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주최

주꾸미 낚시 토론회  

어민 “가을철 어린 주꾸미 낚시를 규제하라”

낚시인 “봄 산란기를 금어기로 지정해야 마땅”

허만갑 기자

지난 9월 3일 해양수산부 주최로 ‘주꾸미 낚시관련 업무협의’란 이름의 토론회가 충남 보령시 대천항의 충청남도 수산관리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 회의는 충남도의 요구에 따라 해수부가 주최했다. 회의에는 13명의 어민 대표와 6명의 낚시어선업자, 9명의 충남도 각 시군 수산담당 공무원이 참석했고, 낚시인 대표로는 한국낚시단체총연합회 김동현 회장과 한국낚시방송채널 권범노 이사, 그리고 낚시춘추 편집장인 기자가 참석했다.
회의의 목적은 감소하는 주꾸미 자원보호를 위한 방안 모색이었으나, 주 내용은 충남도와 어민 대표들이 주꾸미 낚시규제가 필요한 이유를 주장하고 그에 대해 낚시어선과 낚시인들이 반론을 펴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충남도 “주꾸미 자원 관리가 필요한 상황”

회의는 충청남도 수산과의 배경설명으로 시작됐다. 
“매년 가을(9~10월) 충남 지역에서 주꾸미낚시가 성황리에 이루어지는 것과 관련하여 어민들이 수산자원 관리 측면에서 주꾸미 포획량에 대한 관리를 비롯한 주꾸미낚시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주꾸미 낚시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고려하여 규제 여부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주꾸미 낚시로 인한 충남도의 경제적 효과는 연간 25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낚시의 문제는 소형 개체를 잡는 것이다. 9월 낚시로 잡는 주꾸미 무게는 30g 전후. 1인당 평균 2.4kg을 낚으며 최대 1인 10.6kg을 낚는다. 주꾸미 전체 조업량은 연간 3천톤이며 낚시로 잡는 것은 가을철 2개월 주말 8회 계산 시 약 300톤으로 추산된다. 무게는 전체의 10%지만 마릿수로는 상당한 양이다. 가장 큰 문제는 서해 주꾸미 자원이 계속 감소한다는 것이다. 그간 어획량이 일정수준 유지되었는데 조사를 하다 보니 소라방 어민들이 ‘자원이 줄고 있다. 10년 전엔 소라방을 5천~1만개 쳤는데 지금은 10배 이상 쳐도 안 잡힌다’고 해서 주꾸미 자원에 대해 최근 관심을 가졌고 대책이 필요하다고 느껴 해양수산부에 건의했다.”
이어서 서해수산연구소의 실태보고가 뒤따랐다.
“주꾸미 어획량이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자원관리가 필요하다. 주꾸미는 우리나라, 중국, 일본 홋카이도 이남에 서식하는 문어목 문어과의 소형종으로 수심 50m 이내의 연안저서 야행성 어종이며 해저의 오목한 장소에 장경 1cm 포도 모양의 알을 낳는다. 산란기는 4~7월이며 성숙체중은 암컷 72g, 수컷 65g이다. 전국어획량은 2007년 6,828톤에서 점차 감소하여 2012년엔 3,406톤으로 떨어졌다. 서해에서 주로 어획되며 충남지역의 어획량이 가장 많다. 3~4월에 어획량이 가장 많고 주로 연안복합어업(소라방, 채낚기 등 소형 어선의 어업허가)으로 어획되고 있다.”

●어민들의 주장 요약
“가을에 낚시인들이 어린 주꾸미를 남획하여 봄철의 성어 어획량이 줄고 있다. 가을을 금어기로 설정하여 주꾸미 자원을 보호해야 한다. 30년 넘게 꾸준히 유지되던 주꾸미 어획량이 최근 급격히 줄고 있다. 2007년에서 2011년 사이에 절반으로 줄었다. 이게 다 주꾸미낚시가 확산되면서 가을에 어린 개체를 남획한 결과다. 유어선 하는 분들은 외부에서 오신 분들이며 기업으로 운영한다. 낚시어선이 늘면서 주꾸미가 줄어들고 우리 같은 소형 영세어민들의 살 길이 막막하다. 가을이면 어구에 낚싯바늘, 납추가 걸려 올라와 어구 파손이 심하다. 9월과 10월 2개월 동안이라도 금어기로 설정하여 주꾸미 자원을 보호하자.”

