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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북중교에 낚시동아리 만든 ‘낚시교장’ 홍기춘 선생님   

서성모 기자 blog.naver.com/mofisher

▲ ‘낚시교장’ 홍기춘 선생님의 낚시 강좌. 홍기춘 교장이 괴산북중학교 낚시동아리 학생들에게 낚시 장비의 종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충북 괴산북중학교는 전교생이 140명인 작은 학교다. 이 학교에 올해 부임한 홍기춘 교장이 제안해 낚시동아리를 만들었다. 홍기춘 교장이 직접 낚시를 가르치고 또 함께 낚시를 떠난다.      

홍기춘 교장이 교무회의에서 낚시동아리를 만들자고 제안했을 때 교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낚시를 할 줄 아는 선생님이 한 명도 없었으니 그럴 수밖에. 교장이 동아리를 직접 챙긴다는 것도 의아스러웠다.
서울에서 33년간 교직 생활을 한 홍기춘 교장은 정년퇴임을 3년 앞두고 지방 학교 근무를 자원했다. 고향인 청주에서 가깝고 부모님의 고향이기도 한 괴산에서 교직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은 것이 주된 이유였다. 그리고 또 하나 이유가 있었다. 바로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낚시를 자라는 학생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서울은 아이들이 너무 바쁘고 가까운 곳에 낚시터가 없어서 낚시를 가르친다는 게 거의 불가능했어요. 하지만 괴산으로 내려와서는 그게 가능해졌죠.”
홍기춘 교장은 약간 늦게 서른이 넘어서 낚시를 배웠다. 계속 머리가 아프고 뒷골이 뻐근해서 병원을 찾았더니 의사가 낚시나 등산을 해보라고 하더란다.
“동료 선생 중 낚시가 취미인 분이 있어서 같이 낚시를 해봤더니 머리 아픈 게 싹 낫더라 이겁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낚시를 즐겼죠. 너무 좋더군요. 이 좋은 취미를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과도 함께 하면 어떨까 늘 생각했어요.”

교장의 낚시동아리 제안에 교사들 깜짝

지난 3월 28일, 괴산북중학교의 낚시동아리 지원 요청을 받은 중고교낚시동아리 지원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지원 물품을 싣고 괴산으로 향했다. 김선규 지원운동본부장을 비롯해 한국스포츠피싱협회 장현주 사무총장, 바낙스 윤석환 부장이 함께 갔다. 홍기춘 교장이 직접 교문까지 나와 마중했다.   
홍기춘 교장은 “낚시동아리를 만들고 학생들까지 모집했지만 예산이 문제였어요. 3월은 학교 동아리 선정이 모두 끝나고 예산 책정마저 마무리된 시기여서 교장이라 하더라도 동아리 활동 때문에 특별 예산을 책정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난감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낚시용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입니다”하고 말했다. 중고교 낚시동아리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발족한 운동본부는 지난 4년 동안 낚시동아리 지원을 원하는 11개 학교에 낚시용품과 콘텐츠를 지원해왔다. 
홍기춘 교장이 안내한 강당엔 이석중 낚시동아리 담당 교사와 9명의 동아리 학생들이 앉아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 준비해온 낚시용품을 쏟아놓자 아이들의 눈이 커졌다. 이번 괴산북중학교 낚시동아리 지원엔 바낙스가 민낚싯대 15대, 스피닝릴과 로드 10세트, 낚시의자, 모자 등 250만원 상당의 낚시용품을 준비했고 다미끼에선 루어, 신장떡밥에선 떡밥, 군계일학에선 떡밥낚시용 찌세트를 각각 지원해주었다. 

