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바다낚시의 지존, 감성돔을 만나보자

김희성씨의 초보 탈출 현장기

“가장 빠른 방법은 감성돔낚시 고수와 동행하는 것”

김진현 기자

해가 지고 난 후 40cm 감성돔을 낚은 김희성씨와 마지막까지 그를 도와준 박지태씨가 함께 포즈를 취했다.

김희성(29)씨는 경남 창원에서 설비 사무실을 운영한다. 바다를 좋아해 친구들과 방파제나 섬으로 놀러 다니길 즐기다가 지인의 권유로 감성돔 배낚시를 나갔고, 48cm 감성돔을 낚고는 그 길로 장비를 구매하고 낚시인의 길로 들어섰다. 그러난 그는 감성돔 ‘침’을 맞고 손맛 열병을 앓고 있지만 낚시실력은 늘지 않는 전형적인 초보 낚시인이다.
그를 더 미치게 만드는 것은 배낚시는 감성돔은 그럭저럭 낚이는데 도무지 체질에 맞지 않아 못 하겠고, 갯바위로 출조하자니 배낚시와 달리 꽝 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었다. 얼마 전에도 부산 가덕도의 갯바위로 출조했으나 깻잎 사이즈의 감성돔을 한 마리 낚았을 뿐이다. 그가 가진 감성돔 최대어 기록은 맨 처음 배낚시에서 낚은 48cm. 그 후로는 감성돔을 낚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두미도 북구방파제 옆 갯바위에 내린 이상호씨가 캐스팅하고 있다.

나는 김희성씨에게 감성돔낚시를 코치해줄 고수들을 붙여서 갯바위 현장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창원의 박지태(KPFA 창원지부·썬라인 필드스탭)씨와 이상호(KPFA 경남지부)씨가 일일 코치로 발탁되었다. 박지태씨는 올해 한국프로낚시연맹 본부랭킹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유력한 KPFA 왕중왕 후보로 나이는 30세로 젊지만 무서운 기세를 떨치고 있는 신예 프로낚시인이며, 이상호씨는 낚시경력 30년이 넘는 베테랑으로 작년에 한국프로낚시연맹 상금 랭킹 1위(약 5000만원)를 기록한 실력파 프로낚시인이다.
두 사람이 이번 취재에 흔쾌히 응한 이유는 오는 10월 26일 거제에서 열리는 총상금 1억원이 걸린 ‘예지건설배 감성돔낚시대회’에 한팀으로 출전하기로 약속, 미리 호흡을 맞춰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박지태·이상호 프로, 일일코치로 나서다
이번 취재의 목적은 김희성씨가 제대로 된 감성돔 손맛을 보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씨알은 잘지만 손맛을 실컷 볼 수 있는 삼천포의 방파제가 좋지 않을까? 초보 낚시인들의 신병훈련소로 불리며 올해도 추석 이후 20~30cm 감성돔이 많이 붙었다고 한다. 그러나 김희성씨가 거부했다. 잔챙이는 싫다고 한다.
“시기가 이른 것은 알지만 이왕이면 큰 놈을 낚아보고 싶어요.”
초보가 주문이 까다롭다고 생각했지만, 2주 전에도 깻잎 사이즈를 낚고 실망했다고 하니 그의 갑갑한 심정이 이해되기도 했다. 박지태씨와 이상호씨는 이 시기에 큰 감성돔이 낚이는 곳을 수소문했다. 이상호씨는 두미도를 꼽았다.
“지난달에 통영 용초도 부근에서 큰 감성돔이 낚였는데 그 시즌은 한 달 남짓 이어집니다. 용초도에서 큰 감성돔이 빠지고 잔챙이가 설칠 때쯤이면 두미도와 사량도에 큰 감성돔이 들기 시작하죠. 그중 조과를 장담할 수 있는 곳으로 두미도가 좋겠습니다.”
박지태씨도 두미도행에 찬성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남해안의 감성돔 조황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마치 톱니바퀴가 물려 돌아가듯 규칙적으로 진행됩니다. 인터넷에선 우후죽순으로 조황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래도 매년 호황을 보이고 시들해지는 시기와 장소가 비슷하게 반복되죠. 낚시를 잘하는 사람들은 그런 데이터가 머릿속에 정리되어 있어 언제 어디로 가야 할지 빠르게 판단합니다. 조황이 터지고 가보면 이미 늦습니다. 우리가 두미도로 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선배낚시인들이 그렇게 해온 데이터와 최근 정보를 참고해서 나가는 것입니다.”

“현지 분위기를 잘 파악하라”

출조는 9월 30일 정오에 했다. 물때는 2물로 정오 무렵이 간조라 낚시하는 내내 들물이고 해거름이 되어야 초썰물을 볼 수 있어 두미도가 썰물 포인트임을 감안하면 그리 좋지는 않았다. 박지태씨는 “두미도는 거의 전역이 썰물 포인트입니다. 그리고 감성돔은 늦은 오후나 해거름에 잘 낚이는데, 물때는 오후에 썰물이 걸리는 조금물때(11물~조금)가 딱 좋습니다. 오늘은 아마 해거름 때가 승부타임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삼천포에서 인기 있는 압맥. 열 바가지 정도 밑밥에 넣는다.

