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호황터
무안 구정리수로 올해는 4번이다!
2년 전 낚시춘추에 처음 공개된 영산강 샛수로
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
▲ 밤새 내린 눈이 소복이 쌓인 취재 둘째 날 아침. 서울에서 동행한 임동현씨(삼우빅케치 민물 필드스탭)가 찌를 바라보고 있다.
영산강 하류의 샛수로인 구정리수로는 2년 전인 2012년 4월호에 김중석 객원기자가 처음 소개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하절기엔 블루길과 배스 성화 때문에 붕어낚시가 힘든 곳이고 수질도 썩 좋지 않지만 겨울과 초봄에는 외래어종의 침묵 속에 씨알 좋은 붕어들이 잘 낚이는 곳이다. 웬만한 추위에는 결빙되지 않아 겨우내 물낚시가 가능하다.
12월 25일 광주에 사는 장경준씨가 “구정리수로에서 보트낚시를 하고 철수하는 중인데 준월척급으로 삼사십 마리 낚았다. 연안에서도 쏠쏠하게 낚이고 있으니 손맛도 볼 겸 한번 내려오시라”고 전화를 했다. 무안 서해안낚시 김동수 사장도 “유당수로와 구정리수로가 함께 좋은 조황을 보이고 있는데, 구정리수로가 좀 더 안정적이다. 11월 초부터 두 달째 붕어를 배출해내고 있다. 특히 5개의 수로 중 제일 큰 4번 수로의 조황이 좋다”고 말했다.
4번 수로에서 두 달째 호황 중
서울의 임동현씨(삼우빅케치 민물 필드스탭)와 함께 구정리수로를 찾은 날은 12월 28일 토요일이었다. 구정리수로에 도착하니 눈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최근 조황이 제일 좋다는 4번 수로는 폭이 100m가 넘었으며 상류부터 하류까지의 길이가 1.8km가량 되는 큰 수로였다. 4번 수로는 규모가 제일 크지만 5번 수로하고만 연결된 독립수로다. 최하류에 수문이 있어 영산강과 물길이 막혀 있어 다른 수로에 비해 외래어종의 성화가 덜한 편이라고 한다.
생각보다 낚시인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중류권 비닐하우스 옆에서 장박낚시를 하고 있던 서울의 배현철(닉네임 거시랑)씨는 “이번 주말부터 눈이 내리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어제부터 낚시인들이 철수하기 시작했다. 나는 보름 전부터 낚시를 하고 있는데, 하루에 두 마리에서 많게는 열 마리까지 꾸준하게 낚아 28센티부터 36센티까지 30마리 넘게 낚았다. 보트에선 하루낚시에 20마리 이상 낚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 “찬 수온에도 한 마리 했습니다.” 임동현씨가 방금 낚은 33cm짜리 월척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 월척만 골라 펼쳐놓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장경준, 윤치웅, 김종건씨.
▲ 구정리 4번수로에서 보트낚시를 즐기는 클럽비바 광주지부 회원들.
뗏장 넘겨 치려면 40대 이상의 긴 대 필요
4번 수로는 연안을 따라 뗏장이 발달해 있었으며 낚시인들은 뗏장을 넘기기 위해 40대부터 58대까지 긴 대를 쓰고 있었다. 입질이 잦은 시간대는 오전 9시부터 12시 사이, 그리고 오후 4시부터 해거름까지라고 했다.
“다른 수로는 짧은 대 긴 대 가리지 않는데, 4번수로는 짧은 대를 쓰면 뗏장을 넘겨 치지 못해 얼음이 잡히는 아침에는 원줄이 얼어 아침낚시가 힘듭니다. 그래서 보트낚시 조황이 더 좋은 것 같아요.” 배현철씨의 말이다.
나와 임동현씨는 배현철씨 일행이 있는 곳에서 100m 정도 떨어진 하류에 낚싯대를 폈다. 어제는 하류 쪽 조황이 더 좋았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류 쪽에는 무안읍에 사는 민장식씨가 낚시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도착할 때 그는 철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작년 겨울에 진한 손맛을 봤다. 올해는 소문이 나서 가을부터 낚시인들이 찾아들고 있다.” 민장식씨는 3일 전에 들어와 첫날은 낱마리였고, 어제 6마리를 낚았는데 월척이 없어서 모두 방생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민장식씨가 앉았던 자리 좌
우측에 자리를 잡고 34대부터 51대 사이로 다대 편성을 했다. 지렁이를 달아 던진 뒤 오후 시간대를 노려보았지만 입질을 받을 수 없었다. 다른 자리에서도 역시나 찌는 요지부동. 첫날 오후는 별 소득 없이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 대전에서 온 임현종(우), 이승연씨 부부가 구정리수로에서 낚은 붕어를 자랑하고 있다.
