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타이라바 붐’

뉴 챌린지 인치쿠

우럭·쏨뱅이·농어·능성어… 록피시 킬러!

서해와 제주를 강타한 ‘타이라바’ 낚시가 부산에서도 그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한겨울에 연안에서 가까운 청사포와 오륙도 주변에서 농어, 쏨뱅이, 우럭이 주력으로 낚이고 있다. 여기에 참돔과 부시리만 가세해준다면 타이라바가 부산권의 새로운 루어낚시 장르로 떠오를 수 있을 듯하다.

“이런 엄청난 녀석들이 부산 근교에도 많습니다.” 지난 1월 29일 부산 청사포 앞 바다에서 인치쿠 로 50cm급 왕우럭을 낚은 정수인씨.

부산에서 타이라바 지깅이 시도된 것은 작년부터다. 2~3인용 고무보트를 이용한 선상낚시와 카약피싱이 성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지깅을 시도하게 되었는데, 어렵지 않게 우럭이나 쏨뱅이 같은 대상어들을 낚아낼 수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연안에서 불과 300~400m 떨어져 있는 오륙도나 청사포 일대로만 나가도 우럭이나 쏨뱅이 같은 대형 록피시는 얼마든지 낚을 수 있으며 사이즈도 50~60cm로 대단히 크다는 것이다.
부산의 루어낚시인들이 지깅을 처음 시도했을 때는 매번 실패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계속 깊고 먼 곳만 노렸기 때문이다. ‘타이라바와 인치쿠 지깅은 깊은 곳에서 참돔이나 부시리를 노려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 같은 것에 사로잡혀 처음에는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거듭되는 실패로 결국 포기하고 가까운 곳에서 잔챙이나 낚아볼 요량으로 낚시한 것이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인치쿠에 사용한 베이트릴 장비. 참돔 지깅, 슬로우 지깅용 장비를 사용해도 좋다.

처음엔 너무 멀리 나갔다가 실패

지난 1월 29일 부산의 피싱기어 회원들과 함께 청사포에서 타이라바 낚시에 도전했다. 청사포 주변의 수심은 4~5m에 불과해 지깅 포인트로 보이지 않았는데, 연안에서 조금 멀어지니 수심 20m 내외의 깊은 곳이 등장했다.
피싱기어 심재헌 대표는 “부산을 통영이나 마산 같은 내만권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연안을 조금만 벗어나면 깊은 곳이 많습니다. 조류도 상당히 빠릅니다. 부산이 심해외줄낚시의 대표적인 출항지 중 하나인 이유도 멀지 않은 곳에 깊은 바다가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네버랜드 회원들이 즐겨 사용한 N·S의 100g짜리 타이푼 인치쿠.

오늘 루어는 타이라바 대신 인치쿠를 사용했다. 그 이유는 대상어종이 참돔이 아니라 록피시이기 때문이라고.
“타이라바는 참돔을 유혹할 땐 아주 효과적이지만 록피시에겐 인치쿠가 더 잘 먹힙니다. 타이라바와 인치쿠의 차이라면, 타이라바는 머리에 타이(줄)만 달려 있고 느린 액션을 위주로 하고, 인치쿠는 머리에 꼴뚜기 모양의 작은 루어가 달려 있고 강하고 빠른 액션을 한다는 것이죠.” 심재현 대표의 말이다.

부산권의 인치쿠 포인트는 연안 곳곳에 놓여 있는 어초들이라고 했다. 인공어초를 노린다고 해서 특별한 낚시요령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초에 정확히 진입하면 선장의 신호에 맞춰 지그를 바닥으로 내린 뒤 조금 띄워서 움직여주면 입질이

들어왔다. 주로 쏨뱅이와 우럭이 올라왔는데, 가끔 큰 농어나 대형 우럭도 입질한다고 했다.

인치쿠는 120~130g을 사용했는데, 어초를 노리는 만큼 밑걸림이 심하므로 걸리지 않게 주의해야 했다. 인치쿠를 바닥으로 내린 후 빠르게 2~3회 릴을 감고 입질을 기다려야 어초에 걸리지 않았다. 수심이 그리 깊지 않고 무거운 루어를 쓰지 않기 때문에 장비는 참돔 지깅이나 라이트 지깅, 슬로우 지깅 등 어떤 것을 써도 무방했다. 처음에는 농어나 에깅대로도 했는데, 인치쿠나 타이라바를 자연스럽게 다루기 위해서는 지깅용 장비가 유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수심 20~30m 인공어초가 포인트

심재헌 대표는 “볼락 외엔 겨울에 마땅한 대상어가 없는 부산의 루어낚시인들에게는 겨울에 낚시할 지깅 포인트가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소식입니다. 청사포 주변의 물골에서는 봄에 참돔이 낚이기도 하는데, 날씨가 따뜻해지면 본격적으로 물골과 주변 어초를 노려볼 계획입니다. 그렇게 노하우가 쌓이면 처음 계획대로 깊은 곳에서 본격적으로 빅피시를 노리고 지깅을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운이 좋은 날엔 능성어 같은 고급어종도 낚인다. 부산시에서 어자원 증대를 위해 방생한 능성어 치어들이 자라서 어초 등지에 자리잡고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쏨뱅이 자원도 의외로 많았는데, 제주도와 같은 큰 씨알이 낚이지는 않았다.
취재협조 해운대 피싱기어 070-4606-1788

청사포 앞에서 6짜 우럭 낚여

지난 12월 18일엔 피싱기어 최순호 회원이 청사포 앞바다에서 인치쿠로 60cm 우럭을 낚아 화제가 되었다. 대형 우럭은 심해에나 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 회원들에게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연안에서 아무도 인치쿠와 같은 낚시를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6짜 우럭이 더 많이 서식하고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6짜 우럭을 계속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청사포 일대에서는 어초 배낚시가 성행하고 있지만, 이렇게 큰 우럭이 낚이지는 않았다. 이것이 인치쿠의 위력인지는 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김일혁씨가 낚은 6짜 우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