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관리 및 육성법
해양수산부의 갈팡질팡 이중 행정
납추 사용, 이미 봄부터 금지돼 있었다
2월 초 인터뷰 “9월 10일까지 지자체에 납추 단속 유예 요청하겠다”
4월 말 발송 공문 “각 지자체와 경찰은 납추 사용을 지도 단속해달라”
이영규 기자
해수부가 지난 4월 28일 ‘납추 등의 제조 수입 판매 사용에 대한 지도ㆍ단속 협조’ 공문을 각 지자체와 경찰, 해양경찰 등에 발송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이 된 이유는 해양수산부가 작년 9월 6일 낚시관리 및 육성법 재입법예고에서 「납추 사용자에 대한 단속은 9월 10일까지 유예한다」고 발표한데다, 올해 2월 11일 낚시춘추와의 인터뷰에서도 “비록 법제처에서 법적 유예가 힘들다고 하지만, 납추 사용이 9월 10일까지 가능하도록 전국 지자체, 경찰, 해양경찰에 단속을 유예해줄 것을 요청하는 협조공문을 발송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과 두 달 만에 말과 행동이 달라진 이유가 무엇일까?
‘양치기 소년’ 된 해양수산부
해수부의 이중 행정은 2013년 8월에 납추 유예기간을 한 번 더 연장하려다 여러 반대에 부딪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해수부는 낚시관리 및 육성법의 유해낚시도구 유예기간 종료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낚시관리 및 육성법 시행령에 따르면 ‘2013년 9월 11일부터 납추를 비롯한 유해낚시도구 판매와 사용이 금지되어’ 유예기간 종료일이 한 달도 남지 않았을 때다.(한편 납추의 제조와 수입은 2013년 3월 11일부터 금지되어 있었다.)
그런데 해수부가 판단하기에도 대체추 개발 보급이 턱없이 미진하여 납추 단속을 시행할 경우 대혼란이 우려된다고 본 것인지 당시 새로 자원관리과장에 부임한 오광석 과장이 ‘한 번 더 유예하자’는 안을 내놓았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통 크게 “3년간 유예하겠다”고 입법예고하였다.(자원관리과는 해양수산부의 낚시 담당 부서다.)
아마도 해수부는 낚시계에서 이 3년 유예안을 크게 반기리라 예상했던 것 같다. 물론 낚시인들과 대다수 조구업체는 내심 유예안을 반겼다. 하지만 친환경추 제조업체들이 “9월에 맞춰 판매물량을 다 준비해놓았는데 또 3년 유예라니 이럴 순 없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결국 한 달도 안 되어 3년 유예 계획은 ‘없던 일’이 되고 2013년 9월 4일 해수부는 ‘판매는 6개월, 사용은 1년 유예로 재조정한’ 안으로 바꾸어서 재입법예고했다. 그러면서 민망했던지 3년 유예안 입법예고 때는 중앙 일간지 등에 빠짐없이 돌렸던 보도자료를 재입법예고 땐 배포하지도 않았다.
법제처가 반대하자 낚시인들 몰래 유예 포기
그런데 재입법예고도 문제가 생겼다. 이번엔 법제처에서 발목을 잡았다. 2013년 12월 말 법제처는 “이미 법이 시행되었는데 시행령에 부칙을 넣어서 유예기간을 설정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해석을 내리고 해수부의 유해낚시도구 허용기간 연장 입법예고안 법령심사를 반려했다. 당시 법제처의 반려가 친환경추 제조업자들의 줄기찬 민원 때문이었다는 말도 있지만, 어쨌든 해수부는 더 이상 유예가 불가능한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그런데 해수부는 그 사실을 낚시인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즉 판매는 6개월, 사용은 1년 더 유예하겠다고 한 재입법예고 내용만 알고 있는 낚시인들에게 상황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친환경추 제조업체들은 법제처로부터 ‘해수부의 유예안 법령심사를 반려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2014년 1월에 그 소식을 다방면으로 전했다. 낚시춘추는 그에 대한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2월 11일 자원관리과 오광석 과장과 통화를 했다. 그 통화내용은 낚시춘추 2014년 3월호에 실렸는데 요약하면 이렇다.
