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바다낚시의 지존, 감성돔을 만나보자

감성돔낚시, 무엇이 어려운가?

김진현 기자

감성돔은 쉽게 낚을 수 있는 대상어가 아니다. 낚시인들에게 감성돔을 낚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아마 수백 가지의 대답을 쏟아낼 것이다. ‘채비가 복잡하다’, ‘수심을 모르겠다’, ‘조류에 많이 구애 받는다’, ‘수온에 민감하다’, ‘물때가 맞아야 한다’, ‘바람이 세다’, ‘잡어가 많다’ 등등…

감성돔낚시가 어려운 진짜 이유는 감성돔이 아주 조심성이 많은 어종이기 때문이다. 탁한 물에 숨어서 움직이므로 수면에 형체가 비치는 일이 없으며, 어둠을 틈타 연안으로 이동하는 비상한 재주를 지녔다. 바닥의 복잡한 지형을 이용해 조심스레 먹이활동을 해서 그물에도 잘 걸리지 않는 똑똑한 녀석이다. 연안에 무리지어 모여 있다가도 인기척이 느껴지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감성돔이 똑똑하다지만 녀석의 아이큐를 증명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감성돔 외에 다른 고기들이 자기방어에 얼마나 허술한지는 쉽게 알 수 있다. 벵에돔은 밑밥을 뿌리면 금세 위치가 노출된다. 참돔은 조류의 흐름을 보면 그 위치나 움직임을 유추할 수 있으며 돌돔은 물속에서 사람을 봐도 달아나지 않는다. 볼락, 전갱이, 갈치, 고등어 등은 그 지능을 의심하게 될 정도로 먹이 앞에선 경계심도 없이 죄다 쓰러지고 마는 물고기들이다. 루어낚시 대상어는 말할 것도 없다. 삼치, 방어, 부시리, 오징어 등은 눈으로 보고 낚을 수도 있다. 오죽하면 입질하는 것을 보면서 낚는 사이트 피싱(sight fishing)이라는 말이 있겠는가. 그에 비하면 비밀스럽게 제 몸을 잘 숨기는 감성돔이 낚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감성돔은 조심성 많은 물고기

‘감성돔처럼 낚기 쉬운 물고기도 없다’고 말하는 낚시인들도 있다. 그러나 그 말은 약간 허풍으로 들린다. 가을철의 작은 감성돔은 큰 감성돔과는 다르게 자신의 노출을 꺼리지 않고 경계심도 덜하므로 마치 전갱이나 고등어처럼 가까운 연안에서 손쉽게 낚을 수도 있다. 7080년대에는 감성돔의 자원이 많아 가을철 아침이나 해거름에 민장대를 들고 가까운 방파제로 나가면 20~30cm 감성돔을 서너 마리씩은 너끈하게 낚았다고 하는 무용담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감성돔이 많든 적든 방파제에서 민장대로 감성돔을 낚겠다고 시간을 투자하지는 않는다. 전국 어디서나 어떤 조건에 처하든 감성돔을 낚아낼 수 있는 테크닉을 익히고 새롭게 응용해서 남들이 낚지 못하는 더 큰 감성돔을 더 많이 낚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감성돔낚시라고 하겠다. 
남들보다 감성돔을 더 잘 낚기 위해서는 감성돔의 생태를 알아야 하고 바다의 변화를 감지할 줄 알아야 한다. 감성돔은 연안의 조고차와 조류의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포지션을 바꾸는 어종이라 노려야 할 타이밍을 맞추기가 상당히 어렵다. 그래서 어떤 장르의 낚시보다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고 남들보다 더 빨리 포인트를 찾아나서야 한다. 운이 좋아 감성돔이 있는 곳을 발견한다고 해도 예민한 입질을 하는, 바닥에 붙은 감성돔을 짧은 시간에 여러 마리 낚기 위해서는 채비와 장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 풍부한 경험에 의한 판단으로 정확한 수심층을 탐색하는 빠른 손놀림이 필요하다.
1.5호 목줄을 쓸 것인가, 2호 목줄을 쓸 것인가. 발 앞에 밑밥을 뿌릴 것인가, 멀리 뿌릴 것인가. 전유동을 할 것인가, 반유동을 할 것인가… 이 모든 선택의 확률은 반반이지만, 낚시하며 마주치는 모든 경우의 수를 맞출 확률은 수천분의 일도 되지 않는다. 첫 고기를 놓친다면? 그날은 ‘꽝’이다.

