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 조행기

금어기 해제

남대천 연어 불꽃입질

강한승 N·S 계류필드스탭

연어낚시 금어기가 해제된 12월 1일, 남대천을 찾아 90cm 수컷 연어를 낚아 기념촬영을 한 필자.

올해 동해안의 연어회귀율이 역대 최고에 달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채비를 차렸다. 매년 남대천을 찾아 연어낚시에 도전했지만, 늘 도전에만 끝났기에 이번 조행의 마음가짐은 여느 때와는 달랐다.

2006년에 필자는 알래스카에서 1년간 머물렀던 적이 있다. 대자연이 살아 숨 쉬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연어를 만날 수 있었고, 연어와의 만남으로 인해 배스낚시만 해왔던 필자의 낚시영역은 계류까지 확장될 수 있었다. 한국에는 강원도 양양의 남대천으로 연어가 올라온다. 하지만 연어가 올라오는 10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가 금어기로 정해져 있어 연어를 낚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금어기가 끝난 후 남대천에 가보면 산란을 마치고 죽은 연어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역대 가장 많은 양의 연어가 돌아온다니 기대를 해볼 만했다.

N·S 플라이스탭 김철오씨도 큰 연어를 낚아 포즈를 취했다.

연어의 사나운 공격본능 자극

필자가 남대천을 찾은 날짜는 12월 1일. 금어기가 해제되는 첫날이었다. 남대천에는 연어를 낚기 위해 모여든 낚시인들로 붐비었다. 남대천 상류에는 연어의 인공채란을 위해 설치된 그물망이 있는데, 그물망 안쪽에는 이미 많은 연어들이 떼 지어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게 과연 우리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로 낯선 풍경이다.
연어를 낚기 위해 장비는 엔에스 버뮤다 832ML 로드에 2500번 스피닝릴을 사용했고 원줄은 합사 0.8호, 쇼크리더는 20lb, 루어는 95sp(서스펜드) 미노우와 18g 스푼을 바꾸어가며 사용했다.
참고로 연어는 바다에서 민물을 거슬러오는 순간부터 먹이활동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루어나 플라이로 어떻게 연어를 낚을까? 필자도 알래스카에서 연어낚시를 하면서 이런 궁금증이 생겼는데, 미국인들은 크게 두 가지 관점으로 연어낚시를 설명하고 있었다.
첫째는 연어의 산란본능으로 낚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연어는 산란할 때 알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하는데, 이때 아주 사나운 공격본능을 보여준다고 하며, 산란터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플라이나 루어는 연어들의 그런 공격본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고 한다. 상류에 알자리를 잡은 연어들에게 이 방법이 잘 먹힌다고 한다.
둘째는 연어의 이동경로를 파악해 연어가 줄을 지어 올라오는 길목을 노려 낚시를 하는 것이다. 연어의 개체수가 워낙 많아 몸통에 바늘이 걸려 올라오는 ‘훌치기’를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훌치기에 걸려든 연어는 방생하도록 낚시면허에 기재되어 있으며 낚시로 낚은 것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즉, 루어든 플라이든 연어가 공격해 주둥이에 걸린 것만 인정한다는 뜻이다. 이렇듯 많은 양의 연어가 동시에 올라오더라도 마구잡이가 아닌 룰이 존재하는 것을 알고 낚시하면 좋을 듯하다.

루어로 큰 연어를 낚은 낚시인.

90cm 수컷 연어를 만나다

1분이라도 연어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채란장 근처 그물망에서 낚시를 시작했다. 많은 개체가 몰린 탓인지 첫 캐스팅에 큰 씨알의 수컷 연어를 낚을 수 있었다. 손끝에 입질이 전달되면 강한 훅셋이 필요하며, 훅셋이 된 후에는 천천히 랜딩해야 로드가 부러거나 라인이 터지는 일이 없다.
감격의 남대천 연어를 품에 넣으니 행복했다. 그 후로도 여러 번 연어를 걸었지만 이미 산란을 마쳐 몸이 하얗게 변해가는 죽음이 임박한 연어들만 만나게 되어 아쉬움이 남았다. 오후에는 좀 더 하류로 이동해 낚시를 해보았다. 깊고 넓은 물골자리를 미노우로 공략했다. 미노우는 스푼보다 훅이 하나 더 달려있어 연어의 입질이 들어왔을 때 훅셋 확률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한 시간쯤 탐색했을까? 멀리서 연어의 라이징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팽팽한 긴장의 시간이 지나갈 무렵, 드디어 손끝에 ‘투툭’하는 느낌이 전달되었다. 힘찬 훅셋을 하고 올린 것은 혼인색만 띤 정말 깨끗한 암컷! 아직 산란을 하지 않은 녀석은 뭍으로 끌어내자 바로 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서둘러 사진을 찍고 릴리즈. 더 큰 연어를 낚아내기 위해 열심히 루어를 날렸지만 입질은 오지 않고 바람까지 불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싱킹 타입의 미노우로 교체한 후 산란을 하지 않은 큰 연어를 찾아 탐색을 시작했다. 거의 1시간이 넘는 캐스팅 끝에 드디어 히트! 아주 깔끔한 상태의 90cm 연어를 낚아내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송어는 2종
백연어(Chum Salmon)와 송어(Cherry Salmon)
연어는 연어목 연어과의 회귀성 어류다. 산란기가 다가오면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암컷과 수컷 모두 혼인색을 띠며 먹이를 먹지 않는다. 짝짓기를 마친 암컷과 수컷은 곧 죽고 부화한 새끼는 이듬해 바다로 돌아간다.
연어가 많이 살고 있는 알래스카에는 킹, 레드, 실버, 첨, 핑크 총 5가지의 연어가 회귀하는 반면, 우리나라 남대천으로 돌아오는 연어는 첨(Chum, 백연어) 한 종류다. 그러나 원래 우리나라로 회귀해야 하는 연어는 한 가지가 더 추가되어야 한다. 바로 ‘송어’인데, 송어는 영명으로는 ‘Cherry Salmon’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무지개송어(Rainbow Trout)와는 다른 것으로, 그 송어가 태어나 바다로 나가지 않고 하천에 적응하여 사는 종류가 곧 산천어다. 최근에는 보기 어려운 희귀종이 되어버렸지만, 산천어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송어도 분류학상 연어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