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치어방류 행사에 병든 고기 섞여 있다

병 걸린 치어까지 여과 없이 방류해 기형인자 유전 우려된다

매년 여러 낚시단체와 동호회가 치어방류 행사를 벌이고 있다. 어자원 확충과 생태계 보호의 좋은 의미로 시행하는 행사지만, 질병 검사를 받지 않은 치어를 구입하여 방류하고 있어서 자연 생태계를 오히려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0년 모 낚시동호회가 여수에서 감성돔 치어방류 행사를 벌였다. 그런데 방류한 감성돔 치어 중에 언뜻 봐도 눈에 띌 만큼 척추뼈가 휜 기형어가 많이 섞여 있었다. 한쪽 눈이 없는 녀석들도 있었다. 당시 방류행사에 참가한 낚시인들은 “이런 병든 고기를 방류해도 되느냐”고 수군댔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떠들썩한 기념촬영의 분위기 속에서 묻혀버리고 말았다.

바다에 방류되고 있는 감성돔 치어. 방류행사에 쓸 치어는 국립수산과학원 등 관련 기관에서 질병 검사를 마쳤다는 ‘질병검사 확인증’이 있는 치어를 구입해야 한다.

방류행사용 치어 중 기형어 많다

낚시계에선 매년 크고 작은 치어방류 행사가 열린다. 민물에선 붕어가, 바다에선 감성돔이 주된 방류어종이며, 최근에는 참돔과 돌돔을 방류하는 행사도 생겼다. 그런데 낚시동호회나 낚시단체에 의해 방류되는 치어 중 기형어가 많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건강하지 못한 기형 물고기가 방류되는 것은 우선 종묘 생산업체의 잘못이 크지만, 그런 치어를 걸러내지 않고 구입하여 방류하는 낚시인들에게도 잘못이 있다.
「수산동물 질병관리법」에는 ‘민간인이나 단체 등이 치어를 구입하여 방류하는 경우, 사전에 관할 국립수산과학원(수산연구소, 내수면연구소 포함)에 반드시 전염병 감염 여부 검사를 신청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는데, 낚시인들은 이 조항을 잘 모르고 있거나 알아도 검사 신청 등이 번거로워 그냥 방류하고 있다.
어류 양식업자 중에는 건강한 치어를 잘 골라서 판매하는 양심적인 사람도 있지만,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해 선별과정 없이 퍼 담는 비양심적 업자들도 있다. 특히 방류행사 주최 측에서 치어를 싼값에 구입하기 위해 양식업자나 유통업자와 가격 흥정을 할 경우 품질이 낮은 치어가 대량으로 섞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언뜻 생각하면 수질과 사료 등을 관리하는 종묘양식장에선 건강한 물고기만 생산될 것 같지만 의외로 병든 물고기가 많이 태어난다고 한다. 2011년 10월 제주일보에는 “지구온난화 및 해수 산성화의 영향으로 인해 종묘 사업장에서 부화한 치어 중 상당량이 기형이라 양식을 해도 상품성이 떨어지고 방류된 개체는 자연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공인기관의 질병 검사 거치지 않은 치어 방류는 불법

국가공인기관에서 전염병 등의 검사를 받지 않은 치어를 방류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건강하지 못한 치어들은 방류 후 생존율이 낮다. 그리고 질병에 감염된 치어들이 방류된 지역에 질병을 퍼뜨려 자연상태의 건강한 물고기들까지 전염될 수 있다. 기형 치어가 자라서 산란하는 경우 기형인자가 유전되어 자연 생태계의 기형어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낚시 중에 기형어가 낚이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대부분 연안에 잘못 방류된 치어가 자란 것이라고 한다.
또 방류할 수역에 적합한 어종인지도 판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 한 지역의 수생태계에 침입자를 풀어놓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가령 쏘가리나 꺽지 치어의 경우 기존에 서식이 확인된 곳에만 방류를 허가한다. 이 고기들은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는 육식어종이라서 저수지나 하천에 함부로 방류하면 그곳의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

치어 구입 전 ‘질병검사 확인증’ 요구해야

그럼 올바른 치어방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단법인 인가 단체나 기업에서 방류할 경우엔 방류 행사를 할 관할 지자체의 어업지도과나 수산계에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면, 담당부서에서 국립수산과학원으로 협조공문을 발송해 방류용 치어 샘플을 무료로 검사받을 수 있게 해준다. 검사신청서 작성 후 방류할 어류가 자란 수조의 시료(어류 샘플과 물)와 수조도면을 제출하면 된다.
그런데 일반 낚시동호회나 개인은 이런 협조를 받기가 어렵다. 그 경우 이미 검사를 끝낸 치어를 구입해야 한다. 종묘생산 허가를 가진 사업자가 생산한 치어 중 검사를 마친 치어를 구입하면 되는 것이다. 또 국공립 종묘센터에서 생산한 치어들은 검사를 마치고 출하하기 때문에 별도의 검사가 필요 없다. 한 마디로 어떤 사업장에서 치어를 구입하든 ‘질병검사 확인증’만 확인하면 되는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의 한 직원은 “수산동물 질병관리법은 낚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수산동물을 방류하는 모든 단체와 개인이 지켜야 한다. 절에서 어류를 방생할 때도 반드시 검사 후 허가를 받은 어류를 방생하고 있으며 이를 어겼다가 적발될 경우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낚시인들의 치어방류 행사는 뜻 깊은 행사다. 낚시인들이 정성껏 모은 돈으로 산 치어를 방류하여 우리바다와 수생태계를 풍성하게 만들자는 취지의 행사다. 그렇다면 그 취지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합법적 절차를 거쳐 건강한 물고기 씨앗을 구입하고 그 씨앗이 잘 자라날 수 있도록 방류방법과 방류장소 선정에도 더 세심한 정성을 들여야 할 것이다.

치어방류 때 참고해야 할 수산종묘관리사업지침

지난 2011년에 정부(당시 농림수산식품부)는 방류하는 치어의 생존율을 높이고 기형 확률을 낮추기 위해 ‘수산종묘관리사업지침’을 발표했다. 그중 낚시인들이 참고할 만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치어를 방류하는 시기는 봄(5~6월)과 가을(10~11월)이 최적이다. 어종별로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수온이 너무 높거나 낮으면 생존 확률이 떨어진다.
*방류할 지역의 근교에서 기른 치어를 선택해야 방류 후 빠른 적응력을 보이며 생존율도 높다. 해당품종에 적합한 인공어초, 해중림이 조성된 곳에 방류한다.
*방류 품종의 자연산 치어가 서식하거나 방류 종묘의 생존이 가능한 수역인지 확인한다.
*시·도지사는 종묘 방류 시 유관기관 및 단체, 어촌계 대표 등 다수 어업인이 참여하게 하여 자원조성 및 보호의식이 고취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방류 금지 종묘는 다음과 같다. 배 쪽에 흑색 반문이 10% 이상인 넙치·강도다리·가자미류·문치가자미 종묘, 육종넙치(일반 넙치보다 성장률이 빠른 개량종 슈퍼넙치) 종묘, 다른 종 간 잡종된 종묘, 척추뼈가 휘었거나 꼬리지느러미가 뒤틀려 있는 기형어류 종묘, 입찰공고일 기준으로 부화 후 2년 이상 된 전복 종묘, 질병검사에서 합격되지 아니한 종묘, 부화 후 12개월 이상 된 수산종묘(단, 전복 제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