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리뷰
제5회 (사)한국프로낚시연맹 왕중왕전
‘악생이의 저주’ 깬 윤덕근 우승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대한민국 최고의 바다낚시인을 가리는 ‘(사)한국프로낚시연맹(KPFA) 왕중왕전’이 지난 12월 21일~23일 2박3일 일정으로 추자군도에서 치러졌다. 올해 5회째 열리는 왕중왕전은 총 52명의 프로 낚시인이 참가했다.
KPFA가 주최하고 주식회사 엠디와 남도물산이 후원한 제5회 왕중왕전은 대회명칭 그대로 KPFA 프로 낚시인 중 최고의 선수를 뽑는 대회이다. 작년에는 가거도에서 열려 울산의 김점동 프로가 왕중왕에 올랐다. 왕중왕전에는 1년 동안 치른 본부랭킹전에서 종합성적이 상위에 랭크된 선수들만 참가할 수 있다.
‘제5회 (사)한국프로낚시연맹 왕중왕전’ 결승전이 지난 12월 23일 추자도 악생이에서 치러지고 있다. 52명의 선수가 경합해 6명의 선수가 최종 결승에 진출, 감성돔을 낚은 윤덕근 선수가 우승을 차지해 상금 1000만원의 주인공이 되었다.
예선전을 치르기 위해 추자보건소 앞에 집결해 개회식을 치르고 있는 KPFA 선수들.
직구도와 염섬에서 감성돔 호황
원래 20일에 개최할 계획이었는데 기상 악화로 하루 연기되었다. 21일 오전 완도에서 여객선을 타고 추자도에 입도해 첫날은 개인 정비를 하고 본격적인 대회는 이튿날부터 치렀다.
예선전은 총 3전으로 감성돔을 대상어로 추자군도 전역에서 치러졌다. 예선 3전까지 거둔 감성돔 총중량으로 승부를 가렸다. 선수들은 직구도, 이섬, 염섬, 수령섬, 악생이, 푸렝이, 사자섬, 섬생이 등에 하선했다.
오전에는 전역에서 고른 조황을 보였는데, 낚시시간이 1회당 4시간으로 짧아서인지 한 자리에서 많은 양의 감성돔이 낚이지는 않았다. 대부분 한두 마리의 감성돔을 낚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후에 열린 2차전에서는 상황이 급변, 상추자도의 직구도와 염섬에서 감성돔이 폭발적인 조황을 보였다. 직구도 촛대바위부터 기차바위까지 감성돔이 잘 낚였는데, 직구도 기차바위에 내린 서종식 프로는 2차전에서만 9마리의 감성돔을 낚아 5670g을 기록해 단숨에 1위로 등극했다. 염섬에서는 큰 씨알의 감성돔이 낚였는데, 박지태씨가 45cm가 넘는 감성돔을 두 마리 낚아 단숨에 3000g대를 기록했다. 그 외에도 많은 선수들이 2000g(대략 35cm 감성돔 세 마리)을 넘겨, 남은 3차전의 결과에 따라 순위가 결정되게 되었다.
윤덕근 선수가 결승전에서 감성돔을 낚는 순간.
대회 이튿날엔 악천후로 고전
첫날엔 예선 1, 2전을 치르고 이튿날 아침엔 예선 3차전이 치러졌다. 나는 박근영 창원지부장과 함께 직구도 기차바위에 하선했는데, 오전 썰물을 노려 채비를 멀리 원투한 후 본류대의 수중여(수심 11~12m)를 노린 결과 동이 튼 후 곧바로 45cm 감성돔을 만날 수 있었다. 출발이 좋아 마릿수 조과를 기대했는데 더 큰 감성돔은 낚이지 않고 35cm 감성돔을 두 마리 더 낚았다. 철수 후 계측하니 2650g, 박근영씨는 아깝게 12위에 머물며 결승에는 진출하지 못했다.
예선 3전은 기상이 급격히 나빠져 대부분의 선수들이 저조한 성적을 거두었다. 결승전인 최종 6강에 진출한 선수는 6040g을 기록한 서종식씨가 1위로 올랐으며, 2위 유영길(4500g), 3위 윤덕근(4390g), 4위 전인호(4090g), 5위 정소근(4020g), 5위 박지태(3530g) 선수가 차례대로 올랐다.
결승전이 열린 악생이에는 매서운 바람이 몰아쳤다. 어찌나 바람이 부는지 너울파도가 갯바위를 타고 넘어 오기도 했다. 6명의 선수들은 가위바위보로 자리를 정했다. 악생이는 추자도 낚시대회의 단골 결승장소다. 바람을 피할 자리가 있고, 60여명 갤러리들이 다 내리기 적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악생이에는 저주(?)가 있었다. 무려 7년 동안 열린 여러 낚시대회에서 악생이의 결승전에선 단 한 마리의 감성돔이 낚이지 않았던 것. 그래서 예선 성적이 가장 좋은 서종식씨의 우승을 점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윤덕근씨가 종료 40분 전 채비를 멀리 던져 바닥을 긁어 30cm 감성돔을 한 마리 낚은 것이다. 그 순간 윤덕근씨를 응원하던 선수들은 환호를 질렀고, 서종식씨를 응원한 선수들은 탄식을 쏟아냈다. 윤덕근 선수는 각종 대회에서 매년 한두 차례 우승하는 실력파로 정평이 나있는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것이 우승을 안겨준 것 같다”고 말했다.
(사)한국프로낚시연맹 박재홍 회장은 “악조건 속에서도 열심히 경기에 임해준 선수들에게 감사드린다. 아쉽게 우승을 놓친 서종식 선수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역전한 윤덕근 선수 모두에게 격려와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도 한국프로낚시연맹과 대한민국 바다낚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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