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도 아랑곳없이 꾸준한 호황

태안 죽림지 떡밥 월척터로 변신

“새우, 참붕어 다 필요 없어!” 글루텐에 뼘치, 준척이 찌를 발라당!

얼음낚시 명소로 유명한 태안반도 끝자락의 죽림지가 최근 떡밥낚시에 호황을 보이고 있다. 낮낚시로 일곱치부터 월척에 이르는 굵은 토종붕어를 많게는 10여 마리까지 낚을 수 있다. 과거 죽림지 붕어는 새우, 참붕어를 잘 먹었으나 배스가 유입된 후 떡밥으로 식성이 완전히 돌아섰다.

▲죽림지 최상류에서 바라본 좌안 주차장자리 앞. 맞은편과 더불어 올 한해 가장 꾸준한 조황을 보이고 있는 곳이다.

죽림지가 변했다. 글루텐떡밥낚시에 일곱 치부터 30cm 중반의 월척까지 낚이는 곳으로 거듭난 것이다. 변화의 원인은 배스다. 지렁이, 새우를 쓰면 배스가 먼저 달려드는 바람에 식물성 떡밥을 쓸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붕어들도 입맛이 변했는지 지렁이보다 글루텐떡밥에 더 왕성하게 달려들고 있다.
지난 8월 24일 오후, 죽림지를 찾았을 때는 굵은 장맛비가 내리고 있었다. 연일 폭우가 거듭되는 상황에서 죽림지를 취재지로 낙점한 이유는 비교적 맑은 물색이었다. 당시 태안 지역은 7월 16일 하루에만 300mm의 집중호우가 쏟아진 이후 지겹도록 비가 내려 대부분의 저수지가 흙탕물로 변했다. 그나마 물빛이 온전하게 유지되던 곳은 성연지, 달산지, 죽림지, 모항둠벙처럼 유입수의 양이 적은 저수지나 소형 둠벙들이었고 그중 죽림지의 조황이 가장 나았다.

▲일행보다 하루 일찍 도착해 마릿수 손맛을 본 김용규씨.

“밤에는 입질 없고 낮에만 물어요”

서산 일번지낚시에 들러 새우와 글루텐 미끼를 산 뒤 죽림지로 향했다. 그런데 최상류 수 밭에 가니 ‘주차장자리’로 불리는 우안 상류의 다섯 명과 그 맞은편 서 명을 빼고는 꾼들이 보이질 았다. 조황이 꾸준했다는데 왜 이리 한산한 걸까? 인천에서 온 김현식씨는 “어젯 밤 장대비가 쏟아지는 통에 죄다 줄행랑쳤다”고 한다. 나는 고수온이 걱정돼 일부러 비 오는 날에 맞춰 왔건만 현지꾼들은 폭우를 피해 도망갔다니… 그렇다면 이미 새물효과도 미약하다는 얘기인데, 요즘처럼 국지성 호우가 잦은 시기엔 그 놈의 새물찬스 맞추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주차장자리에서 바라본 최상류 일대. 그물질로 인한 남획 소문이 나돌고는 있지만 밀생한 수 덕분에 붕어 자원이 잘 보존되고 있다.

그때 맞은편에 앉아있던 낚시인이 살림망을 들어 올리는데 “푸다다닥” 소리가 건 편까지 들릴 정도로 요란하다. 카메라를 들고 달려가니 친절하게 포즈를 취해준다. 하남시에서 왔다는 장종덕씨의 살림망에는 열한 마리의 붕어가 들어있었다. 아침 6시부터 낮에 낚은 조과다. 누렇고 때글때글한 7~9치 토종붕어다. 그는 “밤에는 입질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잘 낚이는데 왜 한산하지?

장종덕씨 바로 옆에 앉아 대를 폈다. 글루텐이 대세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밤에는 새우가 먹히지 겠나’ 싶어 여덟 대에는 새우를 꿰고 짧은 28, 32대에는 글루텐 떡밥을 달아 뗏장수 에 바짝 붙였다. 그런데 과연 새우에는 전혀 입질이 없었고 글루텐에만 네 마리의 붕어가 저녁과 아침에 올라왔다. 한 번 붕어가 낚인 낚싯대에는 반드시 또 입질이 왔고, 찌가 끝까지 올라와 벌러덩 자빠져 버릴 정도로 입질이 시원했다.

▲밤새 비가 오는 와중에도 손맛을 진하게 본 낚시인들. 왼 부터 김용규, 양준모, 홍성범, 김민중, 김현식씨.

대개 배스 유입 저수지가 걸면 대물이지만 입질은 뜸한데 죽림지는 심심하지 을 만큼 잦은 입질과 굵은 씨알을 모두 맛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쏠쏠한 재미에도 불구하고 최근 죽림지는 한산하다. 서산 일번지낚시 김기동 사장은 “태안 지역을 찾는 낚시인들이 생미끼가 잘 듣는 곳을 선호하다보니 떡밥터인 죽림지는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고 말했다. 김기동씨는 “지금처럼 비가 지속적으로 오는 우기에는 낮낚시가 잘 되지만 날씨가 맑아지면 밤과 낮의 입질 빈도가 엇비슷해지거나 밤낚시가 앞설 때도 있다. 또 글루텐떡밥에 입질이 잦기는 하지만 35cm 이상의 큰 월척은 역시 새우미끼에 자주 올라온다”고 말했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를 나와 서산-태안을 거쳐 계속 직진해 장산교차로까지 간다. 장산교차로에서 안흥·연포 방면으로 좌회전, 안흥·신진도 방면 603번 지방도를 타고 13km 가량 달리면 도로 왼편에 죽림지가 보인다.
쭗조황문의 서산 일번지낚시 041-664-5598

최근 10년간 죽림지의 부침

08년 얼음낚시 대박, 그 후 부진, “그물질로 남획됐다” 설왕설래

충남지역에 대물낚시가 막 붐을 이루던 2002~2003년, 죽림지는 새우에 30cm 중후반대의 붕어가 잘 낚이며 대물터로 새롭게 각인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3년 가을 제방에서 물이 새는 바람에 제방공사가 시작돼 2004년 여름까지 이어졌다. 이 공사기간 동안 안전을 이유로 저수지 전역에 철조망을 두르는 바람에 낚시가 불가능했고, 공사 완료 후에도 ‘낚시인으로 인한 쓰레기 발생 방지’ 등의 이유로 3년간 철조망을 걷지 았다.
그래서 그 기간 동안엔 얼음낚시만 이루어졌는데 첫 3년 동안은 빙질이 좋지 아 조황이랄 것도 없었고 2006년 겨울 얼음이 제대로 얼면서 사상 유 없는 대박이 터졌다. 월척과 4짜붕어가 하루에 수 마리씩 낚였고 49.5cm 붕어가 출현했다. 그러나 이후 얼음낚시는 4년 연속 부진을 보이면서 죽림지의 인기는 급속히 시들어갔다.
연속된 얼음낚시 부진에 대해 2006년 얼음낚시 때 무 많은 자원을 뽑아먹었다는 주장과 불법그물질에 많은 자원이 빠져나갔다는 소문이 함께 나돌고 있다. 작년 여름 철조망을 완전히 제거하고 마을 부녀회에서 청소비 3천원을 받는 유료터로 관리하고 있다.

▲하남에서 온 장종덕씨가 붕어가 담긴 살림망을 보여주고 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거둔 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