낚싯배는 고성에서 타기로 했는데 밑밥은 삼천포 입구에 있는 25시낚시에서 준비했다. 이상호씨는 “밑밥은 꼭 현지 분위기를 잘 아는 집에서 준비하라”고 충고했다. 25시낚시에 가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최근 통영권에서는 많은 양의 잡어를 피해 바닥층에 감성돔을 집어하기 좋게끔 압맥을 많이 넣은 밑밥이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25시낚시에는 방앗간에서 압맥을 대량으로 들여와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었다. 박지태씨와 이상호씨는 밑밥에 압맥 열 바가지를 넣었다(한 바가지 1천원). 압맥은 천천히 가라앉으며 감성돔에게 시각적인 효과를 줄 수 있고 바닥에 오래 머물러 감성돔을 묶어두는 역할도 충실히 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거제도에서 인기 있는 옥수수를 많이 섞은 밑밥은 볼 수 없었는데, 삼천포 지역에선 옥수수보다 압맥이 더 인기 있다고 했다.
김희성씨는 “출조할 때마다 크릴 3개, 집어제 2개, 압맥 2개를 무슨 공식처럼 사용했는데, 낚시터 상황에 따라 다른 배합비율이 있는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김희성씨에게 감성돔용 집어제를 골라주는 박지태씨.

잡어 많고 조류는 정지 상태

낚싯배는 고성 하일면 맥전포항에서 탔다. 이상호씨는 “맥전포에 있는 코난피싱호가 최근 두미도로 가장 먼저 출항한다. 코난피싱 이부철 선장이 어디에 감성돔이 붙었는지 잘 안다”며 맥전포를 출항지로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맥전포항에 도착하니 이부철 선장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아직 본격적인 감성돔 시즌은 아닌지 루어낚시인들이 네다섯 명 있었고 감성돔낚시인은 우리뿐이었다. 선장과 어디에 내릴지 상의했는데, 이 선장이 “두미도 북구방파제 옆의 코바위가 딱 좋겠다. 최근 그 주변의 조황이 가장 두드러진다”라고 말했다. 박지태씨와 이상호씨도 단번에 오케이하고 곧장 두미도로 나갔다.

김희성씨의 2호 구멍찌 채비.

코바위는 두미도 북쪽의 북구마을 방파제 옆에 있다. 박지태씨와 김희성씨는 코바위에 내렸고 이상호씨는 모두 내리면 비좁다며 조금 더 방파제와 가까운 안쪽 갯바위(코바위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에 내렸다.
박지태씨는 내리자마자 평평한 곳에 자리 잡고 두레박에 물을 담아 사용할 미끼크릴을 녹이기 시작했다. 낚싯대를 꺼내 릴을 결합하고 낚싯대를 밑밥통에 꽂고 채비한 후 낚싯대를 펴고 낚시자리에 서서 밑밥을 뿌렸다. 김희성씨는 그때까지도 채비를 하지 않고 박지태씨의 낚시준비 모습을 지켜보았다.
박지태씨는 밑밥을 몇 주걱 뿌려보더니 “잡어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조류도 흐르지 않아요. 아마 간조 때라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은 쉬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박지태씨는 준비해온 점심도시락을 먹으면서도 조류가 움직이는지 살폈다. 김희성씨는 조바심이 났는지 먼저 채비를 던져보기도 했는데, 애꿎은 용치놀래기만 올라왔다.

“쉼 없이 채비를 움직여주라”
도시락을 먹고 시간이 제법 지나도 조류의 변화는 생기지 않았다. 시간은 금방 흘러 오후 3시가 되었다. 박지태씨는 “이대로 있을 수는 없습니다. 조류가 흐르지 않을 때는 채비를 멀리 던진 후 안쪽으로 끌어주며 곳곳을 노려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라며 낚시를 시작했다.
포인트의 수심은 먼 곳이 10~12m, 가까운 곳은 6~7m가 나왔다. 박지태씨는 6~7m 지점을 타깃으로 했다. “가까운 곳과 먼 곳의 수심차가 큰 곳은 수심 차이가 나기 시작하는 부분을 노리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지형은 수심이 깊어지는 턱진 지형인 경우가 많은데, 감성돔이 있다면 얕은 곳으로 올라오는 길목이 되는 곳입니다. 겨울이라면 더 깊은 곳을 노려야겠지만, 지금은 가을이라 감성돔의 활성이 좋을 테니 입질은 턱 주변에서 올 확률이 높습니다.”
조류가 흐르지 않는 상황이라 박지태씨는 1.5호 반유동 채비를 한 후 멀리 던져서 조금씩 안쪽으로 끌어당기며 여러 곳을 훑어주었다. 그에 비해 김희성씨는 입질이 올 것 같은 자리에 채비를 그대로 두고 마냥 기다렸다. 보다 못한 박지태씨가 “가만히 있는 채비에 입질이 올 확률은 낮습니다. 채비를 계속 움직여주세요"라고 주문했다.
여러 곳을 노리기 시작하니 밑걸림이 생겨 채비를 끊어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김희성씨는 채비를 교체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박지태씨는 ”밑걸림이 생기는 곳을 잘 기억해 두세요. 그곳이 입질 지점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채비를 밑걸림이 생기는 지점에 바로 넣는 것이 아니라 조금 멀리 던진 뒤 조류에 밀려 밑걸림이 생기는 쪽으로 흐르게 하거나, 채비를 밑걸림 지점으로 당겨주는 것이 입질 받을 확률을 높이는 비결입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물때를 기다리는 모습에 감동”

