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주꾸미낚시 규제 부당한 3가지 이유
낚시가 자원 감소 원인 아니므로 해결책도 아니다
어부의 산란기 남획, 자연환경 급변이 자원 감소 원인
허만갑 기자
지난 9월 3일 ‘대천 주꾸미 토론’에서 해수부는 “주꾸미 자원감소 원인으로 가을철 어린 주꾸미 낚시의 남획성이 지목되고 있어 내년에 실태조사 후 낚시 규제가 필요하면 어떤 식으로든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꾸미 낚시 규제는 다음과 같은 여러 이유에서 부당하다.
1 어획량 감소와 낚시는 무관하다
이번 토론회에서 해수부가 제출한 「연도별 주꾸미 어획량 변화표」 자체가 주꾸미 어획량 급감과 낚시가 무관하다는 증거다. 표를 보면 2007년에 정점을 찍은 어획량은 2008년과 2009년에 급감했는데, 이때는 아직 우리나라에 주꾸미낚시가 활성화되기 전이다. 서해 주꾸미낚시 붐이 일어난 것은 오천항이 2010년, 홍원항과 안면도가 2011년으로 이제 겨우 3년 됐다. 즉 낚시와 주꾸미 급감은 무관한 것이다.
또한 표를 보면 주꾸미낚시 중심지역인 충남보다 주꾸미낚시를 하지 않은 인천, 경기, 전북의 어획량이 더 많이 줄었다. 더구나 충남에선 주꾸미 낚시객이 급증한 2011년과 2012년에 오히려 어민들의 주꾸미 어획량도 증가하고 있다.
그럼 왜 2008년에 주꾸미 어획량이 급감했을까? 2007년 12월 서해에서 발생한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기름유출 이후 주꾸미만 감소한 게 아니라 낚시로 잡지 않는 낙지, 게, 가오리 등도 동시에 급감했다.(통계청의 ‘2012년 서해안 수산물 생산량 자료’에 따르면 꽃게류는 2007년 2880톤이 어획됐으나 2011년엔 207톤 어획으로 93% 급감했고, 망둥어, 가리비, 골뱅이, 문어는 2007년 각각 1271톤, 252톤, 250톤, 907톤씩 잡히던 것이 2011년에는 겨우 1톤 이하로 잡혔다.)
해수온 변화의 영향도 크다. 특히 2010년과 2011년에 서해안의 봄철 해수온 상승이 늦었는데, 국립해양조사원의 보령지역 연안정지관측자료를 보면 2009년 2월 바다수온은 7.5도였는데 2010년 2월 수온은 5.76도였고 2011년 2월 바다수온은 5.07도로 낮아졌다. 주꾸미 조업기간인 3~4월의 수온 상승이 늦었기 때문에 어획량이 준 것인데 그것을 죄 없는 낚시와 연관 지은 것이다.
가을 주꾸미 낚시가 이듬해 봄 주꾸미 조업과 무관하다는 증거는 또 있다. 2012년은 2007년 이후 내리막이던 주꾸미 어획고가 처음으로 늘어난 해였다. 그런데 그 전년도인 2011년 가을엔 주꾸미 배낚시도 최대 호황을 누렸다. 만약 가을 주꾸미 남획으로 봄 주꾸미 조업이 타격을 받는다면 2012년 봄 어획고는 급감했어야 하나 그렇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작년 가을은 세 차례 여름 태풍으로 민물이 과다유입돼 주꾸미가 낚시에 많이 잡히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올 봄은 (어민들의 주장에 따르면) 소라방에 주꾸미가 많이 들었어야 하지만 작년의 반에도 못 미치는 어획고를 올렸다.
이러한 정황들은 주꾸미 어획량 감소와 주꾸미 낚시객 증가가 단지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었을 뿐 아무런 연관이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2 금어기 지정하려면 산란기가 1순위
이유야 어찌됐든 주꾸미가 줄고 있고 어획량 제한을 통해 주꾸미 자원을 증가시키자면 낚시철인 가을이 아니라 주꾸미의 산란기인 봄을 금어기로 지정해야 한다. 보호가 필요한 어종의 금어기를 설정할 때는 산란기에 설정하여 알밴 암컷을 보호하는 것이 상식이다.
