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일본의 레저보트 관리 실태

보트 소유자가 항구 계류비 부담

어협 또는 마리나에서 슬로프 유료 운영            

조홍식 理學博士, 루어낚시100문1000답, 루어낚시 첫걸음 저자

일본 후쿠오카(福岡)현 이토시마(糸島)시 ‘겐카이(玄海)마리나’의 보트 보관 장소.

최근 국내에서 개인 소유의 레저보트를 이용한 바다낚시 인구가 늘면서 어민들과의 마찰도 심해지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슬로프 이용 때 생긴 혼잡 때문에 발생한 갈등 수준이었으나 점차 문제가 커져 레저보트 낚시에 규제를 가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미 내수면에서는 엔진을 단 상태의 보트낚시가 금지되고 있는 점부터 보트낚시 애호가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일본의 경우 항구에서의 레저보트 관리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섬나라인 일본은 큰 도시의 대부분이 바닷가에 위치해 있고 수많은 항구와 마리나(marina)가 존재하는 해양 선진국이므로 일본의 사례를 들여다보면 참고할 만한 점이 있을 듯하다. 

계류장 확보 증명 있어야만 보트 구입 가능

일본은 보트의 양적, 질적 규모 그리고 슬로프와 같은 항만 시설 인프라에서 한국과의 격차가 매우 크다. 그리고 대부분 보트를 정해진 항구에 계류해 놓거나 마리나(marina) 시설에 위탁해 관리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보트라는 레저도구를 특정 지역에 정박해 놓고 이용하는 걸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후쿠오카(福岡)시에 거주하며 주말마다 개인 소유 보트를 이용해 낚시를 즐기고 있는 서일본신문사 후지이(藤井)씨의 말에 의하면, 일본에서 보트를 구입할 때는 우선 기본적인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구입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보트 구입 요건 중의 하나가 계류 장소 확보다. 즉 해당 관청에서 정박 장소 유무 증명을 요구하며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보트 구입이 불가하다. 여담이지만, 일본은 자동차를 구입할 때도 주차할 장소 증명이 없으면 자동차 구입 역시 불가능하다.

유료 주차장처럼 계류장 이용하거나 위탁 관리
보트의 정박 형태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특정지역(자신이 주로 낚시를 하는 지역)의 어협(어업협동조합)의 허가를 얻어 항구 내 계류장소를 배정 받고 매달 일정한 요금을 지불해 마치 유료 주차장처럼 항구를 사용하는 경우다. 이 경우 항상 배정받은 자리에만 계류해야하며 보트의 관리는 소유자인 개인이 한다.
또 다른 형태는 마리나를 이용하는 것이다. 바닷가나 항구 인근에 만들어져 있는 사설 마리나 시설의 회원권을 구입해 보트를 등록하는 방식이다. 연회비를 지불하면 마리나에 소속된 시설(비치, 숙박시설 등의 각종 편의시설)을 무료로 사용할 수도 있고 보관한 보트의 청소, 엔진오일 점검, 배터리 점검 등의 다양한 관리도 해준다. 보트를 사용하고자 할 때 미리 전화를 해 마리나 도착 시간을 미리 알려 주면 곧바로 출항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는 편리함도 있다.
마리나 시설은 바다 위에 많은 선박이 동시에 계류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을 갖춘 곳도 있지만 작은 규모의 사설 마리나도 있다. 사설 마리나의 경우, 슬로프 하나만 소유하면서 낚시 후 회원들의 보트를 트레일러로 실어 올려 지상 주차 장소에 보관해 두는 형태도 많다. 역시 미리 전화를 하면 회원이 도착하기 전에 보트를 바다에 내려놓는다.
그밖에 개인이 트레일러에 보트를 끌고 항구까지 와 슬로프 시설을 이용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이 경우에는 미리 어협에 통지하고 허가를 얻어야만 항구 시설을 사용할 수 있다.

낚시인과 어민 사이에 갈등은 거의 없어

다음으로 실제 낚시를 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개인보트라 할지라도 어협에 정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있는 보트이므로 어부들이 싫어할 이유가 없다. 어선과의 트러블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인데, 법적으로도 항상 어선이 우선이므로 개인보트도 매너를 지키고 있다. 마리나를 이용하는 경우도 이미 마리나와 어협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어협은 마리나를 이용하는 개인보트의 출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미리 가두리 양식장 등의 위치를 조절해 주고 있다.
개인보트가 낚아내는 조과 문제를 놓고도 특별한 마찰은 없다. 같은 포인트에서 어선과 개인보트가 동시에 어업과 낚시를 하고 있어도 서로 특별히 방해를 하지 않는 한 사이가 나빠질 이유는 없다. 또 어부들은 개인보트에 탄 낚시인이 낚싯대를 사용해 정상적인 낚시를 하는 한 다소 많은 조과를 올려도 ‘그 정도쯤이야’ 하고 넘어가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한국만의 소형 고무보트 관리 문제 심도 깊게 다뤄야  
현재 한국은 낚시가 내수면이나 바다 모두 일방적으로 금지와 규제의 테두리에 갇혀 가는 느낌이다. 한국도 불과 몇 년 전까지는 개인보트낚시가 어민들과 큰 마찰을 빚지는 않았다. 수년 전부터 서해안을 중심으로 바다루어낚시가 유행하면서 레저보트가 증가한 것이 갈등을 유발했다고 본다.
그래서 필자는 실질적인 해결책으로 소형보트를 위한 계류장 또는 사설 마리나 운영 같은 사업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은 외국의 사례와 다르게 접어서 차량에 싣고 다니는 고무보트를 주로 낚시에 활용하는 독특한 바다낚시 문화를 지니고 있는데, 이 점이 일본과는 문화가 크게 달라 인프라 구축과 관리 법규 제정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듯하다. 
운영과 관리 형태는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지차제의 수산과 같은 부서에서 실사를 나와 지역민 또는 어협에게 운영을 맡기거나 정부에서 직접 운영하는 방식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한국과 일본의 낚시 상황을 비교해 보면서 현재 낚시인들에게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적용하고 있는 각종 규제를 보면서 답답함도 느낀다. 오랜 기간 한국에서 특파원 생활을 하며 국내 낚시도 오래 접해본 후지이씨의 마지막 말이 인상적이다.
“일본의 경우는 조구업계의 힘이 정치·경제적으로 강력하다는 점도 낚시에 대한 금지나 규제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게 하는 큰 이유라고 본다.”  

선착장에 정박시켜 놓은 보트. 마리나에 미리 도착 시간을 알려주면 관리인들이 보트를 바다에 내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