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갈치 大잔치 ① 근해 배낚시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마릿수 조과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갈치를 가장 쉽게 확실히 낚는 방법은 이맘때 남해안에서 내만갈치 선상낚시를 나가는 것이다. 출조점에서 장비도 대여해주고 미끼와 채비도 알아서 준비해주며 낚시방법도 친절하게 가르쳐주기 때문에 부담 없이 가서 갈치낚시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싱싱한 갈치 맛보러 오세요.” 진해 낚시인 정복군씨가 낚은 갈치를 자랑하고 있다.

근해 배낚시를 즐기고 있는 낚시인들. 간단한 민장대나 릴찌낚시, 루어낚시로 갈치를 낚는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나는 어릴 때 갈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비린내였다. 시장 곳곳에 자리 잡고 비릿한 악취를 풍기는 길쭉하고 허여멀건 갈치는 혐오대상이었다. 산 갈치를 처음 본 건 초등학교 시절. 주말 새벽에 아버지 손에 이끌려간 방파제에서 온몸으로 웨이브를 추며 올라오는 갈치를 처음 본 순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눈부신 아침 햇살에 한없이 반짝이는 비늘, 잠자리 날개처럼 투명한 지느러미가 물결치듯 하늘거리는 그 모습을 본 순간, 이것이 과연 악취를 풍기는 그 갈치가 맞나 싶었다. 누군가 갈치를 ‘실크 잠옷을 입은 여신’에 비유하기도 했는데, 암만 생각해봐도 딱 맞는 표현이다.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는 갈치. 흉물스럽게 보여도 맛이 좋아 낚시인들에게 인기가 좋은 어종이다.

싱싱한 갈치는 비린내 안 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아직도 갈치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해서다. 갈치회라고 하면 ‘그렇게 비린 생선을 어떻게 회로 먹을 수 있어요?’ ‘배탈 나지 않나요?’ 하며 놀라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러나 실제로 갈치를 낚아서 먹어보면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고 아주 고소하고 맛있다. 만약 갈치에서 비린내가 난다면 그건 어느 정도 부패해서 나는 냄새다. 비린내가 나는 갈치는 회로는 먹을 수 없고 굽거나 졸여서 먹는다.
제주에서는 갈치회가 명물이 된지 오래다. 낚시인들이 이맘때 갈치낚시에 매진하는 이유는 대부분 갈치회를 먹기 위해서다. 갈치는 회 맛에서 대적할 생선이 없을 만큼 맛있지만, 갈치를 회로 먹기란 어렵다. 갈치는 올라오자마자 죽기 때문에 활어로 유통할 수 없고 당연히 횟집에서 볼 수가 없다. 결국 갓 죽은 갈치만 생선회로 만들 수 있는데, 그래서 싱싱한 갈치가 매일 들어오는 제주도에서나 갈치회를 맛볼 수 있다.
그러나 갈치횟집에서도 갈치 뼈회는 팔지 않는다. 일반인들이 뼈회를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뼈회의 재료인 작은 갈치는 상품으로 유통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뼈째 먹는 작은 갈치는 뼈를 발라내고 먹는 큰 갈치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소함과 짙은 풍미가 있다. 결국 그런 갈치 뼈회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은 갈치낚시인들밖에 없다. 낚시인들이 큰 갈치를 마다하고 내만에서 잡히는 2~3지 사이즈의 갈치를 낚는 목적은 회를 즐기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낚싯배 난간엔 받침대가 부착되어 있어 낚싯대를 거치하고 편하게 낚시할 수 있다.