경험의 축적이 낚시 테크닉의 밑거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낚시는 운칠기삼’이라고 주장하는 낚시인들이 있다. 운칠기삼이란 낚시는 운이 칠이고 기술이 삼이라는 뜻으로, 쉽게 말해 운이 좋아 고기가 미끼를 물어주는 것이지 기술로 낚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그들의 주장도 나름대로 논리적(?)이다. 애써 낚시를 배우려고 노력했지만, 정녕 큰 고기는 어복이 있는 사람에게나 낚인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주장은 우리가 흔히 범하는 일반화의 오류나 무지(無知)에 의한 오류로 볼 수 있다. 일반화의 오류는 ‘나는 귀신을 봤어. 그러니 다른 사람들도 한 번은 귀신을 볼 것이야’라며 ‘내가 그러하니 다른 사람도 모두 그럴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이며, 무지에 의한 오류는 ‘신이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어? 없지? 그럼 신은 없는 거야(반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라며, 반대되는 증거가 없으므로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을 말한다.
운칠기삼을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또 있다. 그것은 바로 고수는 초보의 실수를 단번에 눈치 채지만, 초보는 고수의 노하우를 전혀 알아채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른 낚시는 운칠기삼일지 몰라도 감성돔낚시는 ‘운오기오’나 ‘운사기육’ 정도는 된다. 그만큼 낚시실력에 따라 조과의 차가 많이 나는 게 감성돔낚시이며 바로 그런 점 때문에 감성돔낚시에 빠져들게 된다. 사실 실력과 조과가 무관한 낚시라면 누가 그런 낚시를 배우려 하겠는가. 
감성돔 찌낚시가 고난도 테크닉이라는 것은 감성돔을 잘 낚는 단계에 이르면 다른 어종도 쉽게 낚을 수 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같은 찌낚시라도 감성돔낚시에 비하면 벵에돔낚시는 훨씬 쉽고 참돔낚시는 더더욱 쉽다. 벵에돔낚시와 참돔낚시는 조류만 읽을 줄 알면 되지만 감성돔낚시는 조류와 바닥까지 동시에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감성돔에 능통하면 다른 낚시는 손쉬워

마지막으로 감성돔낚시를 어렵게 만드는 것은 자원의 감소이다. 낚시인들은 낚시인들 스스로 감성돔을 많이 낚아서 자원이 감소했다고 자책하고 있지만, 그런 것보다는 생태계가 변화해서 감성돔이 줄어들었다고 보는 편이 더 설득력이 있다. 단적인 예로 감성돔은 민물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의 얕은 연안에서 산란하는데,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강하구에 둑이나 대형 방파제를 만들어 수많은 감성돔 산란터가 사라져버렸고 지금도 사라지고 있는 상태이다. 부산의 낙동강하구, 울산의 태화강하구, 목포의 영산강하구, 서해의 천수만 등 초대형 방조제가 들어선 곳을 제외하더라도 진해, 마산, 삼천포, 여수, 광양, 고흥, 완도, 진도 등 수많은 곳들의 강하구에 둑이나 방파제 같은 대규모 시설이 만들어지면서 물길이 차단되고 얕은 수초밭이 사라져 감성돔의 산란터가 사라져버렸다.
산란터가 사라진 이유 외에도 지구의 온난화로 인해 연안의 수온이 올라가고 쿠로시오의 영향력이 점차 강해져 물색이 맑아지고 염도가 높아지는 것도 감성돔 생태 변화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과거 70년대엔 제주도 해안에서 감성돔을 쉽게 낚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때는 국토 남단 마라도에서도 겨울에 감성돔을 마릿수로 낚을 만큼 감성돔이 많았다. 그러나 제주 해역의 수온이 높이지고 염도가 짙어지면서 감성돔 서식량은 크게 줄었다. 고염분수에 서식하는 대표적 어종이 무늬오징어다. 전국적 무늬오징어의 확산은 곧 감성돔이 살기엔 부적합한 물의 확산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행인 것은 감성돔들은 그 질긴 생명력으로 억척스레 개체수를 유지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수산연구소와 낚시동호인들은 감성돔 종묘사업과 방생사업을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 이런 방류 결과 아주 높은 확률로 감성돔의 치어가 살아서 번식해 나가고 있다. 그래서 결코 감성돔낚시의 앞날이 걱정스럽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