“법적인 유예는 힘들어졌다. 그러나 9월까지는 낚시인들이 납추를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 즉 해수부에서 9월 10일까지를 홍보 계도기간으로 정하고 전국 지자체, 경찰, 해양경찰에 계도기간 내 단속을 유예해줄 것을 요청하는 협조공문을 발송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니) 해수부는 그런 내용의 협조공문을 발송하지 않았다. 오히려 두 달 후인 4월 28일 ‘단속 요청 공문’을 17개 광역자치단체와 경찰, 해양경찰에 발송했다. 공문 내용은 이렇다.
“2013년 9월 11부터는 특례기간 만료로 납추를 포함한 유해 낚시도구의 판매와 사용 등이 전면적으로 금지되었으나 일부 지역에서 법 시행 전에 제조된 납추 등을 판매 또는 사용하는 사례가 있어 단속을 요청한다.”
이게 대체 어찌된 노릇인지 확인하기 위해 6월 12일 자원관리과 오광석 과장과 다시 통화를 했다.
해수부 “아무튼 법이 시행된 만큼 지도 단속은이루어지는 게 맞다”
-올해 2월 초 본지와 인터뷰 때는 재입법예고한 대로 9월 10일까지를 사용자 계도 기간으로 정하고 전국의 지자체와 경찰에 단속 유예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해놓고 두 달도 안 돼 단속 요청 공문을 발송한 이유는 무엇인가?
“인터뷰 당시만 해도 해수부의 입장은 낚시계가 처한 현실을 최대한 이해해 단속을 유예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법은 그대로 집행됐고 단속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지도ㆍ단속 요청 공문을 발송하게 되었다.”
-결국 ‘9월 10일까지는 납추 사용이 허용되게 하겠다’는 약속은 애초부터 지키기 힘든, 곤경을 모면하기 위한 것이었나?
“앞서 말씀드린 대로 해수부는 현실성에 맞춰 낚시계의 입장을 최대한 대변해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조속한 법 집행을 요구하는 민원인들의 목소리도 분명히 존재하고 그들의 민원이 법제처에도 들어간 것으로 안다. 아무튼 법이 시행된 상황인 만큼 지도 단속은 이루어지는 게 맞다고 본다.”
-낚시인들은 해수부의 재입법예고 내용대로 9월 10일까지 납추를 써도 되는 줄 알고 있다. 9월까지는 아직 석 달 가까이 남았는데 지금부터 사용자 단속에 들어가는 것인가?
“공문의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라. 단속이라는 문구만 있는 게 아니라 분명히 계몽, 지도, 단속이라고 적혀있을 것이다. 이번 공문의 취지는 강력한 단속보다는 계몽과 지도에 중점을 뒀다고 보면 될 것이다.”
-해수부에선 계몽과 지도에 중점을 두었다고 해도 공문을 받은 지자체나 경찰이 즉각적이고 강력한 단속에 들어갈 수도 있지 않은가?
“그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법이 발효된 이상 집행이 돼야 할 것이고 해수부에서도 충분한 계몽과 지도 기간이 주어졌다고 판단되면 지금보다 더 강력하게 단속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 시기를 보고 있는데 낚시인들 스스로도 이번 조치의 취지를 이해하고 협조해주길 바란다.”
정리해보면, 법적으로 납추의 판매와 사용은 이미 작년 9월 11일부터 금지되어 있었다. 지금 현재 납추를 쓰고 있다면 불법행위인 셈이고 단속의 대상이 된다. 단속되면 1차 75만원, 2차 150만원, 3차 30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아직 낚시인들을 대상으로 한 납추 단속은 실시된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당장 내일이라도 서울 한강에서, 각 지역의 해상낚시공원에서, 불시에 집중단속이 이뤄질 수 있다. 행정관례상 처음엔 벌금 부과 없이 경고조치만 할 가능성이 크지만 납추를 현장에서 압수당해 낚시를 중단해야 하는 불편을 겪거나, 단속현장을 방송사에서 취재해 낚시인들을 범법자로 매도할 수도 있다. 정말 불쾌한 것은, 왜 이런 사실을 정부나 지자체의 공무원들끼리만 알고 정작 낚시인을 비롯한 국민들은 모르고 있느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