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진천군 가족낚시 프로그램 개설

평생학습에 낚시 체험 프로그램 신설 “내년엔 낚시학교 열겠다”      

서성모 기자 blog.naver.com/mofisher

충북 진천군이 올해 평생학습에 낚시 체험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평생학습을 운용하는 전국 230개 지자체 중 최초 사례다. 평생학습이란 지자체가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재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실시하는 복지 프로그램이다.

 지난 9월 1일 열린 진천군 가족낚시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초평지에서 행사를 마치고 단체촬영했다.

진천군이 평생학습에 낚시 체험 프로그램을 신설한 배경엔 군내의 유명 낚시터인 초평지가 있다. 초평면 화산리에 있는 77만평의 초평지는 붕어, 떡붕어 자원이 풍부하고 최근엔 배스터로도 인기가 높은 곳이다. 초평지 인근엔 유명 관광지인 농다리가 있다. 진천군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농다리와 초평지를 기반으로 인적자원을 육성한다는 취지 아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일자리 창조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1억3천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진천군평생교육센터는 군으로부터 5천만원을 추가 지원 받아 카누, 등산, 민속놀이 등 농다리와 초평지의 관광자원을 활용할 전문 강사 양성 프로그램 6개를 개설했는데 그중 하나가 낚시다. 낚시 체험 프로그램을 개설해 주민들에게 전국적으로 유명한 초평지 낚시를 접할 기회를 주고 이를 기반으로 내년에 ‘초평호낚시학교’를 개설해 군민 중에서 초평지 낚시 전문 강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진천군의 낚시 체험 프로그램 개설 소식은 사단법인 한국스포츠피싱협회(KSA) 김선규 회장에게 들었다. 김선규 회장은 “7월경에 진천군에서 낚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낚시를 가르칠 전문 강사진에 대해 문의해왔다. 지자체에서 낚시 체험 프로그램을 운용한다는 얘기가 신선하게 들렸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초평지에서 진행된 가족낚시 체험 프로그램

진천군의 낚시 체험 프로그램은 8월 18일 루어낚시 체험, 9월 1일 대낚시 체험으로 2회에 걸쳐 초평지에서 진행되었다. 그중 대낚시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 9월 1일 현장을 취재했다.
낚시 체험 프로그램은 진천군에 거주하는 가족을 대상으로 하여 오전 8시 초평면 화산리에 있는 진천청소년수련원에서 2시간에 걸쳐 이론교육이 진행된 뒤 초평지에 가서 실습을 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수강료 없는 무료 행사다.
KSA 이은석 사무국장이 강사를 맡았고 김선규 회장, 신승식 경기위원장, 박충기 프로가 프로그램 진행을 도왔다. 이은석 사무국장은 “8월 18일 열린 루어낚시 체험 행사는 30명을 모집했는데 참가인원이 40명이 넘었어요. 가족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인원이 자연스럽게 늘어난 건데 소풍 온 것처럼 분위기가 아주 좋았습니다”하고 말했다.
진천군에선 평생학습센터 어재영 평생교육사가 프로그램을 지켜봤다. 어재영 평생교육사는 진천군 평생학습센터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담당자다. ‘초평호낚시학교’를 기획한 것도 어재영씨다.
“초평호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낚시터입니다. 주민들에게 우리 고장의 명물인 초평호를 낚시를 통해 체험할 기회를 주고 나아가서는 초평호 낚시 전문가를 양성해보자는 취지로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처음 하는 것이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서 소프트하게 가족낚시소풍을 떠나자란 타이틀로 참가자를 모집했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습니다.” 

“3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은 낚시뿐”

대낚시 체험 프로그램 이론 실습에선 떡밥 배합 요령과 채비 캐스팅 요령 중심으로 강좌가 진행됐다. 이론 교육을 마친 뒤 초평지 상류로 자리를 옮긴 참가자들은 KSA 회원들의 지도하에 대를 펴고 떡밥을 던졌다. 장비와 미끼는 모두 KSA에서 준비했다.  
이날의 낚시대상어는 블루길. 낚시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여기저기서 블루길이 올라왔다. 첫 블루길을 낚은 가족은 김승래·도균 부자였다. 김승래씨는 “이주일 전에 열린 루어낚시 체험 행사에 참가했는데 아이가 너무 좋아하고 저 역시 낚시에 흥미를 느껴 다시 참가 신청하게 됐어요. 초평지 주변은 그냥 지나다니기만 했는데 낚시를 한다니 설레고 흥분됩니다”하고 말했다. 
아들 태민이에게 물고기를 낚게 하기 위해 열심히 옆에서 얘기해주고 도움을 주는 김의식씨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이은석 사무국장의 강좌를 가장 열심히 듣는 수강생이었다.
진천군은 낚시 체험 프로그램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또 개설 예정인 초평낚시학교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것인가? 어재영 팽생교육사에게 물어보았다.

