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모르는 물고기 이야기

 

이제는 ‘금치’가 된 톱스타  
 
갈치

 

김준형 부산국립수산과학원 연구기획과 근무·루어낚시인

 

 

 

맛있어서 낚시 대상어로 인기가 좋은 갈치. 요즘엔 값이 올라 고급 생선이 되었다.

 

친한 사이에 서로를 모함한다는 뜻의 ‘갈치가 갈치 꼬리 문다’, 음식을 많이 먹어도 부르지 않는 날씬한 배를 일컫는 ‘갈치배’, 비좁은 방에서 여럿이 모로 자는 모양을 빗댄 ‘갈치잠을 잔다’, 한 가지 일로 여러 가지 이득을 얻는 것을 일컫는 ‘맛 좋고 값싼 갈치 자반’ 등 여러 속담에도 등장하는 갈치는 그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어종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좋아하는 대표 수산물 중 하나로 구이, 조림, 회 등 어떤 요리를 해도 맛이 좋아 장르를 불문하고 많은 낚시팬을 확보하고 있는 인기어종이다.
무더운 여름이 되면 꾼들은 갈치를 찾아 밤바다로 나서고 밤바람이 점점 서늘해질 무렵이 되면 갯바위나 방파제, 그리고 먼바다 수평선까지 갈치를 잡으러 나선 낚싯배가 밝힌 집어등으로 바다는 진풍경을 이룬다.
이번 호에서는 이렇게 모든 사람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갈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학명 : Trichiurus lepturus
표준명 : 갈치
방  언 : 깔치, 칼치
영문명 : lagehead hairtail
일본명 : 타치우오(タチウオ)

 

갈치는 칼치라고도 불리지만 정식 표준명은 갈치다. 이 이름은 칼처럼 생긴 모습에서 유래한 것으로 생각된다. 자산어보에서는 혁대를 닮았다고 하여 군대어라는 이름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속명을 갈치어라 하였고, 전어지에도 갈어로 기록되어 있다. 신라시대에 ‘칼’을 ‘갈’로 불렀다는 기록이 있는데, 아마도 이 때문에 그 시대부터 갈치라 불린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에도 현재도 칼치라는 말이 계속해서 혼용되고 있다.
갈치의 학명은 Trichiurus lepturus로 이는 머리카락이라는 뜻의 그리스어인 thrix와 꼬리라는 뜻의 oura의 합성어로 머리카락처럼 가늘고 긴 갈치과 어류의 꼬리 모양에서 기인했다. 영명으로도 같은 뜻의 lagehead hairtail로 주로 불리며, 그밖에 칼처럼 생긴 모양을 본떠 서양 칼의 종류 이름을 따서 Cutlass(커틀러스) fish 또는 Saber(세이버) fish라고 불리기도 한다. 일본에서도 역시 큰 칼 모양의 고기라는 뜻의 타치우오(太刀魚, タチウオ)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이외에도 물속에서 하늘하늘 떠 있는 갈치의 모습을 보고 Ribbon fish라고 부르기도 한다.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는 갈치.

 

심해어인 갈치가 낚시에 잘 잡히는 이유

 

 