시즌은 8월에 시작, 9~10월이 피크

대표적인 갈치낚시터는 전남 목포와 여수, 경남의 남해도, 거제, 진해다. 이 5대 갈치 출항지에는 초보자들을 위한 갈치낚싯배들이 대기하고 있다. 현지인들은 당일낚시로, 수도권의 낚시인들이라면 1박2일 낚시로 즐기기 좋게 출조 여건이 갖춰져 있다. 장비 대여와 낚시 가이드도 완벽하게 해주기 때문에 빈손으로 가서 갈치만 낚이오면 된다.
갈치는 7월부터 남해안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7월에 나타나는 갈치들은 ‘실치’라 불리는, 손가락 굵기 한 개밖에 되지 않는 치어들이라 낚시에 잘 낚이지 않고 낚아 봐야 먹을 게 없다.
8월에 접어들면 비로소 2~3지짜리가 낚인다. 시즌 초반인 8월에는 갈치들이 내만 깊숙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조금 멀리 나가서 낚는다. 경남 거제도 주변이 유명한 갈치 포인트로 8월이 되면 진해, 거제, 통영의 갈치낚싯배들이 거제도 주변으로 모여든다. 같은 시기에 남해 먼바다에 있는 원도 주변에서도 큰 갈치가 낚이지만, 이는 내만갈치와는 다른 먼바다 선상갈치낚시에 해당한다.
갈치가 본격적으로 내만으로 들어오는 시기는 8월 이후다. 8월이 되면 내만의 물색이 맑아지는데, 이때부터 눈으로 먹이를 찾는 갈치에게 사냥하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진다. 진해나 목포 등지로 갈치가 많이 모여드는 이유는 바닥은 뻘이라 물색이 적당히 탁해 몸을 숨기기 좋고, 상층은 물색이 맑아 먹잇감을 빨리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림1)
갈치 떼가 몰려드는 9~10월에는 불빛이 있는 작은 포구의 방파제만 나가도 갈치를 만날 수 있다. 배낚시는 가까운 바다에 닻을 내린 후 집어등을 켜고 거기에 몰려드는 갈치를 낚는데, 상황이 무난하다면 해질 무렵부터 자정까지 낚시하면 50~100마리를 낚는 것이 어렵지 않다. 어려운 낚시가 아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으며 한두 시간 정신없이 입질을 받다보면 어느새 아이스박스에 차곡차곡 쌓인 갈치를 보게 된다.

진해와 목포가 내만갈치 양대 출항지

내만갈치 배낚시가 가장 왕성하게 이뤄지는 곳은 진해, 삼천포, 목포다. 통영, 거제, 여수도 갈치 출항지로 유명하지만, 대부분 먼바다로 나간다. 전남 목포는 한때 내만갈치낚시의 메카였지만 어느 순간 갈치의 양이 줄어들더니 예전만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올해는 많은 양의 갈치가 목포 앞바다로 들어와 호황을 보이고 있다고 하니 기대해 볼 만하겠다.
출조비는 6만원선이다. 미끼와 야식을 포함한 가격이다. 출조점에 따라 선비와 미끼, 채비를 따로 계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경남에선 가까운 섬 주변에 닻을 내리고 낚시하며, 목포에선 큰 바지선에 오른 후 이동하지 않고 바지선 위에서 낚시한다. 낚시하는 방법에는 큰 차이가 없으며, 비용도 비슷하다. 
먼바다 갈치낚시는 출조비가 10만원이 넘는다. 남해 원도 주변으로 나가며 장비도 전동릴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낚시가 이뤄진다. 최근에는 먼바다 갈치낚시 장비를 대여해주는 낚싯배도 많으므로, 갈치낚시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도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다.

민장대·릴낚시·루어낚시 모두 가능

내만갈치 배낚시는 갈치가 많이 모여드는 곳에 닻을 놓고 집어등을 켠 상태로 낚시한다. 이동하지 않아서 배멀미 걱정이 없고, 집어등이 항상 켜져 있기 때문에 밤이라도 큰 불편 없이 낚시할 수 있다. 포인트에 도착하면 여러 척의 낚싯배를 볼 수 있는데, 갈치 어군이 형성된 주변으로 낚싯배들이 모이기 때문에 은은한 야경 속에 낚시하는 운치도 만끽할 수 있다.
장비는 각자 취향대로 사용한다.(그림2) 가장 쉽게 다룰 수 있는 것은 민장대인데 4.5m, 5.4m 두 대 정도가 기본이다. 바다 민장대도 좋고 민물 붕어대도 좋다. 수심 3~4m에서 입질하는 활성 좋은 갈치들을 노릴 때는 채비를 빨리 내리고 금방 걷어 올릴 수 있는 민장대가 제일 유리하다.