▲ “저도 월척 한 수 했습니다.” 네이버 호남골 카페 회원인 한성호씨(광주). ▲ 찬 수온에도 블루길이 낚였다.
1~3월이 피크시즌
둘째 날 일요일 아침 동이 틀 무렵 눈을 떴다. 밤사이에 함박눈이 내려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뗏장수초대는 수면이 얼어서 짧은 대는 얼음이 풀릴 때까지 사용하지 못했으며 뗏장 너머 얼지 않은 구간에 원줄이 가라앉은 긴 대만 가지고 아침낚시를 해야 했다. 전날 밤 꿰어놓은 지렁이는 그대로 달려 있었다.
입질은 해가 뜨고 난 뒤 한참 지난 오전 11시가 지나서야 왔다. 우리 건너편에서 한 사람이 붕어를 끌어내는 모습이 보였고, 우리도 긴장한 상태로 입질을 기다렸더니 곧 46대에서 찌가 한 마디 올라오는 미약한 입질이 왔다. 더 올라오기를 기다렸으나 그것으로 끝. 챌 걸 그랬나?
잠시 후 옆에 있던 임동현씨가 “왔다” 하는 외침과 함께 33cm 월척붕어를 끌어냈다. 드디어 나오는군! 상기된 얼굴로 연타를 기다렸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그 후로 다시 찌는 말뚝. 중류에 있던 배현철씨 일행들도 낱마리 조과. 광주에 사는 한성호씨만 정오경 턱걸이 월척을 낚았다.
클럽 비바 광주지부 회원인 장경준씨는 8명의 회원과 함께 오전 10시쯤 구정리수로에 나타났다. 보트낚시인들은 넓은 수면에 흩어져 낚시를 시작했다. 오후 2시까지는 별다른 입질을 받지 못하다 오후 3시쯤 장경준씨와 일행들은 중하류권 2.5m 수심의 맨바닥을 노려 33, 32, 31cm를 비롯해 10마리 가량 낚았다. 장경준씨는 “갑작스럽게 기온이 떨어져서 그런지 오늘 조황이 최악”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구정리수로 시즌은 이제 시작이다. 해마다 1~3월에 최고의 조황을 보였기 때문이다.
마감 중이던 1월 7일 장경준씨가 구정리 4번 수로에서 낚았다며 카톡으로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보트 위에 준월척을 30마리 넘게 펼쳐놓고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일로IC에서 나와 우회전, 일로읍까지 간다. 시내를 가로질러 전남체육고등학교 앞을 지나 49번 지방도를 타고 의산리까지 간다. 의산리 마을에서 구정리 방면으로 우회전한 뒤 5분 정도 진행하면 구정리수로 상류에 닿는다. 취재팀이 낚시했던 중류권의 내비게이션 주소는 일로읍 구정리 13번지.
■출조 문의 무안 서해안낚시 061-454-7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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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리수로
북쪽에서 남쪽까지 1~5번 수로 명명
전남 무안군 일로읍에 있는 구정리수로는 영산강 샛수로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구정리와 의산리에 걸쳐 큰 본류가 두 개 있으며 가지수로와 독립된 수로가 주변에 산재해 있다.
구정리수로는 2012년 4월호에 김중석 객원기자가 1번수로를 최초로 소개했고, 2013년 2월호에 2번수로, 5월호에 5번수로를 연속해서 소개하며 강한 인식을 심어주었다. 이제 4번수로까지 소개했으니 3번수로만 빼고는 다 공개한 셈이다.
처음엔 이 수로들의 번호가 없었다. 북쪽에 있는 수로부터 1번, 맨 남쪽에 있는 수로를 5번 수로라고 이름붙인 것이다. 지금은 구정리수로를 찾는 낚시인들이 그 번호를 따라 부르고 있다. 의산리에 있는 2번수로와 구정리에 있는 4번수로가 규모가 제일 크다.
구정리수로는 농번기에는 앉을 자리가 많지 않고, 블루길과 배스 성화가 심해 붕어낚시가 힘들다. 가을 추수가 끝난 뒤부터 4월 말까지 붕어 시즌이다. 특히 1월 이후 갈 곳이 마땅치 않을 때 주목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