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붕어 일번지

태안 도내리수로 부활

남준우 낚춘사랑 회원·닉네임 남코난

붕어의 계절 가을이 왔다. 가을을 맞아 낚춘사랑 운영자로부터 번출 장소 선정을 위임 받은 나는 고민에 빠졌다. 올 여름 유난히 무더웠던 날씨 탓인지 붕어가 제대로 낚이는 곳이 없어서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부 고개를 흔들 뿐이다.

▲ 낚춘사랑 정석순 고문이 아침에 거둔 마릿수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출조하기로 한 날짜가 다가올수록 고민은 점점 깊어만 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았다. 기상청의 예보에 따르면 출조하기로 한 9월 마지막 주말 중부지방 전역에 비가 내린다고 한다. 운영자에게 연락을 취해 출조를 연기하는 게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가을비가 와봐야 얼마나 많이 오겠어요. 그냥 강행합시다.”
하는 수 없이 태안의 죽림지, 부남호, 부사호, 아니면 부남호 상류의 검은여수로 쪽으로 가닥을 잡고 마지막으로 서산 일번지낚시 김기동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뜻밖의 낭보를 들을 수 있었다.
“태안 도내리수로로 가보십시오. 최근 4년 동안 시들해 낚시인들이 찾지 않았는데, 올 봄부터 조황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여름이 되어 소강상태를 보이다 최근 다시 낚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월척은 많지 않지만 준척붕어는 잘 낚이니 손맛을 볼 수 있을 겁니다.”  
9월 28일 오후에 10여 명의 회원들이 도내리수로 상류에 모였다. 뗏장과 마름이 발달해 있었고, 우리는 중상류에 있는 다리(도내리수로에는 다리가 하나밖에 없다)에 본부석을 설치하고 양쪽 연안으로 자리를 잡았다.
대편성을 마치고 한숨 돌리는데 무엇인가 마름 앞에서 ‘풍덩’ 하며 라이징을 하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보니 큰 배스였다. 도내리수로는 배스 성화가 심해 생미끼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떡밥 위주로 써야 한다. 그러나 배스가 덜 덤비는 밤늦은 시간에 쓰면 씨알 좋은 붕어라도 낚일까 싶어 새우와 지렁이도 준비했다.

▲ 천안에서 온 김윤화·안인숙 부부.                                         ▲ 안성의 윤영섭씨 부부가 아침에 낚은 조과.

▲ 동이 튼 직후 붕어의 입질이 잦아지자 박영섭씨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역시 수로는 아침시간이야!

우리는 2.5~3.2칸대를 5~8대씩 편성해 마름수초에 붙여 공략했다. 그런데 토요일 오후부터 밤늦은 시각까지 잔챙이 붕어만 낚일 뿐 쓸 만한 붕어는 전혀 낚이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지렁이를 꿰어 던지면 기다렸다는 듯 배스라는 놈이 달려들었다.
설상가상 밤 10시가 넘어서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결국 삼삼오오 본부석에 모여 술잔을 기울이며 밤시간을 보냈다. 잠시 눈을 붙인다는 게 술이 과한 탓인지 그만 늦잠을 자버렸다.
아침에 일어나서 회원들의 살림망을 보니 씨알 괜찮은 붕어가 두세 마리씩 들어 있는 게 아닌가. 동이 튼 직후부터 붕어가 낚이기 시작해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찌를 잘 올려주고 있다고 했다. ‘그래 역시 수로는 아침시간이야!’
뒤늦게 낚시를 시작한 필자도 8급 전후로 5마리를 낚았다. 붕어는 맨바닥에서도 잘 낚였으나 수초에 붙인 채비에 좀 더 굵은 씨알이 낚였다. 특히 상류에 따로 떨어져 조용히 낚시를 하던 윤영섭(안성헌터)씨와 정석순 고문(거미)이 제일 많은 붕어를 낚았다. 이날 낚인 붕어는 전부 7~9치급으로 월척붕어는 낚이지 않았다.
김기동 사장은 “날씨가 지금보다 더 추워지면 배스 성화도 덜하다. 배스 입질이 뜸한 한밤에 새우를 사용하면 34~38cm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는 길 -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를 나와 서산시내를 지나 태안 방면으로 가다 팔봉삼거리에서 우회전해 팔봉면까지 간다. 면소재지를 지나 첫 번째 사거리에서 좌회전해 팔봉수로 제방을 지나 1.5km가량 가면 도로 우측으로 도내리수로가 보인다.
▒ 취재협조 서산 일번지낚시 041-664-5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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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리수로는?

도내리수로는 길이가 2km가량 되는 제법 큰 수로로 상류 다리에서 하류 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폭이 200m 이상으로 급격히 넓어져 저수지처럼 보인다. 상류 폭은 약 25m로 일정하며 연안을 따라 갈대와 부들이 발달해 있고, 수면에는 마름이 적절하게 덮여 있어 주로 이곳에서 낚시를 즐긴다. 한여름에는 마름수초가 밀생하여 채비를 내리기가 쉽지가 않다. 수심은 상하류 모두 1.5~2m로 고르다.
특히 겨울철 얼음낚시터로 낚시인들에게 인기가 많으며 3년 전인 2010년 겨울에 많은 붕어를 쏟아내 포인트 전쟁을 치르기도 했다. 김기동 사장은 “3년 전 겨울 얼음낚시 호황 이후 붕어가 전혀 낚이지 않아 낚시인들의 발길이 없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디서 유입되었는지 쌀뜨물 색깔을 보인 후부터 붕어가 낚이지 않았다. 악취는 나지 않았지만 이 물색은 한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올 봄 산란기에 다시 월척붕어가 낚이며 도내리수로가 살아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