●보리멸 루어 만들기 
먼저 보리멸 전용 싱커를 쇼크리더에 연결한 후, 스냅 스위벨로 가지채비를 연결하면 된다. 가지채비 길이는 25~30cm, 바늘과의 길이는 5cm로 한다. 보리멸 전용 갯지렁이웜은 버클리 등 다양한 업체에서 국내 시판하고 있다.

보리멸 루어낚시 강좌

핵심은 원투가 아닌 감도

보리멸 루어낚시의 기본적인 채비는 싱커와 가지채비다. 싱커는 보리멸 전용으로 아직 국산품이 없으므로 일본 사이트를 통해서 구해야 한다. 하지만 보리멸 전용 싱커가 아닐지라도 다운샷이나 텍사스 리그용 싱커로 대체하여 보리멸을 낚을 수 있다. 수심에 따라 5~10g 정도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싱커의 모양은 바닥을 긁어 보리멸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좋은 V자 형태가 많이 사용된다.
보리멸은 무리를 지어 먹이활동을 하므로 바늘을 두 개 정도 연결한 가지채비를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루어는 갯지렁이 형태의 웜을 선택하되, 보리멸 전용으로 나온 굵기가 얇은 웜이 좋다. 한 마리가 걸렸다고 바로 랜딩하지 말고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면 한 번에 두 마리씩 낚을 수 있다. 낚싯대는 루어웨이트 5~10g의 7ft 내외 볼락로드 혹은 배스로드가 적합하다. 싱커를 끌기에도 벅찬 UL 로드나 너무 빳빳한 M 로드는 적합하지 않다.
보리멸 루어낚시의 핵심은 원투가 아닌 감도이다. 이 시기엔 보통 전방 20m 안에서 입질이 많고, 발 앞에서 루어를 취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원투는 사실상 불필요하다. 그보다 정확한 챔질 타이밍과 보리멸의 입질을 파악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감도가 중요시된다.
보리멸은 긴 주둥이로 먹이를 흡입하기 때문에 훅 선택이 중요하다. 작은 주둥이로 바늘을 완전히 삼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10호나 12호의 목이 긴 볼락바늘이 적합하다. 웜을 끼울 때 바늘의 목을 완전히 덮지 않고, 바늘 끝을 살짝 걸치도록 끼워야 보리멸이 바늘을 완전히 삼키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다. 바늘을 삼켰을 경우 아가미 깊숙이 박히는 경우가 많기에 소형 바늘빼기를 구비하는 것이 좋다.

갯지렁이웜 사용, 싱커를 끌어 보리멸 유혹
보리멸은 동틀 때와 해질녘에 잘 낚이고, 조류의 흐름이 느슨한 사질대에서 잡힌다. 하지만 매우 예민한 어종이기에 보리멸이 모여 있는 지점에 채비를 착수시키거나, 너무 빠른 릴링과 강한 챔질을 하면 놀라 흩어지는 경우가 많다. 원투는 공략할 지점보다 더 먼 곳에 던져서 바닥을 천천히 긁는 느낌으로 릴링을 하며, 챔질은 얇은 입질에 하지 말고 확실히 먹고 째는 상황에서만 하는 것이 좋다. 파도가 치거나 물이 탁할 경우 조과가 떨어지므로 기상을 미리 확인하고 출조해야 한다.
보리멸 루어낚시의 기본적인 채비 운용법은 ‘스톱앤고’이다. 캐스팅 후 채비가 바닥에 가라앉으면 로드를 들고 천천히 릴링을 하여 싱커를 끌어 모래먼지를 일으킨다. 이때 주변의 보리멸이 호기심을 갖고 모여들고, 먹이를 취하게 하기 위해 3초 정도 스테이를 한다. 이것을 반복하여 운용하면 되고, 간혹 활성도가 낮을 경우 릴링 대신 로드를 자연스럽게 끌어 주는 액션이 좋다. 릴링 도중 입질이 들어오기도 하지만 스테이 중에 먹고 째는 입질이 후킹확률이 높으며, 이물감이 느껴지면 바로 뱉기 때문에 무엇보다 빠르고 신속한 챔질이 중요하다. 보통 무리를 지어 회유하기 때문에 한자리에서 오래하는 것보다 조금씩 이동하며 잡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갯지렁이웜은 장시간 사용하다보면 너덜너덜해지기 쉬운데, 입질이 뜸해지는 요인이 된다. 그리고 첨가제가 들어간 웜 특성상 장시간 사용하면 집어효과가 줄어든다. 자주 교체해주는 게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