두 사람은 열심히 감성돔을 노렸지만 잡어가 너무 많고 조류도 흐르지 않아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떨어져 내린 이상호씨도 감감무소식. 어찌된 일인지 방파제에 내린 에깅낚시인들에게 무늬오징어 입질도 없었다.
오후 6시가 되자 해는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들물이 끝나 수위는 만조에 달했고 준비해간 밑밥도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철수 시각은 오후 7시 30분. 해거름에 입질이 오기 때문에 해가 지고 난 후에 철수하기로 시간 약속을 잡았다. 박지태씨는 “이제 곧 썰물로 바뀔 텐데 조류가 딱 한 번만 흘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가 질 것에 대비해 채비는 미리 전지찌로 교체했다. 남은 1시간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채비를 날리는데 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썰물은 포인트 전방 좌측에서 흘러들어 오른쪽 방파제 방향으로 세차게 흘러나갔다. 그런데 너무 빨리 흘렀다. 박지태씨는 “지금부터 찬스입니다. 채비를 조금 무겁게 해서 흘려주고 가끔씩 채비를 잡아 견제하는 걸 잊지 마세요. 조류가 죽으면 긴장하시구요”라고 말했다.
그때 우리와 떨어져 내린 이상호씨가 입질을 받아 파이팅을 시작했다. 나는 얼른 카메라를 들고 갯바위를 타고 뛰어가 이상호씨의 파이팅 장면을 촬영했다. 제법 씨알이 큰 38cm 감성돔이 올라왔다. 1.5호 전지찌 반유동 채비로 수심 6~7m 지점에서 입질을 받았다고 했다. 연타를 노리기 위해 얼른 촬영을 마치고 감성돔은 밑밥통에 집어넣었다.
다시 자리로 돌아가는데 김희성씨의 낚싯대가 반원을 그리고 있었다. 밑걸림인가 싶었는데, 김희성씨가 ‘어어어’하며 당황하기 시작했다. “온 것 같습니다!” 김희성씨가 외쳤다. 감성돔은 박지태씨 쪽에서 들어오지 않고 방파제가 있는 이상호씨 쪽에서 들어온 것 같았다. 김희성씨가 엉거주춤한 파이팅 자세를 취했다.
“낚싯대를 들고 버티기만 하세요. 낚싯대의 탄력으로 감성돔을 제압할 수 있습니다.”
박지태씨가 이야기했으나 한번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자칫하면 혼자 뜰채를 대다 감성돔을 놓치겠다 싶었는지 박지태씨가 낚싯대를 걷고 뜰채를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연타를 하려면 박지태씨가 밑밥을 뿌리며 입질을 기다려야 하는데 하는 수 없었다. 해는 완전히 진 상태. 뜰채 프레임이 잘 보이지 않아 김희성씨가 어디로 고기를 끌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기자의 카메라 플래시 불빛까지 가세해 좀 당황한 기색이었다. 박지태씨가 “천천히 낚싯대를 드세요. 공기를 몇 번 먹이면 감성돔은 힘을 못 씁니다. 천천히…”라고 말했다.
겨우 뜰채에 담아낸 녀석은 40cm 감성돔. 김희성씨는 기쁨과 미안함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멋쩍게 웃으며 감성돔을 바라보았다. 박지태씨는 얼른 채비를 다시 던졌지만, 더 이상 입질은 없었다. 뜰채를 대고 사진 촬영을 하면서 10분 넘게 소비했고, 막 감성돔이 들어왔는데, 한 마리를 걸자마자 플래시를 터트리고 난리를 피웠으니 감성돔이 붙어 있을 리 없었다. 그리고 잠시 멈췄던 조류는 금세 빨라지기 시작해 계곡물처럼 흘러나가기 시작했다. 바다의 변화는 정말 예측불가다.
김희성씨는 “정말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잡어를 피해 다른 자리로 옮겼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찌감치 낚싯대를 접고 철수배를 기다리고 있었을 테죠. 고수들이 한 마리를 노리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