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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2년

우리바다는 방사능 오염수로부터 안전한가?

2011년 3월에 터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동일본해로 방사능이 유출되기 시작한지 2년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방사능에 대한 우려는 끊임없이 지적되어 왔는데, 올해 9월 한국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에서 생산한 모든 수산물에 대해 수입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후쿠시마 원전은 도쿄전력주식회사가 1971년에 완공한 원자력 발전소로 일본 본섬 북동쪽의 후쿠시마현 후타바군에 위치해 있다. 제1원자력발전소(제1원전)에 1호기~6호기, 제2원자력발전소(제2원전)에 1호기~4호기가 설치되어 있다.
2011년 3월 11일 도쿄 북동쪽 370km 해상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대지진으로 인해 지진해일(쓰나미)이 일어나 도호쿠 지방을 강타하면서 910명이 사망했고, 해일은 후쿠시마 제1원전을 뒤덮쳐 1·2·3호기가 가동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갑작스런 원전의 가동 중단으로 일본 정부는 전원긴급사태를 선언했으며, 연이어 원자력 발전소의 핵연료봉을 냉각하는 설비가 파손되어 사태의 심각성이 대두되었다.
사흘 뒤인 14일에는 3호기, 15일에는 4호기에서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INES)의 최고 위험단계인 7등급(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와 동일)에 해당하는 수소폭발을 일으키며 원자로 격납 시설 일부가 파손,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방출되어 제1원전과 제2원전의 가동이 중지되기에 이르렀고 방사능이 바다로 흘러드는 것을 막기 위해 제1원전의 1~4호기는 폐로되었다. 후쿠시마 원전 반경 20km 이내의 주민 33만명 이상이 피난했으며, 지금까지 총 300t이 넘는 방사능 오염수가 동일본해로 유출됐다고 보고되었다.

일본 정부의 늑장 대응이 불신 증폭
문제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끝난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일본 정부가 원전 사고에 늑장 대응하거나 후쿠시마 원전을 관리하는 도쿄전력이 사고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해 올린 것이 밝혀지면서, 세계 각국은 물론 일본 내에서도 원전 사고에 대한 진실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어 그 문제의 심각성이 높다.
특히 일본과 가까운 우리나라의 경우 방사능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을지 걱정이 크다. 우리나라의 기상학자와 해양학자들은 일본의 방사능이 우리나라를 오염시키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 이유는 원전이 폭발을 일으켜 공기 중에 방사능이 노출되지 않는 한 대기로의 오염은 일어나지 않고, 만약 폭발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연중 편서풍(중국에서 불어오는)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방사능 피해지역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원전에서 유출되고 있는 방사능 오염수에 관해서 해양학자들은 적도 부근에서 올라오는 쿠로시오가 동일본해를 훑고 지나 북태평양으로 빠지기 때문에 우리나라 해역으로 방사능 오염수가 흘러들 일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태평양의 해류가 순환하기 때문에 한국을 안전지대로 볼 수만은 없다는 입장도 내놓고 있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 주변에서 쿠로시오 난류와 북태평양의 한류가 만나는 지역은 위험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 곳에서는 명태, 대구, 대게, 고등어, 오징어 등 국내로 유입되는 다양한 어종이 잡히고 있으며, 한류를 타고 동해로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방사능 오염수가 국내로 흘러들 가능성은 희박”
우리나라는 현재 환경단체와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방사능 피해가 어느 정도 될 것인지 논의하고 있다. 지난 9월 9일에 부산 부경대서 열린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오염수 유출에 따른 수산물 안정성 심포지엄’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그동안의 피해사례와 연구자료를 발표하고 앞으로의 사태에 어떻게 대응해나갈지 논의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김용재 실장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영향’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국내 해양환경 영향을 평가한 결과 현재까지 방사능 오염수의 국내 유입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히며 특히 “후쿠시마 원전 주변 50km 반경의 해수에서 방사성 세슘 농도의 뚜렷한 증가는 없다. 사고 이전의 농도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국내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원자력분야 전문가들 또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국내 해양환경과 수산물 안전성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국립수산과학원 서영상 박사는 “중층해류가 흐르는 궤적을 통해 조사한 결과 후쿠시마 연안에서 남하하는 오야시오 한류와 북상하는 쿠로시오 난류가 만나 혼합 과정을 거치며 해류가 태평양 동측을 향해 동진함을 확인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주변 해역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유출된 오염수가 흘러들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부경대 자원생물학과 박원규·김진구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에 노출된 어류가 한국 연근해로 회유해 올 가능성도 희박하다. 정확한 결과는 어종별 계군 구조와 회유경로가 밝혀져야 알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21종 어류의 회유경로를 살펴보면 대부분 제한적 범위에서 회유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고 동일 어종이라 하더라도 계군이 다르면 서로 다른 회유경로를 가지기 때문에 회유의 가능성도 낮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괴담 확산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체적으로 방사능 오염수가 국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를 중심으로 ‘후쿠시마 원전 괴담’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괴담의 주된 내용은 ‘일본 정부가 방사능 수치를 속이고 있다’거나 ‘일본 방사능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 인류의 미래가 불안하다’, ‘일본 후쿠시마 주변의 생물들은 이미 방사능에 피폭당해 동물들의 기형출산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피폭된 어류나 식물을 사람이 먹으면 바로 죽는다’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다.
정부와 언론은 이런 괴담들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소문이라며 무분별한 확산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최근 일본 정부가 그동안의 늑장 대응과 허위 보고 등의 사실을 인정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원전사태 해결을 위해 나설 것으로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