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도 감성돔 올해도 대박 조짐
가천해전 불 붙었다
갯바위와 선상의 손맛 각축전
ㅣ박성인 한국바다낚시연맹 섭외부회장·히로큐 집어제 필드테스터ㅣ
작년에 12월부터 감성돔을 쏟아내기 시작해 영등철까지 부침 없는 호황으로 전국의 낚시꾼들을 불러들였던 남해도 가천. 올해도 9월 초부터 감성돔을 토해내기 시작했고 10월 중순부터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선상 찌낚시 배들이 진을 치고 있는 가천 귀신여 일대. 평일에도 20~30척의 낚싯배들이 몰리는 곳이다. 왼쪽 멀리 보이는 나지막한 여가 귀신여다.
지금 남해도에서는 25~35cm짜리 감성돔이 곳곳에서 올라와 모처럼 마릿수 손맛을 선사하고 있다. 북서풍이 불면서 수온이 하락하자 가천을 위시한 남면 갯바위가 빛을 발하고 있다.
그중 노른자위는 항촌-가천-홍현으로 이어지는 남해도 서남해안, 남면의 갯바위다. 이 구간은 길이 험하긴 하지만 배를 타지 않고도 진입할 수 있다. 해안도로에 주차 후 가파른 산길을 5~15분 걸어 내려가는 이른바 ‘유격 포인트’다. 매년 10월 중순부터 다음해 1월까지 감성돔낚시가 피크를 이루는데 단골꾼들은 곳곳에 자신만의 포인트를 갖고 있다.
조류가 완만하고 수심도 7~8m로 적당하지만 이곳의 낚시는 의외로 까다롭다. 워낙 많은 낚시인들이 들락거리니 감성돔이 먼 거리에서 입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원투에 유리한 밑밥과 고부력 막대찌를 사용하는 꾼들이 많다.
지난 10월 중순~11월 초순 사이 호황을 보였던 포인트로는, 홍현에서는 4번자리와 5번자리, 가천에서는 구름다리 옆, 가천콘도 밑 홈통, 돼지막사, 초소 밑, 항촌에서는 1~4번자리, 귀신여 앞 콧부리 등이다. 이 포인트들은 연중 감성돔이 낚이는 곳이기도 하다. 여러 명이 함께 낚시하기엔 비좁지만 치열한 포인트 경쟁 속에 다소 피곤한 낚시를 감수해야 한다. 만약 감성돔을 한 마리 낚기라도 한다면 찌 주변에 서너 개의 구멍찌가 날아오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지금부터는 남해를 놔두고 멀리 갈 이유가 없습니다." 항촌 갈매기 똥싼자리 안통에서 43cm를 낚은 필자.
갯바위, 여치기, 선상낚시 취향대로 즐길 수 있어
도보 포인트의 이런 불편함에 시달린 꾼들은 낚싯배를 타고 외진 포인트로 들어간다. 낚싯배 출조는 상주면 백련마을과 남면 항촌마을에서 이루어진다. 가까운 곳은 1만5천원, 먼 가천권은 2만원의 선비를 받는다. 낚싯배를 타고 진입하는 곳은 여치기 포인트가 많아 물때를 잘 맞춰야 하고 너울파도의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
더 확실한 조과를 원하는 꾼들은 선상찌낚시를 선호한다. 항촌-가천-홍현 해상에는 평일에도 30~50척의 낚싯배가 뜨고, 주말에는 100여 척이 몰려 장관을 이룬다. 낚시인들은 이 모습을 보고 “또 가천해전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이 배들이 출항하는 항구는 항촌항과 선구항이다. 낚시인들을 싣는 배는 낚싯배 외에 어선도 있다. 서서히 겨울이 되어 어장에 드는 고기가 줄어들면 현지 어부들이 선상 찌낚시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다. 3~5인 기준 1일 15만원, 피크 때는 17~20만원의 선비를 받는다. 4인이 출조할 경우 선비와 밑밥 포함 1인당 비용은 6~7만원이니 싼 편이다. 한편 선장은 기름값을 제외하고도 하루 1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니 다른 어촌의 어선보다 수입이 짭짤하다. 선비가 저렴한 만큼 점심값과 밑밥값은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친절한 선장님을 만나면 즉석 회와 매운탕은 물론 간식으로 라면을 끊여주기도 한다.
선상찌낚시도 역시 최고의 구간은 가천 일대다. 특히 귀신여 일대가 손꼽히는데 포인트가 한정되다보니 새벽 3시부터 출항해 닻을 내리는 배도 있다.
▲항촌 공동묘지 밑 간출여에 오른 낚시인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많은 감성돔을 배출하고 있다.
선상낚시꾼도 갯바위꾼도 모두 낚으니 대립 없어
하루 평균 30~50척의 선상낚싯배가 갯바위 앞에 진을 치지만 갯바위낚시꾼과 반목은 크지 않은 편이다. 선상찌낚시가 갯바위 조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곳의 물속에 감성돔이 많고, 물속 여건이 감성돔 서식에 적합한 것이다. 도보꾼들은 주로 이른 아침과 해질녘에 찾고 있으며 이 타이밍만 맞추면 어렵지 않게 감성돔을 낚아낼 수 있다. 나도 요즘엔 편하게 선상찌낚시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갯바위 조황이 꾸준하니 당분간은 배를 타고 낚시할 일은 없을 것 같다.
▒ 갯바위 출조 항촌 조일호 019-509-0794, 선상 출조 백련포구 동진호 010-3119-6573, 항촌 조일낚시 019-509-0794
▲귀신여에서 올라온 마릿수 감성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