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봉수로 대박
직공낚시의 진수를 만끽했다
이영규 기자
산란기 붕어낚시의 강력한 무기는 수초직공낚시다. 산란에 임박한 붕어들은 얕은 수초밭으로 몰려들기 때문에 이때는 좁은 수초구멍에도 찌를 세울 수 있는 직공낚시가 단연 위력적이다. 지난 3월 30일 서산 팔봉수로를 찾은 군계일학 오월이팀은 수초직공낚시의 위력을 제대로 맛봤다.
▲ 최상류 곶부리 인근 수초밭에서 직공낚시로 붕어를 끌어내고 있는 김칠성씨(땅콩). 가장 많은 월척을 낚았다.
▲ 팔봉수로에서 직공낚시로 거둔 조과를 자랑하는 군계일학 오월이팀 회원들. 대부분 월척급이다. 왼쪽부터 이재문(송도일학), 최윤진(낚시좋다), 장정환(맥가이버) 회원.
▲ “어이쿠! 가만있어라 이놈들아” 양수장과 붙은 부들밭에서 낚은 월척을 보여주던 안성진(무진장) 회원. 들고 있는 붕어는 38cm와 39cm짜리다.
나는 봄이면 스윙낚시보다 수초직공낚시를 즐긴다. 지난 2월 초부터 직공채비를 차에 싣고 다녔으나 마땅히 사용할 현장을 만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3월 29일 군계일학 회원 손태성씨(레박이)가 “어제 팔봉수로로 들어간 군계일학의 오월이팀이 직공채비로 월척을 20마리 이상 낚아 놓았다”며 “긴 대를 많이 갖고 있는 이 기자님이라면 공략해볼 곳이 많을 것”이며 한껏 바람을 넣었다.
군계일학 대물팀은 인원이 많아 세 팀으로 나눠 활동 중인데 오월이팀은 주로 40대 이상 중장년층으로 구성돼 있다. 그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팔봉수로 최상류 양수장에 도착한 것은 30일 오전 7시경. 호황 소문이 났는지 보트까지 뒤섞여 혼잡했다. 최상류에서 가장 좋은 조황을 보이고 있던 곳은 두 자리였다. 양수장과 붙은 부들수초밭 그리고 양수장 옆으로 길게 뻗은 곶부리의 수초밭이었다.
붕어가 연안 수초대로 몰리자 보트 조황은 뒤져
그런데 연안낚시인들의 호황과 달리 보트낚시인들의 조과는 형편없었다. 이미 붕어들이 연안의 수초 속으로 들어와 버렸는지 보트에서는 별다른 입질을 받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오월이팀의 김칠성씨는 “어제 오후 한 보트낚시인이 종일 보트를 타고 다녔는데 고작 월척 한 마리밖에 못 낚았다고 푸념하더라”고 말했다.
이처럼 산란기에는 연안낚시보다 보트낚시의 조황이 뒤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수초밭이 물 가운데 있거나 듬성듬성하다면 보트가 유리하지만 연안에만 밀생하고 폭이 좁다면 불리한 것이다. 연안낚시인들이 긴 대를 이용해 직공낚시를 하고 있다면 보트는 포인트로 접근하기 어렵다.
보트 낚시인들이 고전한 이유는 또 있었다. 수초대를 벗어나면 어김없이 살치가 달려들었다. 연안 직공낚시인들이 붕어를 낚아내고 있는 수심은 60~70cm. 보트낚시인들이 밖에서 노리는 수초대 언저리의 수심은 80~90cm였는데 불과 20~30cm 수심 차이에 살치 성화가 달라졌다.
▲ 최윤진 회원이 직공낚시에 사용한 채비와 5칸 낚싯대를 보여주고 있다.
▲ 안성진 회원이 월척을 마릿수로 뽑은 양수장 앞 부들밭. 부들밭 바깥에서 수초구멍을 노린 보트낚시인은 살치 성화에 시달렸다.
▲ 팔봉수로 좌안 하류에서 월척 조과를 거둔 서울 대림낚시 회원들. 왼쪽부터 김재현, 황종필, 이상해씨.
▲ 대림낚시 회원들이 공략한 팔봉수로 중하류권 부들밭. 씨알과 마릿수 모두 탁월했다.
좌안 부들밭에도 월척 속출
김칠성씨는 낚시자리에서 10m 정도 떨어진 물속에 살림망을 보관하고 있었다. 대박 소문을 듣고 찾아온 낚시인들이 계속 살림망을 들어보는 바람에 멀찌감치 숨겨놓은 것이라 한다. 살림망 끈을 당겨보니 물 밖으로 끄집어내지도 않았는데도 울컥하며 물보라가 일었다. 꺼내보니 25~36cm 붕어가 30마리가량 담겨 있었다. 양수장 앞에 자리한 안성진씨는 큰 놈만 골라 둔 36, 37, 39cm짜리를 들고 나타났다.
그러나 막상 내가 도착한 날은 호황의 막바지였다. 김칠성씨는 “날씨는 전날보다 더 좋았지만 비가 온 직후라 그런지 바람이 강하고 물색도 훨씬 맑아졌다”고 말했다.
차를 타고 팔봉수로 좌안 도로를 따라 하류로 내려가자 부들수초가 자라있는 곳마다 낚시인 차가 주차해 있었다. 정자가 있는 중하류권에 서울에서 온 대림낚시 회원들이 있었는데 주차하는 사이에 회원 한 명이 월척을 들고 도로로 올라온다. 이상해씨였다. “오늘 아침에 보니 살림망이 터져있어서 옆자리 회원의 살림망에 고기를 넣으러 가던 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40cm 포함 총 7마리의 붕어를 낚았다고 했다. 대림낚시 회원 중 가장 많은 붕어를 낚은 황종필씨의 살림망에는 36cm 포함 6마리의 붕어가 담겨있었는데 4마리가 월척이었다.
4월 초 현재 팔봉수로의 산란 호황은 막을 내린 상황이다. 하지만 아침과 오후엔 중치급부터 월척까지 입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오전의 경우 햇살이 완전히 퍼진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오후는 4시부터 6시까지 입질 빈도가 높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를 나와 서산 시내를 통과한 후 예천사거리(전자랜드사거리)에서 태안 방면으로 좌회전해 약 7.5km 가면 어송교차로. 우측의 팔봉면 방면으로 빠져 약 3.5km 가면 좌측에 팔봉면게이트볼장 이정표가 보인다. 좌회전해 들어가면 팔봉수로 좌안에 닿는다. 내비에는 솔감저수지 또는 팔봉면게이트볼장 입력.
Tip
짧은 낚싯대로 노릴만한 직공 포인트 많아
직공낚시는 긴 대를 쓸수록 유리해 5칸 이상의 장대가 주로 쓰이지만 팔봉수로에서는 반드시 긴 장대를 갖출 필요는 없다. 특히 좌안의 경우 수초밭이 연안 가까이 붙어있고 폭도 넓지 않아 4칸 반 대 정도면 공략할 수 있다. 팔봉수로는 차를 타고 전 연안을 이동할 수 있어 조황과 바람 방향에 따라 수시로 포인트를 옮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