 진천군 청소년수련원에서 진행된 가족낚시 프로그램 이론 강좌 모습. 루어낚시를 주제로 교육이 이뤄졌다.

-평생교육 전문가로서 다른 프로그램과 낚시를 비교해본다면?     
그동안 진행한 평생학습 프로그램들은 그림 그리기, 음악, 댄스, 컴퓨터 실무와 같이 혼자서 배울 수 있는 강좌가 대부분이었다. 이번에 낚시 프로그램을 진행해보니 낚시는 손자, 아버지, 할아버지 이렇게 3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라는 걸 확실히 알았다. 사실 다른 프로그램들은 세대 간의 관심 영역이 달라서 2, 3대가 함께 집중하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하지만 낚시는 3대가 다 집중하는 모습이다. 개설 준비 중인 낚시학교에서 이러한 부분을 반영할 것이다. 

-진천군에서 1년간 운용하는 평생학습 프로그램은 몇 개나 되나?
100여개 된다.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합치면 더 많을 것이다. 진천군은 지난 2006년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되었다. 평생학습도시는 주민들이 언제 어디서 누구나 원하는 교육을 배울 수 있도록 재구조화된 도시를 말한다. 전국엔 230개 지자체가 있고 이중 118개가 평생학습도시가 선정되어 있는데 평가에서 진천군은 늘 상위에 있다.

-낚시학교는 언제 개설하는가?
올 겨울까지는 체험프로그램 위주로 진행한 뒤 내년에 개설할 계획이다. 230개 지자체 중 평생학습프로그램으로 낚시를 선택한 것은 진천군이 최초다. 처음 진행하는 것이다 보니 초평호낚시학교와 관련해서 모니터링을 해보았다. 낚시를 배운다고 하니까 주민들이 매우 딱딱한 프로그램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뭐가 필요한지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체험 프로그램을 먼저 해보기로 한 것이다. 여름은 이미 진행했고 겨울에 방학을 이용해 빙어낚시 체험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낚시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고스란히 초평호낚시학교 수강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낚시학교는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는가?
초평호낚시학교는 농다리와 초평지를 기반으로 하여 기획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일자리 창조 프로그램 중 하나로서 카누, 등산, 숲, 레크리에이션, 민속놀이와 함께 진행되는 전문 강사 양성과정 중 하나다. 농다리와 초평지는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가능성을 갖고 있는 관광상품이다. 이 지역기반을 근거로 인적자원을 육성하고 그 인적자원이 지역기반과 연계됐을 때 일자리로 연결되고 지역공동체 활성화에도 이바지한다고 보고 있다. 제주도에 가면 마을마다 전담 가이드가 있지 않은가. 평생학습 전문 강사 양성과정을 거친 사람들이다. 초평호낚시학교를 수강한 주민들이 초평지 낚시를 널리 알려서 대중화시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초평호를 찾을 것이다.   

-낚시학교에선 무엇을 가르치는가?
배드민턴을 예로 들어보자면 전국 남녀노소 누구나 배드민턴을 칠 줄 안다. 하지만 네트를 치고 정식으로 배우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낚시도 낚시하는 친구나 가족의 어깨너머 배워서 익히는 게 대부분이다. 정식 낚시교실이란 게 없지 않나. 동호인이 아닌 전문 강사는 기법 외에도 룰이나 매너, 에티켓 등을 제대로 알려줘야 할 것이다. 다행히 웹서핑을 통해 알게 된 한국스포츠피싱협회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커리큘럼이나 프로그램 진행에 있어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건전한 스포츠이자 레저로서 낚시가 활성화되고 그런 문화가 초평호를 중심으로 확장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KSA 김선규 회장 “타 지자체에서도 따라할 모범사례 되길”

햇살이 따가웠지만 자리를 뜨는 참가자는 거의 없었고 오후 2시경에 행사는 마무리되었다. 블루길은 잘 낚여 참가 가족 모두 손맛을 봤고 만족스런 표정이었다. 노장호씨는 낚싯대를 반납하며 “지난 행사는 아내와 함께 참가했는데 고기를 잡지 못해 아쉬웠지만 이번엔 고기를 직접 낚아 재미있었습니다. 군에서 이번 낚시 행사처럼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자주 열었으면 합니다”하고 말했다.
KSA 김선규 회장은 “진천군 낚시프로그램을 지원하면서 지자체마다 평생학습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평생학습은 일종의 복지 프로그램인 셈인데 낚시가 삶의 질을 개선할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이번에 증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많은 지차체의 평생학습에 낚시가 정식 프로그램으로 포함된다면 낚시의 대중화에도 크게 기여하는 일이라고 본다. 더 나아가 진천군의 초평호낚시학교가 개설되어 전문 강사들이 지역 발전에 기여하는 모범사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8월 18일 초평지에서 진행된 진천군 가족낚시 프로그램에서 배스를 낚아낸 참가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