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일의 갯바위 테크닉 조행
감성돔 밑밥 품질 요령
동트기 전에 뿌려라
홍경일 다이와 필드스탭·제로FG카페 운영자·바다낚시연구소 운영자
▲크릴, 집어제, 압맥을 고루 섞은 감성돔 밑밥. 배합 비율이나 성분보다는 어느 시점에 품질을 할 것인가도 매우 중요하다.
본격 감성돔 시즌인 겨울에 돌입하면서 유명 갯바위마다 낚시인들로 북적대고 있다. 특히 명당으로 알려진 포인트는 먼저 차지하기 위해 새벽 한두 시에 내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데 문제는 날 밝을 때까지 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대다수 낚시인들은 갯바위에 웅크리고 앉아 동트기만을 기다리거나 볼락 같은 고기를 낚는 것에 열중할 뿐, 어둠 속에서 감성돔낚시를 시작하지는 않고 있다. 아마도 어두운 밤에는 감성돔 입질 받기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필자도 그런 생각에는 동의한다. 밤에 감성돔이 전혀 안 낚이는 것은 아니지만 확률이 매우 떨어지고 주위를 파악하기 힘든 어둠 속에서 무리해 낚시하면 채비가 자주 엉키고 원줄이 초릿대를 감아 부러지는 경우도 있다. 비록 두세 시간 동안의 낚시지만 온 신경을 집중하다보니 막상 동이 트면 심신이 지치게 돼 있다.
그래서 필자는 무리하게 새벽낚시를 즐기기보다는 동틀 무렵부터 낚시에 집중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다만 채비는 미리 세팅해 놓아야 날이 밝음과 동시에 낚시할 수 있어 편하다. 동틀 무렵은 물때와 관계없이 감성돔 입질 확률이 높은 시간이므로 첫 캐스팅 후 10분 안에 입질을 받는 경우도 많다.
동튼 후 품질하면 집어효과 약해
동트기 전 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밑밥 품질이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동트기 30분에서 1시간 전에 미리 충분한 양의 밑밥을 품질해 놓았을 때 좋은 조황을 올린 적이 많았다. 아직 잡어가 피기 전에 듬뿍 밑밥을 뿌려두면 감성돔들이 동트기 전부터 갯바위 가까이 접근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말 덕우도 출조에서도 동트기 1시간 전부터 조류 흐름에 맞춰 밑밥을 충분히 준 후 집중적으로 낚시한 결과 동튼 후 1시간 동안 35~42cm 감성돔을 연타로 낚아낼 수 있었다. 동이 튼 후에는 학공치 떼가 어마어마하게 몰려들어 밑밥이 제대로 내려가지 못할 정도였는데, 새벽에 미리 품질한 밑밥은 온전하게 바닥까지 내려가 감성돔을 집어한 것으로 보인다.
컴컴한 밤이므로 조류 방향을 감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랜턴을 켜 바다를 비쳐보면 대강의 흐름은 감 잡을 수 있다. 만약 조류 방향을 알기 어렵거나 조류가 멈춰있는 듯하면 정면을 향해 품질하면 된다. 어차피 밑밥은 조류 방향대로 흘러갈 것이므로 자연스럽게 바닥에 밑밥이 쌓이게 된다.
동트기 전에 품질한 밑밥이 효과가 높은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그림1에서 보듯이 동이 트기 전에는 잡어가 설치지 않으므로 밑밥 효과를 고스란히 볼 수 있다. 그리고 더욱 실질적인 이유는 감성돔이 낚시인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먹이활동에 나서기 때문이다. 이것은 필자가 지금껏 낚시하면서 느껴온 점인데 낚시인은 수면의 찌가 눈에 들어올 때쯤부터 부지런히 낚시하지만 동물들은 사람보다 30분 내지 1시간 이상 빨리 날이 밝는 것을 느끼는 것 같다.
일례로 아직 동이 완전히 트지 않았는데도 닭이 울거나 새들이 날아다니는 현상, 수면 위의 찌가 가뭇가뭇 보일 정도로 어두운 상황인데도 감성돔이나 벵에돔이 입질하는 현상들이다.
따라서 낚시인의 예상보다 빨리 움직이는 감성돔을 노리기 위해서는 동트기 전부터 베이스밑밥을 충분히 뿌려 놓는 게 매우 유리하다고 본다. 이렇게 베이스밑밥을 충분히 뿌려두면 동튼 후 품질 할 때보다 감성돔 어군이 오래 포인트에 머무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조류 약하면 입질 예상 지점에 바로 밑밥 투척
벵에돔낚시에서는 찌에 바로 밑밥을 투척하는 게 유리하다. 벵에돔은 깊어야 수면 아래 3~4m에서 주로 입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성돔낚시에서는 찌에 바로 밑밥을 투척하는 것은 금물이다. 감성돔낚시는 보통 8~10m의 깊은 수심을 노리고 주로 바닥층에서 입질이 들어오므로 벵에돔낚시처럼 찌에 바로 밑밥을 던지면 밑밥이 가라앉으면서 불필요하게 확산된다.
그래서 감성돔낚시에서는 예상 히트 지점을 정한 뒤 채비가 흘러가는 속도를 보면서 투척 지점을 정하는 게 좋다. 그림2에서 보듯이 조류의 상단에 떨어진 채비가 완전히 안정돼 수심을 잡는 지점부터 입질 구간이 시작되므로 밑밥은 ①~②지점까지만 품질하고 입질 지점인 ③지점에는 뿌리지 않는 게 좋다. ③지점에 바로 품질을 하면 멀리까지 밑밥이 흘러가버려 감성돔을 쫓는 결과가 돼버린다. 만약 조류가 약해져 채비가 천천히 흘러간다면? 그때는 ③지점에 바로 품질해도 상관은 없다.
조류 멈췄을 때만 찌에 바로 품질
감성돔낚시에서 찌에 직접 밑밥을 투척하는 경우는 대략 두 가지다. 한 경우는 평소에 조류 흐름이 거의 없는 산란기 내만 낚시터 같은 곳이다. 이런 곳은 미리 밑밥을 풍부하게 뿌려놓고 포인트로 들어오는 어군을 붙잡아 놓는 방식이 유리하다. 또 한 경우는 만조나 간조처럼 조류 흐름이 완전히 멈춘 경우다. 이때는 대부분 낚시를 접고 휴식을 취하지만 이때 풍부한 양을 투척해 두면 초들물이나 초썰물이 시작되면서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초겨울 밑밥 품질 요령
감성돔 밑밥은 계절마다 비중을 달리한다. 초겨울 밑밥은 겨울보다 가을 밑밥과 비슷하게 준비하면 된다. 수온은 가을보다 훨씬 낮지만 감성돔의 활성은 가을 못지않게 뛰어나기 때문이다. 초등철에 마릿수로 올라오는 30~40cm급 감성돔을 보면 대부분 색상이 밝은 은색을 띠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만큼 회유성이 강한 녀석들이라는 방증이다. 가을 시즌 때처럼 잘 떠서 물고 본류대낚시도 잘 먹히므로 굳이 압맥과 옥수수를 과다하게 첨가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가을 시즌만큼 밑밥을 여유 있게 준비해 꾸준하고 부지런하게 품질하는 게 더 중요하다. 특히 바닥이 밋밋하거나 굴곡이 심하지 않은 곳보다는 입질 지점에 커다란 수중여가 박혀 있는 곳일수록 밑밥 효과는 뛰어나다. 조류를 타고 흘러든 밑밥이 수중여 뒤편 또는 주변에 쌓이거나 맴돌면서 지속적인 집어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