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남녘 원정, 2월 하순이 적기다
12월보다 2월이 더 나은 이유
임연식 서울 대림낚시 대표·DIF 필드스탭
낚시점을 운영하는 필자는 출조 시기나 출조지 선정에 있어 제약이 많이 따른다. 주중보다는 주말을 이용해야 하고 또 회원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할 수밖에 없다. 조황이 최우선 고려대상이기 때문에 겨울에는 먼 남녘까지 원정을 자주 떠난다. 겨울엔 열 번 정도는 전라도 원정길에 오른다고 볼 수 있다.
초겨울보다 늦겨울 조황이 좋다
겨울시즌인 12월부터 3월까지의 조황을 살펴보면, 가장 조황이 뛰어난 시기는 2월이다. 월척 확률이 가장 높다.
12월은 금방이라도 입질이 들어올 것처럼 낚시터 분위기는 좋지만 고기가 나오는 낚시터를 찾기는 쉽지 않아 이곳저곳 헤맸던 기억이 많다. 보통 2박3일, 길면 3박4일 일정으로 원정출조에 오르면 네 번 중에 두 번은 재미를 보지 못하고 올라올 경우이니 성공 확률은 50% 정도다. 여기서 성공적이란 조황은 6명 정도 출조해서 두세 명 정도가 월척을 만나는 경우다.
1월로 넘어서면 조황은 더 떨어진다. 이때는 중부지역의 얼음낚시와 남녘 물낚시를 병행한다.
그러다가 2월이 되면 다시 남녘 출조에 집중한다. 조황이 살아나서 빠르면 초순, 늦어도 중순경이면 한 번은 꼭 전원 월척과 같은 호황을 맛보며 35cm 이상의 월척이 마릿수로 낚이기도 한다. 남녘이라 하더라도 겨울에 35cm 이상의 대물붕어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필자는 2월을 대물 확률이 가장 높은 시기로 보고 있다.
12월-저수지 중심, 출조지 선정 어려워
우리 낚시회의 특징은 대물낚시든 마릿수낚시든 현장 여건에 맞춰서 즐긴다는 것이다. 12월은 가능하면 수로보다는 저수지 중심의 대물터를 찾아 움직인다. 밤낚시가 되고 새우나 참붕어 미끼를 활용해서 대물을 노릴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
12월은 중부권에서 겨울이 시작되는 시기이지만 남녘은 겨울이라기보다는 늦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소류지보다는 물색이 좋은 대형지를 찾게 되는데 장흥 포항지의 경우 1월을 넘어서도 좋은 조황이 이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포항지처럼 조황이 괜찮은 저수지를 찾기는 쉽지 않다. 무안에서 해남으로, 해남에서 다시 진도로 옮기는 식의 답사낚시를 하다가 그냥 올라오는 일도 있었다.
영암호 산이수로에서 거둔 월척 조과를 앞에 두고 촬영한 대림낚시 회원들. 2010년 2월 말 조황이다.
2월-물색 탁한 수로 찾으면 호황 확률 높아
한파와 폭설이 잦은 1월을 넘기고 2월이 되면 낚시회 회원들은 전투적으로 바뀐다. 이때가 되면 저수지보다 수로를 중심으로 찾게 되는데 12월의 저수지보다 낚시터를 찾기 더 쉽다. 2월은 중부권의 얼음낚시가 끝나갈 시기인데 남녘은 본격적으로 수온 변화가 이루어지고 물속 상황은 살아 움직이는 듯 얕은 수심대를 중심으로 물색이 살아난다. 수로를 중심으로 빠르게 대물 붕어의 움직임이 포착되곤 하였다.
2월 수로낚시의 특징은 아침 지렁이낚시다. 물색 좋은 곳을 찾아 부지런히만 하면 전원 월척을 낚는 호황을 누리기도 한다. 이때는 낚시터를 옮기는 일도 적다. 첫날에 괜찮은 조황을 만났다면 이틀 내내 한 곳에서 붕어를 낚는다.
우리 낚시회가 만난 호황 중 기억에 남는 출조는 2011년 2월 초순의 영암호 석계수로다. 물색은 탁했고 아침에 출조 회원 6명이 모두 월척을 낚았는데 필자는 37cm 대물붕어를 올렸다. 우리의 조황 소식을 듣고 회원들이 서울에서 내려와 우리 자리에서 낚시를 했는데 마찬가지로 재미를 봤다. 당시 낚은 붕어는 알이 꽉 차서 배가 불룩한 상태였다. 이후 2월 말엔 영암호 남산포수로, 연구수로에서도 조황이 괜찮았다.
고천암호 길호수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2011년 2월 중순에 출조해서 월척을 비롯해 7~8치 씨알로 마릿수 붕어를 낚았다. 여기서 소개한 수로들은 각종 수초가 잘 형성되어 있어 수온이 조금만 올라도 붕어 산란터로 적격인 장소들이다.
경험상 2월 초라면 살얼음 때문에 낚시가 어려운 시기인데 날씨가 괜찮고 물색만 받쳐준다면 산란 호황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도 1월과 2월의 조황 차는 크게 난다고 볼 수 있다. 1월은 아무래도 살얼음 등이 연안에 많이 잡히면서 낚시도 어렵고 수온도 낮아서 입질이 약하다. 하지만 2월 초가 지나면 살얼음이 사라지고 수온이 올라가는데, 때마침 붕어들이 산란기에 임박하면서 깊은 수심에서 움츠려있던 붕어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물색이 탁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마도 이때가 2월 첫 호황을 맛보는 시기라고 본다. 한두 번의 입질에도 대물의 짜릿한 손맛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2월 초부터 시작된 수로의 조황은 3월 초까지 이어진다.
3월-마릿수는 늘지만 잔챙이 많아
3월과 비교할 때 2월은 낚이는 개체수는 떨어질지 몰라도 월척 빈도는 더 높다. 특히 35cm 이상의 대물붕어가 많이 낚이는 시기는 2월이다. 3월의 수로는 2월에 비해 마릿수가 늘어나지만 5~6치 붕어들이 함께 낚인다. 마릿수낚시도 괜찮을 수 있지만 큰 붕어를 낚으려 멀리 원정 온 낚시인들은 한 마리를 낚더라도 굵은 씨알을 원한다. 그래서 우리 낚시회는 큰 조황이 아니라면 3월 초엔 물낚시가 가능한 중부 지역으로 눈을 돌린다.
남녘 원정은 현지 정보가 중요하지만 이게 여의치 않을 때는 예년의 조황에 비추어 답사식으로 서너 곳을 찾아다니게 된다. 이때 수위가 중요한데, 예전에 호황을 보였던 수위보다 많이 떨어져 있다면 조황이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