작년 봄에 어민들은 알밴 주꾸미를 하루에 어선 한 척당 1톤씩 잡아냈다. 그에 비해 낚시인들이 잡는 양은 미미하다. 주꾸미가 가장 잘 낚일 때 낚시객 1인당 100~150마리 잡기도 하는데 그래봤자 2~3kg, 낚싯배 한 척당 30kg을 넘을 수 없다. 그런데 어민들은 “낚시인 한 명당 최대 20kg씩 잡는다”고 부풀리고 있다. SBS 뉴스에선 그런 주장이 곧이곧대로 보도되기도 했다. 20kg은 가을 주꾸미 1000마리에 달하는 양이다.
해수부 산하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도 ‘금어기를 설정한다면 봄철 산란기로 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3월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서해지사가 <데일리안>과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봄철 주꾸미 산란기를 비롯한 연중 조업과 낚시인들의 남획으로 산란기 암컷은 물론 가을철 어린 주꾸미까지 무분별하게 포획되고 있으며 조업어구(피뿔고동)의 사용개수 제한이 없어 주꾸미 자원량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주꾸미 자원 회복을 위해선 주꾸미 산란기에 금어기를 설정하고 낚시는 총량제를 마련해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낚시총량제란 1인당 낚을 수 있는 주꾸미의 중량을 제한하는 제도를 말하는 듯한데, 해수부가 말한 ‘어떤 식으로든 규제’가 이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누가 어떤 식으로 수백 수천명이 동시에 쏟아져 나오는 포구에서 먹물에 뒤덮인 주꾸미들의 무게를 잴 것인가? 실현 불가능한 총량제 따위로 낚시인들을 괴롭히지 말길 바란다.
아무튼 규제를 한다면 낚시에 앞서 산란기 남획부터 규제하는 것이 맞다는 것에는 수산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그간 충남도가 어민들의 가을 낚시철 금어기 설정 요구를 계속 반려해온 것도 산란기를 놔두고 가을을 금어기로 설정한다는 것이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3 주꾸미낚시 규제는 1000척 충남 낚시어선에 직격탄
우리나라의 낚시어선 신고내역을 보면 2012년 현재 국내 낚시어선은 4,708척. 그중 충남도에 1,049척이 있어 전체 낚시어선의 1/4을 차지한다. 충남만큼 많은 지역이 경남도로 1,080척이다. 즉 충남과 경남의 낚싯배가 우리나라 낚싯배의 절반이다.
만약 충남의 가을 주꾸미낚시가 규제를 받게 되면 1000여 척의 낚시어선들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어민들은 “주꾸미 대신 보구치나 광어를 낚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주꾸미의 인기를 대체할 수 있는 어종은 없다. 충남에서 주꾸미낚시를 규제하면 낚시인들은 경기도나 전북으로 낚시터를 옮길 것이다. 한 번 충남에 등 돌린 낚시객들은 다른 계절에도 충남을 찾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전국 제1의 바다낚시터인 충남의 쇠퇴로 이어질 것이다.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2012년에 충남도를 찾은 바다낚시 관광객이 54만6746명이었다. 이는 2002년 27만1817명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한 숫자다. 그 증가폭의 가장 큰 요인은 물론 주꾸미낚시다. 만약 주꾸미낚시를 규제한다면 충남의 바다낚시산업은 다시 2002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다.
어민들은 “어업은 생계이고 낚시는 취미”라며 어자원에 대한 우선권을 주장하는데, 낚시인에게는 취미일지 몰라도 낚시어선에는 생계다. 보령 오천항의 경우 160척의 배가 있는데 그중 낚시어선이 112척, 일반 어선이 40여척이다. 40척 어선(주꾸미잡이 연안복합어선은 더 적다)의 이익을 위해 112척 낚시어선을 영업정지 시킨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산자원관리공단이 지적한 조업어구 사용개수 제한도 시급히 바로잡아야 할 문제다. 개인당 허가량이 피뿔고동 1만5천개에서 2만개지만, 어민들은 개인당 5만개에서 30만개를 깔고 있다. 낚시어선들이 “그물이나 어구를 피해 낚시할 공간을 찾느라 진땀을 흘린다”고 할 정도다. 충남의 각 지자체에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으나 단속하지 않고 있다. 적법한 낚시행위를 놓고 왈가왈부하기 전에 불법 어구 남용부터 단속하는 게 순서다.