조금 더 깊은 곳을 노리고 싶다면 릴낚시를 한다. 감성돔용 1호 릴찌낚싯대를 사용해도 좋고 루어대나 가벼운 민물릴대도 상관없다. 초리가 잘 휘어져 예민한 갈치의 입질에도 쉽게 반응하는 것이라면 어떤 것을 써도 된다. 릴낚시는 공략수심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갈치들이 바닥에서 물면 민장대는 무용지물이 되는데, 그런 날엔 릴낚시가 필수다.
갈치낚시 고수들은 수심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릴낚시를 선호하는 편이다. 참고로 깊은 곳을 노린다고 해서 채비를 바닥에 닿게 하진 않는다. 갈치는 몸을 세로로 세우고 떠서 입질하기 때문에 바닥을 노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루어낚시는 갈치가 상층에 떴을 때 속전속결용으로 효과적이다. 에깅대나 볼락대, 우럭대를 사용하며 갈치전용 루어를 사용해 상층을 천천히 탐색해준다. 활성이 좋은 갈치들이 많다면 금방 입질을 받을 수 있다. 갈치가 집어등에 예민하게 반응해 집어등 불빛이 희미해지는 주변에만 머물거나 완전히 상층으로 떠올라 민장대나 릴낚시로 노리기 어려운 경우라면 루어낚시가 효과적이다. 

챔질은 천천히 해야 성공

갈치채비는 아무 것이나 사용해서는 안 된다. 갈치는 이빨이 아주 날카롭기 때문에 어지간한 낚싯줄도 단숨에 잘라버리기 때문이다. 갈치가 입질할 때 이빨에 쓸릴 위험이 있는 바늘 주변의 낚싯줄은 고무 튜브를 덧씌우거나 아예 쇠줄(와이어)로 교체해야 한다. 채비에 익숙한 낚시인이라면 직접 채비를 만들어 쓸 수도 있지만, 초보라면 낚시점에 판매하고 있는 갈치전용채비를 구입해서 사용하는 게 좋다.
갈치낚시의 핵심 테크닉은 갈치의 입질층을 빨리 파악하고 챔질타이밍을 잘 잡는 것이다. 먼저 입질층을 파악할 때는 상층에서부터 낚시를 시작, 입질이 없으면 채비를 조금씩 더 내려 깊은 곳을 노리는 식으로 낚시한다. 상층부터 노리는 이유는 활성 좋은 갈치가 상층에 있을 경우 중하층으로 채비를 내리면 입질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마릿수 조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일부러라도 바닥의 갈치를 중상층으로 조금씩 띄워서 낚는 것이 좋으므로 무작정 깊은 곳을 노리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루어낚시에 쓰는 갈치용 채비. 지그헤드 타입이며 소형 트레블훅이 아래에 달려 있다.

미끼로 쓰는 꽁치살.

챔질타이밍은 최대한 느긋하게 잡으면 별로 어렵지 않다. 그런데 성질 급한 사람에겐 이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갈치가 미끼(주로 꽁치살을 쓴다)를 뜯어 먹을 때 낚싯대의 초리가 까딱거리며 움직이는데, 절대 섣불리 낚아채지 말고 초리가 어느 정도 쑤욱 내려갈 때를 기다려야 한다. 그 이유는 갈치는 다른 물고기와는 달리 물을 빨아들이며 단숨에 미끼를 흡입하는 것이 아니라, 날카로운 이빨로 미끼를 쪼아서 뜯어먹기 때문이다. 먹성이 좋은 녀석들은 간혹 단숨에 시원한 입질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갈치들은 먹이를 이빨로 난도질한 후에 삼키므로 그 과정엔 챔질을 하지 말아야 한다. 보통 초리가 서너 번 까딱이다 천천히 쑤욱 아래로 내려가면 그것이 진짜 입질이다. 
입질을 안정적으로 받기 위해서는 가라앉은 채비가 조류에 밀리지 않고 수직으로 똑바로 서 있는 것이 좋다. 그래서 민장대든 릴낚시든 채비에는 2~5호의 약간 무거운 봉돌을 달아 조류에 밀리지 않게 해준다. 갈치에게 미끼가 잘 보기 위해서는 목줄에 케미컬라이트나 갈치용 집어등을 달아주면 좋다. 미끼는 싱싱하지 않으면 갈치가 잘 먹지 않으므로 입질이 없더라도 미끼를 자주 갈아주도록 한다. 
낚은 갈치는 상하지 않게 얼음이 가득 담긴 아이스박스에 담는다. 목을 꺾어 피를 뺀 상태로 아이스박스에 두면 하루 이틀이 지나도 회로 먹을 수 있다. 어떤 낚시인들은 갈치에서 금방 냄새가 난다고 투정하기도 하는데, 대부분 낚시에 정신이 팔려 낚은 갈치 관리에 소홀하기 때문이다. 아이스박스 뚜껑은 항상 닫아두고 충분한 양의 얼음을 채워두면 갈치가 금방 상하는 일은 없다.