갈치는 갈치과에 속하는 난류성 어종으로 전 세계 열대에서 온대까지 넓은 해역에 수심 0~500m까지 분포하는데, 주로 100m 주변 수심층에서 어획활동이 이루어진다. 이런 특성에 따라 기본적으로 심해 저서성 어종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서해와 남해 그리고 멀리 떨어진 동중국해에 많이 출현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근해에 분포하는 갈치는 수온이 낮은 시기인 1~3월에 제주도 서남방과 동중국해 북부해역에서 월동하고, 수온이 상승하기 시작하는 4월부터 북상회유하기 시작하여 7~9월에 남해 연안과 서해남부 해역에 도착하여 산란하고, 10월부터 가을철 수온이 하강하기 시작하면 다시 남하하여 월동장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기후온난화로 인해 난류성 어종인 갈치의 산란기, 산란장, 회유시기 및 회유경로 등이 점점 변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갈치의 평균수명은 7~8년, 최대수명은 15년으로 알려져 있으며, 평균크기는 1m 내외로 최대 234cm, 5kg의 개체가 보고된 바 있다. 갈치의 연령과 성장에 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갈치는 생후 1년에 항문장(주둥이부터 항문까지의 길이) 15cm, 2년생은 23cm가량으로 자라며, 2년 이후부터는 암컷의 성장이 현저히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생후 2년부터 산란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갈치는 어릴 때는 곤쟁이, 부유성 갑각류, 두족류 및 작은 어류 등을 주로 섭취하다가 성어가 되면 주로 어류만을 섭취하는데, 어류 중에서도 멸치, 갈치, 정어리 등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갈치는 앞서 말한 계절별 회유 외에도 먹이를 쫓아 깊은 곳과 얕은 곳을 오가는 일주기적 수직회유를 하는데, 성숙한 성어는 주로 낮에 얕은 곳으로 올라와 먹이를 먹고 밤이 되면 바닥으로 이동하며, 이와 반대로 치어나 작은 크기의 성어는 낮 동안에는 무리를 지어 중층에 떠 있다가 밤이 되면 먹이를 찾아 얕은 곳으로 회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크기에 따라 수직이동의 주기가 달라지는 것은 앞서 말한 먹이의 종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수직회유 습성은 갈치낚시의 중요한 키가 되는데, 일본에서 주로 행해지는 꽁치를 이용한 선상낚시나 갈치 지깅은 주로 낮에 먼바다에서 이루어지며, 낚이는 사이즈 또한 일본 낚시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드래곤’급의 초대형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 먼바다 선상 갈치낚시는 주로 밤에 이루어지지만 무거운 추를 이용해 바닥층을 노리기 때문에 갯바위나 방파제보다 월등히 굵은 씨알의 갈치를 낚아낼 수 있다. 반면 방파제나 갯바위에서 갈치를 노리는 낚시는 밤에 연안으로 회유하는 소형급의 갈치가 대부분일 수밖에 없다. 

 

 

물결치듯 움직이는 갈치의 등지느러미.

 

 

수입산 갈치는 우리나라 갈치와 같은 종일까?

 

 

갈치의 종류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매스컴이나 광고전단지 등에서 흔히 접한 ‘은갈치’, ‘먹갈치’를 쉽게 떠올리는데,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은갈치나 먹갈치는 둘 다 똑같은 갈치를 이르는 말이다. 은갈치는 주로 제주지역에서 채낚기 등의 낚시로 잡아 은비늘이 깨끗한 갈치를 말하며, 먹갈치는 목포에서 주로 저인망 등의 선망어업으로 어획되어 비늘이 많이 손상된 갈치를 말한다. 그물로 인해 비늘과 함께 갈치 특유의 은빛을 내는 색소인 구아닌이 떨어져 나가 갈치의 체색이 거무스름해진 데서 붙여진 명칭이 먹갈치다.
갈치는 우리 식탁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긴 하지만 어장이 비교적 멀리 형성되고 잡히는 계절이 정해져 있어 가격이 싼 생선은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근래에는 인도양과 서부태평양 부근에서 잡히는 갈치가 수입되어 팔리곤 하는데, 국내산 갈치와 외관이 거의 동일해 일반인은 구분이 쉽지 않다. 국내산 갈치와 수입산 갈치는 눈과 등지느러미의 색깔로 구분할 수 있는데 국내산은 눈의 흰자위가 백색이고 등지느러미가 투명한 반면 수입산은 눈과 등지느러미가 황록색을 띠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산과 수입산 갈치는 같은 종일까 다른 종일까?
어류의 분포가 상당히 넓은 경우, 정보의 국제적인 소통이 쉽지 않았던 과거에는 서로 다른 나라에서 각각 학명을 명명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왔는데 이를 동종이명(同種異名, synonym)이라 한다. 갈치의 경우도 이에 속하는 것으로 일본에서 명명한 Trichiurus japonicus 외에 6개의 학명이 발표되었으나 제일 처음 린네에 의해 명명된 Trichiurus lepturus라는 학명이 현재 정식 학명으로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갈치를 서로 다른 종으로 재분류하려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으며, 앞서 얘기한 황록색 눈과 등지느러미가 특징인 갈치는 2002년 Nakabo에 의해 Trichiurus sp.2로 명명되었으며, 2005년 Anirban 등은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을 통한 갈치의 유전적 차이점에 관한 연구에서 두 종은 서로 다른 별개의 종인 것으로 보고하였으며, 더불어 Trichiurus lepturus와 Trichiurus japonicus 역시 외형에서 꼬리의 길이가 짧고, 긴 것으로 구분되며 유전학적 분석결과에서도 차이를 나타내어 기존의 Trichiurus lepturus를 세 종으로 구분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지난호에 얘기한 양태처럼 서식지가 넓어 서로 교류가 힘든 경우에는 서식지 격리에 따른 분화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앞으로 연구가 계속되면 현재의 갈치는 여러 종으로 다시 나누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바다낚시 통틀어 최고 인기어종

