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막대찌낚시
5 현장강의
막대찌 고수 박진무
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
박진무, 올해 53세, 180cm의 훤칠한 키에 웃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그는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남해도에서는 유명낚시인이다. 익히 알려진 하태암, 윤시근씨도 인정하는 막대찌낚시의 숨은 고수다.
그를 처음 만난 건 3년 전인 2011년 11월 29일 항촌 논밑 포인트에서였다. 감성돔 시즌이 한창이었던 당시 포인트 쟁탈이 심해 대부분의 낚시인들이 새벽 2~3시에 포인트에 진입해 자리를 지켰는데 그는 아침 느지막이 마치 소풍을 나온 사람처럼 점심을 싸들고 부인과 함께 나타났다. 그리고 먼저 온 사람들 뒤쪽에 자리를 잡고 찌를 던지는데도 오히려 더 멀리 채비를 날리는 게 아닌가. 시원스럽고 호쾌한 캐스팅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는데 이내 감성돔을 연타로 걸어내며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 1월 26일 남해 항촌 갯바위를 찾은 박진무씨가 막대찌 채비를 만들고 있다.
남해도 토박이, 막대찌낚시 30년
그의 막대찌낚시 비법을 소개하고 싶어서 취재 스케줄을 잡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농사 짓는 사람이라 요즘에는 한가한 편이어서 항상 갯바위에 있으니 편안한 시간에 오시면 됩니다. 그런데 요즘 조황이 신통치 않아서 촬영이 되겠습니까?”
그는 월포 두곡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 남해도 남면 석교리가 고향이다.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 후 3년 정도 직장을 다니다 성격이 맞지 않아 그만 두고 고향으로 돌아와 30년 가까이 고향을 지키며 살고 있다. 지금까지 30년 동안 남해도에서만 낚시를 즐기고 있는 골수꾼인데, 출조지의 90%는 남해도 남면의 가천, 항촌 갯바위라고 한다.
1월 26일 일요일 아침 9시쯤 항촌 입구에 있는 양지삼거리낚시점에서 박진무씨를 만났다.
“요즘은 수온이 많이 떨어져 한두 마리 승부를 해야 하는데, 아침저녁으로 조황이 좋은 편입니다. 새벽부터 낚시하기는 너무 지루해 저는 오후낚시를 주로 즐깁니다.”
낚시점에 도착해 밑밥을 개는데 1.5kg 크릴 4장에 집어제 2봉, 보리 8장에 옥수수까지 넣어 섞기 시작했다.
“요즘 같은 저수온기에는 감성돔들이 멀리서 물기 때문에 집어제 양을 늘려 되게 개야 합니다. 보리나 옥수수 같은 곡물이 많이 들어가야 멀리 날릴 수 있습니다. 밑밥을 멀리 날리기 위해서 주걱도 85센티짜리를 사용합니다. 주걱대는 부드러운 것보다 빳빳해야 잘 날아가지요.”
취재일 그가 선택한 포인트는 항촌 마을 뒤편에 있는 배양장 밑이었다. 도로가에 주차한 뒤 도보로 내려가는데 5분 남짓 걸렸다. 현장에는 이미 박진무씨가 잘 아는 낚시인들이 새벽에 들어와 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감성돔 입질은 받지 못했다고 했다.
포인트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지형을 살피던 박진무씨가 포인트를 선정했는지 자리를 잡고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감성돔 시즌에는 거의 매일 낚시를 즐긴다는 그는 낚싯대에 원줄과 목줄이 이미 세팅되어 있었고, 원줄에 장착되어 있는 홀더에 막대찌만 연결하면 곧바로 낚시가 가능했다. 그는 천류 신천옹 53F 1호대를 사용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써 본 낚싯대 중 캐스팅을 하기에 매우 좋은 반발력을 보이고 있어 이 낚싯대를 쓴다”고 말했다.
▲ 박진무씨의 밑밥준비물. 멀리 던지기 위해 압맥을 많이 섞는 게 특징.
◀ 박진무씨가 원투력을 높이기 위해 개조한 막대찌들.
▲ 해 질 무렵 썰물로 바뀐 뒤 감성돔을 낚고 기뻐하는 박진무씨.