채비 목줄에 달아주는 소형 집어등.

내만갈치낚시 출조지&출조점

경남 진해 - 덕성낚시 010-9776-7944, 대성낚시 (055)543-0555,
왕낚시 (055)544 4141, 코만도피싱 (055)541-5007
경남 고성&삼천포 - 고성 해광호 011-857-3070,
삼천포 대물낚시 010-6412-8666, 삼천포 포인트낚시 010-4743-2363
전남 목포 - 낚시도우미 010-9622-7777, 포인트낚시 (061)281-8116,
목화낚시 010-3865-1476, 가이드낚시 010-3623-4001

 
왜 작은 갈치가 횟감으로 좋을까?

큰 갈치는 뼈가 억세기 때문에 포를 떠서 회로 먹는다. 그런데 뼈가 없으면 갈치회 특유의 고소한 맛이 덜하며 살도 금방 물러져 맛이 떨어진다. 그래서 뼈째 먹을 수 있는 작은 갈치가 인기 있다. 작은 갈치는 통째로 조리거나 튀김을 해도 좋다. 살점이 두툼한 큰 갈치는 토막을 내어 구이와 조림을 한다. 큰 갈치를 회로 뜰 때는 뼈를 발라내고 그냥 먹어도 좋지만, 가스 토치나 후라이팬을 이용해 아주 살짝 익혀 먹으면 지방이 배어나와 더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어떤 낚싯배를 타야 하나?

수많은 낚싯배 중에 어떤 배를 탈 것인지도 걱정이다. 서비스가 나쁜 배를 탔다가 모처럼의 출조를 망칠수도 있기 때문에 낚싯배를 잘 선택해야 한다. 갈치낚싯배는 10톤급의 큰 배와 5톤급의 작은 배가 있다. 깨끗한 시설, 좋은 서비스를 원한다면 큰 배가 낫다. 큰 배는 선장 외에 낚시를 도와주는 사무장이 따로 있기 때문에 채비나 낚시하는 요령을 빨리 배울 수 있고 서비스도 다양하다. 배가 큰 만큼 쉴 공간도 넉넉해서 낚시도 편하게 할 수 있다. 단점이라면 배가 큰 만큼 낚시인도 많다는 것이다. 주말 같이 낚시인이 많은 날에는 낚시할 공간이 협소해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
그에 비해 작은 배는 시설이 좋지 못하지만 사람이 적은 만큼 여유롭게 낚시할 수 있고 갈치가 잘 낚이지 않을 경우 포인트 이동에도 적극적이라는 것이 장점이다. 서비스는 선장의 부지런함에 따라 달라진다. 작은 배는 사무장을 따로 두지 않기 때문에 선장이 직접 손님들을 위해 서비스하는데, 부지런한 선장은 간식과 갈치 회를 내오기도 하지만 일부 선장들은 서비스보다 조과 위주로 낚시에만 매진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자신의 낚시스타일에 맞는 선장을 찾아야 한다. 낚싯배의 크기나 서비스는 전화로 미리 물어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