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흥의 보물터
도청지와 보문지
포항지 바로 옆에 월척 소류지 있었다!
김경준 객원기자·트라이캠프·EG코리아 필드스탭
▲ 제방에 앉은 조윤기씨가 줄풀 사이에 찌를 세우고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새해 아침, 인천에 사는 탤런트 낚시인 신재도 형이 전화를 했다. 새해라 덕담을 해주시려나 했는데, 뜻밖의 낭보를 전한다.
“겨울이라 충청도는 낚시할만한 곳이 없지? 전남 강진 마량에 있는 고향집에 내려와 있는데 집 근처 수로에서 쏠쏠하게 손맛을 보고 있다. 시간 되면 한번 내려와라.”
낚시를 워낙 좋아하는 재도 형님은 낚시를 하기 위해 틈만 나면 고향에 내려간다. 시골집 강진에는 사내호를 비롯해 유명한 저수지와 수로들이 너무나 많아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사흘 뒤 1월 4일 새벽, 고창에 사는 후배 조윤기와 함께 강진으로 차를 몰았다. 마량을 찾아가던 중 멋진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고바우 전망대라는 곳에서 잠시 쉬며 바다를 바라보니 장거리 운전의 피곤함이 싹 사라졌다.
그런데 막상 신재도씨를 만나자 “우리가 가려던 수로는 어제부터 물을 빼 다른 곳으로 가야겠다. 인근에 도청지란 저수지가 있는데 그곳도 잘 나온다”고 했다.
도청지는 장흥군 대덕읍 도청리 23번 국도변에 있는 2만평의 평지지였다. 유명낚시터인 포항지에서 가까웠다. 말풀, 줄풀 등 수초가 멋지게 발달되어 있었다. 미끼를 던지면 금방이라도 대물급 붕어들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일제강점기에 지은 저수지로 전형적인 평지지다. 수심은 1.2미터에서 1.5미터로 고른 편이다. 여름부터 가을 사이에는 상류 논 밑이 좋고, 겨울에는 제방의 줄풀수초에서 씨알 굵은 붕어가 잘 낚인다”고 신재도씨는 말했다.
▲ 도청지에서 효과적인 떡밥과 지렁이. ▲ 강진군 입구에 있는 고려청장 조형물.
▲ 취재팀이 보문지에서 낚은 준척과 월척을 펼쳐놓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이창주, 신재도, 곡진개, 조윤기씨.
▲ 보문지 취재 마지막 날 필자가 낚은 월척붕어들.
▲ 줄풀이 빼곡한 도청지 수면.
▲ “도청지 붕어 손맛 정말 좋습니다.” 도청지에서의 조과를 보여주고 있는 조윤기, 신재도(우)씨.
▲ 떼고기 조황을 보인 보문지 전경.
마릿수 풍성한 도청지, 그러나 월척이 아쉬워
오후 3시쯤 도착한 우리 세 사람은 제방 쪽에 나란히 앉아 자리를 잡고 부들수초 사이사이에 찌를 세웠다. 그런데 오후 4시가 지나자 바람이 살살 불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텐트가 날아갈 정도로 강풍으로 발전했다. 이런 젠장!
그 바람은 밤 12시가 지나서야 잦아들기 시작했고 그때까지 꿈쩍도 않던 찌가 움직임을 보였다. 미끼는 옥수수와 지렁이를 사용했는데, 7~8치가 간간이 낚였다. 도청지의 붕어가 힘이 얼마나 당차든지, 우리는 특수부대 붕어라고 불렀다. 8치만 되어도 웬만한 월척 못지않은 저항을 해 진한 손맛을 느낄 수 있었다.
도청지에서 하룻밤 더 낚시를 했지만 바람 때문인지 월척은 낚이지 않았으며 우리 세 명은 6~9치급 20여수를 낚는 데 그쳤다. 우리는 논산으로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도청지 인근 소류지에서 33, 35cm 월척 낚았다”
이틀이 지나 신재도씨에게서 또 전화가 걸려왔다.
“도청지 옆에 있는 보문지란 소류지에서 33, 35센티 월척 두 마리와 준척 10마리를 낚았다. 수초가 없는 맨바닥인데 옥내림낚시를 했다.”
또 마음이 흔들린다. 장흥까지 가서 손맛을 보지 못해 억울한 심정이 들었던 차에 월척 소식을 들으니 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일 때문에 가지 못하고 후배 곡진개와 이창주, 조윤기씨를 먼저 내려 보냈다. 그 다음날 후배 조윤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보문지는 3천평쯤 되는 소류지인데 기대 이상으로 잘 나옵니다. 오늘은 바람이 불어서 입질이 뜸한데, 어제는 월척 10마리에 준척 삼사십 마리를 낚았습니다. 물이 빠진 것 같아 제방 쪽에서 낚시를 하고 있습니다.”.
1월 6일 점심때 나는 얼른 일을 마무리 짓고 장흥으로 차를 몰았다. 3시간 뒤 보문지에 도착했다. 며칠 전 낚시했던 도청지와는 1.5km 떨어진 곳이었다.
곡진개씨와 신재도씨가 제방에 있었고, 나는 비어 있는 제방 왼쪽에 앉아 낚싯대를 폈다. 조윤기와 이창주씨는 좌우측 연안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모두 옥수수내림낚시를 하고 있었다.