목줄 길이 4m. 길어야 캐스팅이 쉽다
신기한 건 막대찌를 사용하는 낚시인들은 대부분 채비 꼬임 방지와 원활한 캐스팅을 위해 목줄을 2m 이내로 짧게 사용하는데 반해, 박진무씨는 오히려 4m 이상으로 길게 사용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오버헤드 캐스팅을 하지 않고 미끼를 꿴 바늘을 왼쪽 손으로 잡고 사이드 캐스팅을 하기 때문에 목줄이 짧으면 오히려 캐스팅하기가 불편합니다. 또 목줄이 길면 짧은 목줄보다 더 넓은 포인트를 훑을 수 있고, 수중여가 많은 곳에서도 약간의 견제에 쉽게 수중여를 타고 넘길 수 있는 등 장점이 있습니다.”
목줄에는 가급적 3B 이상의 무거운 봉돌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도 그는 바늘 위 40cm 지점에 B봉돌 하나만 물려 사용했다.
대개 원투를 하려면 두 손으로 낚싯대를 잡고 오버헤드 캐스팅으로 던지는 데 비해 박진무씨는 근투에 주로 쓰는 사이드 캐스팅으로, 바늘을 한 손에 쥐고 온전히 낚싯대 탄력과 팔 힘으로만 던졌다. 그런데도 남들보다 멀리 채비가 날아갔다. 옆에 있던 한 지인이 “박진무씨는 키도 크고 팔 힘도 좋아 남들보다 멀리 날린다”고 했다. 박진무씨는 “이 방법은 오버헤드 캐스팅보다 채비가 덜 꼬이고, 미끼도 잘 떨어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가천, 항촌권 갯바위는 다른 곳에 비해 유독 멀리 캐스팅을 해야 감성돔이 잘 낚인다. 마치 캐스팅 대회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낚시인들은 더 멀리 캐스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박진무씨는 “항촌, 가천 갯바위 일대는 100m 이상까지도 물속여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원투낚시가 잘됩니다. 그리고 이곳은 도보로 진입하는 포인트가 대부분이어서 사철 많은 낚시인들이 붐벼 감성돔들이 경계심을 가지고 연안으로 잘 붙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따라서 멀리 날릴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그만큼 다른 낚시인들보다 유리합니다”하고 말했다.
▲ 박진무씨가 자신이 애용하는 자립막대찌를 보여주고 있다.
▲ 감성돔 바늘 3.5호를 애용한다. ▲ 박진무씨의 소품통에서 꺼낸 내용물들.
원투를 위해 막대찌 개조
박진무씨는 막대찌를 직접 자작해서 썼다.
“시인성도 높이고 채비를 더 멀리 날리기 위해 직접 만듭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찌들은 여기에서 사용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나는 시중에서 파는 5호 비자립막대찌를 사서 찌몸통만 남기고 모두 교체합니다. 시인성을 높이기 위해 찌톱도 굵고 전체가 빨간색으로 칠해진 걸 따로 구입해 연결하고, 내장봉돌도 2~3호로 큰 것으로 교체합니다. 완성품은 3호 정도 부력이 되게끔 만듭니다.”
박진무씨가 사용하는 찌들은 80cm가 넘을 정도로 모두 길었다.
“찌가 길수록 웬만한 파도와 바람이 불어도 까불지 않고 안정적이며, 수면에 찌톱도 많이 내놓을 수 있지요. 잔잔한 날에는 10센티 내외, 파도가 심한 날에는 30센티쯤 내놓습니다. 그렇게 하면 100m까지 찌가 흘러가도 잘 보이거든요.” 박진무씨의 말이다.
항촌 갯바위는 초가을부터 12월 말까지 호조황이 이어졌는데, 1월에 들어서자 수온이 떨어지면서 낱마리 조황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주말이면 많은 낚시인들이 찾고 있다고. 일요일인 이날도 항촌 갯바위는 붐볐는데, 선상낚싯배들도 10척이 넘었다.
박진무씨는 일행들보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선 뒤쪽에 자리 잡고 낚시를 시작했다. 힘들이지 않고 부드럽게 던지는 그의 캐스팅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였는데, 그런데도 막대찌 채비는 허공을 한참 날아 약 40m 거리에 떨어졌다. 아마도 30년 가까운 그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가 아닐까.
박진무씨뿐만 아니라 남해도 낚시인들은 원투를 하기 위해 막대찌와 수중봉돌 간격을 벌리지 않고 붙여 사용했다.
“원투 시 채비 꼬임 현상은 생각보다 심하지 않습니다. 캐스팅 요령만 익히고 나면 쉽게 던질 수 있습니다. 멀리 날린다고 해서 모두 감성돔을 낚는 건 아닙니다. 숨겨져 있는 수중여 위치를 정확히 읽고 정확한 캐스팅으로 그곳에 던질 줄 알아야 합니다.”