 

 

바다낚시 장르를 크게 생미끼를 이용한 낚시와 인조미끼인 루어를 이용한 낚시로 나눈다면, 양쪽 장르에서 모두 환영받는 대상어는 드문 편이다. 갯바위 흘림찌낚시 최고의 대상어종인 감성돔이나 갯바위의 미녀로 추앙받는 참돔은 루어낚시에서도 손님고기로든 주대상어로든 환영받지만, 이와는 반대로 루어낚시의 한 장르를 책임지는 주 대상어종인 쥐노래미의 경우는 찌낚시에서는 감성돔낚시를 방해하는 귀찮은 잡어일 뿐이다.
하지만 갈치의 경우는 장르를 불문하고 대상어로든 손님고기로든 아주 환영받는 몇 안 되는 대상어 중 하나로 무더운 여름과 함께 연안으로 속칭 ‘풀치’라고 하는 작은 갈치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바다는 다양한 낚시채비로 갈치를 노리는 낚시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갈치가 연안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작은 고기나 소형 갑각류 등의 먹이를 사냥하기 위한 것으로 연안 갈치낚시에 적합한 포인트는 수직으로 서 있기를 잘하는 특성상 수심이 조금 나오는 방파제나 갯바위가 주가 되며 별도의 집어등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가로등 등에 의해 자연적으로 먹이고기가 집어될 수 있는 곳이 유리하다. 간혹 먹이를 따라 기수역까지 올라오기도 한다. 주 시즌은 갈치가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회유하는 7~9월이며, 월동을 위해 남하하는 10월 무렵까지 낚시가 가능하다.
갈치는 철저한 어식성 어종으로 움직이는 먹이에 반응이 빠르므로, 통상 같은 곳에서 낚시를 하는 경우 루어의 조과가 좋은 경우가 많다. 갈치 루어낚시에 주로 사용하는 루어는 바다루어닷컴의 옥색물결이라는 닉네임 사용자가 고안한 지그헤드를 개조하여 아래에 트레블훅을 장착한 ‘물결채비’가 가장 유명하다. 이 물결채비는 갈치가 먹이사냥을 할 때 수중에 수직으로 서 있다가 먹잇감을 발견하면 이빨을 이용하여 먹이를 제압하는 습성을 감안한 것으로, 갈치가 먹이를 먹을 때 아래턱이 위턱보다 길기 때문에 바늘 끝이 위를 향한 지그헤드는 제대로 걸리지 않아,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래에 트레블훅을 단 것이다. 현재 많은 형태의 물결채비가 판매 또는 자작으로 만들어져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물결채비 외에도 메탈지그, 스푼, 소형 미노우 등의 하드베이트에도 잘 반응하지만, 갈치낚시의 주목적인 반찬거리 마련을 위해서는 반응이 빠르고 후킹이 잘 되는 물결채비가 다소 유리하다.
갈치낚시는 볼락용 장비나 에깅용 장비를 이용해 즐길 수 있으며, 장비의 선택은 주로 사용하는 루어의 무게에 맞추어 선택하는 것이 좋다. 다만 가을로 접어들어 갈치의 씨알이 커지면 볼락 채비로는 다소 제압에 시간이 걸리며, 이때 랜딩시간이 길어지면 따라온 다른 갈치에게 낚은 갈치를 먹히는 참사를 겪을 수도 있다.
루어의 운용은 기본적으로 갈치가 입질하는 수심층을 일정한 속도로 리트리브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어느 정도 양을 잡아내고 나면 경계심이 강해져 입질이 뜸해지거나 숏바이트가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이때 루어를 교체해주거나 리프트&폴 등의 기법으로 액션에 변화를 주는 것이 유리하다. 일본에서는 주로 낮시간에 ‘와인드 기법(다트 액션을 키운 것처럼 파도가 치듯이 루어가 오르내리며 유영하게 하는 기법)’으로 갈치를 낚아낸다. 주로 삼각형 헤드에 중량이 있는 전용 지그헤드를 사용하면 와인드 기법을 구사할 수 있다는데 이 와인드 전용 지그는 국내 낚시점에도 갈치전용 헤드로 많이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와인드 기법은 우리 우리 낚시 여건과는 다소 맞지 않는 것으로 필자는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연안에 접근하는 갈치의 크기가 다소 작은 편이고 밤에 집어등을 이용한 낚시가 주를 이루게 되므로 입질 역시 표층에서 가까운 영역에서 활발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일본에서는 대형 갈치를 대상으로 선상에서 라이트 지깅이 유행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나, 현재 폭발적인 붐이 일고 있는 슬로우 지깅이 국내에 다양한 대상어를 대상으로 완전히 정착된다면, 갈치 역시 지깅의 주 대상어로 주목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된다.

