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지의 부활
보트낚시에 떡대급 와르르
허만갑 기자
올봄 서산태안권 최고의 대물 호황터를 꼽는다면 단연 부남호다. 3월 중순부터 4월 초순 현재까지 무수히 많은 낚시인들이 드넓은 부남호 본류 곳곳에서 본인의 4짜 기록과 월척 마릿수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보트낚시인들에게 최고의 호황터는 따로 있었다. 바로 서산시내의 대형지인 풍전지다.
▲ 박현철씨와 기자가 낚아 올린 조과의 일부.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두 시간 동안 월척 30마리를 정신없이 낚았다.
▲ "빵이 엄청납니다." 만삭의 몸으로 찾아온 풍전지 4짜 붕어를 안아 들고 바낙스 필드스탭 박현철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 만수에서 70cm가량 물이 빠진 풍전지 상류의 모습.
풍전지(인지면 풍전리, 23만4천평)의 올봄 월척사태는 작년 여름에 예견되었다. 작년 8월에 비바피싱의 박현철씨가 갈수상태의 풍전지를 찾아서 4짜 붕어 3마리와 10여 마리의 월척을 낚았는데 이 조과는 풍전지의 부활을 알렸다. 왕년의 마릿수터가 대물붕어터로 거듭났음을 확인한 것이다. 그 소식은 FTV와 낚시춘추를 통해 알려졌고 풍전지의 여름 호황은 9월까지 이어졌다.
서산에선 성암지 다음으로 큰 저수지인 풍전지는 2000년대 중반까지도 낚시인들이 자주 찾는 붕어낚시 명소였으나, 배스가 유입되고 붕어 마릿수가 격감하자 낚시인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낚시춘추 지면에 매년 한두 차례씩 소개되던 풍전지가 2006년 이후 9년간 단 한 번도 유망낚시터로 추천된 적 없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그런데 작년 여름의 대호황이 터진 후로도 풍전지 러시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조황이 보트낚시에서만 나오고 연안낚시엔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연안낚시 여건에 비해 보트낚시 여건 월등
그런 양상은 올봄도 마찬가지다. 보트낚시 동호인들로 구성된 클럽비바 회원들은 3월 23일부터 풍전지에 교대로 들어가서 대부분 3~4마리씩 월척을 낚았고 혼자 10마리 넘게 낚은 이들도 많았다. 월척도 턱걸이급이 아니라 대부분 35cm가 넘는 대물이었다. 그러나 연안낚시인들은 많지 않았다. 그 이유는 월척이 쏟아진 큰골 상류가 연안에선 접근 불가능한 물속에 있기 때문이다. 취재당일 큰골 상류에서 좌대를 설치하고 수중전을 펼친 낚시인이 4짜 붕어를 낚기도 했으나 공략거리에 한계가 있어서 보트의 조과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나는 3월 23일 박현철씨와 올봄 풍전지의 첫 보트낚시를 시도했다. 그리고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둘이서 허리급 월척 30마리를 낚아냈다. 두 시간 동안 나 혼자 건져 올린 월척만 15마리였는데 입질을 보고 채서 낚은 것은 반도 안 될 정도로, 낚은 고기를 처리할 때 대를 차고 들어가거나 돌아보면 찌가 사라지고 없어서 엉겁결에 걷어낸 결과물이었다. 그야말로 융단폭격 입질 속 아수라장이었다. 박현철씨는 그 다음날까지 머물며 FTV ‘해결사의 대물속공낚시’를 촬영했는데 다음날에도 10여 마리를 낚았다. 역시 9시부터 11시까지 소나기 입질이 나타난 뒤 거짓말처럼 사라졌다고 한다. 방송촬영 다음날 소문이 나면서 30척의 보트가 상류에 몰리자 붕어들이 놀란 듯 입을 다물었으나 3월 29~30일 주말엔 10여 척의 보트가 떠서 개인당 1~6마리의 월척 조과를 거두었다.
▲ 클럽비바 회원 강명필씨가 35cm, 36cm 붕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진짜 큰놈은 목줄이 터져서 놓쳤다고.
▲ 풍전지 큰골 상류 풍전호수가든 건너편에 자리한 낚시인들. 수중좌대를 설치하고 붕어를 낚아냈다.
▲ 클럽비바 최일목(도로시) 회원이 월척붕어를 끌어내고 있다.
▲ 비바붕어 박현철씨가 엄청난 체고를 가진 4짜 붕어를 낚아 올렸다. 붕어 무게에 뜰채 프레임이 부러져 한바탕 소동 끝에 간신히 올렸다.
연안낚시는 큰비 후 오름수위 전개돼야
한편 그동안 풍전지의 연안낚시 명당으로 꼽혔던 풍전호수가든 앞 연안은 작년에 준설을 한 탓에 깊은 물골로 변해 붕어가 잘 낚이지 않고 있다. 그밖의 상류 연안은 또 수심이 너무 얕아서 탈이다. 풍전지 수위가 만수에서 70cm가량 빠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풍전호수 가든에서 하류로 100m쯤 내려간 연안에서 1m 수심권을 노린 인천 낚시인은 3월 26일 밤 9시에 43cm 붕어를 낚기도 했다.
작은 골의 조황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하지만 클럽비바 회원 몇 명이 작은 골에서도 보트낚시로 월척을 여러 마리 낚았기 때문에 작은 골 연안에서도 상당한 조과가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풍전지의 대물 조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23만평 수면 속에서 10년 가까이 숙성되고 고스란히 보존된 월척 자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중 상당수가 4짜급이란 것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연안낚시가 잘되려면 지금보다 수위가 불어야 한다. 결국 큰비가 와야 한다는 것인데, 여름이 되기 전부터 폭우가 잦은 요즘 기후라면 5월이 가기 전에 오름수위 찬스가 전개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풍전지 포인트와 낚시방법
풍전지는 두 개의 골로 이루어져 있다. 큰 골은 넓고 얕으며 작은 골은 좁고 깊다. 봄에는 큰 골의 조과가 나은 편이다. 큰 골에서도 풍전호수 가든 쪽 연안보다 그 건너편 연안이 더 좋다. 더 넓은 완경사 평지에 뗏장수초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너편 상류는 연안 접근이 불가능해 오직 보트로만 공략할 수 있다.
연안낚시 명당은 좌안 중류 작은 골 초입 상여집 앞, 좌안 상류 수초대, 우안 상류 풍전호수가든 주변이다. 다만 가든 앞 상류 물골은 준설작업을 해서 포인트로 적합지 않으며 가든 앞 하류의 얕은 완경사 지역을 노려야 한다.
미끼는 지렁이, 떡밥, 옥수수를 고루 쓰는데, 3월엔 지렁이가 압도적이었고, 여름으로 가면 글루텐떡밥과 옥수수도 잘 먹힌다. 봄에는 밤낚시가 거의 안 되지만 5월 이후엔 밤에도 간간이 입질이 온다. 그래도 피크는 아침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