낚시관광객 유치가 단순어업보다 충남도에 이익
어민들은 낚시인들이 마치 주꾸미를 훔쳐가는 것인 양 호도하고 있는데, 낚시인들도 그만큼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서울 낚시인이 주꾸미낚시를 즐기려면 하루에 15만~20만원 든다. 뱃삯 6만원, 낚시도구 구입비 1만~2만원, 식당과 슈퍼에서 쓰는 돈이 1만~2만원, 도합 10만원은 무조건 지출하는 돈이고 차량주유도 대부분 철수 시 고속도로에 올리기 전에 하기 때문에 결국 15만원 이상의 돈을 충남에서 쓰고 간다. 그렇게 해서 낚아가는 주꾸미는 얼마 치? 100마리 낚아봐야 위판가로 따지면 3만~5만원. 똑같은 주꾸미지만 어업보다 낚시가 훨씬 고부가가치 산업임을 알 수 있다. 충남도 입장에선 주꾸미 낚시를 규제할 게 아니라 도지사배 낚시대회를 열어 활성화시켜야 한다.
규제 이전에 낚시인들의 자율적 자원보호 유도해야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어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주꾸미 어획량 감소 원인이 낚시객 증가 때문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것은 여러 정황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부분은 정확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충남도는 보다 큰 틀에서 주꾸미낚시를 봐야 한다. 충남도는 어촌소득 증대 차원에서 주꾸미낚시가 필요함을 알고 있다. 그래서 2년 가까이 어민들을 달래왔다. 그런 노력이 앞으로도 필요하다. 관광객이 늘고 유입인구가 늘면 원주민들과 마찰이 생긴다. 그렇다고 손님들을 오지 말라고 하면 발전이 없다. 지난 5월엔 충청도 인구가 사상최초로 전라도 인구를 추월했다. 충청도민들이 ‘이제 충청시대가 열렸다’며 기뻐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그동안 충청도민이 열린 마음으로 수도권의 기업과 인구를 적극적으로 유치했기 때문에 이뤄진 결실이다. 낚시인들의 방문과 낚시어선의 증가도 그런 개방적 큰 틀에서 보아야 한다.
낚시인들도 좀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바뀌고 있다. 최근 서해 어민들의 고충이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적당히 낚자, 남획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전북 군산의 경우 오전낚시만 하고 철수하는 낚싯배가 늘고 있는데 낚시객들이 “먹을 만큼 낚았으니 일찍 철수하자”고 먼저 요구한다는 것이다.
낚시인들이 어민들에게 먼저 타협안을 제시하는 것도 좋다. 이번 토론회에서 어민들이 먼저 “주꾸미 조업을 5월까지만 할 테니 낚시인들도 9월부터 주꾸미낚시를 시작하라”고 제안했다. 사실 어민들은 6월부터 꽃게잡이에 들어가기 때문에 6월 이후엔 주꾸미 잡으라고 해도 안 잡는다. 그런 면에서 생색내기 제안이란 말도 들린다. 그러나 낚시인 입장에서도 8월은 주꾸미가 너무 어려서 낚는 맛이 안 난다. 낚시어선과 어민들이 합의하면 낚시인들도 9월 1일 이후 출조를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섣불리 규제카드부터 꺼내지 말고 이런 낚시인들의 자율적 변화를 지켜보아야 한다. 주꾸미낚시가 시작된 지 이제 겨우 3년이다. 그런데 벌써 금어기를 설정하느니 총량제를 실시하느니 칼을 대기 시작하면 낚시산업 전체가 쇠퇴할 수 있다. 낚시관리 및 육성법 집행부처로서 해양수산부의 조정자 역할이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