 

 

점점 줄어들고 있는 갈치, 원인은?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갈치는 비교적 많은 수의 무리가 연안 가까이 접근하는 특성과 낚시채비나 방법의 간단함, 무엇보다도 뛰어난 맛까지 낚시대상어로의 조건을 모두 갖춘 어종으로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 인기를 유지해 나갈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갈치의 입장에서는 정작 그 인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1970~1980년대에는 갈치어획량이 16만톤이 넘을 만큼 개체수가 많은 어종이었으나 최근에는 점점 어획량이 감소하는 추세에 있어 매년 5만~9만톤 사이를 오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학계에서는 어업에 의한 자원량의 감소라는 의견과, 직접적 감소라기보다 어장의 축소나 새로운 어업협정 등에 따른 어업질서 개편 등의 간접적 영향에 의한 것으로 보는 의견이 상충하고 있다.
갈치는 기본적으로 먹는 것을 전제로 하는 낚시이므로 낚시의 목적은 ‘효율적으로 더 많이’가 될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보니 웹상에선 하루에 몇십 마리 심지어는 백 마리가 넘는 갈치와의 사투에 대한 무용담이 종종 올라오고, 이러한 조과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부산에서 예전에 갈치 루어낚시의 메카로 불리던 용호동 매립지 포인트는 현재는 예전의 명성만큼 갈치가 올라오지 않아 어깨를 서로 부딪혀가며 낚시를 하던 예전과는 대조적으로 갈치시즌에도 그렇게 붐비지 않는다. 이렇듯 학계의 이론이야 어떻든 낚시인의 개인적 경험으로 봐도 갈치 루어낚시의 황금기였던 2000년대 중반에 비하면 지금은 갈치가 많이 귀해진 편이고 이를 입증하듯 예전의 명 포인트들은 지금은 대부분 그 명성이 바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반하여 비교적 최근에 갈치 때문에 각광 받는 포인트들도 생겨나고 있어, 과연 갈치의 자원이 감소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 필자는 일정한 장소로 회유하는 작은 무리들은 그 어미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그 자리를 다시 찾아오는 것이고, 이 때문에 예전에 많은 수의 어미를 잡아내었던 곳들은 그만큼 다시 찾아올 후세들이 줄어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가끔 조우들과도 낚시 대상 자원에 대해 이런 얘기를 하곤 하는데, 대부분이 어업에 의한 남획이 문제라거나 낚시하는 인구가 아무리 많다손 할지라도 실제 얼마나 잡아내겠느냐 하는 시니컬하거나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곤 한다. 분명 우리가 주로 대상으로 하는 어종들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낚시에 의한 자원감소가 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낚시인에게 문제는 전체의 자원량이 아니라 실제 우리들이 낚시하는 자리에 얼마만큼의 자원이 있어서 지속적으로 이 낚시를 즐길 수 있느냐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