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산후 붕어들의 행방
“연안수초대보다 약간 안쪽의 독립수초대를 주목하라”
대물이 먼저 산란하고 먼저 회복, 입질 뜸해야 오히려 대물 확률 높아
| 차종환 |
붕어의 산란 순서는 월척 이상의 대형급들이 가장 빠르고 그 다음 중간 씨알들이 산란을 한다. 특히 대형급들의 산란은 육안으로 잘 표시가 나지 않을 때가 많다. 마치 무언가가 물속에서 수초대를 파고드는 것 같은 울렁거림이 대표적이다. 동시다발로 요란스럽게 푸다닥대는 시기는 중간 씨알의 산란기이며 이미 대형급들이 빠진 시기로 보면 된다.
▲장대를 사용해 독립된 수초대를 노리는 낚시인. 산란 직후의 대물 붕어들은 연안에서 다소 떨어진 독립수초 주변에 잘 머무른다
덜 회유하고 덜 먹는 시기일 뿐
흔히 산란을 마친 붕어가 깊은 물속으로 이동한다고들 하는데 자칫 이 표현은 붕어가 저수지 한가운데처럼 멀고 깊은 곳으로 들어가 버린다는 느낌을 줄 수가 있다. 내 생각에는 산란을 마친 붕어들도 적당히 얕은 수심의 수초대나 장애물지대에 모여 있다고 본다. 그 큰 붕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눈에 보일 정도로 얕은 수초밭까지 기어 나온 게 특이한 현상이지 산란을 마친 붕어는 평소 자신들이 머물던 수초대 인근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다만 산후 붕어는 회유 범위가 평소보다 좁아지고 먹이활동도 최소한으로 줄어들다 보니 붕어가 아예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라고 본다. 산란 직후 입질 소강상태는 날씨나 수온에 급격한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길어도 2주를 넘기지는 않는다. 또 낚시터 유형에 따라 그 기간이 훨씬 짧아질 수도 있다.
연안 수초대와 떨어진 독립수초 노려라
산란 직후엔 입질이 없다고 해서 일찌감치 낚시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목표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앞서 얘기한대로 산란 직후 노릴 수 있는 붕어는 가장 먼저 산란을 마치고 휴식기에 들어간 대물들이다. 하루 이틀 전 산란이 끝난 저수지라면 어차피 최후에 산란에 동참했던 녀석들은 낚기가 어렵다. 그나마 확률이 가장 높은 놈들이 가장 먼저 산란한 대물들인데 이 대물들 역시 완전 회복기에 접어드는 1~2주 후가 아니라면 마릿수 조과는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큰 놈 한두 마리를 노린다’는 생각으로 낚시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때 내가 주목하는 포인트가 독립수초다. 산란장으로 쓰였던 대규모 연안 수초군락보다 약간 안쪽에 있으면서 연안수초대와 연결이 끊긴 작은 규모의 수초군으로, 여러 종류의 수초가 뒤섞인 혼합 수초대라면 더욱 좋다. 유독 이런 곳을 노리면 굵은 붕어를 만날 수가 있었다.
아무래도 산란을 마친 붕어는 평소보다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은데 몸이 완전히 회복되기 전까지는 평소처럼 과감히 연안으로 접근하는 먹이활동은 하지 않는 것 같다. 연안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은신처가 될 만한 곳을 찾다보니 독립수초대를 택한 것 같고 또 이런 협소한 공간에는 항상 크고 힘이 센 개체가 우위를 점하는 것 같다. 그래서 산란 직후엔 4.7~5.1칸의 긴 장대를 자주 사용하는데 확실히 큰 붕어가 긴 대에서 잘 낚인다.
참고로 이 시기에 독립수초대를 노릴 때도 바닥 여건이 매우 중요하다. 수면 위쪽은 수초가 복잡하게 얽혀있어도 바닥은 단단하고 공간이 넓어야 대물이 잘 머문다. 채비를 넣었을 때 찌가 통통 튄다는 느낌이 드는 바닥이 단연 좋고 반대로 찌가 스멀스멀 안착되는 느낌이 드는 곳은 확률이 매우 떨어진다(반대로 겨울에는 찌가 스멀스멀 내려가는 곳이 좋다. 그런 곳은 대부분 말풀이 올라온 곳인데 겨울부터 산란 전까지의 붕어는 이런 곳을 매우 좋아한다. 그러나 겨울에도 말풀은 없고 정수수초만 있는 곳이라면 이런 곳 역시 찌가 통통 튀는 느낌의 바닥을 찾아야 한다).
