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일의 구멍찌낚시 강좌

날씨와 벵에돔낚시

장마철에 상층보다 중층을 노려봐야 하는 이유

홍경일 다이와 필드스탭

우리나라의 장마는 보통 6월 중순부터 7월에 시작된다. 이 시기가 되면 겨울 이후 부진했던 벵에돔낚시가 본격적으로 재개된다. 수온이 18~20도로 상승하면서 벵에돔 활성이 높아지고 연안으로 올라붙는 개체수 역시 급증하기 때문이다.
‘장마 벵에돔’은 원래 제주도에서 비롯된 말이었으나 벵에돔낚시가 보편화된 지금은 남해와 동해에서도 벵에돔낚시의 출발점으로 여기고 있다. 이때가 되면 갯바위와 방파제 어디를 가도 20~30cm급 벵에돔을 마릿수로 만날 수 있으며 낮에도 35cm급 이상을 낚을 수 있다.

쿠로시오 확장이 장마철 호황의 열쇠

장마철에 벵에돔낚시가 잘 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쿠로시오 난류의 확장을 꼽을 수 있다. 쿠로시오가 확장하면 수온이 이전보다 크게 상승하고 물색도 맑아진다. 제주도라 해도 영등철 무렵에는 남해안 물색과 비슷할 만큼 탁하지만 장마철이 돼 쿠로시오가 밀려오면 짙푸른 잉크빛을 띤 맑은 물색으로 변한다. 
둘째는 어두컴컴한 날씨다. 장마철에는 늘 구름이 끼어 있고 보슬비가 오락가락해 주위가 어두컴컴한 날이 많다. 다른 어종의 낚시에서는 이런 날씨가 악재지만 벵에돔낚시에서는 호재다. 눈이 밝고 민감한 벵에돔은 날이 어두울수록 상층 가까이 상승하고 먹이활동도 활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어종을 노리는 낚시는 몰라도 벵에돔낚시만큼은 날씨가 흐린 날도 좋다.

찌 자체를 교체해 공략수심 조절하라 

장마철에 벵에돔 활성이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워낙 기상 변화가 잦은 시기여서 입질 기복도 심해진다. 따라서 그때마다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 특히 장마철 초반에는 벵에돔이 상층까지 활발히 떠서 입질하다가도 조류가 갑자기 변하면 입질이 뚝 끊기거나 깊은 곳에서만 입질하는 경우도 잦아진다. 아마도 이것은 쿠로시오의 영향을 받아 새로 유입된 조류가 기존의 조류와 완전히 교체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추측된다.
그래서 필자는 장마철 초반에는 상층 공략용 채비보다 다양한 수심층을 신속하게 노릴 수 있는 채비를 선호한다.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이 찌멈춤봉인데 기존 제로채비에 사용하던 고무재질보다는 다이와사의 ‘D-스텐싱커’ 같은 찌멈춤봉을 선

호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가운데 봉이 무거운 스테인리스 재질이어서 봉돌 역할을 겸하는 소품이다. 봉돌을 단 바늘 부위와 D-스텐싱커를 연결한 직결 부위를 동시에 가라앉히는 것인데 실제로는 봉돌을 부착한 부위가 먼저 내려가고 D-스텐싱커는 늦게 내려간다. D-스텐싱커는 수면에 늘어진 원줄의 저항 때문에 처음에는 빨리 내려가지 못하다가 봉돌 부위가 완전히 수직 형태로 늘어진 후부터 본격적으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다이와사의 D-스텐싱커(왼쪽) 찌멈춤봉과 일반 찌멈춤봉(오른쪽). 가운데 봉이 스테인리스 재질인 D-스텐싱커는 봉돌 역할을 겸한다.

수심층 공략 요령은 다음과 같다. 처음에는 구멍찌 위 30cm 지점에 제로매듭(나비매듭)을 묶은 후 상층 위주로 노려보다가 입질이 없거나 끊기면 점차 깊은 곳을 노려보도록 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상층에서의 입질이 뚝 끊겼을 때 중층을 노려 입질을 받아낸 경우가 매우 많았는데 이 경우에는 잡어도 상층에서는 잘 보이지 않으므로 잡어의 동향을 잘 살피는 것만으로도 벵에돔 유영층을 파악할 수 있다. 
좀 더 깊은 수심층을 노릴 때는 단순히 찌매듭을 올려주는 방식보다는 그림2에서 보듯 구멍찌를 교체해주는 게 더 유리하다. 제로찌 채비는 워낙 채비가 가벼워 찌매듭을 올린다고 해서 금방 채비가 내려가지 않기 때문인데 0, 00, 000찌 등으로 교체해 채비 전체를 서서히 가라앉히며 입질층을 찾는다.
단 000찌는 가라앉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0나 00찌를 사용했을 때보다 약간 멀리 던져 원줄을 팽팽하게 잡아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앞쪽으로 당겨지며 서서히 가라앉는다. 

제주도 수온 해마다 상승

제주도의 경우 지난 3~4월 영등철 시즌은 매우 의외의 상황이 연출됐다. 영등철 최저 수온이 14~15도를 유지하면서 벵에돔이 꾸준하게 낚였기 때문이다. 2월 초 잠시 12도까지 떨어진 날이 며칠 이어졌지만 그 이후론 예년보다 2~3도 가량 높은 수온이 유지되었다. 5월 초 현재도 지귀도, 형제섬, 범섬 등지에서 벵에돔낚시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남해안의 원도 역시 올해는 최저 수온이 12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았다는 얘기들이 많은 것을 보니 바다의 온난화 현상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밑밥 운용술

크릴 섞지 않은 밑밥도 준비하라

필자는 벵에돔 밑밥을 준비할 때 크릴을 섞은 밑밥과 섞지 않은 밑밥을 모두 준비한다. 발밑에는 크릴을 섞은 밑밥을 품질하고 찌가 있는 곳에는 빵가루, 벵에돔 집어제를 섞은 밑밥을 품질하는 것이다. 붕어낚시용 글루텐을 약간 섞어주면 점도가 높아져 원투력도 좋아진다. 벵에돔 밑밥이 떨어진 곳에도 잡어가 몰려들긴 하지만 호기심에 접근만할 뿐 실제로 먹이활동은 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미끼가 살아남을 확률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