●낚시어선의 주장 요약
“어민들은 주꾸미를 연중 잡지만 낚시인들은 가을에만 주꾸미를 낚는다. 그런데 9~10월 2개월을 금어기로 지정하라니 영업정지하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너무 어린 개체를 잡아낸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성숙하지 않으면 애자라 불리는 주꾸미바늘에 붙지 않는다. 30g 이상으로 커야 낚이기 시작한다. 주꾸미 바늘 때문에 어구 파손이 심하다는데, 우리야말로 그물과 어구가 너무 많아 도저히 피해서 낚시를 할 수 없다. 각 어선당 어구 제한이 있으나 제대로 지키지 않아 과다한 소라방이 바다 속에 깔려 있다. 낚시어선이 기업이라는데 낚시어선도 영세하기는 매한가지다. 그리고 외지에서 온 사람도 일부 있으나 지역민들이 더 많고 어쨌든 모두 충남에 거주하는 충남도민이다.”

●낚시계의 주장 요약
“2008년부터 주꾸미 어획량이 급감했는데 정작 주꾸미낚시 붐은 2010년부터 일었기 때문에 자원 급감과 낚시는 무관하다. 최근의 주꾸미 자원 감소는 2007년의 태안 기름유출사고, 최근의 봄철 서해 저수온 현상 등 자연환경의 변화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주꾸미 자원보호가 목적이라면 가을철 낚시를 규제할 게 아니라 응당 봄철 산란기를 금어기로 설정하여 알밴 주꾸미부터 보호해야 한다. 3천톤을 잡는 어업의 남획상은 보지 않고 300톤을 잡는 낚시를 규제하여 어자원보호의 실효성이 있겠는가. 어획총량제를 실시하여 연간 일정 수준의 주꾸미가 잡힌 후엔 모든 조업을 금지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낚시인들은 주꾸미를 낚기 위해 충남을 방문하여 1인 10만원 이상의 고비용을 쓰고 있다. 어민들은 다소 불편할지 모르나 낚시어선과 상인들은 낚시인들을 반기고 있다. 충남도는 한쪽 말만 듣지 말고 모두가 만족하는 상생의 방안을 모색하기 바란다.”  

어민들 “6월부터 8월까지 주꾸미 포획 금지기간 설정하자” 제안 

오후 2시부터 2시간 30분간 진행된 토론은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하는 지루한 설전이 오갔으나 허용을 하든 규제를 하든 한 쪽에만 적용해선 안 된다는 것엔 일부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마지막에 한 어민이 “앞으로 어민들은 6월 이후엔 주꾸미 조업을 하지 않겠다. 대신 낚시인들은 8월 말 이전에 주꾸미 낚시를 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그에 대해 반대의견이 없자 회의는 마무리되었다.
해수부 사무관은 토론회를 마치며 “주꾸미 자원관리의 필요성과 주꾸미 낚시로 인한 경제적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규제 여부 검토가 필요한 듯하다. 올해는 이미 주꾸미낚시철이 시작되었으므로 규제 없이 낚시인들의 자율적 자원보호에 맡기겠다. 그러나 내년에는 구체적 실태조사에 착수할 것이며, 만약 주꾸미 자원보호를 위해 규제가 필요하면 어떤 식으로든 규제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주꾸미 낚시관련 업무협의 참석자

●공무원
해양수산부 자원관리과 홍근형
충청남도 수산관리소 이승우
충청남도 수산과 김종락
서해수산연구소 임양재
당진시 농수산유통과 조성권
당진시 농수산유통과 고민정
서산시 해양수산과 유재현
태안군 수산과 강석진
보령시 해양수산과 조정호
서천군 해양수산과 이순남

●낚시인
한국낚시단체총연합회 김동현 회장
월간 낚시춘추 허만갑 편집장
한국낚시방송채널 권범노 이사

●낚시어선
오천항낚시협회 김지태 회장
서천군낚시협회 최정근 회장
서천군낚시협회 김헌영
서천군낚시협회 김진민
서천군 낚시어선 조재용
서천군 낚시어선 이성운

●어민
서산시 창리 어촌계장 배영근
서산시 지곡면 중왕어촌계장 박현규
보령시 천북면 학성어촌계 신성길
보령시 대천항 항구회 김귀현
보령시 주교면 송학리 유금식
태안 남부수협 어촌계장 김정일
한수연 태안군연합회장 문승국
대천서부 수협 이석환
태안남부 수협 강학문
서천서부 수협 박종삼
서천서부 어업인연합회장 김영규
서천군 수산경영인회장 김홍규
항구회장 신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