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붕어낚시 현장

강경천의 가을바람  

김경준 객원기자 · 트라이캠프 필드스탭

필자가 살고 있는 논산에는 저수지도 많지만 가을이면 강낚시가 활기를 띤다. 금강으로 흘러드는 강마다 힘 좋은 강붕어가 진한 손맛을 제공하는데, 강경천도 그 중 한 곳이다. 최근 강경읍 외곽을 흐르는 구간에서 호황을 보이고 있다. 

▲ 강경천에서 최근 호황을 보이고 있는 수문 포인트. 수문이 닫혀 조류가 멈출 때 입질이 온다.

평소 저수지 낚시를 선호하는 필자도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선선해지면 수로낚시나 강낚시를 즐긴다. 9월을 맞은 어느 날 필자의 후배 이요한씨에게서 반가운 전화가 걸려왔다. “강경천 최하류인 강경읍 외곽을 흐르는 강에서 최근 붕어가 잘 낚이는데 해 질 무렵과 해 뜰 무렵 두세 시간이면 실컷 손맛을 볼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강경천은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 저녁을 먹고 간편한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현장에 도착하니 밤 9시가 되었다.강경읍 강상고등학교에서 가까운 이곳은 호남선 교각과 상강경교 사이로 폭이 제법 넓은 강이다. 강변을 따라 수초가 발달해 있는 곳도 있었지만 붕어가 잘 낚이는 곳은 수문과 가까운 곳이었는데 이곳 연안은 석축이어서 받침틀이 없으면 낚시가 어려웠다. 다행히 차에는 받침틀이 항상 실려 있다. 현장에는 몇 사람이 앉아 낚시를 하고 있었지만 물 흐름이 일정하게 흐르지 않고 수시로 역류를 하는 등 낚시가 전혀 되지 않을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낚시를 한다고 저렇게 앉아 있담.”

실망한 채 발길을 돌려 나오던 중 혹시나 싶어 낚시를 하고 있는 어느 노조사의 살림망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때글때글한 중치급 붕어가 제법 많이 들어 있는 게 아닌가. 이 노조사는 “물 흐름이 오락가락하다 잠시 멈추는 타임이 있는데 그때 소나기 입질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미끼는 두 바늘에 모두 글루텐을 달아 사용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몇 달 전 물의 양에 따라 자동으로 여닫는 수문(물이 어느 정도 차오르면 자동으로 열리고 다시 어느 선까지 빠지면 다시 닫힌다)이 고장이 나서 열리고 닫히는 것이 일정치 않은데, 물이 멈추어 있는 시간이 어느 때는 10분, 어느 때는 30분으로 제각각이어서 예상을 할 수 없다는 게 단점이라고 했다. 

▲ 강경천에서 효과적인 지렁이(좌)와 글루텐(우).

▲ 강경천 호황 소식을 알려온 이요한씨가 아침에 낚은 붕어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 익산낚시인 박종열씨가 낚은 붕어.

물 흐름이 멈출 때 벼락입질

후배와 나는 그 노인 옆에 나란히 자리를 잡고 앉아 각각 두 대씩 낚싯대를 폈다. 옆에서 낚시를 하는 둥 마는 둥 앉아 지켜보고 있으니 정말 물이 멈췄고, 그때 찌가 쭉 솟았다. 두세 마리를 낚고 나니 또 다시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한 시간 정도 지나자 물 흐름이 또 다시 멈췄다. 물 흐름이 멈추면 동시에 낚시인들의 손길도 분주해졌다. 밤 12시까지 다문다문 붕어가 낚였는데, 일정치 않은 물 흐름의 반복에 피곤함이 밀려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새벽 4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 물 흐름도 멈춘 상태였다. 상류에서 내려오는 수량이 적으면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그 노인네는 언제 철수했는지 보이지 않았다. 미끼를 달아 던져보니 기다렸다는 듯 붕어가 달려들었다.
‘옳거니, 지금부터 시작이렷다!’ 후배와 난 6치에서 8치 사이의 붕어를 연신 끌어냈으며 간혹 9치급도 낚였다. 한 치 차이일 뿐인데, 끌고 들어가는 손맛은 전혀 달랐다. 이른 새벽에 들어온 낚시인들도 많았는데 여기저기에서 붕어를 끌어내느라 정신이 없다. 지렁이를 쓰는 사람, 떡밥을 쓰는 사람 모두 각양각색이었지만 붕어는 미끼를 가리지 않는 듯했다. 날이 밝아 한 바퀴 돌아보니 수문 쪽에 가까울수록 조황이 좋은 편이었으며 평균 씨알도 한두 치씩 굵게 낚였다. 수심은 2m권으로 비슷했으나 수문에 가까울수록 물 흐름의 영향을 적게 받는 듯했다. 취재 당일에는 월척붕어를 구경하지 못했지만 단골낚시인들의 말에 따르면 33~35cm급의 월척들도 간혹 낚인다고 했다.
나오는 길에 강경 현대낚시점에 들렀다. 사장은 “3년 전까지만 해도 물 반 고기 반이라고 할 정도로 붕어가 많았던 곳이었다. 그러나 4대강 공사 이후부터 물 흐름이 바뀌었는지 마릿수나 씨알 면에서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가는 길 - 천안~논산간 고속도로 연무IC에서 빠져 ‘강경읍’ 방면으로 우회전한 뒤 10분만 달리면 강경시내에 도착한다. 내비게이션에는 상강경교나 강상고등학교를 치면 안내해준다.

+++++++++++++++++++++++++++++++++++++++++++++++++++++++++++++++++++++++++++++++++++++++++++++++++

강경천의 붕어낚시

강경천은 전북 여산면 원수리에 있는 원수지(낚시보다는 서동요 촬영지로 유명하다)에서 발원하여 마산천과 어랑천과 만나 강경읍 외곽으로 흐르다 다시 논산천과 만나 금강으로 흘러드는 약 20km 길이의 하천이다.
강경천은 5~6월에 일 년 중 가장 큰 씨알이 낚이는데, 그때는 월척 이상의 붕어가 잘 낚인다. 하지만 자리마다 편차가 심한 게 단점이다. 가을에는 월척붕어가 귀하고 6치에서 9치가 주종으로 낚이지만 마릿수 재미가 좋다. 다른 수로와 마찬가지로 해거름과 동틀 무렵에 입질빈도가 높다. 밤에도 물 흐름만 없다면 붕어가 낚이는데 마릿수는 떨어진다. 취재일 낚시했던 강경대교 아래는 30~36칸 대에 잦은 입질을 보여준다.

물 흐름 있을 때는 끝보기낚시가 제격

물 흐름이 있을 때는 찌를 떼어내고 끝보기낚시를 하면 붕어를 낚을 수 있다. 오히려 입질은 더 좋은 편이다. 그러나 끝보기낚시조차 어려울 정도로 흐른다면 쉬는 게 상책이다.
강경천은 보가 없어 중상류에서는 거의 낚시할 곳이 없으며 포인트가 하류권에 집중되어 있다. 물 흐름이 없을 때는 하류의 여러 포인트에서 붕어낚시가 가능하지만 수시로 흐르므로 거의 수문 근처에서만 낚시를 한다. 강경천과 합류하는 논산천 하류의 장화리와 삼호리권도 가을철에 좋은 조황을 보이는 곳이다.