도착한 날은 바람이 심하게 불어 일찍 잠을 자고 다음날 아침을 노렸다. 7시부터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 곡진개와 조윤기가 34.5, 33cm 월척을 낚고, 신재도씨가 30분 뒤 32cm를 낚았다. 월척붕어가 연달아 올라오자 모두 신이 났다. 이날 오전 세 시간 동안 총 5마리의 월척과 중치급부터 준척까지 20여 마리의 붕어를 낚았다. 필자도 33cm 한 마리를 낚았다. 10시가 넘어서자 잔챙이만 낚여 기념사진을 찍은 뒤 철수 준비를 했다.
▲ 제방 좌안 하류에 앉은 조윤기씨. ▲ 조윤기씨가 낚은 월척붕어.
▲ 보문지에서 사용한 옥내림 채비.
보문지에 혼자 남아 월척 타작
필자는 갈등에 싸였다. 이대로 돌아가기가 아쉽다. 결국 혼자 남아 하루 더 낚시를 하기로 했다. 일행들을 떠나보낸 뒤 필자는 제일 좋은 조황을 보였던 곡진개씨 자리로 옮겼다. 점심식사 후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오후 5시에 일어나 밤낚시 준비를 했다.
아무도 없는 소류지에서 얼마 만에 느껴보는 고요함이던가? 이윽고 날이 저물고 옥내림 채비를 해놓은 8대의 찌가 수면에서 반짝거렸다. 제일 긴 대인 4.8칸 대의 찌가 움직였다. 주욱 하고 찌가 솟더니 이내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저수지를 가르는 바람소리 뒤에 뜰채에 들어온 녀석은 월척붕어. 급한 마음에 재빠르게 살림망으로 넣고 다시 캐스팅. 그 뒤에도 비슷한 씨알의 월척을 두 마리 더 낚았다.
아침에도 월척 두 마리에 준척 5마리를 낚았다. 10시가 넘어서니 다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여기 바람은 밤낮 가리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분다. 나도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2014년 말띠 해를 월척 6마리로 시작했으니 올해는 일이 술술 잘 풀리지 않을까? 도청지와 보문지는 10분 거리에 있어 자칫 목적한 곳의 조황이 좋지 않을 경우 옮겨갈 수 있어 좋을 듯하다.
가는 길 - 장흥 시내에서 마량 방면으로 23번 국도를 타고 가면 용산면과 관산면을 지나 포항지 상류쯤(도로 좌측에 있다)에서 대덕읍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하여 진행하면 신월대교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좌회전하여 대덕천을 끼고 내려가면 도청지 상류에 이른다. 내비게이션 주소는 대덕읍 도청리 94-1
보문지의 경우 23번 국도를 타고가다 포항지 상류쯤에서 대덕읍으로 들어선다 첫 번째 삼거리에서 좌회전, 국도 밑을 통과해 700m 가면 좌측은 포항지, 우측으로 보문지 수면이 보인다. 내비게이션 주소는 장흥군 대덕읍 가학리 693번지(T-Map). 보문지 입구에 있는 도로까지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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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지
장흥군 대덕읍 도청리 소재. 연중 붕어낚시가 가능한 곳이다. 15년 전 증설하여 3천평이던 저수지가 2만평으로 넓어졌다. 우안부터 상류까지 준설을 하여 좌안을 제외하고는 1.5m 정도 수심이 나온다. 좌안 수심은 60cm~1m. 이곳은 새우가 안 먹혀 지렁이, 옥수수를 주 미끼로 사용한다.
여름에는 우안 최상류 논 밑에서 잔챙이부터 9치급까지 마릿수로 낚여 심심할 새가 없다. 말풀이 자라 있으며 주차 후 바로 앞에서 낚시할 수 있다. 겨울이 되면 줄풀이 많은 제방으로 옮겨 낚시하면 되는데, 준척부터 월척까지 토해낸다. 구정을 전후해 산란기에 접어드는데 이때는 제방 좌측 연안에서 줄풀과 갈대를 노려 직공낚시를 하면 마릿수는 적지만 32~36cm 사이의 월척이 심심치 않게 낚인다.
보문지
장흥군 대덕읍 가학리 소재. 포항지 바로 옆에 있어 찾기 쉽다. 3천평의 준계곡지로 수초가 없는 맨바닥이다. 수심은 깊은 편으로 상류는 2.5~3m, 하류는 3~4m 나온다. 붕어 씨알은 6치급부터 36cm까지 다양하고 자원이 많아 지렁이를 쓰면 잔챙이 성화를 견디기 힘들 정도다. 봄과 가을에는 새우낚시에 월척붕어가 잘 낚이는데 봄철에 4짜급 전후의 씨알을 기대할 수 있다. 저수온기에는 옥수수내림낚시가 효과적이다.
만수가 되면 좌우 연안 산 밑쪽은 앉을 자리가 없어지고, 제방과 최상류 몇 자리밖에 낚시를 하지 못한다. 신재도씨는 “옥내림낚시를 한 뒤부터는 밤낮 가리지 않고 붕어가 낚여 낚시시간대도 따로 없다. 단지 오전과 초저녁에 월척 빈도가 높다”고 말했다. 차량 진입은 최상류 쪽으로만 가능하다. 농번기에는 도로가에 주차 후 300m 정도 걸어들어 가야 하는 게 불편한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