“낚시하며 친구와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아요”
  
윤석환 부장이 테이블 위에 놓인 낚시용품을 하나씩 들어 보이며 어디에 쓰이는 용품인지 설명해주었다. 학생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들었다. 윤석환 부장의 장비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홍기춘 교장은 릴과 낚싯대를 살펴보고 있는 학생들 곁에 다가가서 보충설명을 해주었다.
이원종군은 “저는 TV에서 낚시 프로그램을 보고는 직접 해보고 싶어서 친구들과 함께 낚시를 해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학교에 낚시동아리가 생겨서 정말 기뻐요”하고 말했다. 임성준군은 낚시를 좋아하는 이유가 특별했다. “아빠한테 낚시를 배웠어요. 친구들하고도 낚시를 가요. 낚시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은 것 같아요. 게임은 화면만 계속 쳐다봐야 하니까 말할 시간도 없는데 낚시는 고기가 안 잡히면 서로 얘기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홍기춘 교장의 권유로 낚시동아리를 맡은 이석중 교사는 낚시 경험이 전혀 없었다. 이석중 담당 교사는 “저는 학과목을 지도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진로 상담 교사입니다. 일단 낚시동아리를 맡았으니 학생들과 함께 배우면서 낚시가 인성적으로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하고 말했다. 

▲ “괴산북중학교 낚시동아리 파이팅!” 동아리 학생들과 교직원, 중고교 낚시동아리 지원운동본부 관계자들이 단체촬영에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첫 야외 수업은 시조회 견학

괴산북중학교 낚시동아리의 정식 동아리 활동은 4월 9일 수요일 5~6교시에 있었다. 이날 수업 과목은 찌맞춤과 매듭법. 홍기춘 교장의 요청으로 청원 오창낚시 박노학 사장과 청주대성낚시 김문수 사장이 아이들의 낚시 준비 과정을 돕고 또 강의도 했다. 괴산군 소수면에 사는 낚시인 홍운희씨는 학교에 낚시동아리가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자원해서 도우미로 나섰다.
홍기춘 교장은 4월 13일 열리는 청주 강서낚시회 시조회에 학생들과 함께 가기로 약속했다. 참가 신청을 받았는데 5명의 학생이 시조회를 직접 구경하고 싶다고 밝혔다. 홍기춘 교장은 “고기를 어떻게 잡는 것을 가르치기에 앞서 낚시터에서 배우고 익힐 모범 사례를 접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어른들이 어떻게 낚시를 대하고 또 어떻게 낚시를 하는지 보게 되면 느끼는 게 많이 있을 거예요”하고 말했다. 
학교장이나 학부모의 반대로 낚시동아리가 없어지기도 하는 현실에서 교장 선생님이 직접 낚시동아리를 챙기는 괴산북중학교의 취재는 유쾌하고 기분 좋은 일이었다.  
“학부모들이 낚시는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하는데 안전수칙만 지키면 낚시는 전혀 위험하지 않잖아요? 괴산은 물 맑고 산 높은 청정 고장입니다. 낚시를 즐기기 더없이 좋은 환경이죠. 저는 어렸을 때 고모님이 계시는 이곳 괴산으로 놀러 와서 달래강이라고 부르는 괴강에서 조카들과 물고기를 잡으며 정말 재미있게 놀았어요. 우리 아이들이 공부도 열심히 하고 또 놀 때는 낚시를 통해 친구와 가깝게 지내고 자연과 벗하면서 호연지기를 키웠으면 합니다.” 홍기춘 교장의 말이다.    

중고교 낚시동아리 운동본부

완주 고산고 낚시동아리도 지원

올해 운동본부를 통해 낚시용품을 지원받은 학교는 괴산북중학교 외에 완주 고산고등학교가 있다. 낚시마니아인 김선규 교사가 낚시동아리를 만들어 지원 신청을 한 것이다. 낚시동아리의 학생은 12명이다. 김선규 담당교사는 “낚시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있어서 함께 만들었다. 낚시를 통해 학습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자연을 많이 접했으면 좋겠다. 학생들이 이 취미를 사회생활에도 계속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밝혔다. 고산고엔 바낙스의 루어낚시 릴과 로드 20세트(250만원 상당)와 다미끼의 루어가 전달됐다. 고산고는 첫 수업으로 실내 기본 교육과 운동장 캐스팅 실습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