박씨는 항촌, 가천은 사철 감성돔낚시가 가능하고 어느 곳보다 감성돔 자원이 많다고 자랑했다. 그가 이곳에서 낚은 감성돔은 헤아릴 수 없다. 지난 두 달 동안 혼자 낚은 5짜만 해도 10여수는 될 것이라고 한다.
“오늘이 조금물때라 낚시에 불리하지는 않을까요?”
“이곳 항촌 배양장 앞 포인트들은 오히려 사리때보다 조금물때에 조류가 더 잘 가는 특징이 있어 염려 놓으셔도 됩니다. 단지 들물에는 조류가 앞으로 밀려들어오고 찬 물을 동반하기 때문에 썰물 때가 유리하지요. 오늘은 오후 4시가 넘어가면 썰물이 시작되기 때문에 그때 기대를 해볼 만합니다. 지금 제가 낚시하고 있는 포인트는 사오십 미터 전방의 수심이 대략 11에서 13미터 정도 되는데 수중여가 잘 발달되어 있어 꾸준하게 감성돔이 낚이는 곳입니다. 특히 그곳에는 수중 물골이 있는데, 가을철에는 굳이 그곳까지 채비를 내리지 않더라도 마릿수 조과를 올릴 수 있지만 지금은 그곳에 정확히 집어넣어야 입질 받을 수 있습니다.”
그의 말마따나 점심이 지난 뒤에도 들물이 흐르는 시간에는 그 누구도 입질을 받는 사람이 없었다.
해 질 무렵 초썰물에 개불 미끼 덥석
“많은 낚시인들이 찾아와 매일 같이 밑밥을 뿌려대면 다른 곳보다 잡어도 많을 것 같은데요.”
“네 맞습니다. 불과 1주일 전까지만 해도 학공치와 복쟁이(복어) 성화가 심했지요. 잡어가 많을 것에 대비해 혼무시(참갯지렁이)와 개불을 준비합니다. 특히 개불 같은 경우 하루 전날 시장에서 싱싱한 놈으로 구해 내장을 빼낸 다음 껍질을 길게 잘라 여러 번 누벼 꿰어 사용합니다. 껍질이 질겨서 잡어에 강하고 또 감성돔도 좋아해 아주 효과적입니다. 주변에 감성돔이 있다면 크릴보다 입질이 더 빠르지요.”
오후 4시가 지나자 조류가 썰물로 바뀌기 시작했다. 먼저 선상낚시에서 간간이 감성돔을 낚아 올리는 장면이 포착되어 갯바위의 낚시인들도 바짝 긴장한 채 낚시에 집중했다. 5시가 다 될 무렵 드디어 박진무씨의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졌다. “왔어요 왔어. 역시 개불이 빠르네요.”
워낙 녀석이 강하게 저항하는 바람에 주변 낚시인들은 모두 5짜급은 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정작 뜰채에 담긴 녀석은 40cm를 겨우 넘긴 녀석이었다.
“무슨 놈의 감생이가 이렇게 힘을 쓴담. 하하하”
은근히 낚이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고민하던 그는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 그 뒤 금세 날이 어두워져서 철수 준비를 해야 했다.
“정말 궁금해서 질문드립니다. 박 선생님이 마음먹고 던지면 몇 미터까지 채비를 던질 수 있을까요?”
“글쎄요. 재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아마 칠십 미터까지는 날아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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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찌의 종류
자립찌 - 막대찌 하단부에 봉돌이 내장되어 있어 수면에 떨어지면 채비의 정렬과 상관없이 오뚜기처럼 찌가 일어선다. 무게가 무거워 원투가 용이하고 찌가 안정적으로 서 있는 게 장점이다. 반면 무거운 만큼 너무 연질대를 사용하면 불편하다. 그리고 비자립 막대찌에 비해 미약한 입질에 예민하지 않다는 점이다.
비자립찌 - 자립용 봉돌이 내장되어 있지 않아 수중찌를 달아야 일어서며 안정적으로 정렬이 된다. 따라서 착수 후 수면에 누워 있다가 채비가 정렬이 되고 나면 벌떡 일어선다. 따라서 채비의 완벽한 입수, 미약한 입질에도 예민하게 반응을 한다. 단, 봉돌이 내장되어 있지 않아 원투력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