▲산란 직후 대물 붕어낚시에서 잘 먹히는 참붕어.
낚시는 미련스럽게, 미끼도 일부러 크게 쓴다
산란 직후 내가 사용하는 미끼는 단연 새우와 참붕어다. 그것도 평소보다 큰 놈들을 골라 쓴다. 이유는 두 가지. 어차피 이 시기는 낚시가 잘 안되고 가장 유력하게 기대할 수 있는 개체가 가장 먼저 산란하고 회복기에 접어든 대물이기 때문이다.
언뜻 ‘활성도가 약하니까 부드러운 미끼가 좋지 않을까?’ 싶지만 대물을 노릴 땐 실제로 별 효과가 없었다. 지렁이를 꿰어놓으면 오히려 잔챙이와 잡고기만 덤비는 등 씨알 선별력이 떨어져 낚시만 피곤해진다.
또 낚시 스타일 자체가 미련스러워질 필요가 있어야 한다. ‘도대체 왜 이렇게 입질이 없는 거야?’하고 짜증내지 말고 ‘이맘때는 원래 이래’하고 느긋하게 입질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 실제로 산란 직후에 낚시를 해보면 하루 종일 입질 한 번 못 받는 날이 잦지만 유일하게 한 번 받은 입질에 36~40cm짜리가 덜컥 걸려드는 때가 또 산란 직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산란이 대부분 끝난 이맘때 낚시를 시도했는데 다양한 씨알이 뒤섞여 나온다면 아예 포인트를 옮겨버릴 때가 많다. 또 이동이 여의치 않으면 아주 긴 대로 멀리 노리거나 아예 엉뚱한 곳에 미끼를 던져 넣는 식으로 상황을 반전시키고 있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는 입질이 잦은 상황보다 지루한 상황이 큰 놈을 만날 확률이 높은 것이다.
또 새우든 참붕어든 이맘때는 색상이 노리끼리한 놈이 잘 먹히는 것 같다. 참붕어는 알을 밴 노란색 암컷들이 잘 먹힌다는 얘기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새우 역시 물엿처럼 노리끼리하면서 투명한 녀석이 잘 먹힌다는 게 나의 경험이었다(물론 호남지방 간척지에서 잡히는 투명하고 부드러운 흰새우는 언제나 좋은 미끼다). 그런데 이런 새우는 약간 어두운 빛을 띤다고 해서 선호하지 않는데 산란 직후 대물을 선별해 낚는 데는 분명 효과가 있다.
다시 말해 산란 직후 낚시는 우선 낚시꾼 자체가 미련스러워져야 한다. 또 입질이 자주 오는 미끼, 자주 오는 상황은 최소한 대물꾼에게는 그다지 좋은 조건이 아니다.
산란, 수온 맞으면 언제라도 한다
남녘에선 이상고온 발생하면 한겨울에도 산란
지구온난화의 영향 탓인지 붕어의 집단산란 모습이 잘 관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관찰되지 않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붕어가 산란을 안했다고까지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필자는 수족관과 붕어생태시험장(충주)을 만들어 수년 간 붕어의 산란과정을 관찰해 왔는데 역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수온이었다. 특히 남녘의 경우 계절적으로는 겨울이지만 따뜻한 날씨가 일주일 가량 지속되는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하면 일시에 산란을 해버리는 경우를 종종 봐왔다. 날씨는 좋은데 갑자기 낚시가 안 돼 수초가를 살펴보면 붕어 알들이 붙어있는 것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수정까지는 돼 까만 점이 생겼으나 이후 수온이 맞지 않아 다시 죽은 알들도 있고 여전히 살아있는 알들도 있다. 물론 붕어의 수정란을 직접 관찰하지 않은 사람은 붕어 알을 참붕어의 알과 헷갈릴 수 있다. 아무튼 이 수정란의 상태를 보고선 지난 며칠간의 날씨와 물속 상황을 감 잡을 수 있다. 최근 중부지방에서 집단산란이 잘 관찰되지 않는 것도 비정상적인 날씨 변화가 원인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언제 산란이 이루어졌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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